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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sk & Opportunity in 2012 - 정치

포퓰리즘의 포로 된 정치…기업, 감수성 갖춰라

조용수 | 100호 (2012년 3월 Issue 1)



세계 곳곳에서 중대 정치 이벤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는 올 한 해는 온 세상이 정치를 중심으로 움직여 나가는, 말 그대로정치의 해가 될 듯하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에서는 총선과 대선이 각각 4월과 12월에 치러진다. 불과 8개월여라는 짧은 기간 동안에 입법부의 권력이 재구성되고 특히 국가권력의 수장인 대통령직을 수행할 사람이 새로 선출된다. 국가의 권력지도가 완전히 새로 그려지는 것이다. 최근 주요 대선주자들의 행보나 정당의 공천 뉴스가 다른 뉴스들을 제치고 사람들의 관심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것을 보면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시작됐음을 실감케 한다.

 

주요 선거일정을 앞둔 다른 나라들도 예외는 아니다. 연초부터 공화당 프라이머리로 대선 레이스의 서막을 올린 미국을 비롯해 프랑스, 러시아 등에서 과연 누가 정권을 잡느냐(러시아의 경우 푸틴 총리의 대통령직 복귀 여부)가 해당국 국민들뿐 아니라 지구촌 사람들의 중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여기에 비록 유권자에 의한 직접선거는 아니지만 글로벌 No.2 국가인 중국에서도 올 하반기 권력교체가 일어난다. 후진타오 현 주석이 10년 임기의 국가 주석직을 시진핑 부주석에게로 넘기는 정치 프로세스가 펼쳐질 것으로 예정돼 있다.

 

지난해 말 예기치 않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급서로 인한 북한 지도부의 권력 구도 변화와 최근 들어 일년에 한두 차례 총리 교체가 정례화되다시피 한 일본의 리더십 변화 가능성까지 고려한다면 앞으로 일년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 북핵 6자 회담 당사국인 남북한과 관련 4대 국의 리더십이 교체되는 것이고 좀 더 크게 보면 전 세계 GDP 3분의 2 남짓을 담당하는 지구촌 핵심 국가들에서 권력교체가 일어나거나 유임 여부를 결정하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 전개되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2012년 글로벌 정치 격변의 해를 맞는 의미는 사뭇 각별하다. 주요 국의 정치 리더십 변화가 글로벌 경제와 국내 경제 전반의 누적된 모순과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교정해 나가는 새로운 원동력이 될지, 아니면 도리어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더욱 증폭, 심화시키고 문제를 꼬이게 만드는 또 다른 악재가 될지, 향후 수십 년 지구촌의 운명을 가를 분수령이 우리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이런 점에서 2012년은 지난 20세기, 그리고 2000년대 뉴 밀레니엄의 첫 10년과는 상당히 다른 흐름이 형성되는대전환(Great Transition)의 해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발단은 정치 분야에서 비롯되겠지만 그 파장은 경제, 산업, 사회, 문화 등 여러 갈래로 걸쳐 퍼져나가면서 기업 경영에도 상당히 큰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이다.

 

정치와 경제가 서로 분리되는 것을 당연시하던 현대 자유주의 경제학의 시대가 지나가고 정치와 경제가 불가분의 관계로 뒤섞이는 정치경제학의 시대가 다시 열리고 있다. 특정 정파에 대한 지지 여부와는 별개로 기업에도 넓은 의미의 정치적 감수성이 경영의 중요 덕목으로 요구되는 시대가 왔다. 2012년 글로벌 정치 격변의 해를 맞아 국내외 정치 트렌드의 급변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세밀하게 짚어 보고 우리 기업들의 경영에 주는 시사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정치와 경제, 경계가 무너지다

 

