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선수에게 100m 달리기를 시키다니

122호 (2013년 2월 Issue 1)

 

편집자주

기계적으로 이뤄진 측면이 있었던 기업의 사회공헌활동(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의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이제는 기업의 핵심 역량을 이용해 기업과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CSV(Creating Shared Value)의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과 동아일보 DBR이 만든 비즈니스 리더의 연구모임 ‘CSV 미래경영 연구회강연 내용을 지상 중계합니다. 이번 호에는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의 강연 내용을 요약합니다.

 

※ 이 강연의 정리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조은영(연세대 사회학과 3학년) 씨와 서진원(서울대 응용생명화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의 투자 원칙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무덤까지 가져갈 주식을 고른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장기 투자가인 워런 버핏은 10년 동안 뉴욕증권거래소가 문을 닫아도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을 주식을 고른다는 것을 투자 제1원칙으로 삼는다.

 

또한 그는나는 50%의 벤저민 그레이엄과 50%의 필립 피셔로 구성돼 있다는 말로 두 번째 투자 원칙을 이야기한다. 주식 투자자라면 한번쯤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고전 <현명한 투자자(The intelligent investor)>의 저자인 벤저민 그레이엄은 증권 분석과 가치투자의 방법론을 확립한 인물이다. 워런 버핏은 컬럼비아대에서 그의 강의를 수강했고 재무 분석을 통해 기업 가치를 분석하는 방법에 천착했다. 반면 필립 피셔는 재무·회계적 측면 외에 기업의 질적 분석에 집중했다. , 기업의 정성적 측면인 R&D 능력, 마케팅, 경영진의 성실성과 정직성, 노사관계 등에 초점을 맞춰 기업을 분석했다. 결국 워런 버핏이 벤저민 그레이엄과 필립 피셔의 영향을 똑같이 받았다는 것은 기업의 재무 요소뿐 아니라 비재무적 측면도 중시해야 한다는 투자 원칙을 보여준다.

 

마지막 원칙은 투자자는 주식보유자(shareholder)가 아니라 기업의 주인(shareowner)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워런 버핏은 투자자가 되는 순간 기업가가 된 것이며, 따라서 기업가는 변덕스러운 주식시장보다는 기업의 현장에 관심을 갖고 경영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투자자는 아무리 작은 규모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일시적으로 주식을 잠시 갖고 있는 주식보유자가 아니라 장기적 안목에서 기업의 주인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식투자와 관련된 사회책임투자(SRI·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의 원칙들 역시 세 가지로 정리된다. 장기투자 지향, 환경사회지배구조(ESG·Environment, Society, and Governance) 분석, 주주관여(Engagement) 실행이 그것이다. 이 원칙들은 위에서 제시한 워런 버핏의 3가지 투자 원칙과 그대로 맞닿아 있다.

 

우선 장기투자 지향 원칙은 마라톤 레이스에 비유할 수 있다. 마라톤 경기는 42.195㎞를 누가 먼저 완주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그런데 만약 도박사들이 ㎞마다 베팅을 걸고 마라토너가 이를 의식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완주하기까지의 퍼포먼스는 안 좋거나 아니면 도중에 하차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경영은 마라톤 레이스와 같은 장기전이지만 작금의 금융시장은 기업들에 100m 달리기를 하라고 요구하는 꼴이다. 분기별 실적에 따라서 어닝 쇼크, 어닝 서프라이즈를 논하고 경영자들은 단기 실적에 급급해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분기 자본주의(quarterly capitalism), 카지노 자본주의(casino capitalism)란 말도 나오다. 이렇게 되면 기업의 장기 성장 동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장기투자 지향으로 투자의 원칙이 바뀌어야 한다.

 

ESG 분석은 기업의 비재무적 실적에 대한 정성적 분석 틀이다. 투자의사 결정 시 전통적으로 중시되던 재무적 측면 외에 과거에는 고려되지 않았던 환경, 사회, 지배구조 관련 문제 등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동시에 고려해 분석한다는 것을 뜻한다.

 

마지막 주주관여는 대리인 위험을 극복하기 위한 지속가능투자의 핵심 원칙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 주식의 경우 평균적으로 보통주가 100원이라면 우선주는 약 40원 정도 된다. , 의결권의 가치가 60원 정도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기관투자가들은 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이는 주주가 됨으로써 주주에게 따라오는 자산을 유휴자산으로 만드는 꼴이다. 제대로 된 SRI는 수동적인 투자자가 아니라 신실한 수탁자로서의 책무(fiduciary duty)를 다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강연

류영재 대표는 한양대에서 정치학 학사·석사 학위를, 영국 애슈리지경영대학원(Ashridge Business School)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증권과 동방페레그린증권 지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SRI펀드에 대한 ESG 분석 및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스틴베스트 대표를 맡고 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사이자 영국 헤르메스 연금펀드의 한국 수석 자문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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