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제작진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번 DBR 153호에는 원래 조직 설계에 대한 스페셜 리포트를 내보내기로 결정했고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몇 달 전부터 준비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153호 제작을 앞두고 세월호 참사 소식을 들었습니다.
실망스러움을 넘어 분노를 유발한 선장 및 승무원들의 행태, 경영의 기본 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비윤리적인 회사 오너와 경영자들, 위기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리지 못한 무능한 공공조직의 리더들…. 미디어를 통해 공개된 사고의 원인 및 수습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은 무력감과 참담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DBR이 조금이라도 발전과 진보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까 고민했고 위기관리와 관련한 스페셜 리포트를 긴급히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수차례 위기관리 관련 스페셜 리포트(6호, 78호, 116호)를 내보냈지만 이번 참사가 우리의 비참한 수준을 그대로 드러낸 만큼 관련 주제를 다시 다루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우선 선진 안전관리 문화를 가진 조직의 사례가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DBR은 최고의 안전 기업이란 명성을 얻은 듀폰이 적절한 대상이라고 보고 이 회사의 구체적인 프랙티스를 분석했습니다(p. 26). 그리고 취재 과정에서 화재에 대비해 플라스틱 대신 철로 된 휴지통을 비치하고, 철저한 안전 기준을 갖춘 사내 운전면허증을 따로 발급받지 않으면 회사 내에서 운전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안전에 대한 차원이 다른 접근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안전 불감증에 걸린 수많은 한국 조직의 상황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위기관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문제도 집중 분석했습니다(p.32). 이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새떼와 충돌해 엔진이 고장 나는 치명적 위기가 발생했음에도 인근 허드슨강에 안전하게 비행기를 착륙시킨 ‘기적’에 가까운 일이 사실 ‘기적’이 아니라 치밀한 훈련과 준비의 소산이다는 분석을 새겨들어야 합니다. US에어웨이가 100쪽에 달했던 사고 매뉴얼을 15쪽으로 간소화해 심리적 압박이 큰 긴급 상황에서 유용한 지침서가 되도록 했고, 평상시 기장에 대한 충분한 훈련과 경험이 없었다면 기적은 불가능했다는 게 필자들의 분석입니다. 위기 발생 이전의 노력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한국의 공공기관 리더들은 소셜미디어를 적대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이 일어났을 때 보스턴 경찰당국은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효과적으로 정보를 제공했고 범죄자를 찾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참여와 협조도 얻어냈습니다. 오보 등으로 인한 혼란에 현명하게 대처했습니다. 물론 너무나 많은, 그리고 불필요한 제보가 이어지는 부작용도 있었지만 첨단기술을 활용해 이를 극복한다면 소셜미디어가 위기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주목할 만합니다(p.40).
정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국가 개조’ 수준의 변화를 모색하겠다고 했지만 많은 분들은 이에 회의적입니다. 이런 변화가 왜 쉽지 않은 일인지, 국가 개조라는 과제를 추진하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경영전략 전문가의 기고(p.59)는 일독할 가치가 있습니다.
또 시대정신과 한국인의 사유 체계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해온 철학자가 제시한 통찰(p.66), 트라우마 극복 방안(p.49), 위기관리를 위한 10가지 지침(p.54) 등도 많은 한국 조직들에서 참고했으면 합니다. 세월호 침몰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다시는 이런 대형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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