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ing
언더독 스토리 효과:약점과 열정을 함께 팔아라
“The Underdog Effect: The Marketing of Disadvantage and Determination through Brand Biography” Neeru Paharia, Anat Keinan, Jill Avery, and Juliet B. Schor (2011,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pp.775-790)
연구의 배경
이 연구는 누구나 숨기고 싶어 하는 약점, 결점, 불리함을 오히려 밝히고 적극적으로 마케팅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어떻게 하면 잘난 점을 조금이라도 더 돋보이게 할지 고민해야 할 판에 약점을 마케팅하라니 무슨 말인가 싶기도 하다.
흔히 사람들은 초라한 사람 옆은 피하고 잘된 사람 가까이에서 덕을 보려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이 연구 결과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약점이 많은 ‘언더독’에서 자신의 모습과 일치감을 느끼고 그들의 역경 극복 스토리가 공감을 일으켜 선호로 이어질 수 있다.
‘언더독’의 사전적 의미는 ‘약점이 많아 패배가 예상되는 존재’다. 그런데 여기에 열정과 의지로 역경을 이겨내는 스토리가 담기면 ‘언더독’은 날개를 달게 되며 사람들에게 강한 공감과 긍정효과를 주게 된다. 이것이 ‘언더독 스토리 효과’다.
조그만 차고에서 출발한 애플의 잡스, 집 뒤뜰 캠프에서 초라하게 시작한 미국 대통령 오바마, 고아로 태어나 천대받던 해리포터, 이들은 모두 힘든 과거를 희망과 꿈, 그리고 열정으로 이겨낸 스토리를 가진 주인공이다. 한국의 축구영웅 박지성도 평발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발이 일그러질 정도의 부단한 노력과 열정으로 약점을 극복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만약 박지성이 처음부터 많은 것을 갖춘 존재였다면 지금처럼 인기를 끌 수 있었을까.
연구의 주요 발견점
● 연구1에서는 가상의 한 회사를 언더독 스토리로 소개했을 때(초라한 시작, 꿈과 열정을 가지고 역경 극복)와 톱독(topdog) 스토리로 소개했을 때(좋은 환경과 자원을 미리 가지고 시작, 시장에 성공하기에 유리한 조건 갖춤)의 반응을 비교했다. 181명의 미국인 대상 온라인 서베이에서 예상대로 피험자들은 톱독보다는 언더독 스토리로 소개된 회사에 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자신과의 일체감(identification)도 더 크게 느끼고 그 회사가 만든 제품에 대한 구매의도도 더 높게 나타났다. 또 이러한 언더독 스토리 효과는 평소 자신이 언더독 성향이 강하다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더 강하게 나타났다.
● 연구2에서는 가상의 한 회사에 대해 4개의 스토리를 만들어 좀 더 정교하게 비교했는데 222명의 미국인 대상 온라인 서베이에서 언더독(高약점, 高열정), 톱독(低약점, 低열정), 희생자(victim·高약점, 低열정), 특별성취자(privileged achiever·低약점, 高열정) 스토리를 각각 소개받았을 때의 반응을 조사했다. 4개 스토리 중에서 언더독 스토리를 봤을 때 가장 좋은 반응(브랜드와 자신과의 연결감, 구매의도)이 나타났으며 나머지 3개 스토리 간에는 반응 차이가 없었다. 또 피험자들은 전반적으로 좋은 조건을 가진 브랜드보다는 역경에 처한 브랜드의 스토리를 볼 때 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아울러 역경에 처한 브랜드 중에서도 열정을 보이는 브랜드를 가장 자신과 동일시하고 이들에 대해 높은 구매의도를 보였다.
● 연구3에서는 국가 간 비교 조사를 실시했는데 미국 대학생 90명, 싱가포르 대학생 92명을 대상으로 언더독 스토리와 톱독 스토리에 대한 반응을 비교했다. 톱독 스토리에 대해서는 국가 간 차이가 없었지만 언더독 스토리에서는 차이가 나타났다. 미국 학생이 싱가포르 학생에 비해 언더독 스토리의 회사를 브랜드-자기 연결감, 구매의도에서 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개척, 투쟁, 성취의 역사, 문화적 코드를 가진 미국이 싱가포르에 비해 언더독 스토리와 더 잘 연결되기 때문인 것으로 설명된다.
● 연구4에서는 실제 선택 상황에서 언더독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203명의 미국 학생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자신의 소비를 위한 구매 상황에서는 일반 영화보다는 언더독 스토리의 영화를 보고 난 뒤 더 많은 언더독 초콜릿을 선택했다. 하지만 친구에게 선물하는 상황에서는 두 조건 간에 선택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언더독 마케팅의 효과가 자신과 관련된 소비 상황에서 좀 더 강하게 나타남을 보여준다.
연구의 시사점
현재 잘나가는 브랜드일지라도 저마다 어려웠던 과거는 있을 것이다. 험난했던 과거를 회상시키면서 여전히 열정의 끈을 놓지 않는 브랜드임을 알릴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이 알아서 내 브랜드를 언더독으로 인정해주길 기다려서는 안 된다. 보다 적극적으로 언더독 스토리를 만들고 노출해 소비자 인식상에 각인시키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언더독 스토리의 3대 주요 요소는 초라한 시작(humble beginning), 희망과 꿈(hope and dream), 역경 극복(struggle against adversary)이다. 이 세 가지가 담긴 브랜드 스토리는 해당 브랜드에 진정성, 장인정신, 전통 계승이라는 느낌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언더독 스토리 마케팅은 현재 진행형 언더독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성공으로 톱독 반열에 올랐다 할지라도 언더독 스토리 자극은 필요하다. 톱독에 오르면 성공과 함께 더 이상의 열정이 보이지 않는 ‘톱독 증후군’이 나타날 개연성이 크다. 조직 환기와 소비자 인식 전환 차원에서도 언더독 마케팅이 필요한 것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그때의 고난과 역경, 그리고 그를 이겨내는 결연한 의지와 열정을 다시 상기시키는 것, 이것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대학 교수 marnia@dgu.edu
필자는 고려대 경영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Journal of Consumer Psychology> <Advances in Consumer Research> 등 저명 학술지에 논문을 실었다. 저서로 <한국형 마케팅 불변의 법칙 33> <역발상 마케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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