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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선한 기술’로 건강해지기

김현진 | 385호 (2024년 1월 Issue 2)
DBR 편집진은 경영 분야 전문가 인터뷰와 관련 리포트, 기사 분석 등을 통해 ‘2024년 10대 경영 키워드’를 선정한 바 있습니다. 엄선한 10개의 키워드 가운데 건강(health), 아름다움(beauty)과 결을 같이하는 키워드가 3개나 꼽혔습니다. 먼저 ‘뉴바바리안’은 불황기일수록 개인의 매력도를 높이고 외모를 가꾸기 위한 제품과 서비스에 집중하는 트렌드를 가리킵니다. 한편 건강에 나쁜 재료를 피하기 위해 제로콜라 등 슈거프리 제품을 찾는 트렌드를 포함하는 ‘제프디(Zero, Free, De-influencing)’, 소비자들의 중독적 행동을 건강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헬스 어딕션’도 맥락을 함께합니다. 이러한 트렌드는 코로나19발 팬데믹을 경험한 사람들이 평상시 건강을 챙겨야 위기 상황에서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됨으로써 도래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최근 몇 해간의 산업, 소비자 변화 추세를 분석하고 2024년의 특수성을 감안해 뽑아낸 키워드에 헬스&뷰티 키워드 비중이 이만큼 높다는 것은 요즘 사회와 소비자의 관심사는 물론 산업 흐름의 방향성을 짐작게 합니다. 이러한 흐름은 웰빙(well-being)과 행복(happiness), 건강(fitness)을 결합한 ‘웰니스(wellness)’ 트렌드로 집약됩니다.

실제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 ‘CES 2024’에서도 웰니스 테크 사례들이 큰 화제가 됐습니다. 입안 세포를 면봉에 묻히는 것만으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비만 관련 유전자를 살펴볼 수 있는 기술이나 안저 사진으로 뇌와 심장의 동맥경화를 파악하는 기술 등 국내 스타트업들의 신기술 역시 참가자들의 시선을 집중시켰습니다. 로레알 그룹이 전 세계 화장품 기업 중 최초로 CES에서 기조연설에 나선 것도 뷰티 테크 등 웰니스 관련 기술의 급부상을 입증하는 사건으로 꼽힙니다.

웰니스 트렌드의 동인이 외모 가꾸기 등 외적 아름다움 유지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속살’을 들여다보면 가장 큰 기저 동력 중 하나는 고령화입니다. 인간 수명이 늘어나면서 건강하고 아름답게 늙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비만, 성인병 등 전 지구적 질환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 위기감을 부채질한 겁니다. 미국당뇨병학회가 2023년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처음으로 체중감량이 혈당 조절과 동일하게 중요하다고 언급하는 등 특히 비만은 이제 ‘현상’이 아닌 ‘질환’으로 여겨집니다. 이에 비만 신약 시장은 제약 산업 역사상 가장 빠르게 1000억 달러 이상 규모로 확대되는 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웰니스 테크 트렌드는 사회적·인구구조적 변화에 기술적 발전이 맞물리며 단기적 현상이 아닌 중장기적 변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심지어 한국은 저출산 고령화 추세로 2023년, 70대 이상 인구가 처음으로 20대를 추월하는 현상까지 나타난 ‘위기의 땅’입니다. 특히 한국인들은 은퇴할 즈음인 50대 후반부터 행복도가 가파르게 떨어지고 65세 이상 고령층에 들어서면 최저점을 기록하면서 생애행복곡선이 ‘역 U’자 또는 기역(ㄱ)자를 나타내는 것으로 조사됩니다. 다른 80개국에선 40대 초반쯤인 중년에 바닥을 치고 노년에 다시 행복도가 상승하는 ‘U자형’을 나타내는 것과 정반대의 결과입니다. 그 주원인으로는 젊은 시절 세계 최장 수준의 노동과 경쟁에 시달리며 나빠진 신체적 건강, 자녀에게 ‘올인’하느라 부족해진 노후대책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등 결국 건강 이슈 탓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한국의 특수한 위기 상황이 사업적 관점에선 그만큼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의 행복도 증진은 물론 다양한 사회적 비용의 낭비까지 막을 수 있는 웰니스 테크는 ‘건강하게 하는 기술’로 표현됩니다. 올해 꼭 주목해야 할 주요 기술로 등극한 ‘선한 기술’, 웰니스 테크의 진화에 주목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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