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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를 통해 본 세상

한국 기업들이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고?

최종학 | 260호 (2018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사내 유보금은 기업이 쌓아둔 현금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의 사내 유보금이 과다하다며 여기에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그래서 등장한 것이 ‘기업소득환류세제’다. 하지만 이런 인식에는 문제가 있다. 국내 기업의 현금보유량이 외국 기업들보다 높지도 않거니와 사내 유보금 자체도 대부분은 기업의 가치를 증진시키기 위한 투자 자금으로 사용돼 기업 외부로 지출된 돈이기 때문이다.

편집자주
최종학 서울대 교수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회계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회계를 통해 본 세상’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회계를 받아들이고 비즈니스에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기업들이 돈을 벌어 쌓아놓기만 하고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종종 제기된다. 과거 10년 이상 잊을 만하면 정치인들이나 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에서 이런 비판이 담긴 성명을 내놓고, 이를 일부 언론들이 그대로 받아 보도한다. 그동안 한국 경제가 침체한 것이 바로 기업들이 돈을 쌓아두기만 하고 투자를 하지 않아서라는 주장도 등장한다. 다음 신문 기사를 보자.

○○○ 의원이 19일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금융주·우선주 제외)의 연결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27조78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8년 전인 2008년 말(36조4300억 원) 대비 350.8%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장사 100대 기업의 자산 총액은 777조9800억 원에서 2084조4100억 원으로 267.9% 증가했다. 기업별로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이 32조1100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2008년 말(2조3600억 원) 대비 1360% 급증했다. 현대차는 2008년 말 1조7600억 원에서 지난해 말 7조8900억 원으로 449% 증가했다. …

… ○○○ 의원은 “대기업들이 현금만 쌓아 두는 것은 장기적으로 회사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일자리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내수가 늘고 결국 모든 경제 주체가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일경제, 2017년 10월19일자)

이런 기사를 보면서 많은 사람이 실제로 기업들이 현금을 금고에 쌓아 두고 있다고 오해를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기업들은 소액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며 나머지 현금은 은행에 예금돼 있다. 은행은 예금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이용해서 자금이 필요한 기업이나 개인들에게 대출을 해준다. 따라서 기업들의 현금이 아무 곳에도 사용되지 않고 금고에 쌓여 있다고 비난하는 정치인들의 주장은 옳지 않다. 또한 일부 정치인들은 정권과 기업들 사이의 관계가 좋지 않아 기업들이 정권에 대한 반감으로 투자를 하지 않고 현금을 곳간에 쌓아 두고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정권이 그동안 여러 차례 바뀌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주장이 계속 되풀이되는 것을 보면 정권과 기업이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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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학

    최종학acchoi@snu.ac.kr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 5권과 『재무제표분석과 기업가치평가』,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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