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TED에 열광하는 이유

편집자주

SERICEO는 삼성경제연구소가 운영하는 회원제 멀티미디어 콘텐츠 서비스로 국내 주요 기업 경영자들에게 경제, 경영, 인문학 등 다양한 지식을 제공하고 있다. (http://www.sericeo.org)

사람이 사람을 감동시키는 데는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세계 60여 개국에서 열리는 TED에는 18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한 사람이 아닌 세상을 감동시키는 사람들이 있다.

TED는 1984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몬터레이에서 시작된 지식 컨퍼런스다. 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의 앞 글자를 따서 TED라 한다. ‘다른 사람과 공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TED에 참여할 수 있다. 강의 동영상은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공유된다. 놀라운 점은 TED의 강의 동영상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다. 현재까지 3억 회에 가까운 시청 수를 기록했고 2010년에만 2억 회의 시청 수를 기록했을 정도로 폭발적이다. 사람들이 이토록 TED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TED는 가치 있는 지식을 공유한다. 초기의 TED는 IT, 엔터테인먼트, 예술 분야의 전문가들이 미래 사회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공유하는 다소 폐쇄적인 지식 컨퍼런스였다. 1984년에 열린 첫 번째 TED 컨퍼런스에서는 애플의 매킨토시 컴퓨터와 소니의 콤팩트 디스크(CD)가 처음 공개됐다. 하지만 2001년 새플링 재단의 크리스 앤더슨이 TED를 인수하면서부터 TED는 ‘지식 공유를 통한 인류 공동체의 회복’을 내걸고 비영리 조직으로 바뀌었다. 2006년 6월, TED 강연 중 일부를 ‘TED 토크(TED Talks)’ 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하기 시작했다

TED의 강의에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라이선스라고 하는 새로운 개념의 저작권이 있다. 지식 창작자가 공유의 범위를 설정, 네트워크 환경에서 공유자와 공유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내용 수정 불가’ 등을 전제로 자유롭게 퍼갈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저작권의 권위를 보호하면서도 학생들이 있는 교실과 같이 지식이 꼭 필요한 곳에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했다. 즉, 디지털 생태계에 맞게 저작권의 개념을 변형시켰다. 최근에는 TED 라이선스를 받아서 지역 공동체에 의해 자발적으로 운영되는 TEDx가 전세계 60여 나라에서 750여 개가 넘게 활성화돼 있다. TEDx 나이지리아, TEDx 서울처럼 TED 다음에 x를 붙이는 방식이다.

둘째, TED에는 마음을 울리는 진한 감동이 있다. 록 밴드 U2의 리더인 보노는 TED에서 에티오피아에 대한 관심을, 미국의 전 대통령 빌 클린턴은 르완다의 보건 위생에 모두가 힘을 합칠 것을 호소했다. 해양학자인 실비아 얼은 아름다운 심해의 모습을 보여준 뒤 이 심해가 얼마나 빨리 사라지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영국의 젊은 요리사인 제이미 올리버는 “초등학생들이 우유를 먹을 때도 설탕을 섭취하고 있다”며 아이들의 먹을거리에 관심을 쏟자고 주장했다. 이처럼 작은 행동이 모이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는 그 어떤 거창한 연설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셋째, TED에는 ‘오픈 번역 프로젝트’라고 하는 비영어권 이용자를 위한 번역 서비스가 있다. 세계 주요 언어뿐 아니라 한국어를 포함해 무려 80개 언어로 번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번역 서비스 또한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일이다. 현재까지 4300여 명의 자원 봉사자들이 80여 개의 언어로 700개 이상의 강연을 1만 3000개가 넘게 번역했다. 한국 TED 이용자들은 더 나아가 ‘오픈 더빙 프로젝트(Open Dubbing Project)’를 진행하고 있다. 문자 지식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 즉, 문맹자나 시각장애인 등을 위한 프로젝트다. 한국의 TEDx 서울에서 시범적으로 진행된 이 실험이 확대되면 인터넷 인프라가 열악하고 고용량의 비디오 콘텐츠를 소화할 수 없는 제3세계 사람들, 문맹자, 장애인 등 소외 계층도 진정한 의미의 ‘지식의 민주화’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비영리 기관인 TED는 운영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까? 바로 ‘선물(膳物) 경제’다. PDF 파일을 먼저 무료로 배포하면 이 파일이 해당 책에 대한 입소문 효과를 증가시켜 책의 판매를 촉진하는 식이다. TED는 동영상 콘텐츠를 인터넷에 무료로 제공한 후인 2007년, TED 본부에서 특별 컨퍼런스를 열었다. 입장권을 전년보다 50% 비싼 6,000달러에 판매했음에도 2주 만에 완전히 매진됐다. TED의 재미있고 혁신적인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접한 이들이 직접 참가해 오프라인에서 더 많은 지식을 나누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TED 지부에서 하는 오프라인 강의는 대부분 무료다. 이 비용은 기업의 후원 등으로 충당된다.

TED의 성공은 기업 경영에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준다. 조직원들이 가치 있는 지식을 활발히 공유할 수 있도록 기업의 KMS를 어떻게 디자인하고 운영할지,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어떻게 유도할지, 단지 상품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감동’과 ‘재미’를 판매하는 마케팅은 어떻게 가능한지 등 생각해볼 거리가 많다. 굳이 TEDx라는 말을 붙이지 않더라도 회사 내에서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행사를 기획해보는 건 어떨까? 임직원의 숨겨진 재능과 역량을 발견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