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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기업문화는 성과 향상의 원동력

제임스 오툴 | 36호 (2009년 7월 Issue 1)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 기업들이 경영진의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한 지표는 상대적으로 매우 단순했다. 바로 경영진이 투자자들에게 안겨주는 부(富)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런 시절은 이제 끝났다. 세계화와 기술 개발 덕분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급격한 혁신을 잘 관리해낼 수 있는 경영진이 더욱 필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환경 오염, 일자리 창출, 개도국의 빈곤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좀더 큰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치 또한 유례없이 높다. 유수의 기업들이 잇따라 몰락하고, 세계 경제를 강타한 일련의 스캔들이 휘몰아친 요즘에는 월가가 오직 ‘과거의 실적’만을 중시할 것이라는 근시안적 생각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따라서 기업 경영진을 평가할 더 나은 방법이 필요하다. 우리는 ‘경제적, 윤리적, 사회적으로 지속 가능한 조직을 만들어내기 위한 능력’이 경영진의 성과를 평가하는 새로운 지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경영진은 어떻게 이 야심 찬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물론 구체적인 행동 방안은 산업과 기업의 특성 및 각 기업이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현명한 경영자라면 어떤 전략과 전술을 택하든 투명성을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라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이 글에서 말하는 ‘투명성(transparency)’이란 흔히 재계에서 생각하는 기본적인 정의, 즉 ‘투자자에게 재무 정보를 전적으로 공개하는 것’ 이상을 뜻한다. 물론 재무적 정직성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투명성을 좁은 의미에서만 해석하면 법적인 면에 치중하게 된다. 때문에 윤리 문제를 놓치게 되며, 주주의 이익만을 고려해 기타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외면하는 결과를 낳는다. 뿐만 아니라 좁은 의미의 투명성은 조직 내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먼저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더라도 주주에게는 얼마든지 투명해질 수 있다는 잘못된 가정을 바탕으로 한다. 그 어떤 조직도 스스로에게 정직하지 못하다면 투명성을 논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투명성을 좀더 넓게 정의하고자 한다. 즉 우리가 말하는 투명성은 내부 관리자, 직원 및 외부의 이해관계자 등 정보가 자유롭게 흘러갈 수 있는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런 사람들이 적절하고, 시의성이 있으며, 정확한 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조직은 혁신을 할 수도, 변화하는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대응할 수도 없다. 주어진 역할을 효율적으로 해내지도 못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경영진은 정직한 문화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시스템과 규범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정직성이 성과 개선으로 이어지는 까닭
조직의 정직성과 성과 사이의 관계는 사실 좀 복잡하다. 하지만 다양한 각도에서 이 관계를 조명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즉 상사와의 대화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지, 각 사업팀이 자체적으로 내놓은 가설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구심을 표현할 수 있는지, 이사회가 경영진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부하 직원과 상사의 의사소통에 대해 생각해보자. 1980년대에 발표된 연구 결과 중 꽤 흥미로운 게 하나 있다. 연구를 진행한 조직 이론가 로버트 블레이크와 제인 머톤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사람의 실수로 일어난 비행기 사고를 분석한 내용을 자세히 살펴봤다. NASA 연구진은 평소에 같은 팀으로 일해온 조종사, 부조종사, 항법사 등 조종실 탑승자들을 모의 비행 장치에 들어가게 했다. 실험자들은 사고 발생 징후가 나타난 뒤 3045초 사이에 사고가 일어나도록 설정했다. 그리고 짧은 순간 조종실 탑승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관찰했다. 조종실 안에서는 조종사가 리더의 역할을 맡는데, 이들은 대부분 문제가 생긴 순간에 본능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사람들은, 나머지 구성원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리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의견을 구한 후 결정을 내리는 ‘열린 태도’의 조종사들보다,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사례가 훨씬 많았다.
 
NASA의 연구 결과가 주는 교훈은 매우 간단해 보인다.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대신, 얼마 되지 않는 정보를 바탕으로 행동을 하면 실수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하지만 블레이크와 머톤은 실험 결과를 더욱 자세히 파고들어 평소에 조종사가 나머지 구성원들과 어떤 식으로 의사소통을 하는지 살펴봤다. 분석 결과, 위기 상황에서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조종사는 평소에도 직원들과 열린 태도로 대화를 나눈 사람들이었다. 반대로 조종사가 평소에 독단적으로 행동한 팀에서는 나머지 구성원들이 조종사의 결정에 개입하려 들지 않았다. 심지어 비행기를 구할 수 있을 만한 정보가 있을 때에도 잠자코 있었다.
 
이런 침묵의 대가는 엄청나다. 말콤 글래드웰은 최근 출간한 <아웃라이어(Outliers)>에서 여러 비행기 사고에 관한 데이터를 살펴봤다. 그는 “비행기 추락의 원인은 항상 팀워크 및 의사소통의 문제”라는 결론을 내렸다. 조종사 중 한 명이 중요한 정보를 알고 있으면서 그 정보를 다른 조종사에게 전달하지 않는 것이 한 예다. 따라서 조종사들은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명령을 전달하는 형태의 의사소통만을 고집하기보다, 가능한 한 명확하고 투명한 형태로 정보를 공유하는 의사소통’을 할 필요가 있다.
 
물론 투명성의 문제가 반드시 리더가 나머지 구성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서, 또는 구성원들이 의견을 표현하지 않아서 일어나지는 않는다. 그룹 전체의 중론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즉 팀 구성원이 반대 의견을 표현하는 방법을 잘 알지 못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두 번째 문제와 관련한 책들이 이미 많이 나와 있다.
 
필자들이 직접 살펴본 결과, 대기업 중역 회의실에서 이런 문제가 나타나는 사례가 많다.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으려면 공통된 가치관과 가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고위 관리자들로 이뤄진 팀이 집단적인 부정과 자기기만에 빠져 구성원들이 모두 철석같이 믿고 있는 가정을 파헤치거나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면 혁신을 추구할 수도, 잘못을 고칠 수도 없다. 그 결과 조직 자체가 무너지거나 윤리 문제가 생긴다.
 
필자들은 오래전부터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투명성이 그다지 많이 개선되지 않았다. 조직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관리자들이 자기 조직의 문화를 표현하기 위해 가장 흔히 사용하는 비유 대상이 ‘버섯 농장’임을 알게 됐다. 그들은 자신의 조직을 “여기 직원들은 모두 암흑 속에서 그저 주어지는 비료만 먹고 살아간다”고 표현한다. 우리는 최근 154명의 경영진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 중 63%가 자신이 속한 조직의 문화가 투명하지 않다고 답했다. 나머지 37%는 조직의 의사소통 관행에 대해 ‘밝은 햇빛을 뒤덮은 구름’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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