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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Interview : 박진우 ‘오프(OFF)’ CEO

“웹 3.0은 개방성과 소유가 키워드 복잡한 사용자 경험(UX) 개선해야”

최호진 | 348호 (2022년 07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수직계열화로 경쟁 우위를 선점해 돈을 버는 구조의 웹 2.0과 달리 웹 3.0은 개방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경쟁자 및 레이어들의 협업을 지향한다. 대부분의 웹 3.0 프로토콜이 코드를 공개하는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속해 있고 블록체인의 스마트 콘트랙트를 이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현재 다양한 형태의 웹 3.0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웹 3.0은 여전히 실험 단계에 가깝다. 웹 3.0 생태계가 완전히 구축되기 위해서는 더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고안되고 현재의 복잡한 사용자 경험(UX)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



웹 3.0에서 사용자들은 디지털 아이덴티티인 ‘아바타’로 자신을 표현한다. 과거에도 싸이월드 미니미가 있었고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의 대표주자인 네이버 Z의 제페토도 3D 아바타를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웹 3.0의 아바타에는 하나의 개념이 부가된다. 바로 ‘소유’다. 블록체인 기술의 발달과 NFT 시장의 성장으로 자신이 소유한 NFT 아바타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의 프로필 사진(PFP, Profile Picture)으로 이용하는 사용자들이 늘고 있다.

NFT 데이터 플랫폼 NFTGO에 따르면 지난 4월 PFP NFT의 시가총액은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PFP NFT의 인기몰이에 국내 대기업도 관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 4월 현대자동차가 NFT 전문 기업 메타콩즈와 협업해 한정판 PFP NFT를 발행했고 코오롱스포츠와 아모레퍼시픽도 2030 여성을 겨냥한 PFP NFT 프로젝트인 ‘샤이 고스트 스쿼드’와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기업과 NFT 프로젝트와의 협업이 활발한 가운데 탈중앙화를 지향하며 NFT 기반 웹 3.0 비즈니스에 뛰어드는 스타트업도 등장하고 있다. 국내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 출신 3인이 공동 창업한 오프(OFF)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해시드, 컬랩커런시(Collab+Currency), 삼성넥스트 등에서 350만 달러(약 41억 원) 규모의 시드 라운드 투자를 유치한 오프는 NFT 아바타 기반의 소셜 메타버스 플랫폼 마이티(MYTY)를 구축하고 있다. 다양한 아바타와 이 아바타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 및 서비스 등을 집대성한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웹 3.0 생태계를 이루는 하나의 중요한 축인 아바타 레이어1 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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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 아바타에 대한 투자자들과 기업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한편 일각에서는 베어마켓이 찾아오며 NFT 시장의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루나-테라 코인 폭락 등으로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 가상 자산의 가치와 거래가 급랭하는 현상)가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웹 3.0은 과연 비즈니스의 판도를 바꿀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을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가 박진우 오프 CEO를 만나 웹 3.0의 전망과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 중인 NFT 아바타에 대해 물었다.

아바타, 웹 3.0에서의 디지털 아이덴티티

NFT 아바타 기반의 메타버스 플랫폼 비즈니스에
뛰어든 계기가 무엇인가?

한때 가상 현실을 잘 구현하기 위해서는 VR (가상현실), AR(증강현실) 기술과 더불어 사람들이 감각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고도화된 자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생각이 달라졌다. 사람들이 “나는 크립토 펑크2 몇 번이야”라고 말하며 텍스트 기반인 트위터에 PFP NFT를 내거는 현상이 흥미로웠다. 초감각적인 몰입을 만들어내는 고해상도의 VR 기기 없이도 사람들이 자신의 ‘부캐’인 아바타를 활용해 소통하는 소셜 메타버스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기존 소셜미디어의 한계도 극복하고 싶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으로 대표되는 기존 소셜미디어의 문제가 점점 드러나고 있다. 특히 개인 정보 문제에 관해서는 이미 유럽연합의 일반 개인 정보 보호법(GDPR), 캘리포니아 소비자 개인 정보 보호법(CCPA) 같은 규제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보고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영국은 10대 청소년들이 밤에 인스타그램을 사용하지 못하게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인터넷에서 더 나은 소셜 활동이 가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한 끝에 현실과 가상 현실을 연결하는 출입구(Gateway)인 아바타에 집중해보기로 결심했다.