지난 1980년대 말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함께 찾아 온 소련 및 동구권 사회주의 블록의 해체는 다른 한편으로는 밀턴 프리드먼(M. Friedman)() 자유주의 경제학의 대승리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강경 대결 노선으로 소련과 동구권을 압박해 결국 사회주의권 붕괴와 이념 대결 승리를 유도해 낸 대처 영국 총리와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경제 정책 면에서 케인스(M. Keynes)류의 정부개입주의를 부정하고 자유시장주의를 주창하는 정책의 대전환을 앞장서 이끌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처·레이건 집권 이래 지난 30∼40년간 세금도 줄이고 규제도 축소하며 사회복지도 동시에 줄이는 작은 정부론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 감세와 탈규제, 민간자율과 자유경쟁은 동시대 사람들의 생각을 규정하는 일종의 도그마가 됐으며 경제가 잘 안 되고 일자리가 안 생기는 것은 기업과 시장의 자유로운 활동을 가로막는 관료들의 규제 때문이라거나 정치가들이 경제 영역에 무분별하게 개입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전 세계로 널리 확산됐다.

 

2008년 리먼 사태 이전까지 이런 생각(혹자는 자유시장 자본주의라고 부르며, 혹자는 신자유주의라고도 칭하는) 또는 경제적 사고방식이 거대한 시대적 흐름을 이뤘다. 일부 예외는 있었지만 대다수 주류 경제학자들이나 언론 매체들은 경제는 경제를 잘 아는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하는 것이고 경제를 잘 모르는 정치인들이 경제문제에 개입해서 일을 그르쳐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반복해서 설파해 왔다.

 

이 과정에서 효율과 성장 대신 정의와 형평을 이야기하는 정치인들은 철부지 취급을 당했다. 일부 정치인들의 무능과 부패는 시대를 막론하고 있어 온 일이지만 신자유주의가 세상을 휩쓰는 동안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과 혐오는 극에 달했고 결과적으로 개별 정치인과 정당을 넘어 정치를 공격하고 정치행위 그 자체를 경시하는 풍조도 생겨났다. 정치가 당파싸움으로 날을 지새면서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해묵은 비판은 우리 귀에도 매우 익숙한 레토릭(rhetoric)인데 정치가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보다 생산적인 역할을 하라는 채찍질이기도 했지만 핵심 메시지는 결국 정치는 경제에서 손을 떼라는 것이었다.

 

정치에 대한 이러한 비판과 혐오 기류 속에서 대중들은 자신들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각종 어젠다 세팅(Agenda Setting) 과정으로부터 서서히 유리돼 왔다. 의회 등 각종 정치적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과 영향력도 현저히 약화됐다. 일반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무관심 등으로 인해 많은 국가에서 대통령 선거 등 주요 선거에 대한 투표율이 1970년대 이후 크게 하락해 왔다. 1960년 대선 당시 62.8%에 달했던 미국 유권자들의 투표율은 40년 후인 지난 2000 51.3% 10%포인트 이상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1987년 민주화 직후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한 당시의 투표율은 무려 89.2%였다. 이후 2007년 대통령 선거 투표율은 63.0% 25%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같은 기간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율 역시 75.8%에서 46.1% 30%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2008 9월 리먼 사태가 발발하기 이전까지 많은 사람들은 이런 류의 정치적 무관심, 혹은 정치적 결벽증을(cool)한 것이라고 믿어 왔다. 정치는 음모와 술수에 능한 직업 정치인들이 하는 것이고 경제는 효율과 합리를 추구하는 경제인이 하는 것이라는 정치와 경제의 철저한 이분법(dichotomy)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뇌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부터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리먼 사태로 촉발된 일대의 경제금융적 사변을 겪으면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사람들은 비로소 생각을 다르게 하기 시작했다. 탈규제 흐름 속에 이뤄진 금융감독 시스템의 해체가 자신이 평생 모은 자산을 종잇조각으로 만든 주범이었으며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정책이 사실은 자신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해고의 자유를 의미할 수도 있으며 일하는 사람, 중산층을 위한 정책이라는 감세 기조, 사막의 땅에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외파병 전쟁이 결국에는 국가재정을 고갈시켜 내 자녀의 교육받을 권리를 박탈하고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벼랑으로 내모는 눈에 보이지 않는 덫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정치인들과 관료들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리먼 사태 이후 3년이 지나도록 중소자영업자들의 비즈니스와 개별 근로자들의 일자리 사정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정부의 재정과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한 천문학적인 자금 지원으로 금융회사와 기업들은 살아났지만 가진 건 집 한 채뿐인 사람들이 기대하는 부동산 경기의 호전은 실현되지 않았다. 반면 중앙과 지방정부의 재정구조가 크게 망가지면서 위기 시에 공동체가 나의 보호막이 돼 줄 것이라는 믿음도 전에 없이 약해졌다. 재정 부실화에 직면한 각국 정부가 재정지출을 크게 줄이면서 사회복지 및 연금 혜택이 대폭 축소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만히 참고 기다리면 다시 예전처럼 내 삶이, 그리고 주변 세상이 다시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사라졌다는 점이 사람들에게는 더 큰 좌절을 안겨주는 이유가 됐다. 한 사회를 지탱하는 사회적 자본으로서의신뢰와 인내가 바닥을 헤매는 상황이 온 것이다.

