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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로농구선수인 셰인 베티에. 농구 명문인 듀크대를 나와 2001년 멤피스 그리즐리를 시작으로 프로 경력을 쌓기 시작한 그는 이후 휴스턴 로키츠와 마이애미 히트에서 선수 생활을 하다 최근 은퇴를 선언했다. 특히 베티에는 지난 2013-2014 NBA 시즌 ‘올해의 동료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 시즌 동안 이타적인 플레이와 팀에 대한 헌신으로 모범이 된 선수에게 수여되는 상을 받음으로써 그는 마지막 선수 생활을 영예롭게 마무리했다.
베티에는 사실 팀을 대표하는 슈퍼스타나 MVP 타입의 플레이어는 아니다. 딱히 득점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니고, 리바운드를 월등히 잘 낚아채지도 않으며, 블로킹이나 어시스트를 탁월하게 잘하지도 않는다. 베티에에겐 그러나 신기한 재주가 있다. 그가 코트에 나가기만 하면 같은 팀 동료들의 실적이 좋아지는 반면 상대편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 실제로 특정 선수가 경기를 뛰었을 때와 뛰지 않았을 때 팀 성적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측정하는 ‘플러스/ 마이너스’ 지표에서 베티에의 점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유가 뭘까. 바로 그가 ‘올해의 동료상’ 트로피를 받았다는 사실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베티에는 직접 골을 넣으려고 애쓰는 대신 자신보다 훨씬 득점 확률이 높은 위치에 있는 동료에게 기꺼이 볼을 넘긴다. 그는 또한 무리하게 리바운드를 잡아내려고 하기보다는 상대편 선수를 저지함으로써 자기보다 더 유리한 위치에 있는 동료가 튀어나온 공을 낚아챌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는 자연히 팀 전체의 공격·수비 효율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뿐만 아니라 베티에는 ‘철통 수비수’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만큼 수비에 뛰어나다. 두려움 없이 상대편의 공격을 육탄으로 막아내는 건 물론 공격자 파울을 유도하는 데에도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
베티에가 휴스턴 로키츠 선수로 활약하던 시절 팀의 단장이었던 대릴 모레이는 그를 가리켜 자신의 이익과 상충되고 자신의 공로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일도 마다하지 않음으로써 팀 전체의 성과를 높이는 ‘가장 비정상적으로 이타적인 선수’라고 평했다. 모레이의 말을 빌리자면, 베티에가 코트에 들어서는 순간 선수들은 마치 흩어져 있던 부품들이 유기적으로 짜 맞춰지듯 시너지를 발휘한다. 베티에가 농구팀 전력을 5명 선수들의 ‘단순 합계’가 아닌 ‘5명 플러스 알파’로 상승시키는 마법을 부린다는 설명이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베티에처럼 누가 알아주든 말든 맡은 바 일을 성실히 해내고 궂은일도 도맡아 하며 만일에 벌어질 사고 위험까지 미리 파악해 대비함으로써 큰 탈 없이 원만하게 일이 성사될 수 있도록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투명인간’이 바로 그들이다.
데이비드 츠바이크는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게재한 기고문을 통해 “눈에 띄지 않게 주변인의 업무 능력을 향상시키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고양하는 ‘투명인간’들은 조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금과 같은 존재”라고 강조했다. 보통은 회사에서 제일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가장 막중한 책임을 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대중이 잘 모르는 누군가가 그 무거운 짐의 무게를 상당 부분 떠받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조직에서 이런 투명인간들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선 이전과는 다른 평가 시스템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성과에 대한 평가는 언제나 전체적인 ‘맥락’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룹 성과를 측정할 때 특정 팀원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전력에 어떤 차이가 나는지까지 측정할 수 있는, 고도로 정교화된 시스템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영업부서라면 다양한 팀원들 간 조합을 시도해 가며 팀 단위 실적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관찰해 봄으로써 개별 조직원들의 성과에 대해 좀 더 심도 있는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조직원들의 열정과 투지, 이타심처럼 정성적 측면까지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만 있다면 금상첨화다. 단순히 평가자 입장에서 측정하기 ‘쉬운’ 지표가 아니라 정말로 적절한 평가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 만약 베티에를 플러스/마이너스 지표가 아닌 단순 덧셈으로 쉽게 측정할 수 있는 득점이나 리바운드 개수 같은 지표로만 평가했다면 그는 일찌감치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조직 내 팀워크를 증진하고 조직원 간 끈끈한 신뢰를 불어넣는 건 언제나 생색나는 일만 하려는 이기주의자도, 틈만 나면 자기 PR에 급급한 기회주의자도 아니다. 팀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개인의 이익을 희생해가면서까지 공공의 선을 추구해 나가는 ‘투명인간’들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방실 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
필자는 서울대 영어교육과 및 동 대학원(석사)을 졸업했고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한국경제신문 기자를 거쳐 올리버 와이만에서 글로벌화 및 경쟁전략 수립 등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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