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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cs

문제해결의 첫발은 ‘복잡함의 단순화

박세영 | 353호 (2022년 9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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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Optimal Portfolio Selection with Transaction Costs and Finite Horizons”(2002) by H. Liu and M. Loewenstein in Review of Financial Studies, 15: 805-835.

무엇을, 왜 연구했나?

인생은 상수(Constant)가 아니라 변수(Variable)다. 상수는 시공간의 제약을 전혀 받지 않는 무한대의 우주에서만 실현 가능한 개념이다. 본질적으로 인간의 삶은 시공간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변수’와 동일하다. 특히 시간의 제약을 받기에 어느 누구에게나 ‘끝(End)’이 존재한다. 과학 및 의학 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100세가 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인간은 반드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런데 인생의 문제가 죽음뿐일까? 인간의 죽음을 100세로 가정한다고 하면 우리는 100년의 생애주기(Life-cycle) 동안 취업•결혼•출산•육아•교육•의료•노후 등과 관련한 수많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며 살아가야 한다. 보통 문제해결의 대부분은 중요한 금융 의사결정(예: 소비, 투자 등)을 수반하기 마련인데 이때 우리는 시간뿐만 아니라 특히 예산의 제약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노후를 예로 들어보자. 정년을 65세로 가정했을 때 65세 은퇴 이후부터 노후를 준비하기 시작하면 이미 늦는다. 질병•장해 등 노후에 예상되는 막대한 의료비 지출을 고려한다면 지금부터 노후의 삶을 조금씩 준비하고 노후의 불확실성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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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기존 경제학의 효용 함수 극대화 프레임(Utility Maximizing Framework)에서는 생애주기 동안 합리적 금융 의사결정을 도출할 때 시간과 예산의 제약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하고 있을까? 더 나아가 어떻게 하면 시간과 예산의 제약 가운데에서도 우리의 자발적 금융 의사결정이 최고의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구체적으로 미국의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와 보스턴대의 공동 연구진은 시간과 예산의 제약이 야기할 수 있는 생애주기의 복잡함을 단순화할 수 있는 새로운 의사결정 모형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본 연구는 실업•장해•은퇴•죽음 등 시간의 제약을 가져오는 다양한 위험 요소를 인간의 생애주기 동안 일정 주기를 갖고 랜덤하게 발생하는 사건으로 바라봄으로써 미래의 불확실성에 지금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위험관리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무엇을 발견했나?

신고전주의 경제학은 합리적 기대(Rational Expectation)를 갖는 개인의 최고 의사결정은 효용 함수(Utility Function)를 극대화함으로써 도출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는 효용 함수 극대화 프레임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여기서 효용은 개인의 행복을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데 사용되고 소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개인의 만족을 숫자에 대응시켜 효용함수가 만들어진다. 효용함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자발적 금융 의사결정, 예를 들어 최적 소비(Optimal Consumption), 최적 투자(Optimal Investment) 등은 현대의 최첨단 자산관리•위험관리 모형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구체적으로 효용함수 극대화 프레임에서 노동 소득(Labor Income)을 추가적으로 고려한 생애주기 모형은 은퇴•연금•보험 등의 다양한 영역의 금융 의사결정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효용함수 극대화 프레임 또는 생애주기 모형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기존 연구의 대부분은 주로 개인의 예산 제약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선행 연구는 다양한 현실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는 시장 불완전성, 시장 마찰 등이 야기할 수 있는 예산 제약의 불확실성에만 주목하고 있다. 가령, 투자 의사결정의 핵심 지표가 될 수 있는 수익률, 변동성 등의 투자기회집합(Investment Opportunity)은 항상 일정하지 않다거나 노동 소득은 더 이상 안전 자산이 아니고 위험 주식과 같은 위험 자산으로 간주돼야 한다거나 노동 소득을 담보로 한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등에 상당한 어려움이 존재한다거나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예산 제약이 ‘나이 듦(Aging)’이라는 시간의 제약과 더불어 생애주기 동안의 더 큰 복잡함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어 가면서 실업•장해•은퇴•죽음 등 시간의 제약을 가져오는 다양한 위험 사건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기존 연구들은 시간의 제약이 없는 상태를 가정하고 있으므로 어떻게 보면 현실의 시변성(Time-variation)을 체계적으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한계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선행 연구가 갖고 있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의 예산 제약뿐만 아니라 유한한 ‘시간’에 대한 고려가 어떠한 방식으로 개인의 금융 의사결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투자자가 위험 주식을 사고팔 때의 거래비용이 예산 제약의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있다고 가정한다. 한편 본 연구의 투자자는 효용함수 극대화 프레임에서 기존의 연구와는 다르게 유한한 특정 시점(예를 들면 은퇴, 죽음 등)까지만 효용함수를 극대화한다. 여기서 시간의 제약을 가져올 수 있는 다양한 위험 요소는 인간의 생애주기 동안 일정 주기를 갖고 랜덤하게 발생하는 사건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투자자는 예산과 시간의 제약으로 대변되는 이차원적인 복잡함을 랜덤하게 발생하는 사건을 포함하고 있는 예산 제약의 일차원 문제로 단순화해 생애주기 동안 최적의 금융 의사결정을 도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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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필자가 과거 미국의 학회를 다녀오면서 들었던 강연 중에 지금도 잊히지 않는 대사가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머튼 교수가 학회의 기조연설에서 했던 말이다. “Simpler is Better.” 화려하고 복잡한 최첨단 수학 기법을 사용하면서 ‘금융공학(Financial Engineering)’의 효시가 됐던 그의 다양한 연구를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기에 꽤 큰 충격이었다.

인생은 결코 단순하지가 않다. 수많은 현실의 문제 가운데 특히 시간과 예산의 제약을 동시에 받으며 다양한 금융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머튼 교수가 역설했던 것처럼 어쩌면 인생의 문제를 푸는 실마리는 단순화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본 연구에서처럼 시간과 예산의 제약이 가져올 수 있는 이차원의 복잡함을 먼저 단순화시켜 보자. 취업•결혼•출산•은퇴•죽음 등 우리 인생의 다양한 이벤트는 현재 진행 중이거나 미래에 다가올 특별한 랜덤 사건이다. 현재라는 오늘을 이러한 미래의 랜덤 사건이 반영된 하나의 특별한 스토리로 바라보면서 최선을 다해서 살아내는 것부터가 복잡한 문제해결의 시작이 될 것이다.


박세영 노팅엄경영대 재무 부교수 seyoung.park@nottingham.ac.uk
필자는 연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포항공대에서 투자, 위험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여신금융협회 조사역으로 재직한 후 싱가포르국립대에서 박사후 과정을 거쳐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영국 러프버러경영대에서 재무 조교수로 재직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포트폴리오 이론을 중심으로 한 투자/위험관리와 은퇴, 보험, 연금 등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자산 관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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