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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션 맞춤화 전략

車 수익의 20% 차지하는 옵션 고객을 읽어서 창출한 ‘+α’의 힘

조진서,정호석,우성민 | 180호 (2015년 7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재무회계

 

자동차 산업에서 고객 맞춤화 전략은 수익성으로 직결된다. 업계 평균 이익의 20%는 에어백, 고급 내장재, 안전장치 등 소비자가 선택하는 옵션 사항 판매에서 발생한다. 자동차뿐 아니라 많은 제조·서비스 업체들의 이익률은 소비자의 추가적인 니즈를 만족시키는 옵션 판매를 통해 극대화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제작·유통 과정에서의 원가절감과 본 상품의 매출 향상에만 집중하다 보니 옵션을 통한 추가 수익 창출은 상대적으로 등한시한다. 독일의 한 유명 자동차 회사는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영업이익률과 고객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1. 컨조인트 분석과 모델링으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공헌이익을 극대화하는 패키지를 구성하라

2. 앵커-서포터-고수익의 3단계로 패키지를 구성해 채택률과 이익률을 동시에 높여라

3. 딜러 교육과 적극적인업셀링을 통해 추가 이익을 창출하라

4. 옵션 설계를 일회성 이벤트로 끝내지 말고 제품이 단종될 때까지 데이터와 분석 모델을 상시적으로 업데이트하라

 

사례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남성 존스 씨는 아이가 취학 연령에 이르자 큰 차량을 구입하기 위해 유명 브랜드의 자동차 영업점(딜러숍)을 방문했다. 그는 또래 미국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운전을 좋아한다. 지인, 가족들과 대중매체로부터 얻은 자동차 관련 지식도 풍부하다. 이미 오래 전부터 본인이 원하는 자동차의 스타일과 색상, 여러 옵션 품목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기준을 세워놓은 상태다. 제조사의 웹사이트에 들어가 자신만의드림카를 가상으로 조립해보기도 했다. 그는 딜러숍을 방문하기 전에 다양한 자동차 관련 금융상품에 대한 비교 견적도 꼼꼼하게 체크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영업사원을 만난 존스 씨는 오래지 않아 자신이 갖고 있는 선택권이 많지 않음을 깨닫는다. 우선 안전장치, 인테리어 등의 여러 옵션이패키지로 묶여 있어서 자신이 원하는 옵션만을 선택할 수 없었다. 원하는 옵션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필요 없는 패키지를 구매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원하는 색상, 원하는 배기량, 원하는 옵션의 차를 받으려면 3개월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영업사원은 존스 씨에게 이 딜러숍뿐 아니라 미국 어딜 가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이것이 업계 관행이라는 설명도 잊지 않는다. 실망한 존스 씨가 구매를 망설이는 것을 보자 당장 월간 판매 할당량을 채워야 하는 영업사원은 재고량이 많은 모델과 옵션 패키지에 대해 정상 가격의 3% 할인을 제안한다. 존스 씨는 본래 자신이 원하던 제품은 아니었지만 차량 구입을 3개월이나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하는 수 없이 계약서에 서명한다. 집에서 아빠가 가져올 새 차를 기다리고 있을 어린 아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색상도 별로 맘에 들지 않고 원하지 않는 옵션도 딜러가 권한 옵션 패키지 안에 끼어 있지만 대신 가격 할인을 받았으니 괜찮게 산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는 딜러숍에 주차돼 있는 차량을 바로 인도받는다. 영업사원은 차 열쇠를 건네주며정말 싸게 잘 사신 거예요라고 덧붙인다.

 

이상은 해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승용차 구매 패턴이다. 미국 메이커뿐 아니라 현대·기아차 등 현지에서 경쟁하는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 이렇게 재고량에 따라 차량가 할인을 적용하는 판매형태를 보이고 있다.1 즉 재고가 많이 남은 모델과 옵션일수록 딜러가 제시하는 할인폭이 크다.