기존의 방식으로 소셜 플랫폼을 만들 수도 있지 않나? 웹 3.0을 지향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웹 3.0의 개방성이 더 많은 사람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소셜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메타는 미디어를 가지고 광고에 관한 모든 것을 수직계열화했다. 아마존도 미디어뿐만 아니라 배송까지 다 수직계열화했다. 웹 2.0 회사들은 수직계열화하며 경쟁사들이 진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기본 전략이다. 그런데 웹 3.0은 개방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경쟁자 및 레이어들의 협업을 지향한다. 예컨대 오프가 제공한 마이티 아바타 표준을 이용해 고스트 프로젝트 PFP NFT가 만들어졌다. 만약 다른 회사가 오프의 라이브 아바타 기술을 쓰고 싶으면 가져다 연결하면 된다. 블록체인 위의 웹 3.0 프로토콜 대부분이 모든 사람에게 코드를 공개하는 스마트 콘트랙트를 이용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처럼 개방성은 대부분의 웹 3.0 참여자가 가진 철학이다. 개방되고 탈중앙화된 환경에서 다양한 실험이 이뤄지며 기존 소셜미디어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가 탄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프는 이를 위해 필요한 범용적인 레이어 중 하나인 아바타에 집중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오프가 가진 아바타 표준 및 코드를 공개해 아바타 크리에이터, 메타버스 개발자 등 여러 주체가 마이티 플랫폼에서 다양하게 실험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고자 한다.

DBR mini box I

오프가 만드는 ‘라이브 아바타’

현재 사용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PFP NFT는 고정된 2D 이미지로 용도가 매우 제한적이다. 이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오프는 머신러닝으로 사용자의 표정과 행동을 인식해 따라 하는 ‘라이브 아바타’ 구현을 돕는 도구인 마이티 키트(MYTY Kit)를 개발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연장선으로 마이티 키트를 적용해 실제 라이브 아바타가 구현되는 마이티 카메라(MYTY Camera)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줌, 유튜브, 트위치, 디스코드 등 다양한 웹캠 기반 앱에서 마이티 카메라를 적용하면 사용자는 라이브 아바타를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오프가 구현한 머신러닝 베이스의 얼굴 표정 및 동작 인식을 자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아바타의 기준인 마이티 아바타 표준(MYTY Avatar Standard, MAS)도 크리에이터에게 제공하고 있다. 오프는 국내 1세대 NFT 작가인 미스터 미상(Mr. Misang)과 협업해 MAS에 따라 제작한 첫 아바타인 고스트 프로젝트를 올해 초 론칭했다. 마이티 카메라를 통해 고스트 PFP NFT에 ‘빙의’되는 콘셉트로 사용자들이 자신이 소유한 PFP NFT를 통해 새로운 페르소나를 표출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고스트 프로젝트와 크립토 펑크 PFP NFT가 마이티 카메라와 호환될 예정이며 오프는 연내 최대 100개의 PFP NFT 프로젝트, 즉 최대 100만 개의 아바타를 마이티 플랫폼에 온보딩할 계획이다.



아바타를 내걸고 하는 소셜 활동이
보편화될 것이라고 생각하나?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10년 전에는 캐릭터나 아바타를 트위터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하는 것에 대해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다. 그런데 2∼3년 전부터는 크립토 펑크를 프로필 사진으로 내걸면 사람들이 ‘힙하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스눕독, 스테픈 커리, 네이마르 같은 셀럽들이 PFP NFT를 사용하고 있다. 아바타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예다.

가상 인간 유튜버 ‘버튜버(Virtual Youtuber)’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실시간 후원 기능인 슈퍼챗으로 많은 수입을 거둔 유튜버 상위 30명 중 29명이 사람이 아닌 버튜버다. 아바타가 큰 시장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요즘 많은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이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계정을 활용한다. 작년에는 카카오톡도 멀티 프로필 지원을 시작했다. 이처럼 사용자들은 점점 다양한 페르소나, 즉 ‘부캐’를 추구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현상을 보면서 부캐를 내건 소셜 활동이 주류로 자리 잡을 것이란 확신이 강해졌다. 이 방향으로 그대로 성장하면 정적인 이미지에서 동적인 비디오 시대로 발전했듯 실제 모습 대신 아바타를 내걸고 하는 소셜 활동 역시 보편화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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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인터넷에 다양한 아바타가 존재했다.
웹 3.0에서의 아바타는 뭐가 다른가?

