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9일 미국 Delaware 주의 Chancery Court는 97년에 시작된 월트 디즈니 사와 주주 간의 다툼에 일단 종지부를 찍었다.
1995년 8월 디즈니 사의 최고경영자인 Michael Eisner는 자신의 절친한 친구이자 Creative Artists Agency라는 유명한 Hollywood 탤런트 에이전트 회사 경영자이던 Michael Ovitz를 디즈니의 President로 영입했다. 그러나 1년 여 만인 96년 12월 디즈니 사는 Ovitz가 9천만 달러(약 9백억원) 이상의 퇴직금을 받고 퇴사한다고 발표했다.
막대한 퇴직금에 화가 난 회사 주주들은 97년 1월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퇴직금이 회사 자산의 낭비라는 주주들의 주장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이에 주주들은 적합하지 않은 인물을 선임했던 이사들의 부주의한 결정에 대해 2002년 1월 다시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175쪽에 달하는 이번 판결문에서 담당 판사인 William B. Chandler III는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것 자체만 가지고는 이사 개인이나, 이사회 전체가 주주에 대한 선량한 관리인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설령 그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적절한 절차에 따라 선의에 의해 내려진 판단에 대해서는 이사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미국 회사법의 이른바 ‘경영판단의 원칙(business judgment rule)’을 재확인한 셈이다.
미국에서 경영판단의 원칙은 경영진이 내린 결정이 결과적으로 잘못 되었을 때 이들이 부담하게 될 수도 있는 법적, 금전적 책임으로부터 이들을 보호해 줌으로써 앞날을 확실하게 알 수 없는 경영 현실 속에서 중대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영진의 부담을 덜어주고 기업 경영을 원활하게 할 목적으로 1800년대 초반부터 정립되어 온 회사법 의 원칙이다. 1980년대 들어 미국 기업들이 앞다투어 인수합병에 대한 방어수단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기존 경영진을 인수합병으로부터 보호하는 결정까지도 경영판단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는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하였지만, 아직까지 미국 법원은 경영판단의 원칙을 존중하고 있다.
경영판단의 원칙 아래서 미국의 주주들은 경영진의 결정이 잘못되어 회사가 손해를 입었을 경우에도, 문제의 결정이 부적절한 절차에 의한 것이었다거나, 악의에 의한 것이었음을 스스로 입증하지 않고서는 법원을 통해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기 힘들게 되어 있다. ‘보통의 부주의(ordinary negligence)’만으로는 선량한 관리인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참고문헌
Christensen, K. and Verrier, R. (2005). ‘Judge rules in favor of Disney in Ovitz case but criticizes Eisner’ Los Angeles Times, 8월 10일.
Economist (2005). ‘The rights and wrongs Ovitz; Corporate governance in America’ 8월 13일. 50쪽.
Margotta, D.G. (1995). ‘The Business Judgment Rule vs. The Efficient Market Hypothesis in Takeover Litigation.’ Research from our experts. Boston, MA: Michael/Shaked Group.
Wikipedia (2005). ‘Michal Ovitz’ (http://en.wikipedia.org/wiki/Michael_Ovitz, 8월 20일 검색).
Delaware State Court (http://courts.delaware.gov/Courts/Court%20of%20Chancery/)
© 노한균 2005.
이 글은 필자가 2005년 브루넬대학 재직 시절 작성한 Business Ethics Abroad 시리즈의 일부로, 당시 국가청렴위원회 (현 국민권익위원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웹사이트를 통해 소개된 내용을 다시 게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