 

이렇게 차를 할인 가격에 사면 소비자는 만족감을 느낄까? 십중팔구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자동차는 일반적으로 일생에 몇 번만 구매하는 제품이다. 전체 차량 가격에 비해 딜러가 제시하는 몇 %의 가격 할인은 그다지 큰 혜택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제 돈을 주고라도 빨리 원하는 차를 갖고 싶었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 소비자는 마음 한구석에 찜찜한 느낌이 남는다. 할인을 받긴 했지만 원하지 않던 옵션까지 패키지 속에 포함된다면 원래 예상했던 지출 금액과 큰 차이도 없다. 뭔가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든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손해가 크다. 재고를 줄이긴 했지만 구매를 유인하기 위해 제공한 큰 폭의 가격 할인 혹은 영업사원 인센티브 때문에 영업이익이 크게 훼손됐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 평균 마진이 5∼7%인데 위의 사례처럼 가격을 3%나 할인해준다면 이익의 절반 정도가 날아간다. 또 소비자 만족도가 떨어져 향후 재구매 가능성이 낮아진다. 딜러 혹은 영업사원 역시 고객이 원하는 차량이 부족하고 본사의 대응력이 부족해서 차를 팔기가 어렵다는 불만을 갖게 된다.

 

뿐만 아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는차를 사러 가는 날을 정해서 그날 계약에서 인수까지 마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 브랜드의 딜러숍에서 원하는 차량이나 옵션을 바로 찾지 못하면 주저 없이 인근의 다른 브랜드 딜러숍으로 이동해 어떻게든 당일에 차를 사가지고 돌아오는 것이 일반적인 미국인의 차량 구매 패턴이다. 한국의 소비자들처럼 원하는 차를 사기 위해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 소비자가 원하는 모델과 옵션을 갖추지 못한 딜러숍은 판매 기회를 잃기 쉽다. 그렇다고 무한정의 옵션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건 제조와 유통구조상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소비자의 선택권과 판매자의 이윤을 각각 조금씩 희생하는 선에서 타협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들어 IT와 빅데이터 분석능력 향상, 다품종 소량 생산 기술의 발달, 유통망의 발달 덕분에 옵션 판매에서 더 큰 이익을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옵션과 스펙(specification)의 제품을 적시에, 즉 고객이 원하는 타이밍에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되고 있다. 이런 시대의 흐름을 인식하지 못하고 과거의 기계적이고 관습적인 옵션 설계·판매 관행을 지속하는 업체는 글로벌 이익률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워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특히 프리미엄 제품군에서 옵션 관리가 중요하다. 보급형, 저가 브랜드의 경우 고객의 옵션 구매 규모가 상대적으로 낮고, 업체 입장에서도 가격에 민감한 고객을 상대로 수익 극대화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지렛대(lever)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리버와이만의 분석에 따르면 보급형 브랜드는 옵션 최적화를 통해 2∼4%의 수익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지만 프리미엄 브랜드는 평균 8∼10%의 수익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얘기한 다품종 소량 생산기술 및 유통 기법의 발달로 대중적인 브랜드에서도 옵션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매스티지2 브랜드에 속하는 한국의 대표적 자동차 메이커들이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서 여전히 독일, 일본 등 톱 브랜드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주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밸류체인(value chain)상의 옵션 관리 프로세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잠재적 수익 누수 현상이다. 한국 기업이 추격자 그룹에서 도약해 글로벌 선도주자가 되려면 효율적 옵션 관리라는 과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단기적 수익 증대뿐 아니라 고객 만족도를 높여 장기적인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도약을 이뤄야 하는 한국 제조업체의 숙원을 이루기 위한 핵심 선결 과제다.

 

올리버와이만에서 수행했던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 메이커 A사의 옵션 관리 최적화 케이스를 통해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하고 있는 옵션 관리의 기본 요소들을 소개한다.