웹 3.0에서는 ‘소유’라는 개념이 더해진다. 기존 인터넷과 달리 웹 3.0에서는 보통 자신이 소유한 아바타를 사용한다. 또한 이 아바타를 누가 만들었고, 어떤 사람들이 열광하는지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쉽게 설명하면 아바타는 패션이랑 비슷하다. 옛날에는 티셔츠를 살 때 소재와 촉감 등 제품의 질을 따졌다면 요즘은 그렇지 않다. 브랜드가 중요하다. 아바타도 마찬가지다. 아바타가 예쁘거나 퀄러티가 높아서 좋아하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줌 미팅에서 참가자 9명이 사람에 가깝게 구현된 퀄러티 높은 3D 아바타를 내걸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때 한 사람이 크립토 펑크를 갖고 입장하면 나머지 9명은 열등해 보일 수 있다. 8비트짜리 픽셀아트 이미지인 크립토 펑크가 보기에는 못났지만 가치는 훨씬 높기 때문이다.

NFT의 가치는 어떻게 측정하나?

희소성은 물론 콘텐츠, 즉 히스토리가 중요하다. 실수로 똑같은 모습의 NFT 두 개를 만들었다고 가정해보자. 처음에는 둘의 가치가 같을 것이다. 그러나 이후 어떤 사람들이 이 NFT를 소유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둘 중 하나를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다면 모습이 같더라도 머스크가 소유했던 NFT의 가치가 더 높아진다. 그리고 블록체인을 인프라로 가진 NFT는 이 소유 이력을 증명할 수 있다. 이렇게 디지털적인 가치 평가 방식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으며 데이터를 분석해 NFT 가격을 추정하는 NFT뱅크 같은 스타트업도 생겨나고 있다.

웹 3.0, 다가올 미래인가, 거품인가

“인터넷은 새로운 규범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무슨 의미인가?

인류는 수만 년 넘게 오프라인에서 시간을 보냈다. 지난 25년간은 인터넷이라는 가상 현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한 사람이 하루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5시간 정도라고 한다. 인터넷이나 가상 현실에서는 실제 현실과 달리 무언가 만들어지고 변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디지털 네이티브의 속성상 원재료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실에서 건물을 지으려면 막대한 자원과 노동력이 필요한 반면 가상 현실에서는 훨씬 쉽다. 단 한 명이 클릭 몇 번으로 건물을 지을 수 있고 이를 복제하는 것도 쉽다. 디지털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디지털에는 법칙조차 없다. 현실에는 중력이란 자연법칙이 있고 오랜 시간을 거쳐 만들어진 사람들 간의 규범도 있지만 디지털에서는 법칙도 처음부터 다 같이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방식을 디지털에 적용하는 경우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텍사스에 사는 한 유튜버의 시청자 99%가 한국인이라면 세금을 어디에다 내야 할까. 이런 경우 지금은 미국 정부에 세금을 낸다. 한국 정부는 배가 아플 수밖에 없다. 이건 하나의 예시이고 이렇게 애매한 경우가 수백만 가지 생길 수 있다. 이런 다양한 경우에 정부가 모두 개입해 합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처럼 인터넷은 국경을 초월한 광범위한 곳이기에 나름의 규칙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블록체인은 가상 현실의 규범을 세울 근간이 될 수 있다. 블록체인은 흔히 트러스트리스(trustless) 네트워크라고 불린다. 블록체인의 합의 방식으로 인해 믿어야 할 주체가 없어진다는 뜻이다. 그만큼 블록체인은 매우 신뢰할 만한 가상 현실의 인프라로 성장하고 있다. 국가나 정부 주도의 네트워크가 아님에도 오랜 기간 잘 작동하고 유지되고 있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좋은 예다.

가상 현실에서의 생활이 보편화될 것이라고
전망하나?

주위를 둘러보면 넓은 의미의 메타버스에서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프로게이머, 유튜버 등이다. 이들은 현실 세계에 살고 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인터넷에서 보낸다. 현재의 흐름대로 간다면 100년 후에는 엄청난 수의 메타버스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이 메타버스라는 공간이 정말 실재한다고 느끼고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려면 그 안에 이코노미가 존재해야 한다. 이코노미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완전한 물물교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디지털 세상에서는 물물교환이 가능하지 않았다. 그냥 복사해서 가져다 썼다. 그러나 NFT가 등장하고 원본 증명이 가능해지면서 물물교환을 할 수 있는 토대가 생겼다. NFT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경제, 즉 메타버스가 보편화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물론 지금은 약세장(Bear Market)이 오고 있다. 최소 6개월에서 길게는 2년까지 크립토 윈터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해시드에 재직할 당시인 2019년 1월, 이더리움 기반의 P2E(Play To Earn) 게임 엑시 인피니티에 투자했다. 당시 엑시 인피니티의 MAU(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1년간 약 120명 수준으로 유지됐다. 그러다 작년에 흥행했고 지금은 5조 원 가치를 평가받는 회사가 됐다. 크립토 윈터가 오더라도 NFT 기반 메타버스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특히 MZ세대가 부캐를 적극 활용하는 등 현재의 흐름이 계속된다면 아바타를 중심으로 한 소셜 메타버스는 생각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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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다수가 NFT를 투자로 접근하는 상황이다.
최근 여러 가지 상황으로 NFT가 거품이라는
주장도 나오는데.

