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스트로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세계 경제가 대침체(the Great Recession)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에디슨이 설립한 100년 역사의 제너럴일렉트릭(GE)도 위태로운 상황이며, 20세기 경영학 교과서의 상당 부분을 장식했던 제너럴모터스(GM)는 파산 직전에 몰렸다. 주당 55달러를 상회하던 세계 최대 금융회사 씨티그룹의 주가는 1달러도 되지 않는 동전 주식(penny stock)으로 전락했다. 세계 경제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 진입한 느낌이다.
미국발(發) 금융위기의 본질은 인간과 기업의 이기심을 적절히 발현하도록 도와주는 시장의 실패가 아니다. 이기심이 과도한 탐욕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아야 할 규제의 실패다. 이기심과 탐욕은 구분돼야 한다. 인간의 이기심은 모든 경제 활동의 동력이며 자본주의를 지탱해주는 힘이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존재하는 이 이기심이 과도할 때 탐욕과 죄악으로 나타난다.
미국은 부정부패 방지 체계, 회계 및 공시 제도, 위험 관리 체계 등 다양한 규제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하지만 이번 금융위기는 이 모든 규제 시스템이 인간의 탐욕 앞에서 무력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집을 살 능력이 없는 사람이 집을 사려고 했고, 모기지 회사는 대출해주지 말아야 할 사람에게 돈을 빌려줬다. 투자은행은 자기자본 30배가 넘는 부채를 떠안으며 모기지에 투자했고, 신용평가회사는 좋은 평가를 하지 말아야 할 투자은행을 우호적으로 평가했다.
그렇다면 과연 규제를 더 강화하면 이런 현상을 방지할 수 있을까. 물론 아니다. 규제 강화보다는 ‘영리한’ 규제를 해야 한다. 규제자가 자신의 규제 권한을 남용하려는 순간, 시장의 과도한 탐욕을 방지하지도 못한 채 규제자 자신의 탐욕만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리한 규제자는 시장 참가자가 숨기고자 하는 수많은 정보들을 간파할 수 있는 고도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전문적인 능력이 부족할 경우 시장의 탐욕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탐욕을 억제하는 사람이 이익을 얻고, 탐욕을 부리면 해를 입도록 보상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번 금융위기가 보여주듯, 월가 투자은행의 보상 체계는 엉망이었다. 월가 경영진은 재임 기간의 성과에 대해 수조 원의 보너스를 받았지만, 그들의 의사결정 때문에 생긴 투자은행업계 및 사회의 엄청난 손실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 규명과 제재도 받지 않았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은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규제 및 보상 체계를 대대적으로 바꿔야 한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존재다. 탐욕에 상응하는 벌과 규제가 없는 한 탐욕을 부리기 마련이다. 때문에 경영진이 미리미리 위험 관리를 할 수밖에 없는 보상 체계를 설계하고, 탐욕을 부릴 경우 상당한 제재를 받는 규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 일을 기회로 감독 및 보상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구축하지 않으면 세계 경제가 또다시 금융위기에 휩싸일 수도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