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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tegic Communication

요구 아닌 욕구를 파악하라, 덤까지 얻는다

최철규,김한솔 | 115호 (2012년 10월 Issue 2)

 

 

 

거래처와 연이은 미팅을 마치고 퇴근한 당신. 녹초가 된 몸을 소파에 누이려는데 당신의 아내가 말을 건다. “여보, 요즘 애들이 너무 말을 안 들어. 그리고 갑자기 추워져서 그런지 요새 머리가 너무 아파.” ‘나도 힘들어 죽겠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 올랐지만 꾹 참고 이렇게 말했다. “그래? 내일 병원 가.” ‘고마워라는 말을 기대한 당신. 하지만 당신의 말을 들은 아내의 얼굴에서 당신을 향한 고마움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다. 그 대신 부인은옷 갈아입고 얼른 씻기나 해. 그리고 내가 양말 뒤집어서 벗지 말라고 했지? 가방 좀 아무렇게나 던져 놓지 좀 말고!”라며 잔소리를 쏟아낸다. 당신의 대화, 뭐가 문제였던 걸까?

 

요구가 아닌 욕구에 집중하라

 

협상 테이블에서는 수많은 안건들이 오고 간다. 가격을 1%라도 낮춰서 사고 싶은 구매자와 1%라도 더 받고 싶은 판매자, 물건을 산 뒤에 2년 이상의 AS 기간을 보장받고 싶어하는 구매자와 AS 1년 동안만 제공하고 싶은 판매자 등 간단한 매매 협상에서도 여러 개의 협상 안건이 등장한다. 그리고 협상 도중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협상은 어렵다. 하지만 하나만 제대로 알면 협상을 풀어내기 위한을 찾을 수도 있다. 바로 요구(Position)와 욕구(Needs)라는 개념이다.

 

요구, 즉 포지션이란 협상 테이블에 직접 등장하는 내용을 말한다. 앞에서 본 것처럼 구매자가단가 1% 인하’ ‘AS 기간 2년 보장과 같이 직접 요구하는 내용이 포지션이다. 이러한 포지션에만 집착하면 협상을 풀기가 어렵다. 구매자의 이런 요구에 대해 판매자는단가 인상’ ‘AS 기간 1등의 정반대의 포지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상반되는 포지션에만 집착해 협상을 진행시키면 서로 자기 주장만 반복하다 협상이 결렬되거나반반씩양보해 어느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협상 결과를 만들어 낸다.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할 방법이 바로 포지션이 아닌 욕구, 즉 니즈(Needs)에 집중하는 것이다. 욕구란 한마디로 말해이유. 상대가 그 포지션을 주장하느냐 하는 것이다. 욕구, 즉 니즈에 집중해 협상을 진행시키면 상대가 요구하는 포지션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협상을 타결시킬 수 있다.

 

우리 역사에서 포지션이 아닌 니즈에 집중해 협상을 타결시킨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바로 대한민국원조외교관이라 할 수 있는 서희 장군의 협상1 사례다.

 

때는 서기 993, 고려 조정이 발칵 뒤집혔다. 거란이 소손녕 장군을 앞세워 80만 군사 대군을 이끌고 고려를 침입했다. 거란의 요구는 간단했다. ‘고려의 군신들은 거란의 군영 앞에 나와 항복하라는 것. 이때 고려 조정의 군신들은 두 파로 나뉘었다. 순순히 항복하자는투항론과 항복과 함께 평양 이북의 땅을 거란에게 넘겨줘서 안심을 시키자는할지론이었다. 거란의 80만 대군을 상대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때 고려의 왕 성종이 나서 물었다. “거란의 적병을 물리치고 만세에 남을 공을 세울 자는 없는가?” 이때 서희가 나섰다. 그리고 소손녕과 역사에 길이 남을 7일간의 강화 협정이 시작됐다.

 

서희와 소손녕이 처음 만난 자리. 소손녕의 주장은 이랬다. “당신 나라인 고려는 옛 신라의 땅에서 일어났고 우리 거란은 고구려의 옛 땅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현재 옛 고구려 영토를 당신들이 침식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우리의 옛 영토를 찾으러 온 것이다.” 이 주장에 대해 서희는 이렇게 호통을 치며 맞섰다. “그렇지 않다. 고구려의 후예는 당신들이 아닌 우리 고려다. 국호에서도 고구려의 후예임이 드러나지 않느냐. 뿐만 아니라 고구려의 기풍을 잇기 위해 수도도 신라의 도읍지인 경주가 아닌 평양에 뒀다. 우리가 진짜 고구려의 후예이고, 오히려 우리 선조의 땅을 당신들이 침략하고 있는 것이다.” 이 말에 소손녕이 설득을 당해 군사를 철수하고 강동 6주를 돌려줬다.

 

, 여기까지가 국사 교과서에 나와 있는 얘기다. 어떤가? 그럴 듯하게 들리는가? 글쎄, 소손녕이 장군이 아닌 역사 고증에 목숨을 거는학자라면 그랬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전쟁을 치르러 온 장수가 상대의 말 한마디, 그것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 역사적 사실 때문에 물러난다는 건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제부터진짜협상 상황으로 들어가 보자.