 

급기야 2010년 하반기부터 사람들의 분노가 남유럽, 중동아프리카, 미국 등 전 세계 곳곳에서 폭발하기 시작했다. 대공황에 비견되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불러오는 데 일조했거나 최소한 사전에 막지 못한 책임이 있는 금융 엘리트들과 정치인, 관료, 기업가 등이 위기 수습과정에서 변명과 책임회피, 그리고 무능력과 무절제한 탐욕으로 일관하는 것을 목격한 사람들은 투표와 오프라인 시위, 온라인 여론 조성 등 다양한 형태의 참여를 통해 세상을 내 손으로 바꾸어 나가자는 대대적인 정치적 각성을 하기에 이른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가 반세기 동안 이어진 동서 냉전체제와 좌우 이념 대립의 거대한 벽을 허물었듯이 지난 30∼40년간 지속된 정치와 경제의 이분법과 이에 기초한 시장자율, 탈규제 기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렀고 이 위기는 다시 정치에 대한 대중들의 무관심, 그리고 정치와 경제의 오랜 이분법을 무너뜨리는 역설적 계기가 된 것이다.

 

점령운동(Occupy Movement), 대중이 정치에 눈을 뜨다

 

2011 7월 애드버스터(Adbuster)라는 캐나다의 온라인 대안 광고 매체가 ‘Occupy Wall Street(월가를 점령하라)’라는 이름의 오프라인 시위를 조직할 때만 해도 주최자들은 자신들의 이 낯선 시도가 21세기 세계자본주의의 미래를 규정하는 새롭고도 강력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D-Day 917일 뉴욕 월가 한복판에서 시위가 시작됐을 때 주최자들의 예상을 훨씬 웃도는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1%에 대항하는 99% 사람들의 저항운동은 불과 수일 만에 미국 전역의 주요 도시들로 확산됐다. 그리고 한 달 후인 1015일에는 뉴욕, LA, 워싱턴, 보스턴 등 미국 내 100여 개 도시와 런던, 파리, 베를린, 도쿄, 시드니, 서울 등 전 세계 주요 국의 수도와 거점도시들에서 ‘Occupy(점령)’라는 이름을 단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전 세계에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한날한시에 약속한 장소에 모여 탐욕의 상징이 된 금융계와 부자들을 한목소리로 규탄하는 영화와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사실 ‘Occupy 운동이 벌어지기 훨씬 이전인 2010년 가을에도 이미 프랑스 전역에서 수백만 명의 시민과 학생들이 참여하는 연금개혁 반대 시위가 격렬하게 펼쳐지면서 사르코지 정권을 궁지로 몰아 넣은 일이 있었고, 영국에서도 보수당 정부의 교육예산 축소에 반발하는 대학생, 청년 등의 시위가 수차례 대규모 도심폭동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그리스, 스페인 등 EU 주변 국과 동유럽 국가들에서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재정긴축, 특히 연금과 사회복지지출 축소 등에 반발하는 크고 작은 시위가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그 결과 남유럽과 동유럽 지역에서는 내각이 무너지고 의회가 해산되는 정치적 격변의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11년 연초 튀니지에서 시작해 이집트, 리비아 등의 권위주의 정권을 몰락시킨 중동·북아프리카의 소위 아랍의 봄 사태 역시 식량 인플레와 실업 등 경제문제가 정치 혁명으로 비화된 경우라 할 수 있다.

