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끝난 6.2 지방선거에서 후보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우리 지역에 사회적 기업을 늘리겠다’거나 ‘사회적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사회적 기업이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등 ‘시장 실패’ 영역에 대한 특효약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동안 정부는 사회적 기업의 수를 늘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2007년 정부는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능동적 복지 서비스를 창출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 육성법’을 제정했다. 일정 요건을 갖추고 인증 신청을 한 회사에 사회적 기업 인증을 부여하고 이들 회사가 취약계층을 고용하면 인건비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정부의 이런 노력에 힘입어 노동부 인증 기준으로 2007년 55개였던 사회적 기업은 2010년 5월 319곳으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의 평균 고용 규모는 줄어들었다.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사회적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45.2명을 고용하고 있었지만, 2009년에는 평균 19.5명을 고용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인건비 지원 중심의 정책을 펴다 보니,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자립 기반이나 운영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회적 기업이 양산됐고, 이들 기업이 영세성을 면치 못했다고 지적한다. 실제 100인 이상을 고용한 사회적 기업은 2009년 8개 업체에 그쳤다.
선진국에서는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자생적으로 사회적 기업들이 성장했다. 또 사회적 기업에 대한 선진국들의 관점도 우리와 다르다. 사회적 기업이 ‘시장 실패’의 영역에서 고용과 재화, 서비스를 창출하는 점은 맞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이라는 모델이 나오게 된 배경은 ‘공공의 실패’에 있다. 즉 고전적 사회복지국가 모델의 지속 가능성이 불분명해지고,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는 비영리 기구들의 투입 대비 사회적 효용 창출 효과가 의심되면서 대두된 모델이 사회적 기업이라는 시각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분야의 권위자인 미국 컬럼비아대 레이먼드 호튼 교수는 “사회적 기업도 영리 기업에 버금가는 효율적인 조직 구조와 부가가치 창출 능력을 갖춰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렇지 못하면 사회적 기업은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비영리기구와 다를 바 없다는 뜻이다. 가톨릭대 라준영 교수도 “경제적 자립이 사회적 기업의 제약 조건”이라며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야 성공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우리 정부도 사회적 기업에 대한 컨설팅 서비스 제공 등 운영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런데 앞서 통계 수치에서 본 것처럼 이런 지원책이 사회적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브랜드 컨설팅 회사인 브랜드앤컴퍼니의 이상민 사장은 기자와 만나 “정부에서 소요 비용에도 못 미치는 수수료를 받고 한 영세 업체를 대상으로 브랜드 컨설팅을 제공했는데, 놀랍게도 그 업체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고 고마워하지도 않았다”며 “사회공헌 활동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오히려 의욕만 떨어졌다”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은 고용을 동반한 성장을 창출할 수 있는 혁신적 모델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우선 최초 인증 단계에서부터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기업의 창업자가 건전한 기업가 정신을 갖추고 있는지, 나아가 기업을 제대로 경영하고 성장시켜 더 큰 사회적 효용을 창출할 수 있는 역량과 계획을 갖추고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담당 공무원들이 역량 있는 기업가와 경쟁력 있는 사업 모델을 골라낼 수 있는 혜안과, 경영에 대한 조언까지 제공할 수 있는 지식을 갖춰야 한다.
자체적인 가치 창출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면 굳이 사회적 기업의 형태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사회적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된다. 사회적 기업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왜 사회적 ‘기업’이라 불리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