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시장개황

Next China? 인도는 중국과 전혀 다르다

104호 (2012년 5월 Issue 1)




인도를 ‘Next China’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이 표현에는 12억 명이 넘는 거대한 인구가 지닌 잠재력을 바탕으로 쾌속성장을 해온 중국과 비슷한 경로를 밟을 것이란 기대가 반영돼 있다. 광둥성의 선전(
)과 상하이 푸둥(浦東) 지구가 개방 이후 불과 10년 만에 고층 빌딩숲을 이뤘듯 델리, 뭄바이 인근의 첨단 기업단지가 마천루로 변모해갈 것이라는 기대다. 실제 인도는 최근 수년 새 연평균 8∼9%대의 성장세를 구가하면서 잠재력을 세상에 드러냈다. 인구 구조나 외국 자본의 관심, 정부의 성장정책 등을 종합해볼 때 개혁개방 초기의 중국과 가장 닮은 나라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턴가 많은 사람들이 중국과 인도를 합쳐 친디아(Chindia)로 부르고 있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오류와 편견의 함정이 있다. 정작 인도인들은 친디아라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 인도 정치인들과 경제인들에게향후 인도도 중국처럼 성장하고 싶으냐고 물으면성장을 향한 목표는 같으나 걸어야 할 길은 다르다고 말한다. 인도를 한국식으로 이해해서는 안 됨을 뜻한다.

 

1. 인도는 ‘Next China’가 아니다

“중국에선 일사천리로 사업이 진행되는데 인도는 왜 그리도 느린지….”

 

“중국보단 느리지만 인도도 연평균 8∼9%씩 성장한다. 내수시장이 크기 때문에 세계경제가 위기를 맞아도 매우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할 것이다.”

 

이처럼 인도를 보는 한국인들의 시각은 비관에서 낙관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현지에서 사업을 벌이는 기업인들조차 종사하는 업종에 따라 미래 사업전망이 갈린다. 자기 이해관계가 걸린 부분만을 들여다 보니 그럴 것이고 대국 인도를 속속들이 파악하기엔 그간의 교류역사도 너무 짧다.

 

가장 심각한 오류는 중국과의 교류경험에서 나온다. 시차는 있지만 인구대국이면서 저개발 경제에서 개혁개방을 시작했다는 공통점 때문이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눈부신 성장세를 목도하면서 인도 경제도 중국이란 거울을 통해 관찰되고 평가되고 전망된다. 그런데 대개 그 전망이란 것들이 인도가 중국과 비슷하게 고도 성장해 언젠가는 중국마저 넘어설 것이란 추세적 낙관들이 많다.

 

그러나 인도와 중국은 경제구조는 물론이고 더 구조적인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역사, 인종, 종교 등 모든 면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 개혁개방 초기 경제여건이나 정책기조가 판이하며 지금까지의 개방 성과나 산업구조 변화 양상도 크게 다르다. 당연히 외국기업의 사업환경에서도 큰 차이가 발견된다. 이런 점에서 인도를넥스트 차이나로 간주하는 자세는 인도 사업에서의 실패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인도는 중국과 어떻게 다를까.

 

①사회주의 시장경제 vs. 자본주의 허가경제

중국 개혁개방 실험은 1992사회주의 시장경제 건설이란 목표로 귀결됐다. 중국 사회주의가 포기하지 않는 대원칙은 공유제(共有制). 경제활동의 기초가 되는 토지, 국가기간 산업 분야 핵심기업은 국유나 공동소유(集體所有) 원칙이 엄격히 적용되고 있다.

 

반면 인도는 무갈(Mughul) 왕국의 뒤를 이은 영국의 식민통치기에 들어서면서부터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에 기반한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해왔다. 흥미로운 것은 인도가 독립 초기 식민지 유산을 척결하는 과정에서 국가가 경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소위허가경제(License Raj)’ 체제를 유지해 왔다는 점이다. 이는 식민지 수탈에 기여했던 자본가 세력에 대한 반동으로서 정권을 장악한 초대 수상 네루(Jawaharlal Nehru)와 집권 국민의회당의 정치경제적 성향과 관련이 깊다. 네루는 명문가 출신의 영국 유학파였지만 부농, 산업자본가 등 식민지 기득권 세력과 궤를 달리했다. 인도 정부의 경제에 대한 계획과 통제는 IMF 구제금융을 받고 개혁개방 노선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1991년까지 지속됐다. 1991년 개혁개방 노선으로 전환을 표명한 이래 인도의 허가경제는 서서히 완화돼 점차 자유시장 경제체제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②중앙권력 vs. 지방권력

