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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를 통해 본 세상

오비맥주 살린 세계 1위의 투자와 배당, 100% 지분 母회사 배당은 非과세인데…

최종학 | 200호 (2016년 5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2009년 오비맥주가 KKR/AEP에 인수된 과정은 상당히 복잡하다. 먼저, KKR AEP 두 회사가 총 9800억 원을 출자해서 특수목적회사(special purpose company, SPC)를 네덜란드에 세웠다. SPC가 또 하나의 SPC를 네덜란드에 세워서 지배하고, SPC가 국내에 몰트홀딩스라는 SPC를 세워서 100% 지배한다. 몰트홀딩스는 추가적으로 3750억 원을 국외로부터 차입해서 총 13554억 원을 투자해서 새로운 SPC인 몰트어퀴지션을 100% 지배한다. 몰트어퀴지션은 다시 약 1조 원을 국내에서 차입해서 총 21800억 원으로 오비맥주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2009년 말 인수가 이뤄진 이후 2010년 들어 몰트어퀴지션은 오비맥주를 흡수합병한다. 몰트어퀴지션의 차입금 약 1조 원을 오비맥주의 현금으로 상환하기 위해서다. 합병 이후 오비맥주는 2011년과 2012년 연간 약 1100억 원, 2013년은 4900억 원, 7200억 원의 배당금을 모회사인 몰트홀딩스에 지급했다. 국세청은 오비맥주가 몰트홀딩스에 지불한 배당금 7200억 원에 대한 배당소득세가 탈루됐다면서 약 1600억 원의 세금을 부과한다. 그러나 모회사(지주회사)가 지분을 100% 보유한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은 배당소득세의 대상이 아니다. 자회사에서 벌어들인 이익에 대해 이미 소득세를 낸 후 남은 자금으로 배당을 지급한 것이기 때문이다. 모회사에서 배당을 받은 후 다시 그 배당소득에 대해 세금을 낸다면 동일한 납세자(모회사의 주주)가 같은 소득에 대해 두 번의 세금을 내는 셈이므로이중과세가 된다.

 

 

편집자주

최종학 서울대 교수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회계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회계를 통해 본 세상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회계를 받아들이고 비즈니스에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015 12월 말, 조세심판원은 국세청이 오비맥주의 전 대주주인 사모펀드 KKR과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AEP)로부터 징수했던 세금 1600억 원이 부당하게 부과된 것이니 돌려주라고 결정했다. 이로써 지난 2년 동안 KKR/AEP와 국세청이 벌였던 싸움은 KKR/AEP의 승리로 끝났다. 2014년 초, KKR/AEP는 오비맥주를 세계 최대의 맥주회사 AB인베브1 에 매각하면서 국내에서 철수한 바 있다. 이미 매각이 완료돼 AB인베브의 소유가 된 오비맥주의 과거 세금 문제를 둘러싸고 KKR/AEP가 국세청과 벌인 싸움에서 승리한 것이다.

 

KKR/AEP는 국내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몰트홀딩을 통해 오비맥주를 지배했다. 국세청은 오비맥주가 AB인베브에 매각되기 이전인 2013, 오비맥주가 몰트홀딩에 지급한 약 7200억 원의 배당금에 대해 배당소득세를 내라며 세금 1600억 원을 부과한 바 있다. KKR/AEP는 이 세금 부과가 부당하다면서 일단 세금을 납부한 후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2  2년 동안 조세심판원에서 이 사건이 논의된 끝에 마침내 결정이 난 것이다. 최근 국세청의 무리한 과세 결정으로 세금을 둘러싼 분쟁에서 국세청이 패소하는 비율이 급증했는데, 이 사건 또한 국세청의 패소 사례에 덧붙여진 것이다.

 

이 사건이 종료된 결과 마침내 KKR/AEP는 오비맥주에 대한 투자금과 이익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게 됐다. 2009 9800억 원을 자본으로 출자하고 부족한 돈 약 9000억 원을 빌려서 총 19000억 원(18억 달러)으로 오비맥주를 인수했다가 5년 보유한 후인 2014년 약 65000억 원(58억 달러)에 성공적으로 매각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2009 KKR/AEP에 오비맥주를 매각한 회사가 바로 2014년 오비맥주를 인수한 AB인베브라는 점이다. 이 사건이 어떻게 전개됐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파란만장한 오비맥주의 역사

 

원래 국내 맥주시장은 오비맥주와 하이트맥주가 양분해왔다. 그러다가 식품 분야 전문성과 뛰어난 유통망을 보유한 롯데가 오랜 준비 끝에클라우드맥주 출시와 함께 시장에 뛰어들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또 최근 들어 수입 맥주 시장도 점점 커지고 있는 추세다.

