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이 ‘언씽킹(unthinking)’이다. 언씽킹은 생각이 없는, 무모한, 경솔한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다. 어떻게 책에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 이는 우리가 언제나 ‘생각 없이’ 결정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생각 없이 결정한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 의사결정이 진행되는 동안의 사람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의 데이터, 정보를 처리하는 기관은 방관하고 있는 반면 우리의 감정이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이면서 심플한 결정방법이 있다. “그냥, 느낌이 좋았어요.”
빠른 의사결정이 어려울 때 우리는 대부분 우리의 느낌을, 그것도 대개는 몇 초 동안 받은 느낌을 근거로 결정을 내린다. 그런 다음 결정을 뒷받침해줄 사실들을 이성적으로 다시 모은다.
그래서 <언씽킹>의 저자 해리 백위드는 “우리는 이성적인 의사결정 방법보다는 감정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몇 가지 ‘생각 없는’ 의사결정 상황을 살펴보겠다.
1. 우리는 노는 것을 좋아한다
애플, 쿠진아트, 미니 쿠페는 휴대전화와 블렌더, 자동차를 장난감으로 만들었다. 우리는 그것들을 갖고 싶어 언제나 안달이다. 오늘날 성공에 가장 근접한 마케터는 이렇게 묻는다. ‘어떻게 하면 이걸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까?’
애플의 아이폰 화면은 우리가 어린 시절 갖고 놀았던 장난감들의 색깔, 즉 원색이다. 아이콘들은 어떤가? 단순하고 재미있다. 아이폰의 아이콘은 어렸을 때 읽었던 만화책에서 보던 것이다.
“성인 남자와 소년을 구분 짓는 것은 그들이 가진 장난감의 가격이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의 어린 시절을 일깨워주는 색깔을 가진 아이폰은 이렇게 외친다. ‘나는 장난감이다!’라고. 우리는 동심으로 돌아가 설레는 마음으로 아이폰을 구매한다.
2. 우리는 자유를 존중해주길 원한다
과거 시대 대중들은 공손한 문화 속에서 규칙을 따르고 권위에 복종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우리는 무엇을 하라는 지시를 혐오한다. 자유국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되새기며 우리의 이런 생각을 즉각 정당화하려고 한다.
이런 시대변화 속에서 예를 들어 안전벨트를 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안전벨트는 생명입니다’라는 광고를 계속해서, 아니면 위반 시 벌금을 확실하게 많이 부과하면 될까? 이런 방법은 대부분 실패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정부는 ‘클릭 잇 오어 티켓(click it or ticket, 안전벨트를 매든지 아니면 벌금을 내라는 뜻)’이라는 캠페인을 만들었다. 이후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비율이 10% 증가했다.
어떻게 이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을까? 노스캐롤라이나의 캠페인은 바로 선택권을 준다는 데 다른 캠페인과 차이점이 있다. 우리는 안전벨트를 맬 수도 있고 매지 않을 수도 있다. 매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그건 오로지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자유를 선물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성이 아니라 감성으로 그 캠페인에 동조했다. 현대의 마케팅에서는 소비자가 선택을 할 수 있게 하는 옵션(option)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3. 우리는 눈으로 생각한다
2005년 쿠어스(Coors)는 ‘블루문(Blue Moon)’이라는 벨기에 스타일의 맥주를 출시했다. 처음에는 별 반응이 없었다. 쿠어스가 바텐더들에게 한 가지를 바꾸라고 설득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잔에다가 오렌지 한 조각을 넣어서 손님들에게 서빙하라.’
그러자 매출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눈의 시대(Age of Eye)’에 들어선 것이다. 수백 개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삶 속에는 한 가지 놀라운 힘이 존재한다. 바로 이미지다.
우리의 기본적인 3가지 욕구가 음식과 집, 아름다움은 아닐까? 고고학자들은 남아프리카에서 4만년 된 붉은색 오커(페인트, 그림물감의 원료로 쓰이는 황토)가 발라진 막대기들을 발견했다. 이 막대기들의 용도는 ‘화장’이었다. 고대로부터 우리는 시각적 아름다움을 추구해왔다.
이제 제품들을 진정으로 차별화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짐에 따라 애플을 비롯한 기업들은 새로운 가능성을 깨닫게 됐다. ‘시각적으로 차별화된 제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