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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윈도8 무엇이 문제인가?

조광수 | 130호 (2013년 6월 Issue 1)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8, 또 하나의 비스타가 될 것인가?

 

마이크로소프트(MS)라는 거함이 흔들리고 있다. 90년대 초부터 MS PC 세계를 독점적으로 지배했고 인터넷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인터넷익스플로러(IE) 덕분에 그 실효지배는 강화됐다. 물론 인터넷과 완전히 통합할 수 있는 OS를 만들겠다는 전략은 좌초했지만 여전히 MS 윈도는 데스크톱 운영체제(OS) 75%를 차지하고 있고1  서버시장과 기업시장에서도 여전히 강자다. 하지만 그런 MS도 모바일 시장에선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운 지경이다.

 

MS의 가슴에는 많은 쇠막대가 박혀 있을 것이다. 모바일로 승승장구하는 애플과 구글에 비해 이렇다 할 성공작은 내지 못했고 윈도 비스타(Windows Vista)의 실패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비스타를 깔았다가 예전 버전인 윈도 XP로 돌아가는 사람이 많아윈도 다운그레이딩(downgrading)’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그나마 MS는 윈도 7 덕분에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10월 회심의 역작 윈도 8을 내놓았다. ‘시작버튼을 처음 도입했던 1995년의 윈도 95 이래 최고의 혁신이었다. 혁신의 내용은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윈도의 상징이었던 구닥다리 시작 버튼을 없애고 시원스러운 타일 모양의시작화면을 도입했다. 그리고 이를 모던 UI2 라 불렀다. 이제 그의 이름을 불러줬으니 사용자의 꽃이 돼야 했다.

 

윈도 8의 시작화면은 모바일 기기에서 많이 쓰는 터치스크린을 지원하려고 만들었다. 그래서 이 운영체제는 터치스크린 PC 시대를 열어젖히리라 기대됐다. 윈도 8을 탑재한 태블릿과 스마트폰들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흥이 난 MS는 막대한 광고비를 쏟아부었고 가속도를 붙이고자 저가정책으로 기존 윈도 사용자의 업그레이드를 유도했다. 덕분에 초기 판매량은 만족스러웠다. 출시 이후 6개월간 1억 개의 라이선스를 판매했다. 순풍에 돛을 단 듯했다.

 

그런데 사용자 불만이 쏟아졌다. 초도 판매량이 좋았지만 현재는 불과 1%대의 점유율에 그치고 있다. 새로운 PC 수요를 만들지 못했고 모바일 시장에는 입점도 못한 상태다. MS 제품에 친화적인 한국에서조차 윈도 8은 불과 3%대의 점유율에 그치고 있다. 현재 윈도 7을 쓰는 사용자가 45%, 윈도 XP가 약 40%, 그리고 심지어 비운의 윈도 비스타가 5.7%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CNN< SPAN>머니> 인터넷판은터치스크린과 전통적인 PC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개발됐지만 양쪽 모두에게 큰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평가절하했다. 급기야 지난 59, MS 최고운영책임자인 타미 렐러는 윈도 8 UI를 수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볼품없는 버튼 하나를 없애고 그 대신 멋진 감성디자인의 시작화면을 선물했는데 왜 사용자들은 이런 변화를 반기지 않았을까? 이러다가 윈도 8도 비스타 같은 비운의 운영체제가 되지 않을까? MS라는 전함이 이렇게 무너지는 것은 아닐지 불길한 예감마저 든다. 이에 필자는 데스크톱 사용자경험(UX·User eXperience)의 관점에서 윈도 8을 바라보고자 한다.

 

MS 혁신의 전략과 전술

 

MS의 전략을 간단히 정리하면 데스크톱 PC의 마켓 셰어를 기반으로 터치스크린 기반의 PC 수요를 창출하고 모바일 라이프 시장에 안착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사용하던 시작 버튼을 없애고 타일처럼 모아놓은 시원한 아이콘 박스 형태의 UI로 바꿨다. 이 시작화면에는 SNS, , 웹사이트, 폴더, 메시징, 날씨 등 사용자가 필요한 것들이 연결돼 있고 마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쓰는 위젯처럼 날씨나 주식시황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덕분에 아이콘이란 고정된 이미지를 넘어서 온도, 날씨, 주가 정보 등 콘텐츠의 변화를 보고 즉각 접근할 수 있다. ‘하다. 그리고 사용자가 타일을 바꾸듯 정렬할 수 있어서 편리하고 미려한 터치경험을 제공한다.

 

이 외에도 몇 가지 변화가 눈에 띈다. 우선 애플의 애플스토어처럼 윈도스토어를 만들었다. 사용자가 소프트웨어, 게임, 뮤직, 비디오를 윈도스토어에 가서 편하게 구입하도록 유도해 MS도 생태계 비지니스를 해보겠다는 포석이다. 큰 히트를 친 제품은 없지만 5만 개가 넘는 소프트웨어가 올라와 있다. 다만 사용자가 익숙하지 않은 윈도스토어를 써야 하는 이유는 아직 없다. 따라서 윈도스토어의 성공은 풍부한 앱들을 잘 조직화해서 쉽게 찾아 쓸 수 있도록 하고 콘텐츠가 잘 연동된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달려 있다.

