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 통신

실직, 사망 확률 44% 높인다

157호 (2014년 7월 Issue 2)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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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vs. 3.2%

495% vs. 156%

이 지표들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첫 번째는 <포천(Fortune)>지가 선정한일하기 좋은 100대 미국 기업(100 Best Companies to Work For)’과 미국 전체 기업의 24개월 평균 성장률 비교다. 두 번째는 일하기 좋은 기업과 S&P 500 기업들의 지난 16년간 누적 주식수익률 비교다. 이직률을 비교해봐도 일하기 좋은 기업들은 산업 평균의 65% 정도로 낮다.

 

한국에선 GWP(Great Work Place·훌륭한 일터)로 알려진 이 개념은 1984년 로버트 레버링(Robert Levering)과 밀턴 모스코비츠(Milton Moskovitz)가 공동으로 저술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주목받은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The 100 Best Companies to Work For in America)>으로 유명해졌다. 일하기 좋은 기업이란 조직 구성원들이 상사와 경영진을 신뢰하고, 자신의 업무와 조직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며, 강한 동료애가 형성돼 있어 재미있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곳을 말한다. Trust, Pride, Fun으로 요약된다. 미국 GPTW 연구소는 이런 지표들을 바탕으로 매년포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을 선정한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들 수 있을까? 지난 4월 초 재즈의 고향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일하기 좋은 기업콘퍼런스에는 그 비결을 알아보고자 하는 1000여 명의 HR, 조직문화 담당자와 임원들이 전 세계에서 몰려들었다. 조직의 목표 달성과 성과 창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터에서의관계의 질을 높이고 자발적으로 몰입하고 헌신하는 구성원들을 만들기 위한 해법을 찾기 위함이다. 필자 역시 GPTW 한국대표단의 일원으로 10여 명의 일행과 함께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올해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으로 선정된 기업들 중에는 안식휴가(sabbaticals), 재택근무(telecommuting), 압축근무(compressed workweeks) 등 다양한 유연근무제를 채택한 곳이 많았다. 또 직원들의 자기 계발을 돕는 것을 최우선 전략과제로 삼고 있는 곳도 많았다. 우수 인재들이 급여나 근무 환경 등의 이유로 경쟁 기업으로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또 자사의 우수 사례를 공유한 30여 개 기업들의 공통적인 이슈는 몰입도 향상(engagement)이었다.

 

GPTW 연구소의 글로벌 CEO인 차이나 고먼(China Gorman)은 기업문화에 투자하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 2년간 그와 관련된 고용이 5배나 증가했다고 말했다. 또 예전에는 톱다운 방식으로 기업문화 정착과 변화관리를 해왔다면 지금은 중간관리자나 부서 단위로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이 확산되고 있으며 이것이 위-아래, 인접 조직으로 전파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직원 만족도 향상을 위한 다양한 실험들

이를 위해 각 기업들마다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양일간 콘퍼런스에 참석해 내린 결론은 이런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는 1. CEO 및 경영진의 기업문화 리더십(Corporate Culture Leadership) 2. 핵심가치의 내재화(Core Value) 3. 근무의 유연성 확보(Flexibility) 4. 기업과 직원들 간의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5. 성과의 공유(Shared Success)에 달려 있다는 것이었다.

 

경영진이 기업문화에 의지를 갖고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가장 중요한 바탕이 되는 것이 바로 핵심가치다. 공교롭게도 가장 인기 있었던 두 세션이 바로 핵심가치를 주제로 다룬 세션이었다. 온라인 쇼핑의 절대 강자 아마존이우리는 신발 가게가 아니라 그 문화를 인수했다고 말하며 인수한 온라인 신발 쇼핑몰 자포스(Zappos) 10개 핵심가치를 직원들이 내재화하는 데 큰 공을 들이고 있었다. 수납용 가구 전문업체 컨테이너스토어(The Container Store)는 종업원 최우선(Employee-first)의 가치가 담겨 있는 7대 기본원칙(7 Foundation Principles)을 채용 시부터 교육, 평가, 보상 등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담아내고 있었다.

 

이렇게 기업문화에 맞는 우수한 인재를 선발한다고 하더라도 떠날 사람은 다 떠나게 돼 있다. 이들을 잡기 위해 GPTW 기업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세계적인 회계/컨설팅법인인 언스트앤영의 Career & Family Transition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자녀가 있는 직원이 업무 몰입도가 더 높다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그들만을 위한 유연 근무제를 실시 중이었다. 특히 고성과자 중심으로 18개월 동안 업무나 생활에서의 고민이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전문가와의전화 코칭 프로그램또한 인기가 많았다. 이는 고성과자들이 회사에 남고자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기업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복지혜택들도 눈에 띄었다. 넷앱(NetApp)은 직원이 아이를 입양하고자 할 때 관련 비용을 지원해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자포스는소원 성취 프로그램을 만들어 CEO와의 커피 한잔, 미국 시민권 취득 등 직원들이 바라는 소원을 이뤄주기도 한다.

