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한국 학생의 미국 현지 취업 도전기

조형렬 | 76호 (2011년 3월 Issue 1)

MBA 학생들은 수많은 배움과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갖는다.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교수진의 강의, 업계의 거물로부터 직접 듣는 혜안, 쟁쟁한 동료로부터 얻는 자극, 다양한 실습 및 봉사 활동의 기회까지. 하지만 대다수 학생들의 마음을 짓누르는 게 있다. 바로 취업이다. 과거 직장에서 학비 지원을 받고, 졸업 후 다시 그곳으로 복귀하는 소수의 학생을 제외하면 취업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좋은 직장을 포기하고 비싼 학비를 부담해야 하는 유학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현 상황에서 학생들의 취업 부담은 더 커졌다. 필자는 켈로그스쿨에 진학하기 전부터 미국에서의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미국에 와 보니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은 둘째치고 영주권이 없는 외국인 학생이, 경기 상황이 나쁠 때 미국 현지 기업에 취직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미국 기업들은 고용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유독 외국인의 채용 및 취업 비자 지원을 제한하는 경향이 있다. 우여곡절 끝에 필자는 현지의 아마존에 취업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경험을 소개하고 싶다.
 
미국 MBA의 취업 준비 과정
MBA의 취업 준비는 신입생이 학교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학기가 시작하는 여름부터 학생들은 학교 취업 지원 센터의 관련 강좌에 참석하기 바쁘다. 가을 학기에는 다양한 취업준비 지원 워크숍을 통해 자신이 목표로 하는 분야의 동향을 파악하고, 면접 기술을 익히기에 여념이 없다. MBA를 채용하는 회사들은 직접 학교를 방문해 회사 홍보 프레젠테이션을 실시한다. 여기까지는 한국에서의 취업 준비 과정과 크게 차이가 없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지원자와 기업 사이의 네트워킹이 취업 준비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여기서 네트워킹이란 흔히 실제 면접 이전까지 지원자와 기업 관계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정보 탐색 활동을 일컫는다. 이 일련의 활동을 통해 회사는 더 뛰어나고 능력있는 지원자를 미리 눈여겨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학생 또한 해당 회사에 대한 상세한 비공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회사 관계자에게 자신을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때문에 MBA 1학년 학생들은 가을부터 자신이 희망하는 회사에 대한 조사를 병행하며 해당 인사 담당자의 시야에 들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기울인다. 이 노력의 결실은 지원 서류 심사 통과 여부에서 우선 드러난다. 인사 담당자는 당연히 수많은 MBA 학생 중 자사에 진정한 관심을 보였던 지원자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더 열정적으로 해당 회사에 관심을 표시한 학생에게 제한된 면접의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면접이 확정된 학생은 일반적으로 두 차례의 인터뷰를 거친다. 통상 첫 번째 인터뷰는 전화로 이뤄지거나, 해당 기업 관계자가 직접 학교를 방문해 학생을 만난다. 이 면접에서도 그간의 네트워킹을 통해 얻은 비공개 정보가 진가를 발휘한다. 첫 번째 인터뷰를 통과하면 대개 해당 회사 본사에서 두 번째, 즉 최종 면접이 이뤄진다. 이는 졸업 후 취업이 아니라 MBA 1학년 학생들이 여름방학 때 일할 인턴십 회사를 찾을 때도 똑같이 진행되는 과정이다. 때로는 1학년 때 인턴십을 수행했던 회사로부터 입사 제안을 받기도 한다. 학생이 인턴십을 한 회사에 만족했다면, 굳이 또 사서 고생할 필요는 없다. 필자 역시 1학년 때 델 컴퓨터 본사에서 인턴십을 수행하고 입사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필자는 다른 회사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고, 취업 준비 과정을 한 번 더 반복 했다.
 
인턴십을 위해 수많은 회사에 지원했던 1학년 때와 달리, 필자는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소수의 기업을 공략하기로 했다. 대부분 미국 서부에 위치한 대형 IT 회사였다. 그 결과 필자는 두 회사로부터 최종 면접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바로 아마존과 애플이었다.
 
아마존과 애플의 대조적인 최종 면접
꾸준히 MBA 학생을 채용하는 미국의 대기업들은, 미국 전역의 지원자들을 한 날짜에 회사에 초청한 후 최종 면접을 진행한다. 첫 번째 면접이 같은 학교 내에서 이뤄지는 동기들과의 경쟁이라면, 두 번째 면접은 다른 곳에서 면접을 통과한 다른 학교 학생들과의 경쟁인 셈이다.
 
필자는 먼저 아마존의 최종 면접을 치렀다. 이전 1차 인터뷰 때는 2명의 면접관과 차례로 아마존의 제반 사업 분야와 관련된 케이스 문제 즉, 어떤 상황이 주어지고 그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는 유형의 질문을 풀어야 했다. 1차 인터뷰도 어려웠지만, 총 5명의 면접관과 약 1시간씩 이뤄진 최종 면접은 훨씬 험난했다.
다양한 사업부 소속의 면접관들은 자신이 평소에 고민하던 문제들을 던져주며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를 계속 물어왔다. 그 분야에서 오랫동안 몸담았던 면접관도 골똘히 궁리하는 문제를 학생에게 풀라고 하니 어이가 없기도 했다. 주어진 정보와 시간 내에서 내 생각을 차분히 풀어내기 위해 노력했으나, 필자가 제시한 견해마다 면접관의 후속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취업 지원자의 문제 해결 능력과 분석력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을 읽을 수 있었다. 한나절 동안 진행된 인터뷰가 끝나고 나니 그야말로 파김치가 됐다.
 
