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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묻고 신하가 답하다: 정조와 정약용

“순환 근무 필요성 적은 官長은 임기를 길게”

김준태 | 346호 (2022년 0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다양한 업무 경험을 통해 당사자의 안목을 넓히는 순환 보직 제도는 타성에 젖거나 부정에 연루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행정의 일관성을 저해한다는 단점도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정약용은 순환 근무의 필요성이 적은 문무반 관장의 임기를 늘리고 업무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처의 장관을 재임하게 하자는 주장은 새롭지 않으나 이를 제대로 이행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아울러 소외되거나 숨어 있는 인재를 찾아낼 방법을 모색한다면 인재가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순환 보직(循環補職, job rotation)’이라는 인사제도가 있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다른 부서나 직무에 전보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공무원 조직에서 활발히 시행되고 있는 이 제도는 다양한 업무 경험을 통해 경험과 당사자의 안목을 넓히고 당사자를 관리자로 성장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한 직책에 지나치게 오래 근무함으로써 타성에 젖거나 부정에 연루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공무원 조직에서는 이 순환 보직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순환 보직 기간이 짧고, 전보가 빈번히 이뤄지면서 행정의 일관성과 계속성이 저해되는 실정이다. 공무원의 업무 전문성과 능률성도 낮아졌다. 그러다 보니 국민이 불편함을 겪고 있는데 “담당 공무원이 3년 사이 5번이나 바뀌어 그때마다 원점에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어느 기업인의 하소연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러한 고민은 조선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1790년(정조 14년) 정조는 이렇게 말한다. “고요(皐陶)는 사사(士師)1 가 되고, 기(夔)는 악(樂)을 맡았으며, 백이(伯夷)는 예(禮)를 담당하고, 후직(后稷)은 곡식을 파종하였다. 이는 고요가 예를 알지 못한 것이 아니고 후직이 음악에 전혀 어두운 것이 아니었지만 저것에는 훌륭하나 이것에는 뒤졌으므로 그 모자라는 것을 버리고 그 잘한 것을 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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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준태akademie@skku.edu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초빙교수

    필자는 성균관대에서 한국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동 대학 유교문화연구소, 유학대학 연구교수를 거치며 우리 역사 속 정치가들의 리더십과 철학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현실 정치에서 조선시대를 이끌었던 군주와 재상들에 집중해 다수의 논문을 썼다. 저서로는 『왕의 경영』 『왕의 공부』 『탁월한 조정자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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