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는 한국의 드라마와 예능, 이른바 ‘K콘텐츠’가 아랍권에서 꾸준히 1, 2위를 차지하는 등 한국 콘텐츠에 대한 중동 지역의 관심은 상당합니다. 이미 많이 알려졌듯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 역시 대표적인 K팝 팬입니다. 특히 방탄소년단(BTS)을 좋아하는 그는 2019년 BTS를 필두로 비아랍권 아티스트의 사우디 내 공연을 허락하면서 BTS 팬덤과 아티스트를 상징하는 보라색으로 도시를 물들이기도 했습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포함한 ‘MENA(Middle East and North Africa)’ 지역의 한류 팬이 최근 10년 동안 130배나 폭증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커진 관심만큼 잡음의 빈도도 잦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사례 중 대표적인 것이 올 초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배우 류승룡, 안재홍 주연의 ‘닭강정’입니다. 문제가 된 장면은 ‘옐로 팬츠’라는 활동명으로 글로벌 스타가 된 주인공이 자신의 월드투어에 오고 싶어 하는 사우디 왕세자 부부가 티켓 두 장을 챙겨달라고 요청했다는 보고를 듣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는 청탁을 탐탁지 않아 하며 “그럼 A석으로 빼줘”라고 답했는데 이 장면을 본 사우디 시청자들이 자국 왕실을 조롱했다면서 거세게 반발한 겁니다. 이들이 곧장 글로벌 평점 사이트 IMDb로 달려가 이른바 ‘평점 테러’를 단행한 결과, 중동·사우디 시청자의 99%는 최하점인 1점을 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판타지에 가까운 작품에 왜 난리인가 싶지만 “한국 콘텐츠에 우호적이라 각종 개방 정책을 펼쳤던 우리 왕실을 무시하다니…”. 현지인에게 감정을 이입해 보면 어느 정도 이해도 됩니다.
하지만 억울할 필요까지는 없을 듯합니다. 사우디뿐 아니라 중동의 왕실과 차세대 지도자들 역시 K콘텐츠를 자국 젊은이들의 민심을 사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하면서 지지를 받는 효과를 누렸기 때문입니다. 실제 중동은 전인구의 50% 이상을 청년들이 차지할 정도로 젊은 국가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중동의 장기 독재 정권을 붕괴시킨 2011년 ‘아랍의 봄’을 지켜봤던 이웃들 중 절대왕권을 가진 국가일수록 정권에 대한 생존 위협은 가장 큰 리스크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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