중국 헌법은 중앙의 통일적인 지도에 따라 공산당이 국가의 행정사무를 지도한다. 중앙의 지방에 대한 통제력은 지방 말단 행정단위까지 예외가 없다. 반면 인도는 지방분권과 자율성이 센 편이다. 과거 네루 정권이 집권했던 1964년까지만 해도 중앙정부의 파워가 지방 정부를 압도했다. 그러나 네루 사후 제 정파는 이합집산을 거듭해 1970, 1980년대 들어 종교, 인종, 카스트(계급) 등에 기반한 다당제 지역기반 세력으로 재편됐다. 그 결과 지금은 28개 지방정부의 권한이 크게 신장됐다.

 

특히 세제(稅制)에서 그 단면이 드러난다. 중앙정부가 조세항목의 세율을 정해 국가적으로 일관되게 적용하는 중국과 달리 인도 지방정부는 조례를 통해 적용세율에 차등을 둘 수 있다. 지방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인도의 외자기업들에는 큰 불편사항 중 하나가 아닐 수 없다. 인도 지방정부의 자율성은 재정면에서도 가늠해 볼 수 있다. 인도는 정부수입 중 중앙정부 수입 비중이 30%대에 그치고 지방교부금에서도 15∼2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재정 파워가 약한 중앙정부가 지방권력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인도의 지역성이 중국보다 더욱 심하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인도의 지방 언어는 수십 개에 이르고 인종별 거주분포도 뚜렷하게 나뉜다. 인도 대륙 전역에 권력을 행사했던 마지막 왕조가 이슬람 왕조였기에 전통 힌두교 사회와 이슬람 사회의 갈등은 심각하다. 두 종교사회의 점유율은 현재 각각 80%, 13%대에 이른다. 인종, 언어, 종교가 한데 융합되지 못한 채 갈리면서 인도의 지역성은 모자이크 스타일처럼 경계가 비교적 뚜렷하다. 이 같은 지역성은 외자기업에도 인도를 단일 시장으로 접근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지역별로 세분화(Segmentation)하고 개별적 최적화 시장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의미다.

 

③인구 보너스 소멸 vs. 개화(開花)

마오쩌둥(毛澤東)은 공산화 직후사람이 많을수록 역량이 커진다(人多力量大)’란 슬로건 아래 출산장려 운동을 펼쳤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인구폭발을 경계해 1자녀 정책이 국가 정책으로 자리잡아 강도 높은 산아제한 정책을 추진했다. 고령화돼가는 현 추세대로라면 중국은 머지 않아 부양인구 비율이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 경제전망기관은 이 점에서 인도의 고성장 가능성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본격적으로인구 보너스효과를 누리기 시작할 것이란 기대다. 현 추세라면 인도의 경제활동인구 수는 2025년경 중국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증가세가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면 2027년쯤에는 전체 인구 수에서도 중국을 넘어서게 된다.

 

인도의 부양인구 비중은 현재 55.6%에서 2050년경 42.4%로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다. 부양비의 감소는 경제의 성장여력을 높인다는 점에서 고성장에 매우 유리하다. 인구증가에 따른 수요 측면의 부정적 영향을 무시할 수 없지만 과거 인도의 인구증가에 대한 비관적 전망(Onus)은 최근 장밋빛(Bonus)으로 바뀌는 단계에 있다.

 

④자본축적의 힘

인도는 중국의 개혁개방이 시작된 1978년만 해도 경제규모나 소득수준이 중국을 근소하게나마 앞서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제조업(투자) 중심의 수출형 경제를 지향한 중국에 역전돼 있다. 중국의 자본축적 규모는 개혁개방 30년 동안 연평균 투자증가율이 17.3%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 인도는 7.9%를 기록했다. 이처럼 투자는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끈 최고의 동력이었다.