 

아울러, 윈도 PC를 사용하기 위해 MS 계정(ID)이란 클라우드 기반의 통합 ID로 로그인하면 노트북, 태블릿PC, 스마트폰 등 여러 디바이스에서 동일한 데이터를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서 찍은 사진을 데스크톱에서도 볼 수 있다. 또 한 가지 큰 장점은 (윈도 8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윈도디펜더(Windows Defender)라는 백신이다. 이 백신이 기본적으로 설치돼 있어서 V3나 노턴 같은 백신 소프트웨어를 별도로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애플컴퓨터처럼 부팅 속도가 빨라졌다. 윈도 8은 마지막으로 썼을 때 저장했던 세션 정보를 컴퓨터를 다시 켤 때 빠르게 불러들인다. 예전 윈도에서 컴퓨터를 켤 때마다 경험해야 했던 2∼3분 묵언수행은 이제 필요하지 않다.

 

 

시작화면에 담긴 UX의 과학

 

MS는 멋진 시작화면을 만들었는데 사용자는 수용하지 않는다. 왜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 시작 버튼과 시작화면에 담긴 그들의 UX 철학을 알아보자. 이들은 겉으로는 간단하게 보이지만 내면에는 서로 양립하기 어려운 철학을 담고 있다.

 

먼저 전통적인 시작 버튼을 보자. 예전 윈도는 시작 버튼을 누르면 아이콘과 문자로 돼 있는 메뉴 리스트가 나오고 원하는 것을 찾아 눌러 들어가는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 이런 메뉴는 다양한 선택지가 다닥다닥 모여 있어서 정확한 곳을 찾아 한 번에 하나씩 콕콕 짚어내야 한다. 이런 방식을 포인팅이라 하고 이를 위한 도구로는 마우스가 적격이다. 그러고 나서 복잡한 문자나 수식을 입력하기 위해 키보드를 사용한다. 뭔가 생산성 있는 작업을 위해서는 키보드가 필수다.

 

윈도 8의 시작화면은 다르다. 스마트폰처럼 커다란 아이콘이 시원스럽게 배열돼 있다. 손쉽게 할 수 있는 터치 인터페이스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앞서 말한 메뉴 형태의 GUI를 쓴다면 굵은 손가락으로 콕콕 짚을 수가 없다. 반대로 시작화면에선 마우스 같은 매개물을 이용하지 않고 화면의 아이콘을 직접 조작할 수 있다. 마우스를 쓰지 않으니 마우스의 조작체계를 이해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아기들도, 노인들도 쓸 수 있다. 손가락 터치 방식은 손가락에 맞는 GUI가 있어야 하고, 그게 시작화면이다.

 

포인팅과 터치의 불편한 동거

 

포인팅과 터치에 관한 UX 과학을 읽으며 이미 간파했겠지만 문제는 시작화면이 아니다. 시작화면은 멋진 디자인이다. 정말 문제는 시작화면을 벗어나는 순간 시작되는 포인팅과 터치의 불편한 동거다. 시작화면에서는 터치를 쓰지만 다른 화면에서는 터치로 부족하다. 결국 마우스로 콕콕 짚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다른 화면이란 MS 워드나 한글, 파워포인트 같은 응용프로그램이다. 물론 생산 작업보다 콘텐츠 소비에 치중하는 사용자에게는 시작화면 하나면 충분할 수 있겠다. 하지만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하는 사용자에게는 윈도 8 같은 운영체제보다 응용프로그램이 더 중요하다. 그런데 시작화면을 터치하며 응용프로그램으로 넘어오면 다시 마우스를 잡아야 한다. 보통 문서나 파워포인트 같은 생산 작업이 중심인 데스크톱에서는 아직 마우스와 키보드가 편리하다.

 

