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전문가 존J. 메디나 인터뷰

생산성의 비밀, 신경과학에 있다

10호 (2008년 6월 Issue 1)

신경과학(Neuroscience)을 통해 기업의 관리자들은 업무의 생산성을 향상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지식경제시대에 접어들면서 지적 자산이 경영활동에 끼치는 영향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관리자가 지적 자산의 원천인 뇌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다. 최근 언론에서도 신경과학에 대해 많이 다루고 있다.
 
그러나 두뇌 과학의 발전이 가져올 혜택에 대해서는 과장과 억측이 난무한다. 인간의 두뇌가 심신을 ‘경영하는’ 방식을 모방해 기업 경영에서 더 나은 방식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대표적인 예다.
 
발생분자생물학자인 존 J. 메디나(John J. Medina) 박사는 신경과학이 경영 관리자들에게 주는 혜택에 대해 신빙성 있는 얘기를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전문가다. 그는 두뇌 발달과 정신병 관련 유전자의 분리 및 특성화 연구에 주력하고 있으며, 연구개발 컨설턴트로서 생명공학과 제약업계에서 정신건강사업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주로 수행하고 있다. 또 워싱턴 대학 생명공학부의 겸임 교수이고, 시애틀 퍼시픽 대학의 응용 학습연구를 위한 두뇌 연구 센터(Brain Center for Applied Learning Research)의 센터장이기도 하다. 메디나 박사는 ‘두뇌 법칙: 직장, 가정, 그리고 학교에서 살아남고 번성하는 12가지 법칙(Brain Rules: 12 Principl-es for Surviving and Thriving at Work, Home and School, Pear Press, 2008)’을 비롯한 많은 책을 저술했다.
 
HBR의 수석 편집자인 다이앤 쿠투(Diane Cou- to)는 최근 메디나 박사를 만나서 신경과학이 실제 경영과 어떻게 연관되는지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특히 스트레스의 신경과학적 해석과 운동 및 인지능력의 연관관계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기업 관리자들은 특히 스트레스의 신경과학적인 해석을 통해 정신노동자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 경쟁적 이점을 확보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최근에 신경과학에 대한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왜 지금 이렇게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두뇌는 우리가 아는 것 중 가장 매혹적이고 복잡한 정보처리 기관이며, 최근 뇌의 작동 메커니즘이 명확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뇌에는 은하수에 있는 별만큼이나 많은 뉴런(neuron)이 있습니다. 놀랍고 때로는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어떤 사람의 두뇌에는 제니퍼 애니스톤(Jenni- fer Anistone)이나 할리 베리(Halle Berry)의 사진에만 반응하는 영역이 있습니다. 또 다른 사람의 뇌에는 빌 클린턴(Bill Clinton)의 이미지를 보여주었을 때만 활발해지는 영역이 있습니다. 이 내용은 이미 실험을 통해 입증된 것입니다. 인간의 두뇌는 외부 경험에 매우 민감해서 문화적인 경험에 노출됨에 따라 문자 그대로 재구성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니퍼 애니스톤 외에 어떤 자극이 우리의 두뇌를 다시 구성할 수 있을까? 보잉(Boeing)사에만 반응하는 뇌 영역이 있을까?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의 경우는 어떨까?
 
두뇌의 작동 방식에 대해 연구하는 것은 매우 흥미롭고 여러 가지 놀라운 학문적 업적이 있지만 주의해야 할 것도 있습니다. 지금도 과학자들은 우리가 아는 신경과학적 지식이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해 극히 일부분만을 알고 있습니다. 물컵을 집어 들고 물을 마실 때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 수 있다면 이는 대단한 진전입니다. 따라서 이 분야와 관련 없는 사람들이 아는 것이 거의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나는 경영 관리자들이 언론을 통해 접하는 신경과학 정보에 대해 냉철하게 판단하기를 바랍니다. 때때로 새로운 두뇌 과학이 경영성과를 높여줄 수 있다고 보도하는 기사를 보면 나 자신조차 ‘정말이야?’하고 놀라곤 합니다. 나는 두뇌과학의 몇 가지 분야에 정통하고 행동, 세포 및 분자 생물학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뇌과학이 경영활동에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모릅니다. 확실한 것은 우리는 모두 두뇌를 갖고 있으며 모두가 이를 경영활동에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신경과학의 혁신적인 발견이 기업 경영자가 조직을 운영하는 데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를 논의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 그렇다면 경영자들이 단순한 호기심 외에, 신경과학에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발견한 몇 가지 내용은 대단히 실용적인 가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가 두뇌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 생각해봅시다. 스트레스는 두뇌에 손상을 줍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일터에서의 생산성을 떨어뜨립니다. 우리의 두뇌는 정글과 초원에서 살아남도록 구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짧은 시간에 발생하는 스트레스만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얘기죠.
 