 

소손녕과 만난 서희는 거란이고려를 침입했을까를 생각했다. 그리고 당시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를 분석한 결과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당시 고려는 송나라와 친교를 맺고 조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거란은 어떻게 하면 송을 물리치고 비옥한 중국 본토를 손아귀에 넣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송과의 전쟁도 불사할 각오가 돼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었다. 자신들이 송나라를 공격할 때 송과 친한 고려가 거란의뒤통수를 치진 않을까 걱정됐던 것. 결국 거란의 걱정은송나라를 공격할 때 고려가 자신의 편에 서는 것이었다. 그래서 고려가 거란의 뒤통수를 치지 못하도록 침략을 한 것이다. 거란의 고려 침입의 속내에 대해 이렇게 결론을 내린 서희는 소손녕에게 말했다.

 

“우리 고려는 거란과 국교를 맺고 싶다. 하지만 거란과 국교를 맺으려면 여진족이 버티고 있는 강동 6주의 땅을 지나가야만 한다. 하지만 이게 너무 힘들다.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바다를 건너 송과 국교를 맺고 있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함께 여진족을 몰아내고 강동 6주를 고려 땅으로 편입시킨다면 당장 거란과 국교를 맺을 것이다.”

 

한마디로 거란과 교류할 수 있는직항로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어떤가? 만약 당신이 거란의 장수 소손녕이라면 서희의 제안을 거절할 수 있을까? 바로 이것이 포지션이 아닌 니즈에 집중한 협상이다. 거란의 포지션, 항복하라는 것만 생각했다면 강동 6주를 얻기는커녕 거란의 속국이 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란의 니즈, 거란이 송나라를 공격할 때 고려가 송의 편에 서지 않는다는 것을 만족시켜 강동 6주라는 땅을 얻어내는 최고의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중요한 건 어떻게 상대의 니즈를 파악하느냐다. 상대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되는 3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욕구 파악을 위한 첫 번째, 열린 질문을 던져라!

 

협상을 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일까? 다양한 협상 경험? 혹은 상대의 주장에 휘둘리지 않는 강심장? 아니면 상대의 마음을 바꿀 수 있는 화려한 화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의 협상 전문가들의 답은 달랐다. 그들이 협상을 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은 건철저한 준비였다.

 

여기서 두 번째 질문. 그럼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내가 이번 협상에서 무엇을 얻어낼 것인가를 정하는 것? 양보의 마지노선? 협상의 진행 순서? 그렇다. 이 모두가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서도 가장 중요한 게 빠졌다. 바로상대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느냐하는 것이다.

 

협상은 나 혼자 계산해 정답을 맞추는 퀴즈쇼가 아니다. 파트너와 호흡을 맞춰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내는 스포츠 댄스처럼 협상 상대와의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통해 양측 모두 만족하는 해결책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 바로 협상이다. 그래서 내가 아닌상대의 욕구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이 질문이다.

 

여기까지 얘기하면 사람들은 생각한다. “난 충분히 질문을 하고 있다라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질문의 개수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질문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원재료의 납품 조건을 정하기 위한 협상 상황을 생각해 보자. 상대가 이렇게 요구한다. “납기일은 월말로 지켜주세요. 가능하시죠?” 월말까지의 납기는 힘든 상황. , 당신이 이런 요구를 받았다면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 혹시납기일을 꼭 월말로 해야 하나요?” 같은 질문이 생각났는가? 이런 질문을 커뮤니케이션학에서는닫힌 질문이라고 한다. 상대가 “Yes or No”의 대답만 하게 하는 질문이란 뜻이다. “가격을 좀 낮춰 주시면 안 돼요?” “AS 3년까지 가능하죠?”와 같은 질문들이 바로 닫힌 질문이다.

 

질문을 통해 상대의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서는열린 질문이 필요하다. 납기일을 독촉받는 앞의 상황에서 열린 질문을 한다면 이렇게 할 수 있다. “납기일을 월말로 하지 않으면 어떤 점이 곤란하신가요?” 이런 질문을 통해납기일이 늦어지면 완성품 생산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거나원재료 공급이 늦어지면 기계 운영을 멈출 수밖에 없어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등의 진짜 이유를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원재료 납품이 늦어져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된다.예를 들면기계가 지속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소 물량은 꾸준히 공급한다는 식의 해결책이 가능하다. 이처럼 좋은 열린 질문 하나로 협상의 물꼬를 바꿀 수 있다.

 

혹시 짧은 협상 시간 안에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야 하는데 질문을 하는 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가? 짧은 시간을 투자해 상대의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 최고의 투자법이 바로 질문하기다. 괜히 질문했다가 협상의 주도권이 상대에게 넘어갈까 봐 걱정되는가? 상대는 당신의 질문에 답하면서 자신이 협상 주도권을 갖고 있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 숨겨진 진실은 협상의 진짜 주도권은 상대로부터 정보를 얻고 있는 당신이 쥐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억하라. 열린 질문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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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철규

    - 현 HSG 휴먼솔루션그룹 대표
    - 한국경제신문사 경제부, 금융부 기자
    - IGM 협상스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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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한솔hskim@hsg.or.kr

    HSG 조직갈등 연구소 소장

    비즈니스 교육 전문 기관 HSG 휴먼솔루션그룹에서 강의와 컨설팅 등을 통해 많은 기업의 소통 전략 수립을 돕고 있다. 리더의 자기 인식을 위한 진단 프로그램 '성과 백신'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 「이기적 리더」 「1% 디테일: 성공적인 조직 커뮤니케이션의 비결」 「설득하지 말고 납득하게 하라」(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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