그렇다면 시작화면을 넘어섰을 때 과연 윈도 8의 터치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데스크톱 사용자에게 주는 가치가 무엇일지 머리를 긁적거리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사용자 경험은 운영체제보다 응용프로그램에 더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다른 응용프로그램은 차치하더라도 가장 기본이 되는 MS 오피스조차 윈도 8의 혁신에 상응하는 변화가 없었다. 윈도 8 이전과 별 다름이 없다. 이는 윈도 8이 플랫폼으로서 여러 응용프로그램을 지휘하며 일관된 사용자경험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다 보니 시작화면은 또 하나의 어정쩡한 응용프로그램이 됐다. 결국 시작화면을 벗어나면 여전히 포인팅 기반 인터페이스이며 마우스와 키보드를 잡아야 한다. 그럴 바에야 시작화면을 마우스로 컨트롤하는 게 낫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이슈가 있다. 멋진 시작화면이 들어선 곳이 바로 사용자의 사무 공간인바탕화면이다. 바탕화면은 사용자가 로그인을 하면 제일 먼저 도착하는 곳이다. 이곳에 작업하던 문서나 웹사이트, 엑셀파일, 파워포인트,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자료들을 깔아 놓고 일을 한다. 그리고 여기서 작업을 끝낸다. 지저분하더라도 그곳은 사용자의 개인 작업 공간이다. 그런 소중한 곳에 윈도 8은 시작화면을 집어넣어 사용자의 자기 공간을 빼앗았다. 지금까지 사용자는 바탕화면에 놓인 파일의 들판 사이를 꿈속을 가듯 걸어 다녔는데 이제 그 들판을 MS에게 빼앗긴 격이다. 대신 MS는 그곳에 멋진 갤러리를 세웠다. 갤러리를 세운들 빼앗긴 들에 봄이 올까? 물론 시작화면을 멋진 그림처럼 꾸밀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필자도 그러지 못했고 주변 윈도 8 사용자 중에서도 아직 그렇게 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다행스럽게도 기존 바탕화면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었다. 시작화면 뒷단에 바탕화면이 남아 있다. 원한다면 사용자는 시작화면 대신 이곳을 예전처럼 쓸 수 있다. 그런데 이제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시작 버튼이 없다. 시작 버튼의 역할을 시작화면이 하기 때문이다. 시작화면을 쓰기 위해 여기저기 두세 번 클릭을 하든지, 아니면 시작 버튼을 살리는 꼼수를 찾아야 한다. 그래서 사용자들은 MS 측에 시작 버튼을 되돌려 달라고 요구하게 된 것이다.

 

다가오는 진짜 전쟁, MS오피스의 위협

 

MS가 절치부심하는 동안 사용자의 손은 여전히 PC를 붙잡고 있다. MS 오피스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사람들이 윈도 운영체제를 쓰는 이유는 MS 오피스 같은 응용프로그램 때문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윈도 운영체제의 진정한 위협은 MS 오피스에서 사용자를 떼어내려는 도전이다. 터치스크린을 완벽하게 지원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PC가 등장하고 있지만 윈도 PC를 위협할 수준이 되기 위해서는 역시 MS 오피스라는 에베레스트산을 넘어야 한다.

 

이런 MS 오피스의 대항마는 웹기반의 구글독스(Google Docs, 혹은 구글드라이브). 구글독스는 운영체제에 영향을 받지 않고 쓸 수 있다. 윈도를 쓰건, 애플을 쓰건 큰 상관없다. 구글독스는 무료고, 인터넷만 있으면 문서를 작성할 수 있고, 동료들과의 공유도 편리하다. MS 오피스에 비해 단순하다. 때문에 벤처기업이나 소규모 기업에서 구글독스는 값싸고 효율적인 인프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MS 오피스와 완벽히 호환되지는 않는 게 단점이다. 그리고 인터넷이 연결돼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잘못하면 작성하던 문서가 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예전에는 구글독스가 MS에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구글 크롬(Chrome) 웹브라우저와 함께 구글독스가 심각한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 크롬의 등장으로 MS는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추락했다. 불과 10여 년 전 95% 이상을 점유하던 MS 익스플로러 사용자 수는 이제 3분의 1 수준이다. 2013년 현재 구글 크롬이 1위로 약 35∼50%를 점유하고 있고 그 뒤로 파이어폭스(Firefox) MS 익스플로러가 20%대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이렇게 크롬 브라우저를 기반으로 MS를 조여 가던 구글은 작년 6퀵오피스(Quickoffice)’라는 사무용 프로그램 회사를 인수했다. 이제 좌청룡 우백호를 거느린 격이다. 흥미롭게도 퀵오피스는 MS 오피스 규격을 따른다. 따라서 MS 오피스와 거의 완벽하게 호환이 된다. MS라는 공룡이 주저하는 사이, 퀵오피스는 아이패드용 앱을 먼저 내놓아 MS에 충격을 줬다. MS오피스는 태블릿과 스마트폰에서는 문서를 보는 것만 가능하지만 퀵오피스는 문서 작성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인터넷이 없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퀵오피스의 심리스(seamless) 호환기술과 함께 구글독스의 웹브라우저 기반 기술이라면 인터넷과 함께 안정적으로 문서작성과 보관을 할 수 있는 모바일 오피스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이에 대한 MS의 위기의식은 구글독스에 대한 신경질적 비난광고에서 잘 드러난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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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광수

    - (현) 성균관대 WCU(World Class University) 교수
    - (현) 인터랙션사이언스연구소장
    - (현) 서비스IT융합포럼 의장
    - (현) UI/UX미래준비의장
    - 미주리대 정보과학과 학습공학, 전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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