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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트레이닝

소셜 미디어, 기업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김호 | 61호 (2010년 7월 Issue 2)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의 마이클 스카핀커 기자는 6월 초 스위스의 세계적 기업 네슬레가 최근 겪은 위기를 보도하면서 기사 말미를 이렇게 마무리했다. “기업(소비재 산업)은 그동안 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을 설득하고 행동을 바꿔 놓았다. 기업들이 깨달아야 할 점은 이제 소비자들도 기업의 행위를 바꿀 수 있는 설득의 기술을 터득했다는 것이다.”
 
네슬레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올해 3월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는 유튜브에 1분짜리 동영상을 올렸다. 한 직장인이 따분한 업무 중 네슬레의 히트 상품인 킷캣(KitKat) 초콜릿을 먹는 장면이다. 하지만 초콜릿 봉지에서 나온 것은 오랑우탄의 손가락이고, 이 직장인이 한 입 베어 물자 오랑우탄 손가락에서 나온 피가 그의 턱과 컴퓨터 키 보드 위로 떨어진다.
 
사연은 이렇다. 네슬레는 초콜릿인 킷캣을 만들기 위해 인도네시아의 시나마스(Sinar Mas)라는 기업으로부터 팜 오일을 납품받고 있다. 그런데 이 시나마스라는 업체가 오랑우탄의 서식지인 열대우림을 심각하게 훼손해가면서 팜 오일을 만들어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린피스는 세계적인 기업인 네슬레를 비롯해 유니레버, 크레프트 등이 이러한 환경파괴 기업과 거래를 한다는 것은 비도덕적인 처사라고 비판해왔다. 그린피스는 이들 거대 기업이 시나마스와의 관계를 끊고 오랑우탄의 서식지인 열대 우림을 보호하기 위해 이 비디오를 만들었다.
 
그린피스는 매우 조직적으로 네슬레를 압박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올해 3월 17일 그린피스는 네슬레의 팜 오일 사용에 대한 리포트를 만들면서 리포트 표지의 킷캣 초콜릿 로고에 ‘킬러(살인자)’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이와 동시에 스위스의 네슬레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고, 동영상을 유튜브에 띄웠다.
 
사람들의 반응은 엄청났다. 곧바로 수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통해 동영상을 공유하며 ‘킬러’로 변형된 로고를 다는 등 네슬레 제품 불매 운동에 참여했다.
 
네슬레는 즉각 로고에 대한 지적 재산권을 이유로 변형된 로고가 삽입된 문제의 동영상을 삭제해달라고 구글의 유튜브 사이트에 요청했다. 하지만 네슬레의 동영상 삭제 요구는 더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사람들은 동영상을 다른 웹사이트로 옮겨 계속 공유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첫 24시간 동안 10 만 명 이상이 비디오를 보았고, 불과 몇 주 만에 150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또 10만 명에 가까운 팬이 있던 네슬레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부정적 의견을 남긴 사람들에게는 “네슬레의 변형된 로고를 쓰면 댓글을 삭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이 역시 네티즌들의 분노를 증폭시켰을 뿐이다.
 
결국 네슬레는 올해 5월 문제가 된 시나마스로부터 직간접적인 모든 구매를 중지하고, 향후 환경을 훼손하는 업체와는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또 숲을 보호하는 비영리기구인 ‘더 포레스트 트러스트(The Forest Trust)‘의 멤버로 가입하고 환경 보호활동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하게 된다.
 
미국의 그린피스 소속으로 이번 네슬레 캠페인에 참여했던 롤프라는 운동가는 그린피스 블로그에서 소셜 미디어의 힘으로 기업들을 효과적으로 압박할 수 있었으며 사람들에게 소셜 미디어를 통해 캠페인 소식을 널리 퍼뜨려달라고 외치고 있다. 이번 그린피스 캠페인의 승리는 사실상 소셜 미디어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을 당황시키는 새로운 채널, 소셜 미디어
최근의 6·2 지방선거에서 트위터는 과거 선거 참여율이 낮았던 20∼30대 층의 선거 참여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는 결국 보수 세력에 패배를 안겨준 하나의 요인으로 주목 받았다.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블로그 등을 언제부터인가 ‘소셜 미디어’라고 불러왔다. 하지만, 현재 기업체의 의사결정권자인 임원층은 보통 40대 중 후반 이상으로 대개 대학 졸업 때까지 인터넷을 이용하기는커녕 컴퓨터의 워드 프로세서가 아닌 볼펜으로 논문과 리포트를 작성하던 세대다. 이들에게 소셜 미디어 확산은 언뜻 이해가 쉽지 않은 현상이다.
 
물론 트위터를 열심히 하는 두산의 박용만 회장이나 신세계의 정용진 부회장처럼 앞서가는 사람들도 있다. 또 국내 30대 그룹 중에서 최초로 기업 블로그를 만든 SK 텔레콤, 최초로 댓글을 오픈한 LG전자, 그리고 이제 삼성까지 블로그를 열어, 소비자들과 직접 대화에 나섰다.
 
