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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스타트업 홍보를 향한 출발점

아무것도 없는 ‘0’의 상태를 이해하고
혁신 이끈 사람들의 시간을 기록하는 일

이미나 | 352호 (2022년 0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최초의 인터넷은 1960년대, 한국에서는 1980년대에 도입됐다고 알려져 있다. 아이폰은 2007년에 탄생했다. 적어도 국내에서 스타트업이란 용어가 활발하게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에 접어들고 나서다. 지금은 너무나 익숙한 용어와 개념인 인터넷, 휴대전화, 스타트업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지 않다. 하지만 출현과 동시에 인터넷과 IT, 수많은 스타트업이 발전해 온 속도는 가히 빛의 속도라 불릴 만하다. 끊임없이 변하고, 매일 새로운 무언가가 등장한다. 스타트업의 홍보란 이렇게 말도 안 되게 빠르게 우리 앞에 나타나 세상을 바꿔가고 있는 ‘기술과 혁신 뒤에 있는 사람들’, 바로 그들의 시간을 기록하는 일이다. 그리고 피터 틸(Peter Thiel)이 제시한 제로투원(Zero to One)의 개념처럼 0에서 1을 창조하는 일이다. 성공적인 스타트업 홍보는 ‘0’의 상태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2016년 7월15일, 유튜브를 통해 모바일 메신저 회사 ‘라인(LINE)’이 나스닥에 상장하는 모습이 생중계됐다. 화면 속에는 ‘라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신중호 라인 대표를 포함해 아는 얼굴들도 보였다. 필자가 몸담았던 스타트업 ‘첫눈’ 출신들이었기 때문이다. 문득 2006년 6월29일 배포했던 네이버(당시 NHN)와 첫눈의 인수합병 보도 자료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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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은 네이버가 2006년 6월29일 인수합병을 발표한 스타트업 첫눈의 구성원들이 네이버 합류 이후 개발한 메신저 서비스에서 출발한 회사다. 현재 크래프톤의 의장인 장병규 대표가 창업한 첫눈은 세이클럽으로 유명한 네오위즈의 공동 창업자 장 대표가 26명의 검색팀 직원을 이끌고 분사해 꾸린 조직이었다. 검색에 대한 혁신적인 철학과 우수한 개발진으로 인해 시작부터 주목을 받았던 첫눈은 국내외 굵직한 빅테크 회사들의 끊임없는 구애를 받으며 창업 1년여 만에 네이버의 품에 안겨 큰 화제를 모았다. 한국에서 스타트업의 엑시트(출구 전략, exit)라는 개념이 흔하지 않았던 시기였기에 시작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그것도 정식 서비스를 론칭하지도 않았던 스타트업이 350억 원이라는 큰 규모로 인수합병된 데 대해 놀랍다는 반응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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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첫눈의 홍보 담당이었던 필자는 인수합병 보도 자료를 네이버 홍보팀과 함께 작성해 배포했다. 그런데 많은 언론에서 보도 자료의 맨 끝부분의 내용에 대해 미덥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제가 된 부분은 바로 이 인수합병이 순수 토종 검색 기술을 보유한 NHN과 첫눈의 만남이며 양사가 시너지를 통해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글로벌 인터넷 기업으로 도약을 시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순수 토종 검색엔진의 글로벌 진출’이라는 거창한 포부를 두고 세간에서는 그저 인수합병을 듣기 좋게 포장하기 위한 말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 이해가 되지 않는 바도 아니었다. 사실 2006년까지만 해도 누가 네이버에 합류한 첫눈 구성원들이 메신저 서비스를 개발하게 될지, 그 서비스가 일본을 넘어 동남아시아를 손에 넣는 글로벌 서비스로 성장하게 될지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보도 자료를 배포한 지 정확히 10년 후에 라인은 나스닥에 상장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 과정을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감격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이날의 기억은 ‘혁신’이란 단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수도 없이 쓰고 말했던 ‘혁신’이라는 단어가 감동적인 서사를 내포하는 것이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은 순간이었다. 그리고 스타트업 팀에 합류하는 홍보 담당이 해야 할 일에 대한 생각이 말끔히 정리됐다. ‘처음 시작부터 뉴스에 보도되는 순간이 오기까지 그 (혁신의) 이면에서 오랜 시간 함께 달려온 이 열정적인 사람들의 시간을 기록하는 일’이라고 정의를 내릴 수 있었다.