 

인도의 경우에는 인교(印僑)로 불리는 재외거주 인도인들(NRI)의 역할과 비중이 컸지만 화교에 비해서는 아직 역할이 미미하다. 그러나 비거주재외교포(Non Resident Indian)로 불리는 인교자본의 유입은 심화되는 인도 경상수지 적자 보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⑤해외시장 여건

중국의 성장과정을 보면 2차 산업, 투자, 순수출의 기여율이 높게 나타난다. 특히 최종수요에서 차지하는 수출 및 서비스 비중이 30%에 달할 정도로 해외시장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중국과 달리 인도는 2차 산업보다는 3차 산업, 투자보다는 소비의 성장기여도가 높게 나타났다. 내수와 서비스업 중심의 성장을 해온 것이다. 인도 GDP에서 2차 산업 비중은 개혁 원년인 1991 18.3%에서 20년 동안 19.3%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3차 산업은 같은 기간 동안 52.1%에서 63.2%로 증가하면서 성장을 견인했다. 현재 인도 정부는 서비스와 소비 중심의 생산소비 구조로는 고용을 창출하는 데 한계가 있고 성장률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경상수지 적자 위기가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면서 제조업 강화와 수출증진에 진력하고 있으나 속도는 느리다.

 

2. 인도 경제 성장세 문제 없나

인도 경제를 흔히 코끼리에 비유한다. 대국이란 뜻이다. 그래서 인도 경제의 실체는 자칫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듯피상적이고 단편적일 수밖에 없다. 필자가 지난해 12월 현지에서 만난 한국인 사업가도여기에서 21년을 살았지만 아직도 인도에 대해 자신 있게 설명을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 경제의 구조적 특징을 이해하는 것은 향후 인도의 향배를 전망하는 데 상당히 유용할 것이다.

 

인도는 내수중심 경제구조를 가진 덕분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경기 침체의 악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다. 하지만 경상수지 적자 심화, 고용창출 한계 등 내수중심 경제에서 오는 심각한 제약에 직면해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개혁개방을 표방하며 2009년 재집권에 성공한 현 인도정부는 제조업 강화정책을 추진 중이다. 인도가 중국과 같은 성장 궤적을 밟을 것이란 기대는 제조업-수출 주도의 성장 정책을 도입하면서 더욱 강해졌다. 중국이 추진했던 연해지역 특구 정책이나 수출금융, 관세환급 정책 등을 모방하고 있고 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한 인프라 건설에 매진하고 있다. 제조업 중심의 수출주도형 경제로의 전환이 성공할지가 향후 인도 경제의 지속성장 여부를 가를 척도다.

 

인도 경제는 2009년 현 집권당의 압승 이후 국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으나 잠재력이 발현되는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낙관적인 전망은 인도가 제조업 및 투자 중심의 경제구조를 지향하는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전망은 중국 경제의 과거 성장궤적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데서 나온다.

 

이 같은 불일치는 인도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 기업인들에게서도 발견된다. 최근 글로벌 IT 활황기에 인도 경제의 성장을 견인했던 서비스업이 2008년 정점을 찍고 위기징후를 나타내면서 경상수지 적자마저 심화되고 있다. 콜센터업으로 대표됐던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난 해 필리핀에 내준 것 등이 단적인 예다. 매년 노동시장에 신규 편입되는 1300만 명의 노동력을 흡수하기 위한 기존 산업의 고용력도 한계에 봉착해 있다. 지난 10년간 평균 실업률은 13%에 이르고 특히 청년실업률은 20%가 넘는다. 전체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농촌인구의 태반이 실업 상태다. 경상수지 적자를 유발하는 주된 원인은 무역수지 적자 때문이다. 획기적인 제조업 기반 확대가 이뤄지지 않는 한 쉽게 풀기 어려운 숙제다.

 

2009년 과반 이상의 의석을 석권하며 집권당의 리더십이 강화되면서 인도 정부는 기존 성장방식의 전환을 시도 중이다. 내수와 서비스업 중심에서 외수(수출)와 제조업 중심으로 바꾸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급히 필요한 제조 인프라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부터 시작된 제12 5개년 경제개발 계획에는 전기에 비해 2배 이상( 1조 달러)의 인프라 투자 예산을 배정했다.

 

외국인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각종 산업 분야에서의 외국인 지분투자 제한을 완화하거나 철폐하고 있다. 전국 및 주정부 차원의 경제특구(SEZ, NMIZ) 정책을 통해 면세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외자기업들에 제공하고 있다. 외자가 들어와 제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제조인력 확충을 위해 직업교육을 확대하고 과거 중국의 농민공 정책처럼 실업상태의 농촌인력을 도시로 끌어내 블루칼라화하기 위한 교육예산도 확대하고 있다.

