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를 통해 본 세상 47
편집자주
최종학 서울대 교수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회계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회계를 통해 본 세상’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회계를 좀 더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비즈니스에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2013년 이후 다수 기업들이 경기침체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8년부터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의 후폭풍이 여전히 지속 중이다. 2008년부터 미국은 엄청난 규모의 달러를 풀었고 최근에는 일본도 엔화 찍어내기에 주력하고 있다. 그 결과 전 세계가 달러화로 표시되는 농산물이나 자원 가격의 급등으로 고통받았다. 한국도 원화 가치가 계속 오르는 원고 현상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처럼 자원도 부족하고 외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도 많지 않은 나라는 수출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환율 변동이 심하면 수출기업들에 타격이 크다. 환율 변동에 대비하기 위해 대기업들은 환 헤지(hedge, 위험회피) 관련 전문 인력을 두고 은행과 계약을 통해 환 헤지 상품을 이용한다. 중소기업은 상황이 다르다.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환율 변동에 더 민감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큰 피해를 안긴 키코(KIKO·Knock-In Knock-Out)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은행 직원들이 ‘환 헤지’라는 말만 꺼내도 손사래를 치고 쫓아내는 중소기업인이 아직 많다. 키코에 대한 두려움으로 환 헤지를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더 큰 손실 가능성을 안고 가는 셈이다.
한국 중소기업들에 큰 충격을 안겼던 키코란 도대체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환율 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해 기업들이 은행과 맺는 계약은 통화 선도(currency forward) 계약이다. 이 계약은 일정 기간 동안 기업이 은행에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화를 지급하고 은행은 기업에 원화를 지급하는 구조다. 달러화와 원화의 교환 비율은 사전에 계약을 체결할 때 고정된다. 즉 실제 환율이 어떻게 변하는지와 관계없이 예컨대 1달러당 1000원으로 달러당 원화 지급액이 고정된다. 실제 환율이 1달러당 1100원이 되면 기업은 수출대금으로 받은 1달러를 시장에 팔아 1100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통화선도 계약에 따라 은행으로부터 1000원만 받을 수 있으니 100원 손해를 본다. 반대로 환율이 1달러당 900원이 되면 기업은 계약에 따라 1000원을 받을 수 있으니 100원 이익이다. 즉 환율 변동에 따른 손익 변동 위험이 기업에서 은행으로 전가되면서 기업은 1달러당 항상 1000원을 받는다. 대신 기업은 은행에 사전에 정해진 수수료를 낸다.1
은행이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다 부담하는 데 비해 약소한 수수료만 받으니 언뜻 생각하면 은행에 상당히 불리한 계약처럼 보인다. 그러나 은행은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은행에 팔려는 수출기업 A, 수입대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달러를 은행에서 매입하려는 수입기업 B와 동시에 통화선도 계약을 맺어서 환율 변동 위험을 피할 수 있다. 은행은 양쪽으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A와 B를 연결하는 중개기관 역할을 하는 셈이다.
통화선도 계약의 구조
통화선도 계약의 구조를 그림으로 표현하면 <그림 1>과 같다. 이 예에서 은행과 기업의 환율 계약은 1달러당 1000원으로 고정돼 있다. 수출기업은 환율이 1달러 대 1000원을 넘어서 1100원이 되면 같은 양을 수출하더라도 100원을 더 벌 수 있으니 원화가치가 하락할수록 이익이다. 반대로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같은 양을 수출해도 받을 수 있는 원화 금액이 줄어들기 때문에 손해다. 이를 그림으로 표시한 것이 패널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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