 

미국 뉴욕의 월가에서 시작된 점령(Occupy) 운동은 지난 수년간 유럽과 중동 등지에서 일어난 대중운동과 맥을 같이하면서도 지난 30여 년간 전 세계에 워싱턴 컨센서스와 같은 신자유주의 교리를 전파해 왔던 현대 자본주의의 본산인 미국에서 일반 대중이 자발적 각성을 통해 만들어낸 비폭력 풀뿌리 시민운동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최근 연말연시 동절기를 맞아 운동이 일시 소강상태로 접어든 듯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세상이 단단히 잘못 돌아가고 있었다는 점을 뒤늦게 자각한 일반 대중의 분노와 기득권층에 대한 저항심리는 지금도 거대한 휴화산처럼 폭발 시점을 기다리면서 내연하는 중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령 운동은 단순한 점거운동이나 집단 시위의 형태를 벗어나 제도권 미디어 참여나 트위터, Podcast SNS를 통한 여론형성 등 더욱 강력하고 효과적인 정치운동으로의 진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제 대중이 적극적인 참여와 직접적인 의사표현을 통해 자신의 먹고 사는 문제, 나아가 공동체 전체의 부가 창출되고 분배되는 방식과 절차에 대해 커다란 목소리를 내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정치와 경제의 경계를 나누던 벽은 무너지고 있으며 극소수의 전문가들만 경제문제를 이야기하는 시대 또한 끝났다고 할 수 있다.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경제 문제를 이야기하고 정의를 요구하면서 수십 년 글로벌 경제 역사에 전례 없던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정치경제 리스크 조망

 

주요 국 정권 교체에 따른 글로벌 리더십 공백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에서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동시다발적으로 새로운 인물, 새로운 세력이 등장하는 과정에서 그 어느 때보다 취약한 상태에 있는 글로벌 경제 시스템에 예상외로 큰 리스크가 형성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언제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위태로운 상태인 유럽 재정위기의 극복, 날로 커지고 있는 미·중 간 무역불균형 해소, 달러·위안화 등 주요 국 통화가치 재조정, 이란·북한 핵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 등을 위해 주요 국들 간 공조와 협력이 매우 절실한 시점이다. 이런 문제들은 당사국들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 시스템에 참여하고 있는 전 세계 모든 국가들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문제인 만큼 주요 국 지도자들 사이의 단합된 지도력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각종 공식 회의와 비공식 접촉을 통해 서로 손발을 맞춰야 할 주요 국의 지도자들이 갑자기 새로운 얼굴로, 경우에 따라서는 서로에게 낯설고 불편할 수도 있는 인물로 동시에 대거 교체된다는 점은 그 자체로 글로벌 경제에 중차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될 수 있다. 일례로 향후 1년 내에 글로벌 금융시장에 주요 국 디폴트 등 긴급사태가 발생한다고 가정하자. 각국 지도자들의 신속한 대응이 긴요한데 서로 안면이 없는 지도자들 사이에 신호가 엇갈리거나 상대방의 의도를 오판하는 일이 벌어질 경우 글로벌 경제 전반에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지구촌에 만연하는 자국 이기주의

 

올 한 해 글로벌 리스크 관점에서 우리가 긴장하고 주목해야 할 대목은 지금 글로벌 경제가 경기순환 측면에서나 시스템 측면에서 매우 어려운 국면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올 한 해 동안 글로벌 경제무대 전면에나만 살고 보자는 식의 자국이기주의가 팽배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 지도자들이 대외관계에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입장을 견지하려고 해도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한 유권자들이 양보와 희생을 거부하고 이기적인 선택을 요구하면 지도자들 입장에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수 있다.