 

①성장전략 전환 성공의 키는 정치 리더십

아이로니컬하게도 인도 경제의 성장전략 전환 시도 성공의 열쇠는 경제정책이 아닌 정치가 쥐고 있다. 허가경제(License Raj)라고 불릴 정도로 인도 경제에 대한 정치적 개입 정도는 매우 크다. 세계은행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기업하기 좋은 환경 발표 순위에서 지난해 중국은 91위를 차지한 반면 인도는 132위를 기록했다. 부패, 행정절차의 복잡성 등이 인도에서 사업하는 외자기업들의 애로 사항 중 수위를 차지했다.

 

 

제조업 육성을 위한 제조 인프라 확충에 있어서도 지방 이기주의, 열악한 정부재정 등으로 과거 중국처럼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관료주의와 부패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공장 설립에 수십 개의 인허가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게 현실이다. 급기야 지난해 인도에서 부패척결을 외치는 시민운동이 크게 일어나면서 정치권과 관료들의 대오각성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강하게 펼쳐지고 있다.

 

인도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한 한국 기업인은권한을 쥔 주정부가 일자리를 제공하려는 사업자를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방해하는 느낌을 받았다. 대형 인프라 사업은 관료들에게는 밥상이나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대외환경도 헤쳐나가기엔 난관이 많다. 유럽 재정위기로 유럽계 등 선진국 자본이 회수 중이어서 자본시장이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고 외자의 급격한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②롤러코스터 성장세 보일 가능성 높아

인도의 장기 성장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시티그룹 글로벌경제연구소 등에서는 2040년쯤 인도가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주장했다. 반면 경제구조 개선이 답보 상태를 보이면서 인플레이션, 부패 등으로 정치적 지지도가 약화될 경우 개혁노선에 후퇴를 가져오고 결국 정권교체 등이 일어나 과거 힌디 성장률(3∼4%)로 회귀할 수도 있다는 비관론도 있다.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제조업과 수출 중심의 경제성장 구조로의 전환 시도에 있어 제조 경쟁력 강화가 완만하게 진행되는 와중에 자본수지 및 통화 불안, 외부로부터의 충격 등으로 성장세가 급등락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인도 정부의 목표는 2017년까지의 5개년 경제개발계획 동안 평균 9.5%의 성장률을 달성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격적인 개혁정책의 추진과 경제시스템의 개선을 전제로 하지 않는 한 결코 달성하기 쉽지 않은 목표다.

 

다행인 것은 인도 경제가 성장과 하락을 반복하는 단속적인 성장 패턴을 보이더라도 중국과 달리 정치적 리더십을 교체할 수 있는 탄력적인 체제를 갖추고 있는 만큼 과거로의 회귀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은 정치 민주화라는 난제를 풀어야 할 리더십을 공산당에 의지하고 있다. 반면 인도는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다. 어느 곳이 장기적으로 더 안전하게 지속 성장할 가능성이 높겠는가라는 인도 현지 진출 기업인의 질문을 곱씹을 가치는 충분하다.

 

③중국과는 다른 성장 패턴 보일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 경제의 향후 성장세가 중국처럼 빠르고 계획적이며 일사불란하게 진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현재로서는 인도가 중국보다 초기조건이 양호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은 인구 구조, 임금 경쟁력과 기업가 정신 정도다. 특히 현재 인도 경제 성장에 필수불가결한 전력, 용수, 도로 등 제조 인프라사업은 개별 기업이나 빈한한 재정을 가진 지방정부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국가 주도형 프로젝트들이다. 그러나 GDP 10%를 초과하는 재정적자를 내는 중앙재정의 여력 역시 충분치 않고 외지 자본 유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식민지 피해 의식에서 오는 배타성도 남아 있다.

 

많은 외부인들이 인도 관료사회에 만연한 부패와 엉성한 행정서비스, 형편없는 산업인프라에 넌더리가 난다고 불평한다. 반면 세계 최고수준의 고급 인력과 공존하는 저임의 풍부한 노동력, ‘잘 살아보겠다는 강력한 성취동기 등을 겪은 기업인들은 인도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

 

지금은 고층빌딩이 숲을 이룬 중국 광둥성의 선전(深玔) 30년 전엔 한적한 어촌이었다. 그때의 선전 역시 지금의 인도처럼 제조업 인프라가 열악했고 노동인력은 전부 외지에서 데려와야 했으며 홍콩 자본 역시 성공을 반신반의했을 것이다. 이 같은 난관을 돌파한 원동력은 중국 정부의 개혁의지와 리더십이다. 인도도 미래에 비슷한 시험을 받을 것이다.