“저는 원래 회사에 광고 담당을 둘 생각은 있었지만 홍보 담당을 뽑을 생각은 없었어요. 하지만 이렇게 만나게 됐고, 좋은 사람이 그 자리에 들어오면 좋은 일들이 생겨나고 돌아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2005년 5월 첫눈에 홍보 담당으로 입사할 때 장병규 당시 대표에게 들은 이야기다. 당시에는 이 말속에 담긴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오랫동안 이 이야기가 머릿속에 남아 계속 곱씹어 봤다. 지금도 정확하게 이해했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이런 의미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회사가 ‘홍보’라는 분야에 대해 내리고 있는 정의조차 아직 없어요. 그래서 홍보 담당이 들어와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 분야에서 성장하고자 하는 열정이 넘치고 일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 인재가 회사에 들어온다면 홍보라는 분야에 있어 우리 회사에서도 충분히 훌륭한 일들이 시작되고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그랬다. 적어도 2005년 첫눈 입사 이래 17년이 지난 현재까지 일했던 어떤 스타트업에서도 한 번도 업무에 대한 지시를 특별히 받은 적이 없다. 당연히 상사는 있었지만 지시를 하고 보고를 받는 대상인 것만은 아니었다. 구체적인 업무 지시보다는 ‘지금 우리 모두가 함께 이뤄내야 할 목표’와 ‘그 목표를 이뤄내고자 하는 시기’ 등 회사가 가고자 하는 큰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일이 더 빈번했다. 스타트업은 많은 정보가 개방돼 있기 때문에 회사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데이터와 히스토리를 알고 싶다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 회사의 목표, 목표를 이뤄 낼 시기가 분명하고, 충분히 열려 있는 정보와 협조적인 상사 및 동료가 있는 곳에서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상상력을 펼칠 수 있다는 의미다.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구상하고 계획한 뒤 상사와 의논하고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맞춰 나가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홍보라는 업무에 대한 정의와 경험을 하나씩 축적해 나갔다. 업무 시간과 공간에 대한 자유도 높았다. 실제로 지금도 사무실 내부보다 외부에서 일하는 날이 더 많다. 미팅이 있는 곳으로 바로 출근해 카페에서 일하거나 공유오피스 등에서 일하면서 언론이나 업계 사람들과 자유롭게 네트워킹한다. 미팅이 많은 업무 특성상 이런 공간의 자유로움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된다.

돌이켜보면 홍보 담당으로서 대부분의 커리어를 창업 극초기 스타트업에서 보냈던 것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가능했던 일은 아니었다. 지난 20여 년간 필자가 몸담았던 스타트업들만큼 창업 초창기에 홍보 담당을 채용한 사례는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창업 초기 스타트업에서 홍보 전담 인력을 채용하는 데는 창업자의 의지와 홍보에 대한 철학이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필자가 합류했던 회사들의 창업자인 태터앤컴퍼니의 노정석 대표(현 비팩토리 대표)와 렌딧 김성준 대표는 종종 다른 창업자들에게 ‘홍보 담당을 그렇게 빨리, 다른 분야보다도 먼저 뽑은 이유’에 대해 질문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한다.

창업자와 함께 정리한 PR의 정의

모바일 게임 이용자의 이용 패턴을 분석하는 회사 ‘파이브락스’에 일하던 때였다. 한창 업무 평가가 이뤄지던 시기에 함께 일하고 있던 창업자 노정석 대표가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꼬날님(필자의 호칭)이 하는 일이 그냥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홍보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우리 같이 꼬날님이 하는 일에 대해 정의를 해보면 어떨까요?” 홍보 담당에게 홍보 담당이 아닌 것 같다고 하는 이 말에 처음엔 적지 않게 당황했다. 하지만 그만큼 초기 스타트업에서 홍보 담당으로서 하는 일이 다채롭고 독특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당시 노정석 대표와 몇 시간 동안을 고민해 함께 정리한 ‘초기 스타트업인 파이브락스 홍보 담당이 하는 일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PR(Public Relations)란 기업이 기업 활동과 관련 있는 공중과 관계를 구축, 유지, 발전시킴으로써 기업 경영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하는 모든 활동