 

옵션 관리가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

<그림 1>은 일반적인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의 수익 구조를 나타낸다. 자동차 메이커가 차량 생산뿐 아니라 수리 서비스와 교체용 부품 공급, 자동차 금융 상품에서 큰 수익을 창출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런 분야에서는 국내외에서 끊임없는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수익의 약 20%를 차지하는 옵션 판매는 상대적으로 인식이 부족하고 무시되고 있는 현실이다. 옵션 관리에서는 수익성 향상의 기회가 아직 많이 잠재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극소수의 글로벌 선도 업체들만이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옵션 판매가 수익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경영자들의 관심을 상대적으로 덜 받고 있는 까닭은 무얼까? 자동차 산업의 기업문화도 한 요인이다. 옵션 관리는 양날의 검과 같다. 판매하는 영업조직 입장에서는 다양한 옵션 제품들이 빨리 공급될수록 판매의 기회가 늘어나고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제품을 밀어내기 위해 할인을 해줘야 할 필요성도 줄어든다. 그러나 생산조직 입장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제품의 옵션이 다양해지면 공장의 세팅을 자주 변경해야 해서 생산효율이 떨어진다. 품목 수가 늘어나니 재고관리도 어려워진다. 이는 제조단가와 유통비용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이렇게 영업조직과 생산조직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 전통적으로 생산조직의 힘이 강한 메이커에서는 제조단가와 물류비 절감이 최우선 과제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또 생산비와 재고비 절감은 경영자의 눈에 쉽게 들어오고 회계장부상에서 쉽게 확인 가능하지만 부실한 옵션관리로 인한 기회 수익의 손실은 경영자가 파악하기 어려운 것도 옵션 관리가 간과되는 또 다른 이유다.

 

따라서 밸류체인 전반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전사적인 차원에서 5P(product, price, promotion, place, process) 전략을 재점검해 옵션 관리를 최적화해야 한다.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작업에서부터 가격을 정하고 유통과 마케팅, 판매까지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옵션 최적화가 필요하다.

 

고객 분석(customer analytics) 기반

제품(product) 측면에서의 옵션 최적화

1) 제품 카테고리 선정

옵션 관리에서 가장 흔히 범하는 실수는 소비자의 취향을 너무 평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같은 시장 안에서도 차량의 가격대에 따라, 옵션의 카테고리(기술 옵션, 디자인 옵션, 내장재 옵션)에 따라 고객의 선호도가 다르다. <그림 2>에서 보듯 동일 시장, 동일 가격대라 하더라도 브랜드에 따라 고객이 원하는 옵션이 달라지기도 하며 옵션을 따로 제공할 것이냐, 혹은 패키지로 제공할 것이냐에 따라서도 옵션 채택률이 다르다.

 

 

 

 

 

예를 들어안전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브랜드의 경우 동일한 가격대의 다른 브랜드에 비해 안전 관련 옵션 채택률이 높을 수 있다. 젊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브랜드는 젊은 층이 좋아하는 고성능 카 스트레오 같은 옵션의 채택률이 높을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에게 제공할 옵션의 메뉴판을 만들 때는 동종 업계나 동급 브랜드를 참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브랜드별, 차종별, 시장별 최적화된 메뉴를 제공해야 채택률과 수익성(공헌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소비자에게 제공할 옵션의 메뉴판을 만들 때는

동종 업계나 동급 브랜드를 참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브랜드별, 차종별, 시장별 최적화된

메뉴를 제공해야 채택률과 수익성(공헌이익)

극대화할 수 있다.

 

2) 오퍼 구조 설계

이런 방법들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옵션의 콘텐츠를 알아내면 그 다음은 이를 어떻게 조합하고 가격을 설정해서 고객에게 제안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오퍼(offer) 구조 설계라고 부른다. 안전도에 따라, 기술 수준에 따라, 호화로운 정도에 따라 여러 옵션을 구분하고 이들을 조합해 패키지를 구성한다. 그 기준은 다양하게 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옵션 가격으로 정의하는프리미엄 패키지혹은 적용되는 기술 수준으로 정의하는이노베이션 패키지’ 등을 구성해볼 수 있다. 이때 단독적으로는 구매할 수 없고 패키지에만 포함되는 패키지 전용 옵션을 만드는 것도 옵션 가격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3) 기대 채택률 산출

시험적으로 여러 가지 패키지를 구성한 후에는 각 패키지에 대한 고객의 기대 채택률을 도출해낸다. 기대 채택률이란 특정 옵션, 혹은 옵션 패키지에 대해 고객이 채택할 것으로 보이는 확률이다. 물론 아무리 철저히 조사한다 해도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고객의 선호도를 완벽하게 조사할 수는 없으므로 통계 기법을 이용해 추정치를 내는 수밖에 없다.