 

2008년 이후 3년여 동안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경제주체들의 피로도와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한껏 팽창해 있는 상태다. 시스템 위기가 크게 고조돼 있는 유로권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선진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으로 돌입하고 있다는 경보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위기 후 일제히 동원됐던 경기부양 수단의 약발도 다한 듯 보이며 추가적인 대책을 강구할 여력도 거의 소진된 것 같다.

 

특히 글로벌 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야 할 미국 경제는 가계, 정부 할 것 없이 부채상환에 매달리고 있어 당장 과거와 같은 성장활력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선진권 경기가 장기침체로 들어가는 초입에 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잉투자와 공급과잉 문제에 직면한 중국 경제도 경착륙 리스크로 인해 전례 없이 위태로워 보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해외 수출 수요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도 별로 다르지 않다.

 

여기에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글로벌 점령운동이나 SNS 등 직간접적인 형태로 대중들이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개시했다. 작은 불씨에도 활활 타오르는 장작더미처럼 현재에 대한 불만,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쌓여 대중들의 분노 게이지는 매우 높게 치솟아 있는 상태이다. 주목할 것은 이제 대중들이 과거처럼 불만을 참고 침묵하는 것보다 나서서 직접 행동하면 세상이 바뀐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유럽 전역에서,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그리고 중동아프리카에서 대중들은 자신들의 참여가 정치인들의 공약과 정부 정책, 나아가 정부 자체를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실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체득하고 있다.

 

그래서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전 세계 많은 유권자들이 올해 선거를 계기로 기성 정치권과 정부를 향해 자신들의 분노와 요구를 쏟아낼 태세다. 조만간 크고 작은 선거가 예정돼 있는 나라들의 경우 대외 전략이나 내부 정책이 정치 바람을 크게 타면서 그 어느 때보다 극단적으로 요동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올 한 해 동안나만 살고 보자는 식의 자국 이기주의가 암묵적인 형태로 주요 국 대외전략의 화두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각국의 정부 지도자들은 모든 대외 정책과 국내 정책을 대중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에 크게 시달릴 것이다. 웬만큼 강심장을 가지지 않고서는 유권자들의 뜻을 거스르는 정치적 결정을 감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스템의 불안정성 증폭 가능성

 

