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 학생들은 수많은 배움과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갖는다.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교수진의 강의, 업계의 거물로부터 직접 듣는 혜안, 쟁쟁한 동료로부터 얻는 자극, 다양한 실습 및 봉사 활동의 기회까지. 하지만 대다수 학생들의 마음을 짓누르는 게 있다. 바로 취업이다. 과거 직장에서 학비 지원을 받고, 졸업 후 다시 그곳으로 복귀하는 소수의 학생을 제외하면 취업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좋은 직장을 포기하고 비싼 학비를 부담해야 하는 유학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현 상황에서 학생들의 취업 부담은 더 커졌다. 필자는 켈로그스쿨에 진학하기 전부터 미국에서의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미국에 와 보니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은 둘째치고 영주권이 없는 외국인 학생이, 경기 상황이 나쁠 때 미국 현지 기업에 취직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미국 기업들은 고용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유독 외국인의 채용 및 취업 비자 지원을 제한하는 경향이 있다. 우여곡절 끝에 필자는 현지의 아마존에 취업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경험을 소개하고 싶다.
미국 MBA의 취업 준비 과정
MBA의 취업 준비는 신입생이 학교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학기가 시작하는 여름부터 학생들은 학교 취업 지원 센터의 관련 강좌에 참석하기 바쁘다. 가을 학기에는 다양한 취업준비 지원 워크숍을 통해 자신이 목표로 하는 분야의 동향을 파악하고, 면접 기술을 익히기에 여념이 없다. MBA를 채용하는 회사들은 직접 학교를 방문해 회사 홍보 프레젠테이션을 실시한다. 여기까지는 한국에서의 취업 준비 과정과 크게 차이가 없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지원자와 기업 사이의 네트워킹이 취업 준비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여기서 네트워킹이란 흔히 실제 면접 이전까지 지원자와 기업 관계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정보 탐색 활동을 일컫는다. 이 일련의 활동을 통해 회사는 더 뛰어나고 능력있는 지원자를 미리 눈여겨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학생 또한 해당 회사에 대한 상세한 비공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회사 관계자에게 자신을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때문에 MBA 1학년 학생들은 가을부터 자신이 희망하는 회사에 대한 조사를 병행하며 해당 인사 담당자의 시야에 들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기울인다. 이 노력의 결실은 지원 서류 심사 통과 여부에서 우선 드러난다. 인사 담당자는 당연히 수많은 MBA 학생 중 자사에 진정한 관심을 보였던 지원자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더 열정적으로 해당 회사에 관심을 표시한 학생에게 제한된 면접의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면접이 확정된 학생은 일반적으로 두 차례의 인터뷰를 거친다. 통상 첫 번째 인터뷰는 전화로 이뤄지거나, 해당 기업 관계자가 직접 학교를 방문해 학생을 만난다. 이 면접에서도 그간의 네트워킹을 통해 얻은 비공개 정보가 진가를 발휘한다. 첫 번째 인터뷰를 통과하면 대개 해당 회사 본사에서 두 번째, 즉 최종 면접이 이뤄진다. 이는 졸업 후 취업이 아니라 MBA 1학년 학생들이 여름방학 때 일할 인턴십 회사를 찾을 때도 똑같이 진행되는 과정이다. 때로는 1학년 때 인턴십을 수행했던 회사로부터 입사 제안을 받기도 한다. 학생이 인턴십을 한 회사에 만족했다면, 굳이 또 사서 고생할 필요는 없다. 필자 역시 1학년 때 델 컴퓨터 본사에서 인턴십을 수행하고 입사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필자는 다른 회사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고, 취업 준비 과정을 한 번 더 반복 했다.
인턴십을 위해 수많은 회사에 지원했던 1학년 때와 달리, 필자는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소수의 기업을 공략하기로 했다. 대부분 미국 서부에 위치한 대형 IT 회사였다. 그 결과 필자는 두 회사로부터 최종 면접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바로 아마존과 애플이었다.
아마존과 애플의 대조적인 최종 면접
꾸준히 MBA 학생을 채용하는 미국의 대기업들은, 미국 전역의 지원자들을 한 날짜에 회사에 초청한 후 최종 면접을 진행한다. 첫 번째 면접이 같은 학교 내에서 이뤄지는 동기들과의 경쟁이라면, 두 번째 면접은 다른 곳에서 면접을 통과한 다른 학교 학생들과의 경쟁인 셈이다.
필자는 먼저 아마존의 최종 면접을 치렀다. 이전 1차 인터뷰 때는 2명의 면접관과 차례로 아마존의 제반 사업 분야와 관련된 케이스 문제 즉, 어떤 상황이 주어지고 그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는 유형의 질문을 풀어야 했다. 1차 인터뷰도 어려웠지만, 총 5명의 면접관과 약 1시간씩 이뤄진 최종 면접은 훨씬 험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