이렇게 정리하자 홍보 담당으로서 해왔던 수많은 일이 모두 이 정의 안에 들어왔다. 업무에 대한 생각의 폭도 훨씬 더 자유롭게 넓혀갈 수 있었다. 사실 초기 스타트업에서 일하다 보면 ‘이게 내가 한다고 손 들어도 되는 일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접한다. 예를 들어, 인력 채용이 중요한 시기에는 회사가 다가가고 싶은 인재들을 검색하고 연락해 회사와 연결하는 인사에 가까운 업무를 하기도 한다. 때로는 제휴라 할 수 있을 법한 일을 하기도 하며, 크고 작은 온•오프라인 세미나와 콘퍼런스, 고객 이벤트 등을 직접 기획해 운영하기도 한다. 누가 지시한 일도 아니지만 앞서 설명했듯이 창업자와 공유한 ‘회사가 나아갈 방향’ ‘현재 이뤄내야 할 가장 중요한 목표’에 다가가기 위한 방법을 스스로 구상하다 보면 업무 경계가 흐려진다.

실제로 인원이 10명 안팎인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개발 중인 서비스 외적인 부분을 편하게 담당할 수 있는 인력을 찾기가 어렵다. 하지만 회사와 관련 있는 사람, 조직, 기업, 기관과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고 있다가 마침내 회사에서 그 관계가 필요한 순간 정확히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이런 수요를 고려하면 흔히 PR, 홍보 담당이 해야 하는 일에 언론 관계가 포함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DBR mini box I

렌딧 김성준 대표가 말하는 스타트업 홍보 담당의 역할과 채용 시기

김성준 대표가 회사에 홍보를 전담하는 전문 인력을 채용한 시기는 회사 창업 후 6개월이 지나지 않았던 때였다. 서비스도 아주 초창기 상태였고, 구현하고자 하는 서비스의 모습을 갖추는 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던 상황이었다. 회사의 구성원은 약 10명 정도, 대부분 서비스를 개발할 IT 인력 아니면 금융 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금융 전문가였다. 이런 시기에 홍보 담당 채용은 다소 이례적일 수 있다. 얼마 전 김성준 대표와 스타트업 홍보 담당의 채용에 대해 다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가 생각하는 홍보 담당의 역할과 채용 배경은 크게 3가지였다.

첫 번째는 외부 커뮤니케이션이다. 디자인이나 마케팅, 홍보의 경우 굉장히 복잡한 사고 과정을 거쳐 정제된 결과물을 표현해 내는 영역이다. 따라서 ‘외형’을 포장하는 일보다 ‘내재된 가치’를 정의하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일종의 혼이 담겨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홍보는 회사의 ‘스토리텔러’인데 잘못 쓰인 스토리는 회사가 성공하고 큰 조직이 되더라도 바꾸기 힘든 영역이기 때문에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었다. 이는 그가 렌딧 창업 직후부터 홍보 담당 채용을 위해 노력하고 창업자와 홍보 담당의 철학을 최대한 완벽하게 일치시키고자 했던 이유다.