유로존 위기 극복, 국제금융 및 통화시스템 개혁, 환율 및 금리 등 거시정책수단의 과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실물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이런 시스템적인 과제를 추진하는 데 필요한 긴밀한 국제 공조, 주요 국 정상들 사이의 대담한 양보나 통 큰 합의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거창한 글로벌 경제 문제는커녕 자국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라도 당장 유권자(납세자)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어야 할지도 모를 만큼 예민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단순히 경기가 나쁜 시기가 아니라 정부와 정치인, 관료 등 공권력에 대한 유권자들의 신뢰와 인내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표를 얻어야 하는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의 심기를 헤아리는 데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 없는 국익이라도 만들어 냈다고 선전해야 할 형편에 자국민들의 희생과 양보를, 인내와 절제를 요구할 수 있는 정치지도자가 지구상에 과연 존재할지 의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글로벌 경제의 핵폭탄이라고 일컬어지는 유로존 위기의 뇌관 해체 작업은 올해에도 큰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과연 메르켈 총리가 자국의 출혈을 무릅쓰고 그리스 등 유로존 취약 국 지원 확대를 독일 국민들에게 설득할 수 있을까, 위기 해결에 필요한 재정통합과 구제금융을 위한 결정적인 키를 쥐고 있는 독일 유권자들이 극단적 자국우선주의로 선회한다면 유로존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유로존의 연쇄 디폴트와 같은 대폭발이 현실화되면서 글로벌 경제 전체의 침몰을 야기하지는 않을까 등등의 의문이 꼬리를 문다. 경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정도에 비례해 대승적 리더십, 즉 눈앞의 이해관계를 떠나 모두 함께 사는 길을 찾고 설득하는 통 큰 리더십이 작동할 여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2012년 한 해 경기침체의 골이 예상 외로 깊어진다면 미국과 중국 사이의 관계도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실업과 실질소득 감소에 뿔난 유권자들과 공화당이 대선을 눈앞에 둔 오바마 행정부를 거세게 몰아붙이면 무역 불균형 문제와 위안화 평가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사이의 해묵은 공방이 극적 대결 양상으로 폭발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때마침 중국도 권력교체를 앞두고 경기 방어와 민심 잡기에 주력해야 하는 입장인 만큼 미국의 공세에 마냥 밀릴 수만은 없는 입장일 것이다. 극단적으로는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미·중 간 치열한 무역전쟁이 펼쳐질 수도 있다. 대외 무역, 북핵 문제 등과 관련해 양국의 협력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커다란 리스크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처럼 2012년에는 여러 정황상 지구촌 전역에 자국이기주의에 기반한 갈등과 충돌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글로벌 공조에 의한 리스크와 불확실성의 제거는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시스템 불안정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극단적으로 상대방이야 어떻게 되든 나만 살면 된다는 약육강식의 생존 경쟁, 나아가 무역전쟁의 암울한 그림자가 글로벌 시장을 뒤덮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자국 내 정치적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영토, 자원문제 등을 이유로 주변 국과의 갈등을 의도적으로 고조시키고 물리적 충돌을 불사하는 경우도 생겨날 수 있을 것이다. 국가부도 등 경제상황 악화를 틈타 독재회귀 조짐을 보이고 있는 동유럽 일부 국가나 석유나 천연가스 등 자원을 둘러싼 이권 갈등이 잠복해 있는 중앙아시아 지역 등에서 글로벌 경제 전체에 큰 파장을 미칠 수 있는사건이 발생하는 시나리오도 얼마든지 상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포퓰리즘, 정치의 역습이 시작되다

 

대외관계에서 노골적인 자국 이기주의가 나타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내부적으로는 경제사회 전반에 대중 영합적인 포퓰리즘이 횡행할 것이다. 어떤 나라에서든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나라 곳간 사정이나 사업 타당성, 미래 세대로 전가되는 부담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장밋빛 공약이나 정책을 남발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대규모 중앙정부 재정자금이 투입되는 인프라 확장 정책이나 교육, 복지지출 확대를 내세운 유권자 현혹시키기 경쟁이 펼쳐질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사회적 약자들이 체감하는 경제적 고통이 심한 시기인 만큼 이들을 향한 정치권의 구애작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고 선거 분위기는 일순간에 경제적 합리성을 도외시한 포퓰리즘 경쟁으로 점철될 수 있다. 정치가 경제를 제대로 역습하는 경우다. 물론 많은 경우 유권자들은 표를 얻기 위한 인기영합적인 공약이나 허무맹랑한 정책을 감별하고 걸러내는 집단지성을 발휘할 것이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종종 합리적 유권자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한때 경제동물(Economic Animal)이라는 별칭을 얻었던 일본인들이 지금 세계에서 가장 부실한 재정구조로 신음하게 된 아이로니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더 큰 리스크는 미래를 위해 지금 세대가 마땅히 해야 할 개혁과제들이 표를 위해 기꺼이 포퓰리즘의 포로가 된 정치인들로 인해 크게 지연되거나 차질을 빚는 경우다.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국가부채나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장기 재정개혁 로드맵(road map)을 재작성하고, 돈이 들어오는 쪽(세금, 혹은 세입)과 나가는 쪽(세출)을 모두 손대야 하지만 일반 유권자들에게 세금은 더 내고 공공서비스는 이전보다 적게 받으라고 설득할 용기를 가진 정치인이나 정당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싶다. 지출 사이드에서도 관료들의 반발과 저항을 무릅쓰고 비용 효율(cost efficiency) 제고를 독려할 수 있는 선 굵은 정치적 리더십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세금은 적게, 복지혜택은 더 많이를 외치는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국가의 중요 포스트에 진출하게 될 확률이 훨씬 더 높다.

