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olumn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얼마 전 필자의 아내가 택배 상자를 정리하면서 꺼낸 말이다. 몇 해 전부터 로켓배송, 새벽배송, 샛별배송과 같이 빠른 배송을 뜻하는 단어가 일상용어가 됐다. 쿠팡을 시작으로 컬리, 오아시스 등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급격히 성장했고,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 업체들 또한 서로 앞다퉈 온라인 판매와 빠른 배송 시장에 진입했다. 대형 마트를 찾아가야만 구매할 수 있었던 신선 식품들이 다음 날 새벽이면 집 앞에 놓여 있는 나라.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이 같은 유통 시장의 변화는 물류 부동산 시장에도 엄청난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커머스 공룡 기업들을 중심으로 대형 물류센터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다. 2017년 이전만 해도 약 1조 원 미만이던 수도권 물류센터의 연간 거래 규모는 지난해 6조2000억 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건물 준공 전 장기 임차 계약을 체결하거나 아예 물류센터 준공 전부터 소유권을 사들이는 ‘입도선매’식 사례가 쏟아질 정도였다.
하지만 본격적인 엔데믹 시대에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여겨졌던 물류센터가 이젠 공급 과잉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특히 신선 식품 보관용 저온 창고 임차 시장의 큰손이었던 이커머스 업체들이 물류센터를 직접 건립하기 시작했다. 임차 수요의 한 축이 사실상 무너진 것이다. 물류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시장의 전망 역시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하지만 이런 과잉 공급 문제가 과연 지금 처음 일어난 상황일까? 불과 10년 전만 해도 오피스 시장이 현재의 물류 시장과 유사한 상황이었다. 2012년 이후 서울 주요 권역을 중심으로 프라임급 오피스가 대규모로 공급되면서 서울 오피스 시장은 한때 약 15% 수준의 높은 공실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기회는 이 시기에 있었다. 당시 서울 오피스 시장이 장기적으로는 결국 성장할 것이라고 믿은 투자자들은 결국 투자금 대비 2배 이상의 높은 자산 가격 상승효과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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