두 번째는 내부 커뮤니케이션이다. 홍보 담당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혼이 담긴 메시지를 외부에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끊임없이 반복 노출하고 전달함으로써 ‘현재’ 구성원은 물론 ‘미래’ 구성원이 될지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회사가 그리는 큰 비전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가는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이런 과정 속에서 회사가 내재하고 있는 가치와 문화도 지속적으로 진화할 수 있다. 회사의 구성원들이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외부 커뮤니케이션 역시 진정한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창업자의 ‘생각 파트너(Thought Partner)’로서의 역할이다. 창업자들은 새로운 분야에서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도전을 지속한다.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을 걷는 만큼 회사의 미래를 구상하고 전략을 세우는 과정에서 함께 고민하고 생각을 정리할 파트너의 존재가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시기에 회사가 펼쳐내야 할 스토리는 무엇일지, 어떤 방향으로 펼칠 수 있을지, 그것을 위해 맺어야 할 새로운 파트너십은 무엇일지, 어떤 정보들을 만들어 내야 할지 등에 대해 초기부터 많은 생각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홍보 담당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다. 특히 렌딧의 경우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P2P금융법)’ 제정을 위한 대관 활동의 비중이 컸다. 법 제정이란 범사회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사회적 프레임 형성이 매우 중요한 과정이었던 만큼 함께 대관 활동을 수행하는 홍보 담당과 회사의 초창기, 산업의 태동기부터 모든 생각을 공유하고 발전시켜 온 점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홍보 담당 채용 여부와 시기에 대해 고민하는 창업자들을 위해 다음과 같은 조언을 전한다. 회사와 사업에 대해 전체적인 스토리텔링을 함께 고민할 ‘생각 파트너(Thought Partner)’를 찾고 있는지, 아니면 이미 짜인 전략에 따라 홍보를 실행하고 프레젠테이션할 실무자를 찾고 있는지 잘 구분해 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어떤 부분에 방점을 두는지에 따라 적합한 채용 시기와 담당자의 경력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초기 스타트업에서 PR의 시작이 어려운 이유: ‘0’의 상태

초기 스타트업에서 홍보를 시작하는 일은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물론 당연히 다른 조직에서 하는 홍보가 어렵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초기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홍보 전문가가 매우 드물고, 처음 체계가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홍보 분야를 세팅하고 시작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는 공감대가 업계에서 크게 형성돼 있다는 의미다. 실리콘밸리의 유명 창업자인 피터 틸(Peter Thiel)이 저서 『제로투원(Zero to One)』에서 제시한 이 ‘제로투원’의 개념은 혁신의 속성을 압축적으로 표현한다. 0에서 10이나 100을 만드는 것보다 0에서 1을 창조해 내는 과정의 어려움이 잘 묻어나는 용어이기도 하다. 초기 스타트업에서 홍보를 시작하는 일 역시 제로투원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0에서 1을 창조하는 것의 어려움’과 더불어 한 번 더 깊이 생각해 볼 문제는 바로 ‘0’의 상태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타트업 홍보에 있어 0이란 무엇일까?

1.아무것도 없다는 의미다.

2.회사가 말하는 ‘홍보’라는 분야의 정의조차 내려져 있지 않다는 의미다.

3.내 일에 대한 직업 설명(Job Description)이 없다는 의미다.

4.회사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정리된 자료도 전혀 없을 때가 많다.

5.당연히 회사 소개 자료, 미디어 리스트, 그 외의 홍보를 하기 위한 기본적인 문서들도 하나도 없다.

이게 바로 스타트업에 합류한 대부분의 홍보 담당이 맞이하게 되는 ‘0’의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는 무슨 일을 해야 할까?

1.바닥을 깔아야 한다. 대다수의 스타트업은 산업의 정의조차 명확하지 않은 분야에서 시작할 때가 많다. 이에 따라 하고 있는 일을 설명해 나가기 위해서는 스토리를 써 내려갈 수 있는 판부터 깔아야 한다. 새롭게 탄생한 산업군에 대한 정의가 바로 탄탄한 판이 돼줄 수 있다.

2.벽을 세워야 한다. 산업을 정의하려면 시야를 회사와 회사의 제품/서비스 이야기만으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 생소한 정의와 어려운 용어, 서비스에 대해 알리려면 이와 연관된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펼쳐야 하기 때문에 울타리가 회사 밖도 에워쌀 수 있어야 한다.

3.지금 이야기를 펼쳐내야 한다. 때를 기다리기보다는 현재, 당장, 우리 회사가 알리고 싶은 이야기들을 지체 없이 펼쳐낼 수 있어야 한다.

