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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sk & Opportunity in 2012 - 정치

포퓰리즘의 포로 된 정치…기업, 감수성 갖춰라

조용수 | 100호 (2012년 3월 Issue 1)



세계 곳곳에서 중대 정치 이벤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는 올 한 해는 온 세상이 정치를 중심으로 움직여 나가는, 말 그대로정치의 해가 될 듯하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에서는 총선과 대선이 각각 4월과 12월에 치러진다. 불과 8개월여라는 짧은 기간 동안에 입법부의 권력이 재구성되고 특히 국가권력의 수장인 대통령직을 수행할 사람이 새로 선출된다. 국가의 권력지도가 완전히 새로 그려지는 것이다. 최근 주요 대선주자들의 행보나 정당의 공천 뉴스가 다른 뉴스들을 제치고 사람들의 관심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것을 보면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시작됐음을 실감케 한다.

 

주요 선거일정을 앞둔 다른 나라들도 예외는 아니다. 연초부터 공화당 프라이머리로 대선 레이스의 서막을 올린 미국을 비롯해 프랑스, 러시아 등에서 과연 누가 정권을 잡느냐(러시아의 경우 푸틴 총리의 대통령직 복귀 여부)가 해당국 국민들뿐 아니라 지구촌 사람들의 중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여기에 비록 유권자에 의한 직접선거는 아니지만 글로벌 No.2 국가인 중국에서도 올 하반기 권력교체가 일어난다. 후진타오 현 주석이 10년 임기의 국가 주석직을 시진핑 부주석에게로 넘기는 정치 프로세스가 펼쳐질 것으로 예정돼 있다.

 

지난해 말 예기치 않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급서로 인한 북한 지도부의 권력 구도 변화와 최근 들어 일년에 한두 차례 총리 교체가 정례화되다시피 한 일본의 리더십 변화 가능성까지 고려한다면 앞으로 일년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 북핵 6자 회담 당사국인 남북한과 관련 4대 국의 리더십이 교체되는 것이고 좀 더 크게 보면 전 세계 GDP 3분의 2 남짓을 담당하는 지구촌 핵심 국가들에서 권력교체가 일어나거나 유임 여부를 결정하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 전개되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2012년 글로벌 정치 격변의 해를 맞는 의미는 사뭇 각별하다. 주요 국의 정치 리더십 변화가 글로벌 경제와 국내 경제 전반의 누적된 모순과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교정해 나가는 새로운 원동력이 될지, 아니면 도리어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더욱 증폭, 심화시키고 문제를 꼬이게 만드는 또 다른 악재가 될지, 향후 수십 년 지구촌의 운명을 가를 분수령이 우리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이런 점에서 2012년은 지난 20세기, 그리고 2000년대 뉴 밀레니엄의 첫 10년과는 상당히 다른 흐름이 형성되는대전환(Great Transition)의 해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발단은 정치 분야에서 비롯되겠지만 그 파장은 경제, 산업, 사회, 문화 등 여러 갈래로 걸쳐 퍼져나가면서 기업 경영에도 상당히 큰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이다.

 

정치와 경제가 서로 분리되는 것을 당연시하던 현대 자유주의 경제학의 시대가 지나가고 정치와 경제가 불가분의 관계로 뒤섞이는 정치경제학의 시대가 다시 열리고 있다. 특정 정파에 대한 지지 여부와는 별개로 기업에도 넓은 의미의 정치적 감수성이 경영의 중요 덕목으로 요구되는 시대가 왔다. 2012년 글로벌 정치 격변의 해를 맞아 국내외 정치 트렌드의 급변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세밀하게 짚어 보고 우리 기업들의 경영에 주는 시사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정치와 경제, 경계가 무너지다

 

지난 1980년대 말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함께 찾아 온 소련 및 동구권 사회주의 블록의 해체는 다른 한편으로는 밀턴 프리드먼(M. Friedman)() 자유주의 경제학의 대승리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강경 대결 노선으로 소련과 동구권을 압박해 결국 사회주의권 붕괴와 이념 대결 승리를 유도해 낸 대처 영국 총리와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경제 정책 면에서 케인스(M. Keynes)류의 정부개입주의를 부정하고 자유시장주의를 주창하는 정책의 대전환을 앞장서 이끌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처·레이건 집권 이래 지난 30∼40년간 세금도 줄이고 규제도 축소하며 사회복지도 동시에 줄이는 작은 정부론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 감세와 탈규제, 민간자율과 자유경쟁은 동시대 사람들의 생각을 규정하는 일종의 도그마가 됐으며 경제가 잘 안 되고 일자리가 안 생기는 것은 기업과 시장의 자유로운 활동을 가로막는 관료들의 규제 때문이라거나 정치가들이 경제 영역에 무분별하게 개입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전 세계로 널리 확산됐다.