 

인도 경제의 향후 성장궤적은 중국보다 느리지만 글로벌 평균보다는 월등히 높은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리스크를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오히려 중국보다 상당히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수도 있다. 외국 기업으로서는 중국에서의 사업 경험을 인도시장에 그대로 이식하는 것만큼 위험한 진출 전략은 없다.

 

3. 주목할 만한 인도 비즈니스 트렌드

경제교류 측면에서 한국과 인도는 점차 밀접해지고 있지만 양국 경제규모에 비해서는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한국과 인도의 교역 규모는 지난 2002년까지 30억 달러에 못 미쳤지만 이후 2009년의 세계 금융위기 기간을 제외하고는 두자릿수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2010년에 171억 달러였던 양국 간 교역액은 지난해 200억 달러를 넘었다. 그렇지만 한중 교역규모가 200억 달러를 돌파한 시점이 지난 1997년이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인도 시장은 아직 미개척지나 다름없다.

 

최근 인도와의 두자릿수 교역신장률이 잠재시장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지만 한국의 총교역에서 인도 비중은 1.9%에 그친다. 국가별 순위로 보더라도 인도는 우리의 수출대상국 7, 수입대상국 16위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명실상부한 최대 교역국으로 자리잡은 중국과의 교역 규모는 이미 지난 2002년에 411억 달러였으며 지난 해에는 2206억 달러를 기록했다.

 

품목별로 보면 인도로부터의 수입은 주로 원료나 중간재에 치우쳐 있고 소비재와는 동떨어져 있다. 우리의 대인도 수출은 자동차 부품과 철강판, 무선통신기기 등이 상위권을 형성하는데 한국에서 수출된 자동차부품과 철강판은 현지에 진출한 국내 자동차업체에 주로 납품된다. 이외의 주요 수출품들도 석유 제품류나 합섬원료 등으로 일반 소비재라기보다는 중간재 성격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인도 경제의 내수 기반이 강하다는 사실은 거꾸로 수입시장 규모가 작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12억 인구라는 잠재 소비자의 수만을 근거로 인도 시장의 매력을 부풀리는 것이 위험한 이유다. 인도가 지난 1991년부터 대외개방을 표방하고 있지만 수출입에 별로 의존하지 않는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①투자 성공 사례가 중소업종으로 확산되기 힘들어

상품시장으로서 인도의 한계가 존재한다면 투자대상국으로서는 어떨까. 2000년대 들어 시장잠재력, 싼 노동비용, 낮은 경쟁구도 등이 인도의 장점으로 부각됐지만 실제 투자에서는 아주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는 못하다. 자동차, 가전 등의 일부 대기업 업종이 초창기 인도 진출의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지만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 높은 세금 등으로 인해 타 업종과 중소업체들로까지 확산됐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한국 업체들의 대인도 현지투자 금액은 22억 달러, 업체 수는 589개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에 18억 달러가 투자돼 전체 금액의 85%를 차지하고 있으며 도소매업, 금융업이 뒤를 잇고 있다. 업체의 수는 건설업, 음식점업, 부동산임대업, 기술서비스업순이다. 인도는 중국과 비교해 투자금액이나 업체 수 모두에서 크게 밀린다. 중국에는 22000여 개 한국 기업이 345억 달러에 달하는 직접투자에 나서고 있다.

 

인도에서는 한국 기업의 진출 역사가 일천하기 때문에 일부 대기업의 현지 투자와 부품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게 나타난다. 앞서 본 대인도 교역액의 상당 부분도 대기업들의 현지공장 부품수입과 맞물려 있다. 또한 한국의 대인도 투자 추이도 대기업의 현지공장 설립과 증설 등에 크게 좌우되는 모습이다. 예를 들어 신규 투자액은 가전사업 진출에 따라 지난 1998년에는 3억 달러를 상회하는 급증세를 보였다가 IMF 위기 이후 2006년까지는 소강 상태를 거쳤다. 이후 2007년부터는 자동차와 관련 부품업체의 진출 확대로 연간 투자금액이 1억 달러 이상으로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앞으로 인도 소비시장이 확대되고 생산입지 여건이 개선되면 한국 기업들은 인도 투자를 강화할 것이고 이에 동반한 부품 및 중간재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②시장개방과 세금폭탄이라는 양면성 존재

