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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프런티어: 개도국을 보자

아넌드 라만 | 38호 (2009년 8월 Issue 1)
미국 역사가 프레더릭 잭슨 터너는 1893년 “변경(邊境·frontier)은 반드시 특정 장소를 뜻하지 않는다. 국경의 변화로 사람과 조직이 겪는 적응과 변화 과정 또한 변경에 포함된다”고 선언했다. 위스콘신대의 젊은 교수였던 터너는 이전 3세기 동안 미국이라는 나라가 만들어지는 데 변경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설명하기 위해 이렇게 말했다.
 
터너의 설명은 현대 비즈니스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개발도상국이 외국 기업에 문호를 개방하면서 지난 30여 년 동안 비즈니스 세계를 둘러싼 국경도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그 결과 다국적 기업들은 치열한 경쟁, 한층 높은 복잡성, 끝없는 변화에 대처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간 개발도상국 경제에 관해 익혀왔던 내용은 서구 기업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특히 오늘날의 심각한 불황이 세계화에 어떤 여파를 미치며, 이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도움을 주지 않았다.
 
이번 세계 경기 침체는 개발도상국보다는 선진국에 더욱 치명적이다. 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에 각기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그 결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세계 경제에서 맡아온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경기 침체가 끝날 무렵에는 세계의 비즈니스 변경 또한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변화할 것이다.
 


오늘날 세계 경제가 직면한 엄청난 위기는 3가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첫째, 개발도상국 시장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성장성을 특별히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해도 그렇다. 2009년 4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개발도상국 경제가 1.6%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부적으로 중국은 6.5%, 인도는 4.5%, 중동은 2.5%로 예상했다. 물론 1.6%라는 수치는 지난해 6.1%보다는 상당히 낮다. 하지만 올 한 해 세계 선진국 경제가 -3.8% 성장할 거라는 예상에 비춰보면, 1.6% 성장도 놀라운 수준이다.
 
‘이머징 마켓(신흥 시장)’이란 단어를 만들어낸 세계적인 이머징 마켓 투자 전문가 앙투안 반 아그마엘 이머징 마켓 매니지먼트(EMM) 회장은 이런 결론을 내렸다. “세계 경제 불황이 끝나면, 불황이 시작되던 무렵보다 개발도상국 시장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당연히 개발도상국 시장의 매력도 한층 높아질 것이다.”
 
둘째, 세계 각국 정부는 각종 통화 및 재정 정책을 동원해 경제 성장에 힘을 쏟는 한편 경제 발전의 형태 자체를 바꿔놓고 있다.가장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2008년 11월 중국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의 50%를 차지하는 10대 산업의 수요 및 공급 진작을 위해 5860억 달러의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현재까지 계획대로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또 2009년 1월 배기량 1.6L 이하인 자동차의 판매세를 50% 내리는 방안 등 소형 자동차 및 연비가 높은 자동차의 수요를 늘리기 위한 자동차 판매 부양책도 내놓았다. 소형 자동차나 연비가 높은 자동차를 선보이지 않는 기업이나, 중대형 자동차만 생산하는 기업들은 결국 중국 시장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중국 책임자인 데이비드 마이클은 이렇게 말했다. “중국 정부는 이 방안을 경기 부양책이라고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산업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일이다. 즉 향후 중국의 GDP가 9% 성장하는 일은 과거의 9% 성장과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띨 것이다. 불황이 끝난 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개발도상국 경제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표준’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르다.” 부즈&컴퍼니의 중국 담당 수석 파트너 에드워드 체도 이 의견에 동의한다. “앞으로 10년 동안의 중국은 과거 10년과는 매우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따라서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
 
셋째, 개발도상국 내에서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그간 개발도상국 경제 성장 엔진을 담당해왔던 수출이 점차 줄어들면서 많은 개발도상국 기업들은 자국 시장에서 판매를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철, 시멘트, 알루미늄 등의 상품 시장, 고가 소비 시장, 중가 소비 시장 등에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 또한 개발도상국에서 더 많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향후 개발도상국 시장에서는 가장 뛰어난 기업만이 불황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개발도상국 시장의 눈치 빠른 기업들은 이런 변화에 이미 대응하기 시작했다. 일부 기업들은 불황이 닥쳐올 것을 감지하고 불황 전에 재빨리 전략을 수정하기도 했다.(HBR TIP ‘불황 타개를 위한 개발도상국 기업의 전략’ 참조) 개발도상국 기업들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비용으로 생산 활동을 영위할 수 있다. 때문에 굳이 저비용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없고, 이 점에서 이미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 및 개발도상국 화폐 가치 상승으로 불황이 시작되기 전부터 개발도상국 기업의 이윤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에 많은 개발도상국 기업들은 경제 불황을 불필요한 요소를 없애고 비용을 줄이기 위한 기회로 여기고 있다. 니르말야 쿠마루 런던 비즈니스 스쿨(LBS) 교수의 얘기를 들어보자. “인도 기업은 1995년부터 2008년까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그간 나쁜 운영 습관들도 유지해왔다. 인도 기업들은 바로 지금 그 나쁜 습관들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0년 이상 성장세를 지속해온 인도 기업이 숨을 고르며 새로운 전략을 세우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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