정치와 경제의 길은 다르다

194호 (2016년 2월 Issue 1)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명제에는 상당수가 동의한다. 일찍이 사회학에서는 종교, 정치, 경제, 지역사회 등을 사회 전체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 작동해야 할 기본적인 기능으로 보고 각각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서로 교류하거나 의존해야 하는 관계로 규정했다.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하는 이유는 특정한 사회적 기능, 예를 들어 종교가 모든 것을 지배하거나 통제하는 것보다 사회의 다양한 기능들이 독립성을 갖고 개별적으로 잘 작동해야 사회 전체의 안정과 결속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종교 간의 갈등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는 비극적인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경제와 정치는 어떤가? 이 두 분야도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하는 이유만큼이나 각기 뚜렷한 차이가 있다. 또 하나가 또 다른 하나를 지배한다면 비극적인 일이 벌어진다. 추구하는 목적이나 목표, 그리고 기능을 지배하는 논리와 의사결정 과정이 다르다. 물론 나라마다 각각의 상대적 중요성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선진국일수록 분리의 정도가 커짐을 알 수 있다. 경제, 그리고 경제적 기능을 수행하는 기업, 근로자, 상공인들의 사회 전체를 위한 기본적인 역할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자원을 생산하고 조달하는 것이다. 그 자원이 어떻게 사회구성원에게 배분되는가 하는 문제는 정치의 몫이고 이익 추구의 동기를 갖고 효율성과 생산성으로 승부를 건다. 암만 동기가 순수해도 소비자가 찾지 않는 물건과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망한다.

 

반면 정치인은 표를 얻기 위해 사력을 다하며 사회적 이슈에 대한 사회구성원 간의 합의 도출 능력으로 승부를 건다. 가끔은 다수의 가치 체계가 존재하는 현대사회에서는 강력한 정치적 동기를 가진 결집력 있는 소수의 이해집단이 강한 목소리를 내면서 전체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시장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거래의 장을 떠나 다른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자유가 보장된다. 반면 정치 분야에서는 소수의 이익을 위해 결정된 사항이라도 나머지 구성원의 지지 여부를 떠나 모든 구성원의 행위를 통제하는 구속력을 갖게 되며 개인의 자유는 제한된다. 유통산업과 기업에 대해 생겨난 다양한 규제로 인해 소비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좋아하는 커피나 빵을 자신의 집 가까이서 구매할 수 없게 되거나 아침 일찍 장을 볼 수 없게 된다. 또 심지어는 한 곳에서 한꺼번에 필요한 것을 모두 구입할 수 있는 편의성을 잃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관점에서는 별 문제가 없는 일이 된다.

 

현재 국내 상황은 도를 넘어 정치가 경제를 지배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그 결과로 경제적 기능이 심각히 훼손돼 경제 성장에 큰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경제 분야에 정치적 논리가 침범하면서 경제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흔히 시장 실패를 들어 경제에 대한 정치의 간섭을 정당화하지만 정치 실패 또한 막대한 비용을 초래한다. 왜 한국 경제에서는 시장이 실패하는 사례가 그렇게도 많은지, 그리고 그 해결 방법이 꼭 정치적이어야 하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혹시 시장 실패의 사례가 정치적 목적으로, 그리고 정치적 간섭의 빌미로 필요 이상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살펴봐야 하다.

 

우리나라 국민이 국내 정치에 대해 갖는 신뢰도는 매우 낮은 편이다. 그렇게 신뢰받지 못하는 정치가 경제 문제를 해결한다고 나서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제대로 된 정치를 통해 경제 문제를 포함한 사회적 문제를 모조리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정치 신인들은 자기야말로 해결사라고 주장하는 행태는 문제를 잘못 진단해도 단단히 잘못 진단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와 시장의 효율성을 떨어트리는 정치적 개입이 문제의 원인이라면 그 처방은 정치가 경제 문제에서 손을 떼는 것이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정치의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후보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혹시 정치에응답하라 19××’를 외치는 이유가 있다면 경제발전을 지원하는 정치의 진실성에 대한 향수이지, 경제를 지배하는 정치인을 부러워해서가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길 바란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대학원장·한국유통학회장

 

필자는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MBA 과정을 졸업하고, University of Oklahoma에서 마케팅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한국유통학회 회장, 숭실대 경영대학원 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4호 세계관의 세계 2021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