 

기대 채택률을 구할 때 가장 유용하게 쓰이는 방법은 컨조인트(multiple conjoint) 분석이다. 컨조인트 분석은 여러 가지 변수에 대해 소비자의 선호도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통계 패키지 사용법만 알면 비교적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소비자 선호도를 컨조인트로 분석하기 위해서 보통 아래의 세 가지의 데이터를 입력한다.

 

● 잠재 고객 설문조사

● 자사의 과거 판매 데이터

● 경쟁사의 과거 판매 데이터

 

이때 경쟁사의 데이터를 어떻게 입수할 수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자사의 귀중한 고객 데이터를 어떻게 경쟁사와 공유할 수 있겠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사실 구미의 선진 자동차, 통신 업체들은 아주 민감한 사항을 제외하고 상당히 많은 고객 데이터를 업계 내에서 공유한다. 데이터를 직접 나서서 공유하기 어려운 경우 컨설팅 업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참조할 수도 있다. 이때 컨설팅 업체는 중간에서 데이터의 익명성을 보장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는 선진업체일수록 전략은 각자 세우더라도 데이터는 공유하면 서로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은 유독 정보 공개에 폐쇄적인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는 자사와 파트너십 관계에 있는 해외 기업의 데이터를 적극 활용할 수도 있다.

 

이렇게 세 가지 인풋 데이터를 바탕으로 컨조인트 분석을 하면 <그림 3>과 같은 채택률 추정치를 낼 수 있다. a, b, c 세 가지 안전 관련 옵션들과 이들로 이뤄진 네 가지 패키지(ab, bc, ac, abc)에 대해 소비자의 채택률을 추정한 결과다. 물론 정밀한 모형을 설계하는 법은 각 업체의 사정과 노하우에 따라 다르다. 또 데이터가 빈약해 추정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포커스그룹 인터뷰와 포커스그룹 토의를 통해 적절히 보정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아직 세상에 나온 적이 없는 새로운 안전장치 옵션에 대한 소비자의 채택률은 이런 보충 조사를 통해 정성적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

 

 

 

경영자는 이런 채택률 예측을 단 한 방에 끝낼 수는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컨조인트 분석은 말 그대로 추정일 뿐 완벽한 예측을 해주지는 못한다. 고객으로부터 얻은 인풋 데이터 역시 완벽할 수 없다. 따라서 예측 모델은 최초 한두 번 돌리고 끝낼 것이 아니라 해당 제품의 판매가 완전히 종료될 때까지 상시적으로 계속 인풋 데이터를 업데이트하고 예측 모델도 계속 업그레이드해가는 노력이 중요하다. 옵션 설계와 관리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적인 조정 업무가 돼야 한다.

 

 

4) 포트폴리오 설계

옵션의 구성은 개별옵션 설정옵션 패키지 설계전체 포트폴리오 설계의 3단계로 이뤄진다. 각 패키지에 대한 예상 채택률을 얻으면 이제 이를 바탕으로 최종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

 

예를 들어 <그림3>에서는 세 가지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첫 번째, 기능성이 올라갈수록 가격도 올라가기 때문에 고객들은 적정 수준, 3번 단계의 가격대에서 가장 높은 옵션 채택률을 보였다. 이는 옵션의 종류와는 무관했다. 두 번째, b 옵션의 경우 가격이 3단계에서 4단계로 넘어갈 때 채택률이 급격하게 하락했다. 세 번째, 가장 저렴한기본형옵션의 경우 abc 세 가지 옵션을 모두 묶은 패키지의 채택률이 가장 높았다. 이런 통찰들을 활용해 가격대에 따라 패키지를 어떻게 구성하는 것이 채택률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때 개별 패키지의 이익률에만 집착하지 말고 여러 패키지를 다양하게 구성한 전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최대 이익을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

 

패키지 포트폴리오 구성에 있어서 채택률도 중요하지만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패키지의 성격에 따라 상호 충돌이 날 수도 있고 상호 보완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림 4>는 옵션 패키지를 3종류로 구분해서 최적화된 포트폴리오를 만든 그림이다. 우선 높은 채택률을 보이는 패키지를앵커(anchor)’로 선정해야 한다. 누구나 좋아할 만한, 수익성의 가장 기본이 되는 패키지다. 채택률이 높은 앵커 패키지의 존재는 소비자에게 가격 할인을 해줘야 할 필요성을 줄여준다. 즉 메이커의 영업이익을 방어해주는 최종 수비수다.