바닥을 깔고, 벽을 세우는 게 끝나길 기다렸다가 이야기를 펼쳐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초기 스타트업들에 있어 시간은 곧 생명과 같다. 빠르게 초기에 세운 가설을 증명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시장에 선보여 다음 단계로 점프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일에 있어 우선순위는 없다. 적은 인력과 자원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0에서 1로 향해 달려야 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끊임없이 발생하기도 한다. 렌딧의 한 동료의 말을 빌려 이 일의 어려움을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흔히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은 마라톤을 뛰는 것이라고 해요. 아주 긴 구간을 달리는 도전을 해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마라톤에 대해 잘못 생각하는 점이 있는 것 같아요. 마라톤이 천천히 오래 달리는 거라고만 생각하더라고요? 하지만 마라톤 선수들은 42.195㎞를 거의 시속 20㎞로 달리는 사람들이에요. 우리도 마찬가지죠. 우리가 지금 뛰고 있는 마라톤은 굉장히 빠르게 오래 달리는 거예요. 그래서 페이스를 잘 알고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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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전술, 그보다 더 처음부터 고민하기

2015년 9월 렌딧에 처음 합류했을 당시 회사는 앞서 설명한 ‘0’의 상황이었다. 렌딧만 이제 막 시작하던 시기가 아니라 회사가 속한 온라인 투자 연계 금융(P2P금융)이라는 산업 자체가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발아하던 시기였다. 검색창에 ‘렌딧’을 입력했을 때만 아무 정보도 뜨지 않는 것이 아니라 ‘P2P금융’이라는 용어를 검색해도 정보가 거의 뜨지 않았다. 처음 일을 시작하려 하는데 P2P금융이란 분야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 보니 회사 소개서를 쓰는 데 참고할 게 없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홍보 담당이 의존할 수 있는 귀중한 자원은 바로 창업자와 회사의 초기 구성원뿐이다. 이들은 초기 스타트업에 이제 막 합류한 홍보 담당에게 있어 정말 중요한 자원이다. 왜 그럴까? 대체 회사 동료들이 어떻게 홍보의 시작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걸까?

Step 1. 회사와 서비스에 대한 다량의 공부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필요한 정보들을 뽑아내고 정리해 나가기 위해서는 그보다 훨씬 많은 양의 기초 정보가 필요하고 회사와 서비스에 대해 엄청난 수준의 공부가 전제돼야 한다. 이때 창업자와 초기 구성원들은 이 공부를 위한 자원이다. 우선 ‘회사’라는 책 한 권을 정독한다는 생각으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필자는 회사 합류 후 7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매주 1시간씩 창업자와 1대1 대화 시간을 갖고 있다. 이 시간에 다양하고 많은 질문을 하되 회사 업무에 대한 궁금증만 꺼내 놓을 필요는 없다. 회사의 창업자가 어떤 생각을 키워가고 있고, 어느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최근 산업 현황이나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등 생각의 방향을 맞춰 나가고 일치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다른 구성원과도 마찬가지다. 회사의 최고기술책임자(CTO)나 주요 분야를 총괄하고 있는 임직원과 주간, 격주간, 월간 등으로 미리 시간을 잡아 놓고 꾸준히 대화를 해 나가야 한다.

회사를 공부하는 방법에 대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리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본인 업무와 전혀 상관이 없는 분야의 미팅에 참석하는 것도 방법이다. 의견을 개진하거나 토론에 참여하지 않은 채 앉아만 있더라도 그 시간 동안 얻을 수 있는 정보량은 상당하다. 미팅 후 잘 이해가 안 가거나 모르는 분야, 용어들에 대해 1대1 시간에 다시 질문하고 공부하는 식이다. 같은 맥락에서 다양한 팀이 주고받는 e메일에 포함시켜 놓는 일도 빼놓지 않는다. 모든 메일에 참조로 들어가면 평소 너무 많은 양의 e메일을 받게 돼 자칫 주의가 분산될 수 있지만 이 e메일을 잘 분류해 효율적으로 팔로우업한다면 회사에서 이뤄지는 일들에 대해 전반적인 이해를 빠르게 높일 수 있다. 어떤 프로젝트의 초반부터 폭넓게 이해를 하면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홍보 전략을 짜게 되는 순간이 올 때 큰 도움이 된다. 이 순간을 위해 수시로 수집하는 정보는 빠짐없이 기록하고, 때로는 동료들의 양해를 구한 후 녹음해 평소 이동 시 음악처럼 듣고 다니기도 한다. 구글링을 통한 해외 정보 검색도 빠질 수 없다. 새로운 개념이나 용어에 대한 정의는 국내보다는 해외 사이트에 더 잘 정리된 경우가 많다. 그 내용들을 큐레이션해 한국에 처음 옮기는 것만으로도 회사 홍보에 도움이 된다.