특정 상황에서 투자를 하는 건 개인의 자유이지만 현재 NFT가 거품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그러나 새로운 산업이 태동할 때는 늘 거품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NFT 시장은 2017∼2018년 당시 암호화폐 공개(ICO, Initial Coin Offering) 시장과 비슷하다. 당시 공개된 토큰의 99%가 망했고 지금은 1%밖에 안 남았다. 거품이었다고 볼 수 있지만 ICO로 얻은 게 없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1%가 남아 여전히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닷컴 버블이 꺼질 때도 많은 정보기술(IT) 회사가 없어졌지만 당시 살아남은 회사들이 지금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바꾸고 있듯이 말이다. 특히 ICO 당시 기억나는 일화가 있다. ERC-20(Ethereum Request for Comments 20)3 라는 표준이 있다. 이더리움 네트워크 위에 올라가는 토큰들에 대한 표준이다. ICO 버블이 꺼지고 약세장이 왔을 때 일부 비트코인 옹호자는 ERC-20 토큰들이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 시점에서 ERC-20를 의미 없는 표준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표준이기 때문이다.

NFT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이 현재 발행된 NFT가 거품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이에 동의한다. 그러나 NFT가 없어져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3∼5년 뒤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디지털 오브젝트를 NFT에 올리는 등 NFT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을 것이다. 예컨대 약 15년 전 국내에서 사람들이 ‘짝퉁’ 가방을 갖고 다니는 걸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명품 매장에 ‘오픈런’할 정도로 진품을 소유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디지털 자산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복사해서 쓰지만 5년 정도 지나면 원본을 소유한 채 “이거 정말 내가 갖고 있는 건데”라고 말하는 사용자들이 많아질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웹 3.0이 마케팅 용어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마케팅 용어라는 주장에는 일정 부분 동의한다. 최근 ‘웹 3.0’ ‘메타버스’ 같은 트렌디한 용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웹 3.0은 단순한 마케팅 용어를 넘어 전통적인 산업군과 크립토에서 만들어지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기존 산업이 수직계열화해 돈을 벌었다면 웹 3.0은 개방성을 지향하며 다양한 레이어의 합으로 수익을 내는 모델로 비즈니스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물론 웹 3.0이 현재 완성됐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지금 웹 3.0에서 비즈니스 모델로 잘 정착한 사례는 이더리움을 중심으로 한 레이어 1과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를 위해 발행된 몇몇 ERC-20 코인뿐이다. 더 다양한 형태의 웹 3.0 비즈니스 모델을 찾을 필요가 있다. 이걸 찾는 것이 웹 3.0 스타트업들이 지향해야 할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웹 3.0은 DAO(탈중앙화 자율 조직)를 지향한다.
DAO가 기존의 주식회사를 대체할 수도 있다고 보나?

그렇다. 물론 주식회사와 일반적인 DAO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최근 우버는 드라이버에게, 에어비앤비는 호스트에게 자사주를 나눠주려고 했다. 자사 생태계 안에 있는 플레이어들에게 동반 성장할 기회를 준 셈이다. 그런데 주식회사는 기존의 전통적인 기업에 적합한 구조이기 때문에 웹 3.0이 지향하는 개방성을 바탕으로 한 실험이 이뤄지기 어렵다. 앞으로는 디지털에서 다양한 실험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인 DAO나 토큰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DAO에도 다양한 규칙이 생겨날 것이고 수많은 거품 중에 가장 잘 운영되는 DAO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주식회사의 모태도 영국 동인도 회사였다. 한 사람이 운영하는 것보다 더 나은 형태인 주식회사로 발전한 것이었고 그다음으로 DAO가 부상하고 있다. 모든 DAO가 같은 형태의 거버넌스를 갖고 있진 않기 때문에 그중에서도 가장 성공한 모델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 웹 3.0이 당면한 한계는 무엇인가?

