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를 위한 시(詩)적 상상력
편집자주
시(詩)는 기업 경영과 별로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는 뻔히 보여도 보지 못하는, 혹은 사람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을 알려주는 지혜와 통찰의 보고(寶庫)입니다. 현대 경영자에게 무한한 창조적 영감을 주는 시적 상상력의 원천을 소개합니다.
장면 1
모 유명 강사가 대학교 대강당에서 빽빽이 들어찬 관중을 상대로 강의를 하고 있다. 그의 강의 주제는 ‘창의력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다. 강사는 창의력의 핵심 키워드는 ‘몰입’이라고 주장한다. 모든 사물을 몰입해서 바라보면 나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찾을 수 있고 그것이 창의력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장면 2
한 화장품 회사. 사장은 어느 날부터 직원 모두에게 악기 한 가지씩 배우라며 특별 시간을 할애했다. 직원들은 기타부터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를 들고 연습을 하다가 오케스트라를 구성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사장이 이런 조치를 취한 이유는 직원 간의 화합도 화합이지만 꽉 막힌 직원들의 감성을 열기 위해서다.
장면 3
김 사장은 20여 명의 직원이 있는 IT 관련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최근 어느 미술평론가의 강연을 듣고 직원들과 함께 틈만 나면 인사동에 있는 갤러리에 들리곤 한다. 직원들의 감성이 좋아지고 새로운 분위기를 접하면서 직원들의 작업성과도 나아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 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인문학과 예술 분야의 강의를 듣는 기업인이 많아지고 직원에게도 각종 인문학 관련 강연은 물론이고 악기나 그림 등을 직접 경험하게 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런 모습은 창조 경제 시대에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창조는 인문학과 예술이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모두가 아는 얘기이지만 창조는 그냥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다. 창조를 할 수 있는 바탕이 있어야 한다. 그 바탕이 인문학과 예술이다. 그러니 기술만 최고로 여기고 앞뒤 보지 않고 외국의 것을 따라 하던 때에 비하면 우리 사회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은 분명하다.
인문학 아닌 인문학적 상상이 필요
그런데 아주 심각한 문제가 있다. 지금처럼 인문학과 예술 분야를 공부하고 체험해도 우리의 미래가 창조의 시대로 다가가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창조는 인문학과 예술적 지식만으로는 안 된다. 지식을 지혜로 바꾸는 통로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사람들 뇌에 창조나 창의적 발상이 들어서게 된다.
과거 우리가 인문학을 무시한 것은 지식만 공부했을 뿐 그 지식이 지혜로 넘어가는 통로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통로가 바로 인문학이나 예술을 공부하고 경험하는 목적이 돼야 한다.
그러나 모처럼 인문학 붐이 조성된 작금의 상황에서 인문학을 대하는 태도와 목적이 과거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음을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지식 공부만 하고 있을 뿐 그 지식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가 ‘인문학 해 봐야 별거 없다’는 인식이 다시금 재생될까 은근히 걱정이다.
이런 걱정을 덜기 위해서는 인문학을 공부하고 예술을 체험해야 하는 목적을 알아야 한다고 다시금 강조할 수밖에 없다. 그 목적은 당연히 지식을 지혜로 바꾸는 통로다. 그 통로는 무엇일까? 그 통로를 우리는 상상이라고 이름한다. 상상이 도대체 뭔가?
500년 전 황진이가 쓴 시조다. 이 시조를 보면 황진이는 밤을 떼었다 붙였다 한다. 또 밤을 이불 속에 넣어 보관했다가 꺼내기도 한다. 아무리 겨울밤이 길어도 밤을 베어낼 수는 없다. 하지만 시인은 무 허리를 베듯 밤이라는 시간을 툭 잘라낸다. 자르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다시 사랑하는 님이 오는 봄날 밤에다 붙인다.
우리가 아는 원래의 시간 개념에 사물을 잘라내는 개념을 붙여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개념을 연결하고, 그로 인해 어떤 결과가 만들어질 수 있는지까지 보여준다. 이게 시적 상상이다.
겨울밤이 길고 봄밤이 짧다는 것은 지식이다. 그 지식을 다른 개념과 연결하고 융합하는 것이 상상이다. 그리고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낸다. 다른 개념을 연결, 융합하고 새로운 개념을 창출하는 것이 바로 지혜다. 그러니까 지혜로운 사람은 하나에 다른 것을 붙여 또 다른 하나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람이다. 상상이 가능한 사람이다.
이렇게 ‘지식→상상→지혜’의 과정을 거치면서 인문학 공부의 목적은 완성된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맨 앞의 지식만 공부하면서 인문학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상상 공부 없는 인문학 공부는 지혜로 나아갈 수 없다.
‘지식→상상→지혜’의 관계를 좀 더 보자. 지식은 채우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혜는? 비우는 것이다. 그런데 비우는 것은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 생각해보라. 지식을 채우는 것은 가능하다. 공부를 하면 된다. 그저 외우기만 해도 지식은 채워진다.
반면 비우는 것은 어렵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어떻게 버린단 말인가. 예를 들어 ‘1+1=2’다. 지식이다. 이 지식을 비우려면 1 더하기 1이 2라는 사실을 잊어버려야 한다. 그래야 비워진다. 그런데 이게 지워지는가? 지워지지 않으니 비워지지 않는다.
상상의 본질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상상이다. 상상은 고정화된 지식을 용납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식은 움직이지 않고 고정화해 있다. ‘1+1=2’를 ‘0’이나 ‘3’이라고 하면 틀린다. 융통성도 없다. 이 고정화한 지식에 다른 생각을 넣어 고정화를 무력화하면 그게 바로 지식을 버리고 비우는 일이다. 우리는 이것을 지혜라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는 지식에서 지혜로 넘어갈 수 있는 통로인 상상을 공부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각각의 지식 공부는 했어도 그것을 융합하고 접목해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방법은 공부한 적이 없다. 이제라도 새로움을 만드는 지혜의 공부, 상상 공부를 해야 한다. 과연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바로 ‘시(詩)’에 답이 있다.
시 창작의 8할 이상은 상상으로 이뤄진다. 즉 이것에다 저것을 엮고, 잇고, 붙여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 시적 이미지 창출 과정을 잘 들여다보면 거기에 상상의 경로가 보이고, 그 상상의 경로를 따라 하면 그것이 곧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방법이며,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는 창조 아이디어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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