 

물론 최근 각국 정치권에서 부자와 은행, 대기업에 대한 증세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이들로부터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세금의 규모는 사실 매우 제한적이고 이것만으로 재정악화를 멈추고 재정구조 건전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같은 논리로 각종 연금이나 의료보장제도, 보조금 등 사회복지 시스템의 개혁 역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는커녕 개혁의 적기를 놓치고 지지부진해질 가능성이 크다. 일부 한계선상에 있는 나라를 제외하고 당장 위기나 파국이 닥치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개혁의 비용과 고통은 더 커지고 미래세대의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될 것이다.

 

미래를 위한 투자 동력 약화도 문제

 

지구온난화 대응과 같은 미래지향적인 부문의 투자 동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미 징후가 나타나고 있지만 선거의 해인 올 해의 경우 특히나 이런 미래적인 문제, 지구 공통의 과제에 드라이브를 걸고 구체적 정책으로 구현할 만큼의 정치적 동력이 작용하는 나라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일례로 올 연말 교토의정서 체제가 만료되지만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 이행을 위한 당사국 간 협상은 구체적 성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태에 있다. 교토의정서 체제 발족을 주도한 유럽 각국은 물론 온실가스 감축 문제에 중요한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는 미국, 중국, 인도 등 세계 선후진 각국이 당장 눈에 보이는 이익은 적고 비용만 많이 드는 온실가스 감축보다는 경제회생에 더 많은 관심과 에너지를 쏟아부을 것이다. 특히 이산화탄소(CO2)를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과 거래제의 신규 도입이나 추가적인 확대 시도는 비용부담 주체인 기업과 소비자들의 반발로 대부분 무위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지난해 12월 중순에 종료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결과 러시아, 일본, 캐나다 등 온실가스배출 상위 5∼8위 권 국가들이 더 이상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지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중국과 미국, 인도 세계 1∼3위 온실가스 배출국들도 온실가스 감축 의무에 극히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청정개발체제(CDM) 등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교토의정서 체제의 주요 메커니즘이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가격도 2007년 톤당 27유로에서 최근에는 6.5유로 수준으로 곤두박질치는 등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시장 자체가 크게 위축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연말 교토의정서 체제 만료를 앞두고 연중 후속조치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온실가스 감축과 지구온난화 대응을 위한 글로벌 동력은 실질적으로 소진될 것으로 보여진다. 에너지 효율화 기술이나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위한 주요 국 정부와 민간 부문의 투자 동력도 상당히 약화될 것이다. 그러나 각국의 정치 일정과 유권자들의 정서, 그리고 정치인들의 무소신 행보 등을 감안할 때 이 문제와 관련해 기존과 다른 어떤 해법, 혹은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일부 선진국 정부가 립 서비스 차원의 몇 가지 이니셔티브를 보여줄 수는 있겠지만 큰 틀에서 볼 때 포퓰리즘에 젖은 정치가 올 한 해 지구 환경과 미래 세대의 복리후생을 결정적으로 후퇴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그동안 온실가스 감축이나 여타 환경 관련 비즈니스와 펀드 등에 투자해 온 기업이나 금융기관, 단체 등이 감수해야 할 불확실성과 리스크도 만만찮을 것이다.

 

이외에도 자국의 어려운 경제사정과 인기영합적인 정치가 만날 경우 외국인 근로자나 기업에 대한 금융세제상의 차별이나 부당대우 등을 은근히 조장하거나 극단적으로는 제3세계를 중심으로 외국인 기업과 상점을 물리적으로 공격하고 국유화(몰수)하자는 주장이 나타날 수 있다. 경제개혁이 지지부진하고 취업난과 식량난, 물가고가 계속되는 상황이 이어지다 보면 일자리를 위협하는 외국인 근로자와 나라의 부를 해외로 이전하는 외국 기업에 대한 적대의식이 자연스럽게 고조되는 상황이 온다. 그만큼 글로벌 정치경제 환경이 불투명하고 불안정한 상태인 것이다.