이처럼 기업은 물론, CEO 개인들의 소셜 미디어 트렌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연 소셜 미디어란 무엇이고, 위기관리라는 맥락에서 어떻게 이것을 이해해야 할까? 소셜 미디어라는 용어가 낯선 것은 ‘소셜’이란 단어 때문이다. 우리가 초등학교 때 생활기록부에서 보던 ‘사교적’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쉽다. 과거 전통 언론은 신문사, 방송사 등이 뉴스를 만들어 독자나 시청자들에게 ‘던져 주었고’, 소비자들은 이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소비자들끼리는 가까운 친구나 동료가 아니면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채널이 존재하지 않았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침묵하는’ 소비자들을 상대로 언론의 광고와 홍보 등을 통해 일방적 설득을 해왔던 것이다.
 
소셜 미디어는 바로 이러한 소비자들에게 누구나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자신이 가진 정보를 광범위하게 공유할 수 있게 해 주었고, 무엇보다도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전 세계 어디에서나 네트워킹(사교)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소셜 미디어 시대에 소비자들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다.
 
전통 언론을 상대로 기업들은 엄청난 광고 물량과 조직적인 홍보 활동으로 뉴스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쳐왔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 시대에는 그린피스의 사례에서 보듯 비영리 단체들도 새로운 미디어를 활용해 소비자들을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게 됐고, 소비자들끼리도 서로 영향력을 주고 받을 수 있게 됐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친구’ 관계를 맺고, 트위터를 통해 ‘팔로우(follow)‘하며 사교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여섯 단계만 거치면 이 세상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여섯 다리의 법칙’과 마찬가지로 소셜 미디어 상에서 사람들은 이슈에 따라 급속히 모이고 때론 함께 행동을 한다. 이는 기존에 ‘무지하고 침묵하는 대중’을 향해 설득을 하던 기업이나 정부를 당황시키곤 한다. 
소셜 미디어가 한때의 유행이 아닌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하나의 커다란 패러다임임을 인식하고 직접 경험해야 한다.
책이나 이론으로 접하는 소셜 미디어는 별 소용이 없다
 
소셜 미디어로 인한 기업과 소비자의 환경 변화
이런 소셜 미디어는 기업이 위기에 대응하는 환경을 완전히 바꾸어 놓고 있다. 첫째,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 경험이나 의견은 그 어느 때보다 더욱 많이 표현될 것이다. 기업의 홍보활동이나 전통 언론과는 상관없이 소비자들끼리 그 의견을 나누는 방식이다.
 
둘째, 소셜 미디어 환경 속에서 기업의 ‘언행일치’ 중요성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과거의 기업 홍보에서 좋은 뉴스는 실제보다 더 과장하고, 위기 상황에서의 좋지 않은 뉴스는 축소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경험과 의견을 여과 없이 표현하는 소셜 미디어에서 이러한 전통적인 홍보 방식은 통하기 힘들다. 기업의 실수나 잘못이 그대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셋째, 소비자들은 이제 더 이상 일방적인 설득의 대상이 아니다. 소비자들도 기업을, 그리고 다른 소비자들을 설득하려고 하는 환경 속에서는 기존 위기 관리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네슬레 사례에서 보듯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슈를 무시하거나 삭제하려고 하면 더 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기업이 당장 시작해야 할 소셜 미디어 액션 플랜
그렇다면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할까?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첫째, 듣기이다. 소셜 미디어에 참여한다는 게 무조건 트위터에서 무언가 말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선 검색엔진을 활용해 매달 당신의 기업이나 경쟁 브랜드, 혹은 관련 이슈에 대해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지 살펴보고, 사내에서 분석 및 평가하는 모임을 가져보라. 이러한 액션은 그 기업이 소셜 미디어 상에서 소비자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둘째, 소셜 미디어가 한때의 유행이 아닌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하나의 커다란 패러다임임을 인식하고 직접 경험해야 한다. 책이나 이론으로 접하는 소셜 미디어는 별 소용이 없다. 직접 경험해 봐야 변화된 소비자들의 성향을 느낄 수 있다. 특히, 트위터는 개인 차원에서라도 당장 시작해 관심 있는 사람들을 팔로우하면서 경험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소비자들과 일대 일로 관계를 맺는 연습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특히 소비자들을 직접 상대하는 B2C기업일 경우 더욱 그렇다. 소셜 미디어는 현재 점차 네트워킹의 추세로 가고 있다. 검색 역시 지금처럼 일반적인 검색이 아니라 자신과 소셜 미디어 상에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추천한’ 내용을 검색하는 형태로 옮겨가게 될 것이다.
 
소셜 미디어에 대한 기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충분한 이해가 없다면 실제 위기상황에서 실수를 범할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네슬레의 경험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의 비영리단체(NGO) 역시 소셜 미디어를 더욱 활발하게 이용해 기업을 더욱 더 압박해 가게 될 것이다. 소셜 미디어에 대한 이해 없이 앞으로 위기관리는 힘들다.
 
편집자주 위기는 ‘재수 없는 일’이 아니라 어느 기업에서나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위기관리 시스템을 철저히 정립해놓고 비상시에 현명하게 활용하는 기업은 아직 드뭅니다. 위기관리 전문가인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가 실제 사례들을 중심으로 기업의 위기관리 노하우를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직접 겪은 위기관리 사례를 공유하고 싶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김 대표의 e메일로 보내주십시오. 좋은 사례를 골라 본 글에서 다룰 예정입니다.
  • 김호 김호 | - (현) 더랩에이치(THE LAB h) 대표
    - PR 컨설팅 회사에델만코리아 대표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공인 트레이너(CMCT)
    -서강대 영상정보 대학원 및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 교수

    hoh.kim@thelab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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