 

 

 

두 번째는 중간 정도의 채택률과 낮은 공헌이익을 갖는서포터(supporter)’ 패키지군이다. 일반적으로 서포터 패키지들은 가격과 상관없이 다양한 테마에 따라 구성된다. 젊은 세대를 위한 패키지, 실버 계층을 위한 패키지, 아웃도어 활동을 좋아하는 고객을 위한 패키지 등이다. 이렇게 각각의 독립적인 테마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하나하나 패키지의 채택률은 낮지만 전체적인 채택률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세 번째고수익(high profit)’군은 채택률은 낮지만 공헌이익은 높은 고가의 프리미엄 패키지다. 이렇게 앵커, 서포터, 고수익이라는 세 가지 종류의 패키지를 적절히 조합하면 전체적인 옵션 판매 수익과 채택률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가별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지금까지 만든 것은 글로벌 표준 포트폴리오일 뿐이다. 국가별로 옵션·패키지 가격과 채택률, 할인율, 정책·규제 환경, 경쟁 구도를 고려해 상황에 맞는 오퍼를 구성해야 한다. 또 일반적으로 차량 모델의 연식이 오래되면 감소하는 매력도를 상쇄하기 위해 옵션의 가격을 더 할인해주는 경우가 많다. 이 역시 패키지 오퍼 구성에서 염두에 둬야 할 점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옵션 설계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제품이 단종되기 전까지는 옵션 설계 역시 새로운 데이터의 추가와 예측 모델의 정교화를 통해 끊임없이 업데이트돼야 한다.

 

고객 분석(customer analytics) 기반

옵션 가격(pricing) 최적화

지금까지 옵션 설계 프로세스에 대해 살펴봤다. 이번엔 세부적으로 옵션의 가격을 측정할 때 유의해야 할 점 두 가지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옵션들 간의 간접적 영향도와 고객의 심리적 특성이다.

 

간접적 영향도

앞서 옵션 패키지를 설계할 때공헌이익을 알아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공헌이익은 각 옵션이 매출에 기여하는 정도를 말한다. 즉 소비자가 각 옵션을 선택할 확률인 채택률과 그 옵션을 판매할 경우 나올 기대이익을 곱한 값이다. 예를 들어 100달러의 이익이 나오는사이드 에어백옵션의 소비자 채택률이 50%라면 이 옵션의 공헌이익은 50달러다.

 

그런데 옵션은 서로의 채택률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따라서 옵션의 채택률과 공헌이익을 고려할 때는 서로 간의 상관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그림 5>는 두 가지 주차지원 옵션 종류(보급형, 프리미엄형)에 대한 고객의 선호도와 그에 따른 공헌이익을 보여준다. 보급형은 가격대가 330달러에서 450달러 사이에 책정될 수 있는 저가의 주차 지원 옵션이다. 프리미엄형은 720달러에서 840달러대로 책정될 수 있는 고급 주차 지원 옵션이다. 이 둘은 상호 배타적이다. 보급형을 선택하면 프리미엄형은 선택하지 못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상호 간의 영향도를 고려해 간접적 영향도(cross-price elasticity) 분석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왼쪽 그림은 보급형과 프리미엄형 두 가지 옵션을 놓고 소비자의 채택률을 조사한 표다. 채택률은 앞서 <그림 3>과 마찬가지로 컨조인트 분석을 통해 계산한다. 그림을 보면 각각의 옵션이 각각 최저가로 설정됐을 때 고객의 채택률이 가장 높음을 알 수 있다(합계 99%). 이는 설명할 필요도 없이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가격이 내려갈수록 마진도 낮아지므로 채택률과 이익률을 모두 고려해 공헌이익이 최대가 되는 지점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오른쪽 표는 각 가격대별 채택률에 예상되는 기대이익을 곱해 계산한 공헌이익이다(가격대별 기대이익은 제조·유통 비용을 알면 쉽게 계산된다). 이 그림을 보면 모든 경우의 수 중에서 보급형 주차지원 옵션은 450달러로, 프리미엄형 옵션은 810달러로 가격이 책정됐을 때가 기대되는 합산 공헌이익이 36.6달러로 가장 높음을 볼 수 있다. 똑똑한 매니저라면 이 결과를 보고 보급형 옵션의 가격대를 더 올려서 다시 분석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옵션 설계는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지 말고 조금씩 업그레이드하며 반복 진행해야 한다.

