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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를 통해 본 세상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둘러싼 논란

최종학 | 308호 (2020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2018년 3월 현대모비스를 그룹 지주사로 만들려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계획은 실패로 끝났다. 모비스를 두 사업부로 분할한 뒤, 이 중 하나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겠다는 계획에 모비스 주주들이 반발한 것이다. 이 계획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 왜 분할을 해야 하는지, 어떤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둘째, 분할 후 글로비스와 합병 예정이던 사업부의 적정 가치가 낮게 평가돼 기존 모비스 주주들이 손해를 입을 위험이 있었다. 기업 가치가 저평가된 상태에서 합병 비율이 산정되면 글로비스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 일가에만 유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이 지주사 전환의 기회를 놓친 것은 투자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안건을 발표하면서 분할 효과나 분할 비율 산정의 당위성을 제대로 납득시키지 않고 시장과 충분히 소통하지 않은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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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은 20년 동안 회장 자리를 지켜온 정몽구 회장이 물러나고 그의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이 그 자리를 계승한다고 발표했다. 정몽구 회장이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뉴스도 동시에 알려졌다. 정주영-정몽구-정의선으로 이어지는 3세 경영이 시작된 것이다. 사실 지난 몇 년간 실무도 대부분 정의선 부회장이 담당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제 선대 회장이 공식적으로 은퇴하고 정의선 부회장이 회장 역할을 승계하게 됐다. 전격 세대교체가 일어나자 앞으로 정의선 신임 회장이 상속을 마무리 짓고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해 어떻게 지배구조를 개편해 나갈지 주목된다. 2018년 시도했던 지배구조 개편 계획이 실패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지배구조 개편 계획이 실패한 내막은 무엇일까.

2018년 3월 당시 현대차 그룹은 기존의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발표한다. 순환출자란 적은 지분을 가진 대주주가 여러 회사를 지배하려는 목적으로 종종 사용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A회사가 B회사를 지배하고, B회사가 C회사를 지배하고, 마지막으로 C회사가 A회사를 지배하는 식으로 구성된 대기업 집단을 말한다. 이런 경우 대주주는 A, B, C 중 하나만 지배하면 세 회사를 다 지배할 수 있게 된다. 너무 복잡한 내용이라 자세히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순환출자 체제에서는 기업의 사업 구조 개편이 힘들고 기업 간 부당한 거래나 은밀한 상호 지원이 발생할 인센티브가 존재한다. 따라서 순수한 사업적 및 법률적 측면에서 바람직한 제도라고 볼 수는 없다. 1

2018년 정권 교체 이후 새 정부는 ‘재벌 개혁’을 국정 과제 중 하나로 삼았고, 이를 위해 김상조 현 청와대 정책실장을 공정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이 같은 정부 시책에 발맞춰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체제를 보다 바람직한 지배구조로 알려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국내 5대 대기업 집단 중 현대차그룹만이 유일하게 순환출자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기업 집단의 지배구조를 지주사 체제로 바꾸라는 정부 정책 기조가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1998년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지주사 체제가 바람직한 지배구조의 표본으로 제시되면서 이 같은 기조는 2000년대 초부터 정권과 무관하게 계속 이어져 왔다. 이런 정책에 따라 현대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기업이 이미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상태였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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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학

    최종학acchoi@snu.ac.kr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 5권과 『재무제표분석과 기업가치평가』,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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