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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의 눈에서 배우는 조직관리의 지혜

이방실 | 130호 (2013년 6월 Issue 1)

 

 

곤충의 눈은 사람의 눈과 많이 다르다. 사실상 모든 성충이 거의 360도에 달하는 시야각을 갖는 한 쌍의 반구형 겹눈(compound eyes)을 가진다. 겹눈은 수많은 낱눈(ommatidia)들이 촘촘히 붙어 이뤄지는데 잠자리의 경우 낱눈 숫자가 최대 28000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낱눈 하나하나의 시야는 매우 좁아서 개별 낱눈에 맺히는 상은 대상물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수많은 낱눈에 조각조각 분해돼 맺힌 이미지들은 시신경을 타고 곤충의 뇌로 전달돼 모자이크처럼 총체적인 영상을 이룬다.

 

최근 재미 한국인 공학자가 곤충의 겹눈 구조를 본떠 초광각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상용화가 되기 위해선 아직 거쳐야 할 과정이 많지만 보안, 군사, 의료 등 여러 분야에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곤충의 눈은 공학자뿐만 아니라 조직을 경영하는 리더에게도 좋은 영감을 준다. 우선 사소하고 지엽적으로 보이는 정보(개별 낱눈에 맺힌 이미지)를 통합적으로 분석해 지식자산화(뇌에서 인식되는 전체 이미지)하는 능력이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을 때는 무의미해 보이는 데이터도 한데 종합해보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리더가 할 일은 각 조직에 산재돼 있는 정보의 편린들을 서로 연결시켜 의미를 뽑아내는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소셜미디어가 발달하고 빅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기술적 도구가 존재하는 상황에선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정보들을 하나로 꿰어 숨어 있는 의미를 찾아내는 역량이 기업 경쟁력 확보에 매우 중요하다.

 

단편적 정보들을 모아 모자이크 형상을 이끌어 내려면 조직 내 장벽을 없애고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일본 교세라아메바 경영의 근간 중 하나가일일 결산 시스템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나모리 가즈오가 1960년대 초반 아메바 경영 방식을 맨 처음 실험했을 때 그의 최우선 목표는 모든 직원들이 쉽고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는 정보/성과관리 시스템 구축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단위 조직별로 매일매일 경영실적을 파악해 채산을 공개하고 그에 맞춰 각 조직별로 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했다. 이렇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 공유하는 문화가 없었다면 아메바 경영은 큰 혼란만 야기했을 가능성이 높다.

 

각기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낱눈처럼 개별 조직, 특히 현장과 밀접해 있는 조직에 대한 적극적인 권한위임(empowerment) 역시 중요하다. 오랜 진화의 결과 곤충은 인간에 비해 사물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능력이 압도적으로 탁월하다. 서로 이웃해 있는 수많은 낱눈들이 연속적인 시각 자극을 받기 때문이다. 이를 바꿔 말하면 각각의 낱눈이 독자적으로 제 할일을 하지 못한다면 360도 파노라마식 영상을 담아낼 수도, 고공비행하는 사물의 움직임을 슬로모션으로 찍어낼 수도 없다는 뜻이다.

 

정보 가치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을 뿐 대개 시장의 흐름과 경쟁자의 동향에 대한 정보를 가장 먼저 감지하는 이들은 현장의 구성원들이다. 각 조직이 급변하는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려면 먼저 적극적인 권한 위임이 이뤄져야 한다. 물론 조직원들의 역량 계발과 몰입도 제고, 주인의식 함양이 선행돼야 한다. 능력도 없고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데다 애사심도 없는 직원에게 무턱대고 책임과 권한을 이양한다는 건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넓은 시야각을 갖는 곤충은 가시광선 파장 내 색깔밖에 볼 수 없는 인간과 달리 자외선도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닐진대 사람들에겐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는 경향이 있다. 인간의 뿌리 깊은 인지 편향(cognitive bias) 탓이다. 여기에 조직 단위의 인지 편향인 집단사고(groupthink)까지 더해진다면 최고의 엘리트 집단일지라도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2001년 미국 9·11 테러 이후 진상조사 과정에서 테러가 발생하기 몇 달 전부터 미국 중앙정보국, 연방수사국, 국무부 등 여러 기관들이 테러 발생 가능성을 감지할 수 있는 수십 건의 크고 작은 첩보들을 미리 수집했으며 심지어 이 중 일부는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보고까지 됐지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큰 파문이 일었다. 정보기관 간 정보 공유의 부재에 더해 미 백악관 수뇌부의 집단사고 결과가 빚어낸 참극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보지 못하는 자외선을 감지할 수 있는 곤충의 눈 역할을 할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이 조직에 필요한 이유다.

 

시력만 좋다고 능사가 아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정보들을 감지해 하나로 묶어내고, 급변하는 상황 변화를 민첩하게 포착하며, 자외선까지 감지해 낼 수 있는 곤충의 넓은 시야각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이방실 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

필자는 서울대 영어교육과 및 동 대학원(석사)을 졸업했고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한국경제신문 기자를 거쳐 올리버 와이만에서 글로벌화 및 경쟁전략 수립 등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 이방실 이방실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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