 

심리적 특성

<그림 5>의 왼쪽 그림에서 보듯 일반적으로 옵션가격이 내려가면 채택률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반비례하는 정도는 항상 완만한 곡선을 그리지 않는다.

 

소비자는 보통 10만 원, 50만 원, 100만 원 등 끝자리가 0으로 끝나는 수에 민감하다. 예를 들어스포츠 타입 휠은 40만 원까지는 구매할 용의가 있다는 식이다. 따라서 49만 원, 99만 원 등의 가격대에서 가격을 더 올리면 채택률이 크게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패키지 가격 구성 시 고려해야 할 점이다.

 

반면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해 채택률을 올리는 방법도 있다. 동일한 기능을 가진 두 가지 옵션의 가격과 성능의 위아래가 뚜렷한 경우(hierarchical), 소비자는 일반적으로 저렴한 오퍼를 선택한다. 괜히 비싼 옵션을 골랐다가 후회할지도 모르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런 경우 더 높은 가격대의 프리미엄 오퍼를 추가해 선택지를 셋으로 늘리면 중간 가격대의 오퍼를 선택하는 고객의 수가 유의미하게 증가한다. 이를유도된 선택(induced choice)’이라 부른다. 유도된 선택이 늘어나면 가격대를 상향 조정해서 매출을 한번 더 확대할 수 있는 여지도 생긴다.

 

홍보(promotion), 유통(place), 프로세스(process) 측면에서의 옵션 관리

좋은 옵션 패키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가격을 현명하게 설정했다 하더라도 실제 매출로 연결시키는 것은 사람, 즉 영업사원과 딜러의 몫이다. 자동차 업체들의 홍보와 유통 역량은 지금까지 주로 차량 자체에 집중돼 왔지만 차량만큼의 수익을 창출하는 옵션 판매에도 이런 역량이 투입돼야 한다.

 

1) 레이블링

고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옵션의 이름을 붙이는 레이블링(labeling)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 고객이 옵션의 이름만 보고도 직관적으로 어떤 기능과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여러 옵션 명칭들 간의 일관성도 중요하다. 생산업체의 편의에 따라 영문 약자를 붙이는 관행도 재고해야 한다. 흔히 메이커들은 ABS, ETS, ESP, EBD, TCS 등 전문가가 아니면 알기 힘든 용어로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려는 유혹에 빠지곤 한다. 하지만 이런 관행은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분석하고 효율적인 옵션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데 오히려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 고객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레이블링은 이들이 구매의사를 정확히 표현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2) PoS(Point of Sales) 교육

고객과의 접점인 영업 현장(영업점과 딜러숍)에서 옵션 판매와 관련해 흔히 겪는 세 가지 문제가 있다. 바로 동기부여 미흡, 지식 결여, 지원 툴 부재다.

 

먼저 회사는 영업사원과 딜러가 자발적으로 옵션 판매에 힘을 기울이도록 적절한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옵션 위크와 같은 딜러 대상 프로모션 행사를 조직할 수도 있다. 현장에서는 또 의외로 영업사원과 딜러들조차 옵션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어떤 옵션이 어떤 특성이 있으며 어떤 타입의 소비자에게 어떤 옵션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것이 판매율과 이익률을 높일 것인지를 명확하게 교육해야 한다. 가장 수익성이 높은 옵션과 패키지 위주로 교육하고 상세한 설명과 사용 방법을 포함한 옵션 설명서도 제작하면 도움이 된다.

 

또한 영업 일선에 있는 이들이 스스로 고객이 어떤 옵션을 선호하는지를 추정하고 예측할 수 있는 온라인·오프라인 도구를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얻은 데이터는 본사에서 취합해 전사 옵션 전략을 세우는 데 쓰일 수 있다.

