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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X 스피릿을 소환하며

김현진 | 347호 (2022년 06월 Issue 2)

온라인 쇼핑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쓰고, ‘오마카세’ 트렌드를 만든 세대. 소셜미디어 이용률과 전자기기 사용 시간이 탁월하게 높은 집단. 현재 국내에서 인구 규모가 가장 큰 세대….

이들이 누구인지 묻는 질문에 퍼뜩 밀레니얼이나 Z세대를 떠올렸다면 ‘땡’. 정답은 바로 X세대입니다. 현재 40대와 50대의 주축을 이루는 이들. 이들은 국내에서 30대 그룹 임원의 47%를 차지하고 있으며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드는 주역으로 활약했습니다. 국력의 중심이 된 소프트파워 분야에서 X세대의 기여도는 눈이 부실 정도입니다. 이름 자체가 브랜드인 서태지, 방시혁, 나영석, 유재석, 이정재 등은 다양한 콘텐츠 분야에서 ‘K’가 붙은 모든 것이 힙하게 여겨지도록 한 초석이자 주역이 됐습니다. 그런데 정작 X세대는 억울합니다. 어느 순간 ‘낀 세대’ ‘깍두기’ 같은 서러운 단어들이 X세대의 연관 검색어가 됐습니다. 조직 안에서만 봐도 그렇습니다. 베이비붐세대의 ‘인해전술’과 권위에 눌려 복종하며 살다 이제 기 한번 펴보려는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시대적 변화를 마주한 조직은 디지털 네이티브인 밀레니얼세대를 리더로 기용하는 게 혁신의 출발인 양 생각합니다.

흥미롭게도 X세대의 설움은 한국만의 특수 현상은 아닙니다. 미국의 여론 조사 기관 퓨리서치는 X세대를 ‘방치된 둘째 아이(America’s neglected middle child)’에 빗댔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첫째, 어려서 애틋한 막내에 비해 시선이 덜 가는 둘째에게 X세대를 비유한 겁니다. 실제 글로벌 리더십 트레이닝 기업인 DDI 등이 전 세계 리더 2만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5년간 X세대의 승진 횟수는 밀레니얼, 베이비붐세대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업무 부담도 다른 세대 대비 가장 컸습니다. 그런데도 이직 의도는 가장 낮아 각별한 조직 충성도를 나타냈습니다.

X세대를 둘째에 빗댄 것은 여러모로 찰떡 비유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둘째들의 가정 내 성장 과정과 X세대의 조직 내 성장 과정이 나름 유사한 ‘서사’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88 서울올림픽 이후 호황기에 10대와 20대 초반을 보냈던 X세대는 외환위기로 선배들이 갑자기 회사를 떠나거나 가세가 기우는 것을 목격하며 충격을 받았습니다. 상황에 따라 인생은 한순간에 바뀔 수 있음을 생생히 목도한 이들의 생존 본능은 때로는 자신의 본모습을 감추고 몸을 낮춰 조직에 순응하는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형이나 언니가 부모님께 혼나는 모습만 봐도 재빨리 태세 전환을 했던 둘째들의 기가 막힌 눈치 본능은 사회에서도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유연한 조직원의 모습으로 발현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X세대에게 기대되는 역할은 그들을 소진시키기도 했습니다. 주로 X세대로 구성된 온라인 팀장 커뮤니티에서 가장 자주 발견되는 신세 한탄은 “퇴근 이후에도 별생각없이 카톡으로 업무 지시를 하는 베이비부머 상사와 워라밸을 인생 모토처럼 생각하는 MZ세대 후배들 사이에서 불협화음을 내기 싫어 홀로 야근하는 나”와 같은 경험입니다.

하지만 ‘찌든 중년’쯤으로 치부되기엔 X세대는 사실 지금의 MZ세대보다 더 파격적이고 진보적인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젊어서는 서태지의 등장에 열광하며 음악 취향, 패션, 심지어 힙합적 비판 의식까지 바로 탑재한 이들은 브랜드를 따져가며 소비한 첫 세대이며 여행과 소비에도 가장 적극적인 ‘큰손’ 고객입니다.

이렇게 ‘뜨거운’ 세대를 재발견하고 제대로 활용하는 X세대 활용법이 이번 스페셜 리포트의 큰 주제입니다. 유연한 균형 감각과 적응력이 X세대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이러한 X세대가 제대로 능력을 인정받으며 조직 내 큰 역할을 수행하게 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제안한 솔루션은 ‘X세대의 상실감을 어루만지라’입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에는 X세대를 위한 조언 역시 담겨 있습니다. ‘X세대는 MZ세대와 정서적으로 더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MZ는 X가 베이비부머보다 더 꼰대라고 생각한다’는 등 뼈 때리는 설명에도 눈길이 갑니다.

세대로 집단을 분류하는 것이 비과학적이라며 거부감을 갖는 시선도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대를 살아낸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동질감과 그를 통한 조직 역할 분석은 수십 분 만에 끝나는 MBTI 검사 따위에선 기대할 수 없는 시간의 맥락과 깊이를 부여하는 것 같습니다. 조직에 활력을 넣어줄 ‘X 스피릿’을 다시 소환해 조직을 살리는 불씨, 즉 ‘X팩터’로 활용하기 위한 여정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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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편집장•경영학박사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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