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마토운송의 회장을 지낸 오구라 마사오. 1971년에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아 사장이 된 그는 주력 사업인 화물운송 사업에서 택배 사업 쪽으로 기업을 확장시킬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당시가 1976년 무렵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일본에서는 택배 서비스가 처음 시도되는 사업인지라 택배 인프라를 어떻게, 그리고 어느 정도로 구축해야 하는지 좀처럼 감을 잡기 어려웠다. 특히 가장 중요한 문제는 택배 영업소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이었다. 영업소가 필요 이상으로 많으면 운영비용이 과다하게 들 것이고 그렇다고 적게 운영하면 고객에게 물건을 전달하는 시간이 길어져서 택배 서비스가 초기에 외면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상적인 택배영업소 수를 알아낸다 하더라도 각각의 영업소를 어느 곳에 설치해야 하는지도 오구라 사장의 큰 고민거리였다.
절대 풀리지 않을 것 같았던 문제는 택배 서비스로 한정됐던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생각하게 되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즉 택배영업소처럼 전국에 분포돼 있는 네트워크를 갖춘 다른 산업을 ‘모방’해보기로 했다.
먼저 그는 택배 서비스와 유사한 서비스를 하는 우편집배국(우리나라의 우편물 취급소와 비슷한 조직)의 수를 확인해봤다. 그 수는 5000개가 넘었다. 그러나 오구라 사장은 우편집배국이 소포(택배의 대상이 되는)를 취급하긴 했지만 다른 종류의 우편물들을 더 많이 배달하기 때문에 택배영업소 수는 5000개나 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에 그가 생각해낸 전국 네트워크는 중학교의 수였다. 당시 이 숫자는 1만1250개였다. 그러나 그는 중학교 또한 보통 걸어서 통학할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하기 때문에 자동차를 이용한 택배 서비스의 참고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오구라 사장이 마지막으로 참고한 대상은 경찰서였다. 생각해 보면 경찰서만큼 딱 들어맞는 벤치마킹 대상도 없었다. 왜냐하면 경찰서는 주민들의 안전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구밀도와 거리를 잘 따져서 설치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찰들은 관할지를 경찰차로 이동하기 때문에 택배 차량의 이동 범위와 유사하다. 이에 오구라 사장은 전국의 경찰서 수와 비슷한 규모로 1200개의 영업소를 오픈했고 영업소의 위치도 경찰서의 위치를 참고해 결정했다.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시작된 오구라 사장의 택배 사업은 사업 초기에 우편 서비스를 독점하는 정부의 운수성과 다툼이 생기는 등 우여곡절이 없지는 않았지만 잘 견뎌냈고 결과적으로 승승장구하며 야마토운송을 일본 유수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후 1995년에 퇴임한 오구라 사장은 현재까지도 일본의 대표적인 존경받는 경영자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우리는 남들이 하지 않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의사결정 내리는 것을 힘들어 한다. 의사결정의 기준을 참고할 대상이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이다. 또 사고의 범위를 익숙한 영역에만 한정시키는 경향 때문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인사이드 아웃(inside-out) 방식의 사고로는 남들이 하지 않은 일을 시작하는 데에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못하거나 잘못된 판단을 야기하게 된다.
이때 오구라 사장이 택배 사업을 경찰서의 치안 활동에 대입하는 사고를 통해 좋은 의사결정을 내린 것처럼 해당 영역에서 아무것도 참조할 것이 없을 때는 아웃사이드 인(outside-in) 사고방식을 통해 타 영역에서 앞서가는 아이디어를 찾을 필요가 있다. 해답은 내부에 있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곳에 이미 존재하는 경우도 많다. 다른 곳에서 이미 만들어 놓은 해답을 이쪽으로 빌려와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창조적인 모방이 아닐 수 없다. 같은 분야에 있는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빌린다면 오히려 그것은 표절이나 특허 침해가 될 수도 있다.
창의적인 사람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지 않는다. ‘다른 곳의 유’를 빌려와 ‘이곳의 유’를 창조하는 사람이 진정한 의미의 창의적인 사람이다.
유정식 인퓨처컨설팅 대표 http://www.infuture.kr/
필자는 포항공대 산업경영공학과에서 학사 학위를,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인퓨처(inFuture)컨설팅 대표를 맡고 있다. 전략 및 HR 분야에서 다수의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시나리오 플래닝: 불확실한 미래의 생존전략>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 등의 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