Step 2. 스토리 모듈 만들기

1단계를 통해 회사와 서비스에 대한 자료를 확보했다면 2단계에서는 정리가 필요하다. 이때도 중요한 것은 실제 내가 활용할 수 있는 정보의 규모보다 훨씬 많은 내용이 정리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보석 같은 진짜 정보들을 캐낼 수 있다. 1단계는 다른 사람들에게 질문을 하는 시간이었다면 2단계는 수많은 정보를 앞에 두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 보는 시간이다.

이때 던지는 질문들은 주로 다음과 같다.

• 우리는 누구인가?

• 우리가 가진 것은 무엇인가?

• 우리가 가진 특별함의 정체는 무엇인가?

• 우리만이 가진 새로움은 무엇인가?

• 진짜로, 정말 우리만 가진 것이 있는가?
그것이 무엇인가?

• 우리의 약점, 부족한 점은 무엇인가?

• 남들과 같거나 비슷한 점은 무엇인가?

이렇게 질문을 던지는 시간은 회사와 관련된 콘텐츠 아이템을 뽑아내는 과정이다. 필자는 이때 만들어 낸 아이템들을 ‘스토리 모듈’이라고 부른다.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머릿속에 수많은 스토리 모듈이 자리 잡는다. 한마디로 ‘우리 회사와 관련한 거의 모든 이야기’라는 제목의 책 한 권을 쓰는 단계다. 실제 이 단계를 지나면 회사에 대한 웬만한 질문에는 반사적으로 대답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정리되지 않았던 개념과 용어에 대한 정의가 탄생하기도 한다. 회사 구성원들이 기대하고 바라는 회사의 미래에 대한 윤곽도 잡힌다. 재미있는 것은 큰 범주에서는 같은 그림을 그릴지라도 구성원마다 상당히 다른 방향성을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각양각색의 생각을 듣다 보면 회사가 일하는 방식, 즉 조직 문화에 대한 초기 구성원들의 생각도 함께 정리할 기회가 생긴다.

이 단계까지 접어들면 비로소 전략 수립이 가능하다. 창업자와 구성원들이 무엇을 하고 싶고, 어떤 모습으로 알려지길 원하는지, 지금 당장 가장 달성하고 싶은 회사의 목표가 무엇인지가 명료해지기 때문이다. 회사 구성원들의 성격, 특징, 장기도 파악이 된다. 초기 스타트업 홍보에 있어 구성원들의 특징은 중요한 요소다. 모든 실행을 내부의 제한적인 자원을 동원해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구성원 대부분이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에 응하기 싫어한다면 이런 내부 자원을 가지고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블로그를 편안히 시작할 수 있을까?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나,
Let’s PR Together!

대부분의 스타트업에서 홍보 담당은 1인 팀이다. 홍보와 HR, 홍보와 마케팅, 홍보와 기획을 겸직하는 경우도 많이 목격된다. 필자 역시 2005년 이후 현재까지 1인 팀으로 일해왔다. 하지만 혼자 회사의 홍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평소에 동료들과 부지런히 1대1 미팅을 하고 현재 구상하고 있는 홍보 전략을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하다 보면 이런 생각을 할 새가 없다. 개발, 마케팅, 금융 등 분야별 전문적인 시각에 입각할 때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은 아닌지, 잘못 알고 있는 사실관계는 없는지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직원들은 대부분 열정적이고 성장에 대한 열망이 강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회사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몰입한다. 초기 스타트업에 입사를 했다는 것 자체가 그만큼 회사가 이뤄내고자 하는 목표와 비전에 크게 공감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직원 대부분이 회사의 홍보에 도움이 되는 일에 참여하는 데 주저함이 없으며 자신의 의견이 반영된 블로그 글, 촬영한 사진과 영상이 세상에 공개되고 반응이 오는 것에 함께 기뻐하고 성과를 즐긴다. 그렇기에 홍보 활동 자체도 부지런히 공유해야 한다. 렌딧은 새로 입사하는 동료들의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반드시 한 세션을 만들어 ‘Let’s PR Together!’라는 제목의 발표를 한다. 동료들 앞에서 말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홍보는 세상과 회사를 연결하는 창과 같다. 그리고 홍보 담당은 회사의 마이크다. 하지만 홍보 담당이 들고 읽을 수 있는 스크립트는 여러분들의 머리와 가슴속에 있다. 그러니 나(=홍보 담당)에게 지식과 열정을 전달해 달라. 그리고 나를 지지해 달라. 나는 여러분의 서포트를 등에 업고 세상 속으로 나아가 모두의 이야기를 전파하겠다.”