 

미국의 GPTW 기업들은 CSR 활동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도 업무 몰입도도 향상시키는 중요한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회계법인 PwC에서는 업의 본질과 동떨어진 활동을 해왔다는 반성으로 회사의 구성원들이 가장 잘 아는 경제와 금융에 대한 프로보노 교육을 학생들과 자영업자들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넷앱에는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프로그램을 짜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Volunteer Time Off Program’이 있다. 자원봉사 활동을 위해 회사에서 5일간의 유급휴가를 주고 있었으며 3000명에 달하는 임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 밖의 트렌드로는 계층에 따른 상명하달식 의사결정이 아닌 자기 조직적인 팀들이 각자 알아서 의사결정을 하고 회사를 위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조직 형태인 자포스의홀라크라시(Holacracy)’, 중개자 없는 직접 의사소통을 통해 빠른 의사결정을 가능케 하는 W.L.고어의격자형구조(완전 수평형 매트릭스 조직)’ 등이 눈에 띄었다. 이렇게 GPTW 기업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조직구조를 개편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일하기 좋은 직장이 심리적, 육체적 건강을 증진시킨다

인사조직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교수의 키노트 프레젠테이션은 이보다 더 발전된 시각을 보여줘 참가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그는일터, 건강, 그리고 사회적 지속가능성(Workplaces, Human Health and Social Sustainability)’이란 제목의 강연에서좋은 일터의 사회적 기능을 강조했다. 그는 훌륭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현대인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 증진과 수명의 연장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는 직장에서의 웰빙이 사회적 지속가능성 이슈와도 맞물려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 미국의 건강, 의료, 복지 관련 논쟁들은 이른바오바마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개혁안에 집중돼 있었다. 사회적 계급에 따른 의료 복지, 혹은 다이어트, 운동, 흡연, 음주, 라이프 스타일 같은 개인의 기호, 의료 서비스 공급 조직의 효율성 등이 핵심 주제다. 반면 직장에서의 근무 환경이나 경영관리 기법이 미국 시민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잘 다뤄지지 않았다. 페퍼 교수는 기업 제도와 개인 건강과의 인과관계를 강조했다. 기업이 탄소배출이나 환경성과를 측정하듯이 종업원의 건강 역시 항상 측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으로 유명한 마이클 마못(Sir Michael Marmot)의 말을 인용했다. “사람들이 건강 문제로 고통을 겪는다면 이는 사회 제도를 변경해야 할 때라는 표시입니다. 사람들의 문제와 사회 정의가 가장 중요합니다(If the health of a population suffers, it is an indication that the set of social arrangements needs to change. People matter and social justice is paramount.).”

 

페퍼 교수는 우선 좋지 않은 근무환경이 사망과 비용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고자 과거 연구들을 메타분석했다. 그는 개인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 환경 요소로 7가지를 꼽았다. ( 1)

 

메타분석 결과, 실직은 사망할 확률을 44% 높이고 초과 근무나 과로는 25%, 무보험과 낮은 직무통제는 각각 20%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추산해보면 미국에서 125000명에 달하는 근로자들이 기업에서 받는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사망 위험에 노출돼 있고 이를 위해 매년 1300억 달러를 추가로 지출하고 있다고 그는 추산했다. 근무 환경이 좋은 유럽 국가들은 평균적으로 의료비를 미국보다 22.4%나 더 적게 지출했다. 프랑스나 덴마크 같은 선진 국가들과 비교하면 그 격차는 더 벌어졌다. 이는 미국 기업들이 근로자들의 육체적·정신적 건강과 복지를 챙기는 데 얼마나 취약한지 알 수 있게 했다.

 

 

페퍼 교수는 해고가 잦은 직장은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증가시킬 뿐 높은 수익이나 생산성 증대, 주가 상승과 혁신을 유도하지는 못한다고 주장했다. 또 조직원이 직장과 가정 사이에서 겪는 갈등을 줄이면 여성과 젊은 세대에게 매력적인 직장으로 어필해 우수 인재 유지에 도움이 된다. 조직원 간의 소셜 이벤트 등을 통해 형성되는 끈끈한 팀워크는 생산성과 상호 학습을 증가시키고 이직을 줄일 수 있다. 그는 근무 환경은 물리적인 변화보다 심리적 관계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직원 간 갈등을 줄이고 고용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며 경제적 안정을 보장하는 일터, 또 업무에 대한 자율성이 보장되고 구성원들이 협력하고 어려울 때 서로 도와주는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공동체 의식을 갖게 해주는 일터가 진정으로 훌륭한 일터라는 것이다. 이런 곳에서 이직률이 낮고 높은 생산성이 지속가능한 경영이 이뤄질 수 있다. 조직원들의 육체적, 심리적 건강이 보장돼야 기업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양일간 열린 콘퍼런스에서 미국 GPTW 선정 기업들의 우수 사례들이 경쟁적으로 발표됐고 이를 회사에 돌아가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참가자들의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필자는 기업들이 자신의 인재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갖고 가정 생활에 대한 걱정 없이 마음 편히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다. 일하기 좋은 기업을 만드는 일에는 목적지가 없다. 그런 기업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여정 그 자체가 중요할 것이다.

 

전진휘 서울대 SNU MBA Class of 2014 parole7749@gmail.com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MBA 과정에 재학 중이다. 신세계에서 HR 업무를 담당하며 인사 및 노사관리 전반을 경험했다. 2013년에 ESSEC에서 교환학기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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