 

 

다품종 소량 생산 기술의 발달,

IT 및 소비자 데이터 분석 기법의 발달로

고객 맞춤화와 옵션 관리를 통한

수익성 향상 기회가 날로 커지고 있다.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이를 통해 높은 수준의

고객 만족도 및 수익성 제고를 달성하고 있다.

 

3) 광고

TV와 인쇄매체, 옥외매체 등에 나오는 자동차 광고는 고객의 감성에 어필하는 경우가 많지만 옵션에 대해 알려주는 경우는 드물다. 있다 하더라도 옵션의 기능을 스치듯이 소개하는 정도에 그친다. 이젠 광고홍보를 하는 부서에서 옵션도 차량과 같은 감성 상품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감성적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해야 한다. 혁신적인 기능을 갖춘 옵션은 브랜드 전체의 혁신적 이미지 형성에도 도움이 된다. 옵션에 따른 이익을 가시적으로 제시하고 경쟁사 대비 차별화 포인트를 강조하면 좋다.

 

4) 업셀링(Up-selling)

판매 계약이 이뤄진 시점부터 제품 인도 시점 사이에 소비자에게 제품 업그레이드나 추가 옵션 구매를 권하는 판촉 행위를 업셀링이라 부른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계약에서 탁송까지 짧게는 수일에서 길게는 수개월까지 비교적 긴 시간이 걸린다. 이 기간에는 고객이 추가 소비에 비교적 관대해진다. 영업사원은 이미 계약서를 쓴 고객에게 시간을 투자하는 것보다 새로운 고객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지만 의외로 업셀링은 수익성 제고 효과가 높다.

 

실제로 사례로 든 독일 A사에서는 오더 내용과 고객 세그먼트 분석을 통해 각 지역 딜러들에게 200달러 상당의 파킹 센서 옵션을 업셀링하도록 제시했다. 차량 구매고객 중 약 20%가 이 마케팅의 대상이 됐으며 전화를 받은 고객의 절반이 실제로 파킹센서 옵션을 추가 구매했다. 전화 한 통당 약 100달러의 추가 매출을 낸 셈이다. 이는 물론 본사 차원에서 정밀한 고객 데이터 분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업셀링은 단기수익 향상뿐 아니라 장기적인 고객의 브랜드 충성도를 높인다는 장점도 있다. 일반적인 스팸성 판촉 전화와는 달리 이미 구매 계약을 맺은 소비자는 추가 옵션을 권유하는 업셀링 전화를 받으면이 회사·딜러가 나를 진심으로 신경 써주는구나라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A사의 소비자 설문조사에서도 이 같은 응답이 많이 발견됐다.

 

결론

지금까지 독일 A사 사례를 통해 옵션 관리 개선방법을 살펴봤다. 다품종 소량 생산 기술의 발달, IT 및 소비자 데이터 분석 기법의 발달로 고객 맞춤화와 옵션 관리를 통한 수익성 향상 기회가 날로 커지고 있다.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이를 통해 높은 수준의 고객 만족도 및 수익성 제고를 달성하고 있다. 검증되지 않는 방법론을 유행처럼 따라 하기보다는 철저하게 과학적으로 검증된 통계적 고객 분석 방법론을 체계적으로 적용해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이는 경영기업을 마치 패션이나 유행처럼 적용하는 국내 기업에 시사점을 준다. 또한 생산·구매 부문의 효율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브랜드·고객 만족도 관리, 영업 방식 등의 경쟁력이 미흡한 국내 제조업체가 향후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해준다. 자동차 산업뿐 아니라 여타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도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제품의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이런 옵션 판매 기법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정호석올리버와이만 대표 hosuk.chung@oliverwyman.com

정호석대표는 올리버와이만 한국 비금융 부문 대표를 맡고 있다. AT커니를 거쳐 모니터 그룹 한국 대표를 지냈고 UCLA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우성민올리버와이만 상무 sungminwoo78@icloud.com

우성민상무는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부즈앨런&해밀턴 및 맥쿼리증권을 거쳐 글로벌 컨설팅펌 올리버와이만에서 글로벌 제조, 운송, 에너지 선도 업체들의 성장 및 운영 전략 수립을 돕고 있다.

 

조진서기자 cj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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