지워지지 않는 혁신의 역사를 쓰는 일

흔히 스타트업이 세상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용어가 어렵다는 이야기들을 하고,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한다. 하지만 무엇이든 처음에 등장할 때는 어려운 게 당연하다. 쉽게 만드는 데 한계가 있더라도, 세상이 이야기를 들어줄 준비가 돼 있지 않더라도 일단은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 놓아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비판과 거절에 부딪히더라도 같은 이야기를 수백 번, 수천 번 반복해야 한다.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스타트업의 성과는 오늘, 내일, 또는 이번 달 안에 나오는 게 아니다. 한 2∼3년간은 끝없이 계속되는 서비스 업데이트와 변화 한복판에 있기 때문에 1년 단위의 계획은 애초에 세우지 않는 게 낫다. 왜냐하면 큰 꿈을 향해 끝도 정확히 모른 채 이 방법, 저 방법을 시도하며 달리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세계에서 큰 회사 중 하나가 된 구글의 시작을 기억한다. 필자는 제법 얼리어댑터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많지 않았던 초창기부터 구글의 검색엔진과 지메일 등 서비스를 이용했다. 구글 홈페이지는 회사가 많이 성장한 뒤에도 크게 정돈되지 않았다. 하지만 화려하지 않은 구글 홈페이지를 둘러보며 회사에 매료된 적이 있는데 그때 마음을 움직인 것은 다름 아닌 오래된 사진 한 장이었다.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처음 구글을 창업할 당시 멘로파크의 차고에서 직접 제작한 서버 역할의 컴퓨터 사진이었다. 이를 보면서 ‘이들은 서버 사진을 왜 찍어 놓았을까? 나중에 회사가 커지면 역사적인 사진이 될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라는 궁금증을 품었다. 사실 해상도가 높거나 잘 찍은 사진도 아니다. 하지만 이 초창기의 기록을 보는 순간 대중은 세계적인 부호가 된 창업자들의 시작과 당시의 열정, 꿈을 확인할 수 있다. 어떤 설명보다 강렬한 기록이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동영상도 마찬가지다. 그가 이야기하는 모습을 찍어 두자는 생각은 누가 했을까? 스티브 잡스는 과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수십 년이 지난 뒤에까지 자신이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영감을 받고 꿈을 키워 나갈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지금 몸담고 있는 회사와 창업자의 모습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회사의 첫 사무실, 손으로 그린 첫 로고 이미지, 10명밖에 되지 않았던 전 직원의 첫 워크숍, 회사의 (조직) 문화 정의서, 전사 미팅에서 창업자가 공유했던 여러 가지 이야기, 새로운 프로젝트를 앞에 두고 상반된 의견을 내며 격렬히 충돌했던 순간. 만일 회사가 5년 뒤, 10년 뒤에 사회적으로 더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한다면 이 모든 것이 세상에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설 수도 있을 것이다. 렌딧의 김성준 대표가 이야기했듯 지금 이 순간은 시간이 흐르면 기록하기 어렵다. 물론 나중에 기억을 살려 회고해 문자로 남길 수는 있겠지만 사진이나 영상은 재현이 불가능하다. 필자의 스마트폰 속에 아무에게도 공개하지 않은 수많은 사진과 영상이 저장돼 있는 이유다. 시간이 흘러 어느 순간이 됐을 때 빛을 발하게 될 것이라고 상상해 본다.