1주일 후 애플의 최종 면접을 봤다. 애플은 1박 2일 일정으로 다각도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 먼저 지원자들의 인성 면접이다. 애플은 10여 개 학교에서 최종 면접에 진출한 수십 명의 지원자들을 6개 팀으로 나눠, 팀 대항 전략 게임을 벌이게 했다. 애플은 각 팀마다 인사부 관계자를 2명씩 배치해 각 지원자들이 다른 지원자와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며 리더십과 팀워크를 발휘하는지를 세세히 관찰했다. 물론 모든 활동은 즐거운 레크리에이션으로 포장됐지만 이 역시 평가의 일부라는 점이 자명했기에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순간순간 각 지원자들의 성격과 의사소통 방식이 낱낱이 드러난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이어진 저녁 자리에서는 현재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이 지원자들과 동석해 질문에 대답해주는 자리를 가졌다. 그들은 지원자들 중 눈 여겨볼 만한 인재가 없는지 찾는 듯했다.
 
둘째 날은 아침 일찍부터 시작됐다. 필자는 아침 8시 반부터 오후 3시까지 총 8명과의 면접을 진행했다. 면접관 개개인의 성향은 매우 달랐다. 각 면접관마다 역할을 분담해 지원자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이렇게 릴레이 면접이 끝나고 녹초가 된 상황에서 모든 일정을 종료하는 칵테일 리셉션이 있었다. 그저 마무리를 위한 단순한 휴식의 자리를 예상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 역시 면접의 연장선일 뿐이었다. 그야말로 지원자에 대한 최종 평가를 확정 짓는 자리였다. 낮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면접관들이 지원자들을 몇 명의 후보로 압축한 후, 면접관으로 참여하지 않았던 해당 부서의 다른 직원까지 리셉션에 참여해 해당 지원자와 대화를 나눴다. 필자 역시 필자가 지원한 부서의 부서장을 비롯해 추가로 4명의 면접관과 선 채로 추가 면접을 진행한 셈이었다. 이를 통해 애플은 다른 사람들과 원활한 협업이 가능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면밀하게 관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맺음말
고맙게도 필자는 최종 면접을 봤던 아마존과 애플 모두로부터 입사 제안을 받았다. 아마존에서 필자에게 제의한 일은 아마존닷컴의 특정 세부 카테고리를 맡아 웹트래픽 분석, 마케팅, 상품 재고 운영 등을 담당하는 업무였다. 애플은 아이패드나 아이폰과 같은 특정 제품에 대한 시장의 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맞춰 공급 계획을 수립하는 수요 관리 담당자를 제의했다. 두 회사 모두 훌륭한 명성을 쌓아왔고 업무 역시 필자의 관심 분야여서 어느 회사로 가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장래 희망, 관심 분야, 주변 환경, 조직 문화 등을 고려한 끝에 필자는 결국 아마존을 택했다.
 
현대 사회의 아이콘이자 시가총액 세계 2위인 애플의 입사 제안을 거절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주변에서도 애플이 더 크고 유명한 회사가 아니냐며 애플 쪽을 권장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필자는 아마존에서 맡을 역할이 필자의 경력과 포부에 더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결정을 내린 후에는 뒤돌아보지 않고 바로 아마존과 애플에 연락을 취했다.
 
필자가 두 회사에 결정을 통보한 지 3일 후에 애플의 CEO인 스티브 잡스가 건강 문제로 휴직을 발표했다. 애플 주가도 크게 출렁였다. 많은 이들은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은 예전만 못할 거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긴 취업 준비 과정을 통해 필자가 조사하고 체험했던 애플은 단순히 스티브 잡스만의 회사가 아니라 업계 최고의 인재들과 탄탄한 시스템을 갖춘 일류 기업이었다. 스티브 잡스의 빠른 회복과 복귀를 기원한다.
 
조형렬 씨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넥슨에서 퀴즈퀴즈 등의 온라인 게임 마케팅, 한국 화이자에서 비아그라 등의 제약 마케팅을 담당했다.
 
1908년 설립된 켈로그 MBA스쿨은 교과 과정에 팀 활동(Group project)과 동료 평가(Peer evaluation)를 최초로 도입한 경영대학원이다. 1970년대 이후 도널드 제이콥스 (Donald Jacobs) 전 학장의 리더십 하에 여러 혁신적 교육제도를 도입하며 세계적인 명문 경영대학원으로 도약했다. 특히 마케팅 분야에서 독보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1년 과정 및 2년 과정의 정규 MBA와 파트타임 MBA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정규 MBA과정에는 매년 약 600명의 학생이 입학한다.
 
편집자주 DBR이 세계 톱 경영대학원의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MBA 통신’ 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명문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젊고 유능한 DBR 통신원들은 세계적 석학이나 유명 기업인들의 명강연, 현지 산업계와 학교 소식을 전합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