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국가 개조’ 차원의 공공조직 혁신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과연 이 개혁이 성공할까요. 안타깝지만 저는 부정적입니다. 이런 추론을 할 수 있는 몇 가지 근거가 있습니다. 우선 대단히 어려운 과제입니다. 일본이 민관 유착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제도를 바꾸며 지난 50년간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했다는 점만 보더라도 이 과제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습니다.
조직 변화의 출발점은 제도나 프로세스 개선이 아니라 위기의식입니다. 위기의식이 없으면 어떤 변화도 정착되지 않습니다. 공공조직은 구조적으로 위기의식을 불어넣기 힘듭니다. 정권은 5년마다 바뀌고 장관은 그보다 더 빨리 바뀌는 체제하에서 모든 개혁 이니셔티브는 한때 지나가는 ‘소나기’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높은 과제 난도(難度)에 비해 정부가 내놓은 개혁안의 줄거리는 고민의 깊이가 너무 얕아 실패 확률이 높다는 생각에 확신을 더해줍니다. 예를 들어 문제가 된 몇몇 부처를 없앤다는 계획은 겉으로 보기에 충격적일지 모르지만 새 정권 출범 때마다 이합집산을 겪었던 공직 사회에 어떤 울림도 줄 수 없습니다. 공직자 재취업 대상 기관을 확대하는 등 규제를 강화해봐야 규제를 교묘히 피해가는 유착 관행만 낳을 것입니다. 민간 채용을 확대한다는 대목에서는 “언제나 나쁜 조직이 좋은 사람을 이긴다”는 품질 경영의 대가 에드워즈 데밍의 통찰이 떠오릅니다. 기존 조직 구조와 문화가 지속되는 한 제아무리 민간에서 탁월한 성과를 냈던 사람도 적응하지 못하거나 기존 문화에 순응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개혁은 불가능할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민간 부문에서 조직 혁신에 성공한 사례들을 분석해보면 희망의 끈을 잡을 수 있습니다. 조직 변화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에 대한 넓은 시야입니다. 조직은 인센티브 구조나 인사 제도 등 눈에 보이는 몇몇 요소들을 바꾼다고 변하지 않습니다. 조직의 관성(inertia)은 위력이 엄청나 몇 가지 변화로는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또 러시아 군대가 위생상태 개선을 위해 벼룩을 잡은 군인에게 상을 주자 벼룩을 아예 사육하는 일까지 생겼다는 사례가 보여주듯 단순한 인과관계에 근거한 인센티브 설계는 큰 부작용을 가져옵니다.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려면 조직의 구성 요소 전체를 살펴보며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에 제시된 미국 듀크대 리처드 버튼 교수의 조직설계 방법론은 이런 관점에서 매우 유용한 통찰을 줍니다. 조직을 바꾸려면 목표, 전략, 구조, 환경, 조정/통제, 리더십, 구성, 분산, 인센티브, 과업, 사람, 정보시스템, 풍토 등 13가지 요소를 시야에 놓고 대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특히 정부 개혁처럼 시스템 전체를 바꾸고 싶다면 이런 요소들 간 적합성(fit)이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창의적 정책을 개발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동시에 사소한 실패도 용납하지 않는 감사 체제를 갖고 있다면 누구도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것입니다. 잦은 보직 이동과 전문성 저하 등으로 공공 부문 조직원들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민간에 재취업하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막강한 규제 권한과 예산을 계속 통제하면 민간 부문과의 유착은 단절될 수 없습니다.
조직 변화에 성공하려면 변화의 강도와 폭, 속도도 매우 커야 합니다. 한꺼번에 많은 요소들이 강도 높게 바뀌지 않으면 변화는 조직의 관성에 굴복하고 맙니다. 조직 변화에 성공한 한 기업의 직원은 “1∼2년 사이에 바뀐 관행을 세어본 적이 있는데 200개를 훌쩍 뛰어넘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조직 변화에 성공한 회사는 예외 없이 복장이나 회의 관행, 사무실 구조 등 사소한 부분까지 변화를 모색했습니다. 강한 의지와 현명한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리더십도 조직 변화의 필수 요소입니다.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의 주요 내용은 순수하게 민간 기업에서 조직의 현재 상황과 실태를 진단하고 효과적으로 구조나 문화를 바꿀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기획된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료제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런 지혜가 공공조직에도 이식돼 엄청난 규모의 예산이 효과적으로 배분되고 국민의 삶의 질이 개선되는 데 활용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 민간 부문에서도 조직 진단과 개선을 위한 노력에 이번 스페셜 리포트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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