그래서 스타트업 홍보는 지워지지 않는 혁신의 역사를 쓰는 일, 혁신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시간을 기록하는 일이라고 믿는다. 혁신은 이처럼 많은 사람의 열정이 오랜 시간 쌓여 마침내 이뤄지는 놀라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미나 렌딧 홍보이사 kkonal@gmail.com
필자는 1999년 검색 회사 엠파스 홍보팀에 입사해 IT 업계에 발을 내디뎠다. 홍보대행사 OPQR(현 피알원)에 다니다 NHN에 인수된 ‘첫눈’, 구글에 인수된 ‘테터앤컴퍼니’, KT에 인수된 ‘엔써즈’, 탭조이에 인수된 ‘파이브락스’ 등에 모두 초창기 멤버로 합류해 신생 회사들의 홍보를 총괄해 왔다. 20여 년간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의 홍보를 맡으면서 소속 회사 대부분이 대규모 인수합병(M&A)에 성공하는 이례적인 경험을 했다. 현재는 P2P 금융 기업 렌딧의 홍보를 총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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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딧 홍보팀이 기획한 신입 직원 오리엔테이션 성과

렌딧이 설립된 지 2년이 지나자 새로 입사하는 구성원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빠르게 발전하는 스타트업의 특성상 입사 시기가 그리 차이 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회사에 대해 생각하는 이미지가 많이 달랐다. 회사의 비전과 미션, 일하는 문화 등에 대해 더 자주, 의미를 담아 전달하는 것이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구상했고, 액션 아이템 중 하나로 새로 입사한 직원들을 위한 오리엔테이션(OT)을 기획했다. 그리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동안 창업자부터 거의 모든 분야 리더가 참여해 각 팀과 업무를 소개하고 회사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아직 초기 스타트업이라 회사에서 생각하고 있지도 않던 일이었고, 모두가 매우 바쁜 시기였다. 발표하는 리더들 입장에서는 준비도 필요하고 그만큼 신경 쓸 일이 늘어나는 일이기도 했다. 이에 대표를 시작으로 참여해야 하는 각 분야 리더와 만나 이 오리엔테이션을 떠올리게 된 계기부터 기대되는 결과와 구성안에 대해 의논했다. 많은 사람이 ‘정말 필요한 일인 것 같다’며 참여 의사를 밝혔고, 팀마다 어떤 발표를 하고 싶은지 등에 대해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해줬다. 언제 발표를 할지와 발표 시간 정도만 조율이 필요할 뿐이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피플팀(렌딧의 HR팀 명칭)과의 협의가 필요했다. 다행히 홍보팀이 신입 직원 오리엔테이션을 기획한 것에 대해 공감대가 잘 형성됐다. 사실 스타트업에 오래 다니다 보니 무언가 먼저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그 일을 담당하는 문화는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있었다. 공감대가 형성되고 나니 업무 분장은 쉽게 진행됐다. 홍보팀은 OT가 시작된 후 3년간 운영까지 담당하고, 이후 진행은 피플팀이 맡고 있다. 이처럼 피플팀과 홍보팀은 구성원과의 관계, 외부와의 관계를 모두 담당한다는 점에서 함께 고민할 일들이 많다. 사내 문화, 채용 브랜딩 등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하며 협업해 나가고 있다.

신입 직원 OT가 끝나면 매번 참여했던 구성원들에게 설문 조사를 한다. 그리고 각 세션과 전체 이벤트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 주관식으로 묻는 질문에 생각보다 빼곡하게 자세히 의견을 적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 초기 스타트업인데도 이렇게 대기업처럼 많은 시간을 투입해 OT를 하는 것에 놀랐다는 고백들이 많았다. 또한 평소 자주 협업하지 않을 부서에 대해 알게 되고, 다양한 방식으로 팀을 소개해줘서 재밌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조직 규모가 커지면서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직원들 간 생각의 차이나 팀 간 이견을 좁히는 데 도움이 됐다. 이에 따라 아무리 바쁜 기간이라도 OT만큼은 정말 중요한 일정으로 고려해 경영진은 물론 팀 리더들도 적극적으로 발표에 참여한다. OT는 렌딧 사내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의미 있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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