 

2008년 리먼 사태 이전까지 이런 생각(혹자는 자유시장 자본주의라고 부르며, 혹자는 신자유주의라고도 칭하는) 또는 경제적 사고방식이 거대한 시대적 흐름을 이뤘다. 일부 예외는 있었지만 대다수 주류 경제학자들이나 언론 매체들은 경제는 경제를 잘 아는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하는 것이고 경제를 잘 모르는 정치인들이 경제문제에 개입해서 일을 그르쳐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반복해서 설파해 왔다.

 

이 과정에서 효율과 성장 대신 정의와 형평을 이야기하는 정치인들은 철부지 취급을 당했다. 일부 정치인들의 무능과 부패는 시대를 막론하고 있어 온 일이지만 신자유주의가 세상을 휩쓰는 동안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과 혐오는 극에 달했고 결과적으로 개별 정치인과 정당을 넘어 정치를 공격하고 정치행위 그 자체를 경시하는 풍조도 생겨났다. 정치가 당파싸움으로 날을 지새면서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해묵은 비판은 우리 귀에도 매우 익숙한 레토릭(rhetoric)인데 정치가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보다 생산적인 역할을 하라는 채찍질이기도 했지만 핵심 메시지는 결국 정치는 경제에서 손을 떼라는 것이었다.

 

정치에 대한 이러한 비판과 혐오 기류 속에서 대중들은 자신들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각종 어젠다 세팅(Agenda Setting) 과정으로부터 서서히 유리돼 왔다. 의회 등 각종 정치적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과 영향력도 현저히 약화됐다. 일반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무관심 등으로 인해 많은 국가에서 대통령 선거 등 주요 선거에 대한 투표율이 1970년대 이후 크게 하락해 왔다. 1960년 대선 당시 62.8%에 달했던 미국 유권자들의 투표율은 40년 후인 지난 2000 51.3% 10%포인트 이상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1987년 민주화 직후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한 당시의 투표율은 무려 89.2%였다. 이후 2007년 대통령 선거 투표율은 63.0% 25%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같은 기간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율 역시 75.8%에서 46.1% 30%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2008 9월 리먼 사태가 발발하기 이전까지 많은 사람들은 이런 류의 정치적 무관심, 혹은 정치적 결벽증을(cool)한 것이라고 믿어 왔다. 정치는 음모와 술수에 능한 직업 정치인들이 하는 것이고 경제는 효율과 합리를 추구하는 경제인이 하는 것이라는 정치와 경제의 철저한 이분법(dichotomy)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뇌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부터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리먼 사태로 촉발된 일대의 경제금융적 사변을 겪으면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사람들은 비로소 생각을 다르게 하기 시작했다. 탈규제 흐름 속에 이뤄진 금융감독 시스템의 해체가 자신이 평생 모은 자산을 종잇조각으로 만든 주범이었으며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정책이 사실은 자신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해고의 자유를 의미할 수도 있으며 일하는 사람, 중산층을 위한 정책이라는 감세 기조, 사막의 땅에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외파병 전쟁이 결국에는 국가재정을 고갈시켜 내 자녀의 교육받을 권리를 박탈하고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벼랑으로 내모는 눈에 보이지 않는 덫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정치인들과 관료들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리먼 사태 이후 3년이 지나도록 중소자영업자들의 비즈니스와 개별 근로자들의 일자리 사정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정부의 재정과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한 천문학적인 자금 지원으로 금융회사와 기업들은 살아났지만 가진 건 집 한 채뿐인 사람들이 기대하는 부동산 경기의 호전은 실현되지 않았다. 반면 중앙과 지방정부의 재정구조가 크게 망가지면서 위기 시에 공동체가 나의 보호막이 돼 줄 것이라는 믿음도 전에 없이 약해졌다. 재정 부실화에 직면한 각국 정부가 재정지출을 크게 줄이면서 사회복지 및 연금 혜택이 대폭 축소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만히 참고 기다리면 다시 예전처럼 내 삶이, 그리고 주변 세상이 다시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사라졌다는 점이 사람들에게는 더 큰 좌절을 안겨주는 이유가 됐다. 한 사회를 지탱하는 사회적 자본으로서의신뢰와 인내가 바닥을 헤매는 상황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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