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양호인 율촌 변호사
Article at a Glance- 경영일반
한국인에게 계약이 ‘시작’이라면, 중남미인에게 계약은 ‘전부’다. 그만큼 계약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계약 및 부수서류에 대한 공증 절차가 아주 중요하다. 불필요한 법률 비용을 막기 위해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은 철저히 문서화해서 남겨놔야 한다. 또 현지 정부 프로젝트나 공기업 관련 일을 할 때도 협상과정을 녹음하고 꼼꼼히 기록하며, 그들의 OK 사인이 무슨 의미인지 재차 확인하는 것이 좋다. |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손혜령(다트머스대 경제학과 4학년) 씨와 남궁용주(이화여대 국제학부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올 3월 부산에서 중남미 지역의 경제, 사회 개발 촉진을 목적으로 설립된 미주개발은행(IDB)의 연차총회가 열렸다. 그 자리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중남미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다양한 배경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국내 주요 수출국이었던 중국의 경제가 둔화되면서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할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중남미가 차이나 리스크를 분산시킬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 규모가 큰데다 중동이나 아프리카와 비교해 분쟁이나 폭력 사태가 적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런 매력에도 불구하고 치안 문제와 정치 불안, 특유의 느긋한 문화 때문에 망설이는 기업도 많다. 실제로 시장에 진출한 기업 가운데서도 국내와 다른 법률문화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다. 이에 DBR이 국내 대표 중남미 법률 전문가를 만나 중남미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양호인 율촌 변호사는 국내 대표적인 중남미 지역 전문가이자 법률 전문가다. 초등학생 때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가 어린 시절을 중남미에서 보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법과대학 조교수를 지냈으며 동양인 최초로 아르헨티나의 메이저 로펌 알렌데 브레아에서 활동했다. 현재는 율촌에서 중남미 전문팀장을 맡고 있다. 16년 동안 라틴아메리카와 한국에서 자문과 소송을 포함한 국제업무를 수행하며, 중남미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과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외국 기업들에 현지법 자문을 포함한 제반 법률서비스를 지원해오고 있다. Chambers Global이 뽑은 기업자문 및 M&A 분야의 leading lawyer로 수차례 뽑혔다.
양호인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중남미팀장)는 중남미 시장에 대한 우려보다는 가능성에 주목했다. “중남미는 거대한 시장이다.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서로 언어가 통하는데다 문화적으로 비슷한 측면이 있어 한 국가에서 성공하면 다른 중남미 국가에서도 성공할 확률이 높다. 중남미 특유의 장점에다 새로운 시장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중남미는 더욱 부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양한 기업들의 분쟁 사례를 소개하며 “중남미는 동양 문화와 달리 계약 문화이므로 추후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은 미리 조율하고 계약서로 꼼꼼하게 만들어 남겨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남미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나.
중남미 시장에 버블이 잔뜩 껴 있던 시기가 있었다. 언론에서 한창 중남미 자원개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와 비교해 버블이 많이 꺼진 지금이야말로 현실적으로 중남미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다. 중남미가 중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커다란 시장과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중남미는 인구 6억 명 규모의 거대한 시장이다. 그 인구 대부분이 서로 언어가 통한다. 33개 국가로 이뤄져 있는데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와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브라질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스페인어를 쓴다. 언어가 모든 소통과 거래의 중심이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다. 중남미 인구가 6억 명인데 미국에도 5000만 명 규모의 중남미 사람들이 살고 있다. 최근 미국 언론에서 자국 지도를 그려 분석했는데 현지에서 스페인어를 제1 외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주가 1∼2군데밖에 없었다. 미국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대부분의 곳에서는 스페인어 서비스가 제공된다. 즉 6억5000만 명 전부가 중남미 시장이 된다는 의미다. 어떤 회사든 국제적인 기업이 되려면 중남미를 공략할 필요가 있다. 자원외교와 관련한 사업이 현재 문제가 되고 있긴 하지만 자원개발 사업은 국익 면에서 포기하면 안 된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익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플랜트 시장도 동남아, 중동 등 특정 지역에 편중돼 있는데 앞으로는 중남미 시장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멕시코 및 브라질 정부가 최근 발표한 SOC 사업 수요만 약 7500만 달러로 세계 최대 규모다.
중남미 인구가 6억 명인데 미국에도 5000만 명
규모의 중남미 사람들이 살고 있다. 최근 미국
언론에서 자국 지도를 그려 분석했는데 현지에서
스페인어를 제1 외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주가
1∼2군데밖에 없었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중남미에 대한 관심이
높다. 다른 나라의 중남미 투자 현황은 어떤가.
현재 중남미에서 일본과 중국의 투자가 크게 늘고 있다. 중남미에는 많은 일본 이주민들이 있는데다 브라질이나 페루에는 일본 출신 국회의원들도 많은 편이다. 일본은 굉장히 오래전부터 중남미에 진출해서 체계적으로 투자해 현재 상당한 현지화를 이뤘다.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중남미 국가에 현지화된 일본계 3세, 4세가 엄청나게 많고, 이들의 현지 네트워크가 아주 강하다. 중국도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 여러 나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아르헨티나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는 아예 투자할 생각을 못 했다. 하지만 중국은 계속해서 꾸준히 투자를 이어갔고, 최근에는 아르헨티나에서 두 번째로 큰 석유기업과 세 번째로 큰 상업은행을 인수했다. 자원개발에 있어서도 중국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시장가의 3배를 불러서라도 사들이는 등 대단히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남미의 시장성과 가치가 그만큼 뛰어나다는 의미다.
회원 가입만 해도, DBR 월정액 서비스 첫 달 무료!
15,000여 건의 DBR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