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DBR은 독자 여러분들의 의견과 반응을 체계적으로 수렴해 콘텐츠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열독자를 중심으로 ‘독자패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Indepth Communication’은 독자패널들로부터 DBR 최근 호 리뷰를 들어본 후 추가로 궁금한 점에 대해 해당 필자의 피드백을 받아 게재하는 코너입니다.
박동국 DBR 3기 독자패널(나루아토)
DBR 132호에 게재된 ‘위대한 리더십의 완성 물러나기에 달렸다’ 기고문을 잘 읽었다. 일반적으로 CEO의 경우 물러나는 시기와 물러나는 것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창업주의 경우에는 CEO가 물러나는 것과 차원이 다를 것 같다. 대부분의 창업주는 삶과 일(회사)을 동일 선상에 놓고 사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회사 경영에서 손을 떼는 순간 자신의 삶도 끝난다고 생각을 하는 듯하다. 창업주는 어떻게 물러나야 하며, 물러난 뒤에 어느 정도 업무 참여를 할 것 같은데, 이런 부분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정동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미국 기업의 CEO들이 물러날 시기를 결정하는 것과 한국의 CEO, 특히 창업주가 물러날 결정을 하는 건 근본적으로 다른 과정이라 생각한다. 필자가 이제까지 만나 본 우리나라 창업주들 가운데에는 통찰력과 결단력이 매우 뛰어나고 의지도 강할 뿐 아니라 부지런한 성격까지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 창업해서 성공하기가 다른 나라보다 훨씬 어려운 한국에서 좋은 결과를 이룰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창업자라 해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판단력이 흐려지고 자신의 경험을 과도하게 의지하게 된다. 무엇보다 편향된 시각으로 잘못된 결정을 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혹은 정반대로 본인이 신뢰하는 몇 명의 부하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상도 종종 나타난다. 하지만 창업자로서 절대권력을 가지고 있다 보니 주위에서 ‘은퇴’나 ‘승계’ 등의 단어를 꺼내기가 쉽지 않다.
아름다운 퇴장은 주위 사람들의 압력이나 강력한 바람이 느껴질 때까지 버티는 게 아니라 스스로 물러날 때를 결정하는 것이다. 물론 물러날 때를 결정한다는 게 쉽지는 않다. 일선에서 물러나 제2의 인생을 결정하기 위해 도움이 되는 질문들을 준비해 보았다.
1) 회사를 운영하면서 필요한 의사결정을 적당한 타이밍에 내리는 것이 점점 힘들어 지는가? 2) 회사 업무보다는 다른 일(예: 여가 활동, 사회 공헌 활동)에 점점 더 열정이 생기는가? 3) 종종 체력이나 정신적으로 한계가 느껴지고 지쳤다는 생각이 드는가? 4) 보고받았던 사항들을 자주 잊어버리고 있지는 않나? 5) 회사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잘 모르겠다는 느낌이나 자신이 좀 소외받는 느낌이 드는가? 6) 한두 명의 부하들에게 회사운영을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가? 7) 다른 사람(혹은 회사 직원)의 조언을 점점 멀리하고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있지는 않나? 8) 자신의 성공에서 운이나 우연의 역할을 부정하고 오로지 자신의 역량과 노력만으로 성공했다고 점점 확신하고 있지는 않나?
이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졌을 때 과반수 이상에서 “그렇다”라는 답이 나온다면 명확한 은퇴 시점을 정해 승계작업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창업자가 좋지 않은 모습으로 쓸쓸히 은퇴하는 가장 큰 이유는 회사가 자신의 소유물이고, 따라서 본인 이외의 사람들이 이를 운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조직이 성장하면 독립된 생명체가 된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승계 작업은 적어도 3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체계적이고 여유 있게 진행돼야 한다. 그 과정에 사심 없이 객관적인 시각에서 전체 과정에 대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전문가가 있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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