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3가지 유형의 사람들을 상대할 때 어떤 식으로 협상에 임할지 상상해보기 바란다. 첫째, 자신이 제안한 의견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으면 적대적 태도를 취하는 경영자. 둘째, 자신보다는 상대가 필요로 하는 일을 항상 우선시하는 이웃. 셋째, 명문대에서 졸업생 대표를 맡았던 변호사.
많은 사람들이 첫 번째 상대는 몹시 까다롭고, 두 번째 상대는 쉽게 설득할 수 있으며, 세 번째 상대는 자신보다 똑똑할 거라는 생각을 가진다. 상대의 특성을 살피다 보면 협상할 때 흔히 드러나는 자신의 성향이 떠오를 수도 있다. 상대의 특성을 분석하던 중 자기 자신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쉽게 양보하는 스타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도 있다.
성격, 지능, 견해와 같은 협상자의 개인적 차이는 협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가정에서건 직장에서건 계속 당하기만 하는 사람도 있고, 항상 자신이 원하는 걸 얻어내는 약삭빠른 사람도 있다. 협상에 관한 책이나 연구는 대부분 협상자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에 집중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순간의 판단이 엄청난 손실을 야기할 수 있으며, 어떤 기대치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협상장에서 얻을 수 있는 결과도 달라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협상장에서 개인 차이는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까? 그것은 어떤 식으로 드러날까? 여기서 개인적인 특징을 협상 결과와 연결 지은 새로운 연구 내용을 살펴보자. 이를 어떻게 활용해야 협상 결과를 개선시킬 수 있는지도 알아보자.
개인적 특성과 협상의 관계
흔히 성별이나 문화적 차이에 따라 협상 스타일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남성들은 특정한 환경에서 업무 기회를 얻기 위해 여성들보다 자주 협상을 시도하는 경향이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와 같은 성별 차이가 불평등을 초래했다. 마찬가지로, 협상을 진행하는 나라가 어느 곳인지에 따라 상냥한 태도, 외향적인 성격 등 개인적 특성이 해가 될 수도 있고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떤 특성들이 협상 결과에 영향을 줄까? 미국 워싱턴대의 힐러리 앵거 앨펜바인 교수,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제러드 R 커핸 교수와 루시오 바카로 교수, 펜실베이니아대의 노어 아이젠크래프트 교수, UC 버클리대의 아이와 시라코 교수는 5가지 부문에서 개인차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저자들이 집필한 논문은 ‘Journal of Research in Personality’에 실려 있다.
1.협상에 관한 긍정적인 믿음
뛰어난 협상 솜씨, 협상 결과를 개선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
2.상대와 의견이 충돌했을 때의 태도
경쟁보다는 협조하는 성향, 거짓 약속을 할 의향이 있는지를 포함한 윤리적인 성향
3.지능 및 창의성 진단 테스트로 판단
4.개인적 특성 양심, 개방성, 자존심
5.겉으로 드러나는 특성
성별, 연령, 외적인 매력도
이런 차이로 협상 결과가 달라질까? 그렇다면 협상 결과가 과연 어느 정도의 영향을 받을까? 앨펜바인 교수와 동료들은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150여 명의 MBA 학생들을 상대로 몇 가지 조사를 실시했다. 5가지 부문에서 각 학생들이 보이는 성향을 수치로 환산한 다음, 연구진은 학생들을 4, 5명으로 구성된 여러 그룹으로 나누었다. 그룹 구성원들은 2명씩 짝을 지어 같은 그룹 내의 모든 구성원들과 인수합병(M&A), 자동차 구매 등 각기 다른 상황을 가정하여 협상을 진행했다. 이후 가치를 창출하는 상대의 능력을 점수로 매겼다. 각 학생이 같은 그룹 내에 속해 있는 나머지 모든 학생들과 협상을 진행하는 방법을 사용한 덕에 연구진은 각 학생이 여러 종류의 협상을 거치면서 만나는 모든 상대를 일관성 있게 대하는지 평가할 수 있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놀랍게도 점수 변화량의 46%는 모든 협상 과정에서 일관성 있게 나타나는 개인차와 관련이 있었다. 다시 말해, 협상자들 간의 차이가 협상 결과의 절반 정도에 영향을 끼친다는 뜻이다. 개인차는 자신의 행동뿐 아니라 상대의 반응에도 영향을 미치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협상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차
앨펜바인 교수와 동료들은 협상자들이 여러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비슷한 행동을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일부 특성들은 협상 결과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성별, 인종, 외모 등 바꿀 수 없는 특성들은 점수와 밀접한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차이가 협상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특성은 그리 많지 않았다. 다른 연구자들이 발견한 특성 및 이 연구에서 두드러지는 특성을 살펴보자.
1.협상에 대한 믿음 협상 능력은 타고나는 걸까? 학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능력일까? UC 버클리대의 로라 크레이 교수와 펜실베이니아대의 마이클 헤이슬헌 교수는 협상 능력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믿는 사람과 개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으며, 이 믿음이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분석했다. 두 교수의 연구 및 앨펜바인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협상 능력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협상 능력은 타고나는 거라고 믿는 사람보다 협상에서 더 나은 결과를 얻어낼 가능성이 높았다. 협상 결과를 개선할 수 있다는 믿음만으로도 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독자 여러분들에게도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높은 기대감을 갖고 긍정적인 태도로 협상에 임하는 사람이 부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사람보다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도 이미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