잇따른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개도국 시장의 중요성이 커졌고 한국은 인도와의 경제교류에도 적극적이다. 2010 1월부터 한국과 인도 사이에는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이 발효돼 주요 교역상품들에 대한 관세철폐 및 인하가 이뤄지고 있다. 시장개방에 소극적이었던 인도의 변화는 중장기적으로 한국과의 교역을 늘릴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지만 인도 세무당국은 현지 진출 한국 업체들에 과다한 세금을 부과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불투명한 세무환경은 인도 투자 시 리스크 요인으로 자주 지적돼 왔지만 최근 조치는 유례없이 강도가 센 것으로 평가된다.

 

자유무역협정으로 시장을 개방하면서도 현지 투자업체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양면적 태도가 인도 기업환경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앞으로 한국과 인도의 경제교류는 늘어나는 추세겠지만 투자환경 개선은 기대만큼 빠르게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세금폭탄은 불합리한 투자환경 가운데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은 주별 다양한 문화와 언어, 관습과 제도, 상이한 구매력 등에 주의해야만 인도 사업에 승산이 있다. 다른 국가에서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인도에서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할 사업 태도이다. 인도에서 성공하려면 먼저 시장 특성과 문화를 이해하고 이후에 거대한 소비자를 상대하겠다는 중장기적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③신흥중산층, 신세대 소비자, BOP 시장에 주목

인도의 소비시장은 중국과 같은 거대시장은 아니다. 그렇게 될 것이긴 하나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소비시장은 저가형부터 고부가가치(high-end) 상품까지 전 상품 포트폴리오에 걸쳐 다양한 수요를 형성하고 있다. 그 어느 하나 무시하기 어려운 라인업이다. 90년대 중후반 한국은 인도에 전기전자계열 대기업 중심으로 진출했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현지에서 중저가 제품을 쏟아내며 지금의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 인도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커지면서 지금은 15000만 명 내지 2억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신흥중산층과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프리미엄 제품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소비재 시장의 경우 아직 한국 기업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P&G, 코카콜라, 펩시, 에비앙, 에스터로더 등 구미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자동차에서는 미국, 유럽, 일본 기업의 3파전 속에 한국 차의 입지가 나름 탄탄하다. ICT(정보통신) 산업에서는 Nokia, 애플의 명성이 주도하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도전이 점차 먹혀가는 추세다.

 

인도 소비시장에서 향후 주목해야 할 시장 영역은 광대한 저가수요층을 형성하고 있는 BOP(Bottom of Pyramid) 시장이다. 미래 투자차원에서 집중해야 할 소비자층은 신세대 젊은 층이다. 인도는 30세 이하가 전체 12억 인구 중 53%를 차지한다. 특히 틴에이저층 수는 3억 명에 이른다. 이들은 최첨단 서구문화에 대한 유행에 민감하고 인터넷과 TV 등 매스미디어 매체를 통한 외국의 유행 수용이 빠르다. 이들에 의해 전통 힌두교 문화가 서서히 변하고 있는 만큼 길게 보고 사전 공략이 필요하다.

 

투자 측면에서는 인도 정부의 제조업 육성 및 강화 전략에 주목해야 한다. 서구기업들은 이미 제조업시장에 본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가격에 매우 민감한 인도인들의 속성상 고품질 저원가 제조 역량이 전제돼야 한다. 신흥 중산층들의 자동차, 전자제품, 통신기기, 개인소비재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선호에 맞춘 제품을 현지에서 생산해 공급하는 투자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인도의 임금수준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중국, 동남아 시장의 임금수준보다 낮아 경쟁력이 있다. 연구개발(R&D) 측면에서는 제품의 기술적 사양에 있어 덥고 습한 기온, 많은 먼지, 불안정한 전력사정 등을 감안한 현지화된 제품개발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단순 저가 제품이 아닌 다양한 지역적 특성, 종교 등 생활문화 등을 반영한 맞춤화한 제품전략이 인도 비즈니스 성공의 전제요건이 될 것이다.

 

 

 

홍석빈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thomashong@lgeri.com

필자는 서울대 외교학과 학사, 경영학과 석사를 거쳐 동 대학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정책학 박사를 수료했다. Andersen Consulting, Accenture, Deloitte Consulting 컨설턴트를 거쳐 현재는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에 Economist로 재직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6호 The Rise of Resale 2021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