 

오비맥주의 옛 이름은 동양맥주다. 그리고 동양맥주의 전신은 일제시대 일본 기린맥주가 우리나라에 설립한 회사다. 하이트맥주의 경우 옛 이름은 조선맥주이고 이 회사의 전신은 일본 삿뽀로맥주가 우리나라에 세웠던 회사다. 해방 이후 이 회사들은 한국 기업인들이 인수하면서 동양맥주와 조선맥주로 이름을 바꿔서 한국 맥주가 탄생한 것이다.

 

그 후 오랫동안 동양맥주와 조선맥주가 약 64의 비율로 시장을 양분해왔다. 그러다가 1993년 조선맥주가 출시한하이트맥주 ‘100% 천연 암반수를 사용한다는 광고를 내세우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기 시작했다. 과거 쓴 호프 맛을 느낄 수 있었던 강한 맥주보다는 한결 부드러워진 맥주였다. 설상가상으로 1994년 소주 시장 최강자였던 진로가카스라는 브랜드로 맥주시장에 진출해 역시 부드러운 맛의 맥주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절치부심한 동양맥주가 1995년 사명을 오비맥주(OB, oriental brewery의 약자)로 바꾸면서 재반격을 노렸으나 시장점유율은 계속 추락했다. 1997년부터는 조선맥주가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고, 조선맥주는 회사명까지 하이트맥주로 바꿨다. 오비맥주와 하이트맥주의 시장점유율이 64에서 46으로 뒤집힌 것이다. 이때 경영난에 처해 있던 오비맥주의 모그룹인 두산그룹이 오비맥주의 지분 50%와 경영권을 벨기에의 세계 4위 맥주회사 인터브루(Interbrew)에 매각했다. 나아가 1998년 들어서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발하고 한국 경제가 어려워진 상태에서 과다한 자금을 차입해 맥주뿐만 아니라 건설 및 유통 등의 분야에 진출했던 진로가 무너진다. 1999년 인터브루는 진로의 카스 브랜드와 공장을 인수해서 오비맥주와 합쳤다. 한국 맥주시장이 오비와 하이트의 양강 체제로 복귀한 것이다.

 

1998년부터 인터브루가 지분 50%씩을 두산그룹과 나눠서 보유하면서 오비맥주를 경영하기 시작했으나 큰 변화는 없었다. 여러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하이트맥주에 맞서 봤으나 한 번 역전된 시장점유율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또한 당시는 몰랐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인터브루의 입장에서는 오비맥주로부터 단기간에 큰 성공을 올릴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경영권을 인수하기는 했지만 지분 50%를 두산그룹이 계속해서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비맥주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다면 남은 지분 50%의 가격이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영성과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두산의 지분 50%를 차례로 인터브루의 후신인 인베브가 인수한다. 남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브라질의 주류회사 세계 5위 암베브(AmBev)와 세계 4위 인터브루(Interbrew) 2004년 합병해서 탄생한 회사가 인베브(InBev). 이 합병의 결과로 인베브는 세계 최대의 맥주 회사로 등극한다.

 

2006년 오비맥주의 지분 100%를 확보한 후에야 비로소 인베브는 공격적인 경영에 나선다. 호가든 등 외국 유명 브랜드의 맥주를 오비맥주에서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전부터 오비맥주의 제품이 일부 아시아 시장에 판매되기는 했으나 매출액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는 적극적으로 오비맥주에서 생산한 제품을 아시아 시장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선진기술을 이용한 신제품을 내놓는다. 이때 하이트맥주는 진로의 소주 부문을 인수해서 하이트진로로 사명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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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학

    최종학acchoi@snu.ac.kr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최종학 교수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권과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 가치평가』 『사례와 함께하는 회계원리』,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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