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이코노미 시장이 온다

154호 (2014년 6월 Issue 1)

‘발 뻗을 공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비행기를 타 본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가져봤을 법한 생각이다. 이러한 소비자의 숨은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에어프랑스, 루프트한자, 싱가폴항공 등 세계 유수 항공사들이 최근프리미엄 이코노미(Premium Economy)’ 클래스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일반석(Economy)보다 약 40% 넓은 공간을 제공하고 차별화된 간식과 식사를 서비스한다. 거의 비즈니스 클래스 수준의 혜택에 가격은 비즈니스 좌석의 60∼70% 수준이라는 것이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의 매력이다. 이 클래스 서비스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세계 유수의 항공사에서 빠르게 도입 및 확대하고 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항공기 내 단위 면적당 수익성이 이코노미 좌석이나 비즈니스 좌석보다 더 높기 때문에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은 채울수록, 더 확대할수록 이익이다.

 

소비자의 프리미엄 니즈를 합리적인 가격에 충족시키는 프리미엄 이코노미형 제품은 단지 항공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이미 다양한 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걸쳐 거대한 트렌드로 번져가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 저성장 및 장기 불황이 고착화되면서 미국, EU 등 선진 시장 중심으로 소비자들은 프리미엄 제품 및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대에서 찾는 소비행태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 프리미엄 아웃렛 매장에는 한 브랜드에 일반 매장과 이월상품 매장을 각각 구분해 운영하는 경우를 찾아볼 수 있는데 이월상품 매장에서는 시즌이 지난 명품 의류를 50% 이상 낮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또 기존 프리미엄 이미지는 유지하되 제공하는 서비스와 기능을 단순화해 가격을 인하하는 사례도 있다. 셰러턴, 힐튼, 매리엇호텔 등 세계적인 프리미엄 호텔 사례도 살펴볼 만하다. 이 호텔들은 각각 포포인츠 셰러턴(Four Points by Sheraton), 힐튼 가든인(Hilton Garden Inn), 코트야드 매리엇(Courtyard by Marriot) 등 스핀오프 브랜드를 통해 기존 럭셔리 호텔 이미지는 견지하면서 객실 및 일부 부대시설과 서비스 수준을 낮추는 방식으로 럭셔리 호텔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대에서 프리미엄 경험을 추구하는 비즈니스맨과 가족 여행자를 타깃으로 하는 전략이다.

 

‘프리미엄 이코노미 시장은 프리미엄 제품과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상반된 속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모순적 현상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불황이라는 조건과 소비자들의프리미엄에 대한 욕구가 맞물리면서 탄생한 덕분에 기업에는 분명 새로운 기회의 영역이 될 수 있다.

 

유통시장은 소비자의 구매력, 다양한 유통포맷의 진화수준 등에 따라 크게 4단계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선진국가들은 대부분 4단계에 해당된다. ‘프리미엄 이코노미현상은 주로 선진 유통시장에서 나타나는 특성 중 하나로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조짐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유통시장의 3단계로 평가되는 우리나라는 현재 유통시장 4단계, 즉 선진시장으로의 진입이 임박해 있는 변곡점에 있으며프리미엄 이코노미현상의 확산 속도에 따라 선진 유통시장의 진입시기는 더욱 앞당겨질 수 있다. 최근 패션 업계 등에서 단순 과시용 명품 소비의 시대가 끝나고 자신만의 개성을 표출할 수 있는신흥 디자이너 브랜드구매 증가로 인해 프리미엄 편집숍이 급증하고 있는 것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이탈리아 명품 침구류가 홈쇼핑에서완판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 미래 유통시장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우리나라 유통시장의 구조적 변화로 인해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국내 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유통시장이 언제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답을 내놓기 어렵다. 다만, 저성장 국면의 기로에 접어든 시점에서 명품소비는 감소하지 않는 가운데 프리미엄 제품에 대해서도 합리적 소비성향을 보이는프리미엄 이코노미현상이 확산될 것임은 분명하다. 이러한 숨은 수요와 시장을 어떻게 잘 이해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

 

 

심태호AT커니 대표

심태호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현재 AT커니 서울오피스 대표로 재직 중이다.주로 소비재 및 유통산업, 호텔 및 헬스케어 산업 등을 중심으로 비전 및 사업전략, 마케팅/영업/조직혁신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저서로는 <글로벌 리테일 인사이트>, 편역서로는 <마케팅ROI> <시스템의 힘> <고객처럼 생각하라> <이노베이션 매뉴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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