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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럴 줄 알았지!” 혹시 자기 과신?

정재승 | 39호 (2009년 8월 Issue 2)
당신의 운전 실력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평균 이상? 아니면 평균 이하?” 이 간단한 질문은 우리가 자기 자신을 얼마나 과신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실제로 사람들의 운전 실력을 측정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평균을 중심으로 그 이상과 이하의 사람 수는 반반 정도가 될 것이다. 평균이란 원래 그런 거니까.

그런데 사람들에게 자신의 운전 실력에 대해 스스로 평가해달라고 하면, 95%가 넘는 사람들이 ‘평균 이상’이라고 대답한다(나머지 사람들도 평균 이하라기보다는 그저 ‘평균 정도’로 생각한다). 도대체 왜 자신의 운전 실력이 평균에 못 미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찾기 어려운 걸까?
 
이처럼 사람들은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향은 이미 여러 심리학 실험을 통해 반복적으로 관찰됐다. 일례로, 피험자들에게 과학적인 실험을 설명해주고 미리 그 결과를 알려준다. 사람들은 당연히 그렇게 나올 거라고 동의하면서 열심히 자신의 의견을 제시한다. 그러나 실험 결과를 미리 알려주지 않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라고 하면, 사람들은 다양한 의견을 조심스럽게 전개한다. 결과를 이미 아는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그들이 알고 있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훨씬 더 높게 어림잡는 경향을 보인다.


후견지명의 오류
과학적인 실험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에서도 이런 경향이 나타난다. 이스라엘의 심리학자 바루크 피쇼프는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기 바로 직전, 피험자들에게 ‘닉슨이 과연 마오쩌둥을 만날 것 같은지, 이번 중국 방문이 얼마나 성공적일지’ 등에 대해 예측한 상황을 알려달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닉슨이 중국 방문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온 후에 피험자들을 다시 불러 그들이 이전에 결과를 어떻게 점쳤는지 떠올려보라고 했다. 그 결과 그들의 기억은 오류가 아주 많았다. 닉슨의 중국 방문이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예측했던 사람들도 사실 그때 성공할 것으로 예측했다고 주장했다. ‘자신들의 예상이 옳았다’는 방향으로 심하게 편향돼 있었던 것이다. 자신들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했던 결과가 일어났고,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결과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아주 일관성 있게 진술했다. 물론 사실이 아니었지만. 

이러한 실험들은 사람들이 자신의 판단력을 과신함으로써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을 실제보다 지나치게 높다고 여길 뿐만 아니라, 과거의 사건을 왜곡하거나 이전의 자기 견해를 잘못 기억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이처럼 ‘후견지명(後見之明)’의 오류에 빠지게 되는 걸까? <비합리성의 심리학>의 저자 스튜어트 서덜랜드에 따르면,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가능한 결과의 선택지가 아니라 실제 일어난 결과 자체에 주의를 기울인다. 따라서 다른 선택지를 고려할 확률이 아주 낮기 때문에, 이미 일어난 결과만을 당연한 것으로 과신하게 된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은 크게 보이고,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다른 사건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 셈이다.

서덜랜드는 여기에 한 가지 이유를 더 제시한다. 사람들은 과거의 사건들을 통해 미래의 사건을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 사건들은 아주 오래전에 일어났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비슷한 상황에서 다양한 결과를 보인 사례들이 얼마든지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후에 비슷한 과거 사례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사람들의 기억은 실험에서 나타난 것 이상으로 더 심하게 왜곡될 수 있으며, 실제로 일어난 결과와 관련된 사건만을 기억해낼 확률이 크다. 대개 사람들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체계적으로 예측하진 않기 때문에, 예측을 했다면 아마 그것이 옳다고 느끼기 쉽다. 

사업 전망, 주가 변동, 혹은 정치적 사건들도 모두 마찬가지다. 사업 전망은 매우 어렵지만, 한 사업이 뜨고 나면 그 사업이 뜰 수밖에 없는 이유를 10개는 찾을 수 있다. 주가 변동을 잘 예측하지 못해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막막하지만, 지나고 나면 왜 이 자명한 흐름을 미리 파악하지 못했을까 땅을 치게 된다. 너무 슬퍼 마시라. 그 결과는 결코 자명하지 않았고, 미리 예측을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예측이란 원래 어려운 거니까. 

오류 가능성,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그러나 사람들은 지난 일을 돌이켜보면서 어떤 사건이 얼마나 있을 법한 거였는가에 대해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것 같다. 역사학자 리처드 토니에 따르면, 역사학자들은 승자를 부각시키고 그들이 집어삼킨 이들은 뒤편으로 밀어내면서 기존 질서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이게끔 한다. 즉 사람들은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인과론적 설명을 꾸며내는 재주가 있다. 그러나 실제로 당시에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당시 상황에서 미래 결과를 제대로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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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승

    정재승jsjeong@kaist.ac.kr

    - (현)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부교수
    - 미국 컬럼비아의대 정신과 교수
    - 예일대 의대 정신과 연구원, 고려대 물리학과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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