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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K-성과 관리’로 잠 못 드셨다면

김현진 | 373호 (2023년 07월 Issue 2)
‘19%’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가 몇 해 전 고위 관리자 수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회사의 저성과자 관리가 빠르고 효율적이었다고 답한 비율은 이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소개된 이 설문 조사를 비롯해 성과 평가를 다룬 해외 논문이나 아티클을 보면 저성과자 관리의 해결책으로 자연스럽게 해고를 거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적으로 고용 환경이 경직된 한국에선 금기어로 여겨질 정도로 조심스러운 상황임을 놓고 볼 때, 성과 관리 관련 이슈에는 다양한 사회적 맥락에 대한 이해도 필요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성과주의 인사제도는 사람의 성과를 등급으로 나누는 강제 할당식 상대평가를 주로 채택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평가의 기준이나 결과에 구성원들이 납득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이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관리할지를 놓고 기업들 역시 큰 고민에 빠집니다. 2015년 한국경영자총협회 발표에 따르면 ‘저성과자로 인해 기업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이 심각하다’는 응답을 한 기업은 전체의 66.7%에 달했습니다. 그런데도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적잖은 조직이 저성과자 이슈에 소극적으로 대처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방치하기엔 이제 대내외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습니다. 경기 침체, 경쟁 심화 등 혹독한 외부 환경 속에서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조직 문화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 새 급물살을 탄 국내 기업들의 인사 체계 변화 역시 저성과자 이슈를 후순위에 두기 어렵게 만듭니다. 연공 중심 인사에서 직무 및 성과 중심으로 인사 체계를 급전환하는 가운데 리더가 된 MZ세대 팀장이 ‘삼촌뻘 저성과자 팀원 관리’를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저성과자 관리의 어려움은 대부분의 구성원이 스스로를 저성과자로 생각하지 않는 데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 Kruger effect)’를 거론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미국 코넬대 연구진이 1999년 제시한 이론으로, 하위 25%에 속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실력을 평균보다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실험 결과를 기반으로 합니다. 지식과 경험이 제한적이기에 오히려 ‘용감하게’ 스스로에게 후한 점수를 준다는 겁니다. 저성과자 관리와 관련된 연구 및 기사에 자주 인용되는 이 이론의 적나라함이 다소 불편하지만, 많은 리더는 평가 통보 상황에서 이 효과의 표상들과 종종 마주하게 된다는 경험담을 털어놓습니다.

리더가 되는 순간부터 ‘미움받을 용기’ 따위야 큰맘 먹고 장착했더라도 인지적 편향까지 고려하면서 직원들을 평가하고 성과를 관리해야 하는 미션을 맡게 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사실 따로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결과만 내면 되는 다른 업무와 달리 저성과자라는 통보를 내리는 순간부터 사람의 ‘마음’과 직면하는 일입니다.

특히 노동법의 경직성, 규칙 및 체계 미비, 여기에 온정주의까지 맞물린 국내 경영 환경에서의 성과 관리는 특히 그 앞에 ‘K’를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한국적 특수성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저성과의 85%는 시스템적인 문제로 발생하고 15%만이 구성원 자체가 가진 문제로 생긴다는 여러 연구 결과를 소환해본다면 제도 개선 등 성과 관리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곧 조직은 물론 개인을 돕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성과 관리는 이처럼 이성과 감성의 영역을 아우르며 ‘종합예술’ 같은 경지의 기술을 요구합니다. 이에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는 평가 체계와 기준의 변화를 야기하는 환경 변화, 제도 개선을 위한 회사 및 리더의 역할, 직원들의 목소리까지 성과 관리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시각을 입체적으로 담았습니다. 평가자로든, 피평가자로든 평가 때문에 잠 못 든 경험이 있다면 더더욱 정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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