진화의 역사에서 스트레스 받는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호랑이 한 마리가 당신을 잡아먹으려 하거나 당신이 도망가도록 위협합니다. 이 경우에 스트레스는 1분 이내의 짧은 시간에만 작용합니다. 사람들은 이런 경험을 하루에 몇 번씩 할 수 있고, 이를 잘 극복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스트레스는 근육을 움직이는 데 이로운 작용을 합니다.
 
그러나 수십만 년 동안 우리는 고작 30초나 60초 동안의 스트레스만을 다루도록 훈련되어 왔습니다. 요즘에 우리가 겪는, 과도한 업무와 울어대는 아이들, 힘든 결혼생활, 금전 문제 등을 통해 나타나는 스트레스는 과거에 사자와 대치하던 그 짧은 순간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몇 시간, 며칠 심지어는 몇 달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 몸은 이런 상황에 맞게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만약 당신의 집 앞을 몇 년 동안 호랑이가 지키고 있다면,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에 수면 주기, 특정 면역 체계 등 모든 종류의 내부 메커니즘이 무너질 것입니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겪는 것은 큰 비행기를 타고 물로 뛰어드는 것과 같습니다. 비행기가 물에서 작동하도록 만들어진 것이 아니듯이 인간의 두뇌는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적응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 스트레스가 유발하는 신체적인 손상 중에 우리의 일과 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스트레스는 우리 몸이 글루코코티코이드(glu-cocorticoids)라는 발음하기도 힘든, 고약한 호르몬을 분비하게 만듭니다. 이 호르몬은 정신적 외상과 긴장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어떤 종류의 스트레스는 이런 호르몬이 보통의 경우보다 오랫동안 남아있게 합니다. 이런 경우 신체와 두뇌에 심각한 손상이 옵니다. 중요한 기억을 담당하는 두뇌 세포 간의 연결이 끊어지는 거죠. 두뇌는 새로운 뉴런을 만들어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뇌의 해마(hippocampus,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뇌의 기관)에 있는 세포를 특히 좋아합니다. 해마는 인간의 학습능력과 여러 면에서 연관되어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은 문제를 일으킵니다. 그 결과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은 연산능력이 저하되고, 언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지 못해 단기 및 장기 기억력이 떨어집니다. 그런데 이런 기능들은 훌륭한 경영활동을 위해 모든 개인에게 필요한 기술이지요. 어떤 연구는 만성적으로 높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성인은 낮은 스트레스 수준에 있는 사람보다 특정 사물에 대한 인지능력이 50%나 떨어진다는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한 연구는 이런 생산성 감소로 초래되는 비용이 매우 보수적으로 잡아도 연간 20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하기도 했습니다.”
 
- 유전적으로 스트레스에 강한 사람이 있습니까?
 
몇몇 사람들은 엄청난 양의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는 두뇌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신의학 학회지에 보고된 아주 예외적인 케이스가 있습니다. ‘질(Jill)’이라는 이름으로만 보고된 여성의 사례입니다. 이 여성은 아버지로부터 끔찍한 학대를 당했으며, 나중에는 자신의 눈앞에서 아버지가 목숨을 끊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그런 상황을 지켜보았으나 질은 매력 있고, 조용하며 인기 있는 학생으로 자라났습니다. 그녀는 재능 있는 가수이자 우등생이었고 고등학교 때는 반장을 맡기도 했죠. 모든 면에서 그녀는 감성적으로 잘 조절되어 있고 어린 시절의 끔찍한 기억으로부터 상처입지 않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분자유전학은 아직까지 왜 어떤 사람들은 질처럼 스트레스 내성이 강한지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두뇌과학은 왜 많은 사람들이 강한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는지를 유전 인자 수준에서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5-HTT’라고 불리는 유전자가 있습니다. 이 유전자는 기분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만약 이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스트레스가 많은 환경에서 의기소침해질 가능성이 더 많습니다. 미래에는 간단한 혈액검사만으로도 ‘5-HTT’ 같은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지를 확인해서 스트레스에 민감한 사람과 강한 사람을 구별해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질의 경우는 일반적인 사례가 아니라는 것을 밝혀두고 싶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경험에서 상처를 받습니다.”