 

한국 기업, 정치적 감수성을 키울 때

 

올 한 해 우리 기업들은 국내외적으로 거센 정치 바람에 노출되면서 글로벌 비즈니스를 비롯한 기업경영 전반에서 적지 않은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요 국의 정권이나 의회권력 교체로 인해 무역이나 투자, 기타 산업 관련 정책이 급변할 경우 해당 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상당한 비용부담이나 기회 손실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담합행위, 덤핑, 지적재산권 침해 등을 빌미로 한 소송이나 행정제재가 정치적 이유로 더욱 빈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글로벌 경쟁에서 밀린 자국 기업을 방어하고 일자리를 잃은 유권자들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서할리우드 액션이라도 불사할 처지인 만큼 해당 국 정치가나 행정 당국이 한국, 일본 등 만만한 외국 기업을 택해 본보기로 삼는 시나리오를 얼마든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실제로 미국 법무부가 한국과 일본 기업들에 건당 수백억, 수천억 원대의 담합 과징금을 부과하는 사례가 최근 부쩍 늘어나 그 정치적 연관성을 의심하는 눈길도 적지 않다. 한국 기업들의 세심한 주의와 대응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한편 국내에서는 4월 총선에서 12월 대선에 이르는 기간 동안 정부정책 관련 리스크가 크게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기, 물가, 고용 등 거시경제 전반에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가계부채, 저축은행 구조조정, 부동산, 청년실업, 양극화, 북핵 문제 등 해묵은 정책난제들이 즐비하다. 경기 문제는 별개로 치더라도 다른 현안들의 경우 올 한 해 정부 당국의 리스크 통제력과 문제 해결 의지가 크게 약화될 소지가 있다. 난마처럼 얽혀 있는 정책현안 가운데 한두 가지라도 제대로 통제가 되지 않고 크게 삐걱거리기 시작한다면 경제금융 시스템 전체에 예측하기 어려운 큰 파장이 올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 기업, 특히 대기업 정책의 방향 수정도 중대 관심사가 될 것이다. 주요 정당들이경제 민주화와 관련해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 비정규직 사용 제한, 담합 등 공정거래질서 및 소비자 보호 강화 등의 이슈들을 연중 경쟁적으로 제기하고 선거 과정을 통해 정부정책으로 구체화할 경우 기업들은 기존 경영 패러다임에 일대 수정을 가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법인세 등 증세 논쟁, 이익공유제 등 동반성장 프로그램, 정리해고 및 비정규직 사용 제한 문제 등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귀결되든 기업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지금보다 늘어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부담은 훨씬 강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반 국민을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을 보는 시각이 바뀌면서 기업의 사회적 위상과 존재 의미, 역할이 지금까지와는 사뭇 달라지는 것이다.

 

기업으로서는 이런 변화를 능동적으로 수용하고 조기에 적응해 나가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 본연의 혁신 노력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키워나가야 하는 책무를 지고 있다. 같은 값이면 새로운 정치환경의 전후 맥락을 남보다 더 빨리, 전향적으로, 그리고 창의적으로 해석해 스스로에게 새로운 시대적 역할과 의미를 부여하고 결과적으로 남다른 경쟁우위의 원천으로 삼는다면 더 말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우리 기업들도 경제적 합리성과 효율성뿐 아니라 고도의 정치적 감수성을 키우는 일에도 눈 뜰 필요가 있다. 세상 사람들이 무엇을 갈망하고 무엇을 아파하는지, 즉 시대정신의 흐름이 어떤 것인지를 정확히 읽어내고 같이 호흡하는 일에 능숙한 기업들만이 미래 기업시민으로서의 생존과 성공을 도모할 수 있는 시대가 왔음을 기억하자.

 

조용수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yscho@lgeri.com

 

필자는 서울대에서 경제학사 및 행정학 석사, 미국 미시간주립대(MSU)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LG경제연구원에서 기업 경영환경 분석과 미래 트렌드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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