웹 3.0이 대중화되기까지 장애물이 많다. 가장 큰 장애물은 사용자 경험(UX)이다. 이더리움 지갑인 메타 마스크로 NFT를 실제 구입해보면 알겠지만 그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 이 UX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에 연동한 지갑 Klip(클립)을 개발했고 미국에서는 UX 문제를 개선한 제리온(Zerion)이라는 지갑이 개발됐다. 완전한 웹 3.0이 구현되려면 탈중앙화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중요하겠지만 이 UX 문제가 같이 풀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이 웹 3.0은 다양한 레이어의 협업을 지향한다. 오프는 사람들이 웹 3.0에서 더 많은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아바타 인프라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웹 3.0 스타트업 중 UX 문제를 해결하려는 곳도 있다. 이 UX 문제가 풀리면 웹 3.0의 대중화에 가속이 붙을 것이라고 본다.


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


DBR mini box II : 웹 3.0이 당면한 한계

기술 맹신 버리고 보안 위기 대책 마련해야

웹 3.0이 대중화돼 경제적 파급 효과를 실현하려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더 많은 개체가 연결돼야 한다. 그러나 최근 웹 3.0의 인프라 역할을 하는 가상 자산, 더 나아가 블록체인의 안정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웹 3.0의 인프라 역할을 하는 블록체인 자체는 비교적 안정적인 네트워크로 평가받는다. 중앙집중식 네트워크는 핵심 역할을 하는 노드(node)에 장애가 생기면 모든 시스템이 다운되는 반면 순수 분산형 네트워크인 블록체인은 모든 노드가 서로 연결돼 있을 뿐 아니라 데이터 역시 분산돼 있어 이런 위험을 겪을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록체인이 추구하는 순수 분산 P2P(Peer-to-Peer) 시스템은 예상치 못한 보안 문제에 극도로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다. 거래를 처리하는 경로가 분산돼 있어 외부에서 시스템을 공격하기 어렵지만 보안 문제가 발생하면 이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 블록체인은 중앙에서 통제하는 주체 없이 알고리즘만으로 작동하는 네트워크이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2016년 발생한 The DAO 해킹 사태다. 독일의 이더리움 개발팀 Slock.it(슬록잇)이 개발한 The DAO는 중앙 관리자 없이도 스마트 계약을 실행할 수 있는 네트워크다. The DAO는 증권과 매우 유사한 형태로 토큰을 발행했고 당시 유통 이더리움의 14%에 달하는 금액을 공모했다. 그러나 알고리즘의 치명적인 결함으로 당시 자본금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500억 원가량의 이더리움이 해커의 손에 넘어갔다. 결국 해당 사태는 이더리움재단이 제안한 하드포크i 를 통해 해커에게 유출된 자산을 사실상 동결하면서 일단락됐다.

이처럼 현재의 분산 원장은 보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각 대응할 중앙 통제 기구가 없다는 한계를 가진다. The DAO 해킹 당시에는 사태 수습을 위해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리크 부테린의 이더리움재단이 개입했다. 이처럼 보안 문제가 생겼을 때 결국 권위 기구가 나서야 한다면 순수 분산 P2P 시스템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권위 기구마저 없다면 해킹 등 보안 문제에 극도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결국 순수 분산 P2P 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해 권위 기구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모순이 발생하는 셈이다.

혁신이란 명분으로 알고리즘이 내재한 문제점을 사용자에게 충분히 밝히지 않는 것도 문제다. 최근 발생한 루나-테라 코인 폭락 사태가 대표적이다. 그간 루나-테라 개발자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자신이 만든 알고리즘의 안정성만을 강조하며 혁신을 종교화했다. 시장에 예상할 수 없는 충격이 왔을 때 알고리즘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20% 이자를 지급하는 앵커 프로토콜을 위한 이익은 어디서 나는지 등 가장 근본적이고 불편한 질문들과 폰지 사기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답하지 않은 채 혁신, 안정, 효율만을 강조했다.

웹 3.0이 기술에 대한 맹신 혹은 모호한 캐치프레이즈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현재 당면한 한계를 명확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VR•AR, 메타버스 등 통신 및 콘텐츠 기술의 발달과 함께 웹 3.0이 가져올 미래상에 함몰돼 변화로 인해 발생할 사회적 문제를 경시해서는 안 된다. 기술에 대한 지나친 강박 혹은 맹신을 버리고 웹 3.0을 구성하는 기반 기술이 사회에 가져올 파장과 영향에 대한 객관적이고 면밀한 검토 또한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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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훈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 khhong@hongik.ac.kr
필자는 홍익대 경영대학 재무 전공 교수, 메타버스금융랩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 자산운용 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 경력을 쌓았다. 주 연구 분야는 자산운용, 위험관리, ESG 금융, 대체 투자다. 금융위원회, 글로벌 ESG 협회, 한국탄소금융협회에서 금융 및 ESG 관련 현업과 정책에 대한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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