 
- 기억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죠. 기억은 얼마나 믿을 만한 겁니까?
 
연구자들은 두뇌 연구를 통해 기억에 대해 꽤 확실한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 기록된 기억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 이유는 두뇌는 실체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두뇌는 생존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두뇌는 생존 모드를 유지하기 위해 실체에 대한 인식을 바꿉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아직도 두뇌가 기록장치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인가를 배우는 것은 ‘기록’ 버튼을 누르는 것과 같고, 기억하는 것은 단순히 ‘재생’ 버튼을 누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죠. 현실에서 두뇌를 그렇게 비유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입니다. 학습을 하는 실제적인 순간, 즉 두뇌에 기억이 고정되는 순간에 일어나는 일은 너무나 복잡해서, 우리는 그 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아직 잘 모르고 있습니다.
 
장기 기억은 더욱 복잡합니다. 기억이 시멘트와 같이 고정된 형태를 갖추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기억이 굳어지는 동안에도 인간의 기억은 쉽게 변형될 수 있습니다. 이전 기억의 자취가 흔적을 남기기도 합니다. 우리가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실체(reality)’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기껏해야 유사한 추측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 믿을 수 있는 장기 기억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일관성 있게 계속 반복해 암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정교화된 재연(Elaborative Rehearsal)’이라고 하는데 기억력을 높이는 데 가장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반복법입니다. 우리는 또한 무언가를 처음 기억했을 때의 상황을 재연하면 기억력이 높아진다는 사실도 알아냈습니다. 만약 당신이 슬플 때 어떤 것을 배웠다면 어떻게든 슬픈 감정을 만들어내면 그때 배운 것을 더 잘 기억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이 모든 것이 경영관리자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말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이 물건을 사게 하려면 몇 번이나 메시지를 반복해야 하는지, 사람들이 6개월이나 1년이 지난 후에도 제품의 이름이나 특징을 기억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말입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아직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모르고 있습니다. 내가 여기서 얘기할 수 있는 것은 기억은 학습시점에서 고착되는 것이 아니며 반복은 기억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 유아기와 아동기의 경험이 우리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정신의학자나 심리학자들의 말이 사실입니까?
 
유아기와 아동기의 경험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매일매일 두뇌가 어느 정도 발달하는지, 평생 동안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해 연구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바로 지금, 우리가 서로 대화하는 이 순간에도 우리의 두뇌는 변화하고 있습니다. 두뇌는 근육과 같습니다. 더 많이 움직이고 더 많이 경험하면 더 복잡하고 큰 두뇌가 됩니다.
 
에릭 캔델(Eric Kandel)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학습하면 뇌의 신경세포에 변화가 생긴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노벨상을 수상했습니다. 갯달팽이 같은 단순한 생물체에서부터 사람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우에 같은 결과가 나타납니다. 모든 생물체가 무언가를 배울 때 뉴런 구조에 물리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는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우리는 여태까지 우리가 평생 가져야 할 뉴런은 태어날 때 정해진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일정 연령이 지나면 이를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어느 연령대에서든 사람들이 학습할 때, 두뇌 속에서는 뉴런이 물리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 이제는 꽤 명확해졌습니다. 두뇌는 우리가 죽을 때까지 변할 수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평생 학습할 수 있습니다. 대단한 뉴스 아닌가요?”
 
- 사람들은 운동이 두뇌에 좋다고들 합니다. 그리고 이건 꽤 신빙성 있는 얘기인 듯 합니다. 신경과학은 이 둘의 관계를 어떻게 해석합니까?
 
운동, 특히 유산소 운동과 두뇌 건강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둘의 연계는 많기도 하지만 다양하기도 합니다. 하나만 예로 들자면 운동은 심폐기능 증진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두뇌에도 혈관이 있기 때문에 운동은 두뇌혈관을 강화해 두뇌를 건강하게 해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연구 결과로 운동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알츠하이머 병에 걸릴 확률이 50%나 낮아진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대부분의 알츠하이머 환자는 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병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비유전적인 알츠하이머 환자의 대부분은 원래 혈관질환에서 발생한다는 과학적인 소견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무수히 많은 미세 혈관의 발작을 겪으며, 이런 발작은 유전적 알츠하이머 환자의 경우와 같이 두뇌에 손상을 줍니다. 유산소 운동은 혈관 계통을 개선해 이런 미세 발작이 일어나는 경우를 줄여줍니다. 이렇듯 운동은 비유전적인 알츠하이머가 발병하는 확률을 감소시킵니다.”
 
번역 오영건 kwonoy@hotmail.com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