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h Flow Management

커지는 흑자도산 위협, 손익 중심 사고 벗고 현금흐름 챙겨야

119호 (2012년 12월 Issue 2)

 

“이익은 나는데 돈이 모자란다?”

 

작년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현금흐름 적자 규모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컸다. 이는 상당수 기업들이 영업이익은 흑자지만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흑자 도산의 위험에 처해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의 부채 비율은 2008년 이후 소폭 하락하다가 작년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고 차입금 의존도도 2007년 이후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이 때문에 부실채권 비율도 여전히 높다. 앞으로 시장 상황이 더 나빠지거나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더 많은 기업들이 유동성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2011년 전국 30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많은 기업들이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향후 자금조달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비즈니스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수익성 체감과 성장률 저하, 유동성 악화를 경험하고 있으며 최근 비용 절감과 투자 유보, 자금 확보 등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중요한 것이 현금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현금흐름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비상 상황의 생존이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연속적인 흑자를 내면서도 당장 현금이 부족해 흑자 도산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어려울 때일수록 현금흐름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손익중심 경영관리의 한계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은 손익 중심의 회계 관리 체계를 갖고 있었다. 이는 수익과 비용에 대한 정보를 중심으로 기업 살림을 꾸려가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런 손익 중심의 관리 체계는 많은 한계를 지닌다. 예를 들어 이 체계하에서는 제품이 판매돼서 고객에게 인도되는 시점에 수익이 발생한 것으로 본다. 매출대금의 수령 여부와는 관계없이 외상으로라도 일단 팔리기만 하면 매출로 인식한다. 매출이나 매출원가뿐만 아니라 판매비와 관리비도 발생주의에 의거해 인식된다. 감가상각비나 퇴직급여 등 많은 비용 항목들이 실제로 현금이 지출되지 않더라도 손익계산서에 비용으로 기재된다. 현금의 실제 유입 또는 유출 여부와 관계없이 수익비용 관리를 통해 이익(+)을 내는 것을 기업 경영의 우선 목표로 삼기 때문에 월말 밀어내기 매출이나 재고자산 과대 계상 등 경영 실적을 왜곡시키는 폐단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또 이렇게 실제와 무관한 수익이나 비용이 누적되다가 어느 순간 한계에 도달해 기업을 한순간에 도산 위기에 빠뜨리기도 한다.매출 증대로 당기순이익이 증가했지만 자금이 회수되지 않아 현금 유동성 부족으로 회사가 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수익과 비용을 주요 정보로 삼다 보니 전체적인 자산 관리나 투자 관리는 물론 유동성 관리의 핵심인 자금수지 등 자금 관리를 위한 지표들을 확인하기 어렵다.

 

 

많은 기업들이 기존 손익 중심 관리 체계에서 현금흐름을 토대로 한 관리 체계로 전환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현금흐름은 경영위기를 가늠하거나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활용되는 핵심 요소다. IMF 외환위기를 혹독하게 치러낸 우리나라 기업들은 차입 경영 및 손익 중심 경영에서 재무건전성 강화 및 현금흐름 중심 경영으로 변화를 모색해왔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의 체질 변화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했다.

 

현금흐름 중심 관리체계로의 변화 및 방법

 

 

현금흐름 경영은 기업 활동에서 현금의 유출입 관리를 통해 유동성을 관리하고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전사적 경영 활동이다. 기업 가치는 기업이 창출하는 영업순현금흐름의 크기에 비례한다. 기업 가치에 직접 연관되는 현금흐름에 주목하면 위기 시 유동성 관리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현금흐름 관점에서 기업의 경영 의사결정은 최종적으로 기업이 운영하고자 하는 자원에 대한 투자와 이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의 현금흐름은 영업, 투자, 재무 등 경영 전반의 의사결정으로 발생하며 각각의 유출입이 얽혀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회사의 재무제표 중 하나인 현금흐름표는 이러한 현금흐름을 영업활동, 투자활동, 재무활동으로 구분해 표시하는데 각 활동에 의한 순현금흐름을 보면 해당 기업 재무유동성의 건전성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다. 이때 살펴봐야 할 점은 두 가지다. 첫째, 투자현금흐름은 기업의 성장을 위한 투자다. 따라서 순현금흐름은 마이너스(-)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영업현금흐름은 반드시 플러스(+)여야 한다. 만약 영업순현금흐름이 마이너스가 되면 그 기업은 심각한 위험에 처한 것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둘째, 영업과 투자, 재무 현금흐름의 전체 유출입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고 있어야 한다. 전체적으로 유입이 유출보다 지나치게 크면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반면 그 반대면 도산 위기를 맞게 된다.

 

현금흐름을 분석하면서 기업은 위기 시 스스로를 진단하고 사업구조조정의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 투자범위를 제한하는 척도로 활용하기도 한다. 현금흐름을 잘 분석하면 여러 가지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이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첫째, 현금흐름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지급능력과 재무적 탄력성을 나타낸다. 또한 기업의 투자활동과 재무활동이 회사의 재무 상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게 한다. 특히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자금의 조달과 매출과의 관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투자 및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부채 상환 및 배당금 지급능력을 진단할 수 있게 한다. 둘째, 현금흐름 분석은 기업이익의 질(quality)에 대한 정보를 준다. 발생주의 회계 원칙에 의한 손익계산서에 나오는 당기순이익에는 임의적인 추정이나 평가가 포함되기 때문에 실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오류가 생길 수 있다. ‘Profit is an opinion, Cash is a fact’라는 말이 있듯 기업의 경영 성과는 양적 지표인 영업이익 및 순이익과 질적 지표인 영업 현금흐름을 균형 있게 분석해야 한다.

 

현금흐름을 반영하는 재무비율 분석지표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여기서는 대표적인 두 가지 재무비율, 즉 현금 보유수준을 보여주는 현금보상비율과 차입금 상환능력을 보여주는 단기차입금 상환능력비율을 소개하고자 한다.

 

① 현금보상비율

 

자본조달비용(이자 및 배당)을 지급하고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지 판단하는 지표다. 금융기관 등에서 신용위험 평가지표로 많이 활용한다. 산출식은 아래와 같다 

 

 

 

이 비율이 100%보다 크면 회사는 단기차입금과 이자비용 등 상환에 필요한 현금을 영업활동으로 충분히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② 단기차입금 상환능력비율

 

상환의무가 있는 부채를 안정적인 자금(영업 및 유상증자)으로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판단하는 지표다. 아래와 같이 산출된다.

 

 

 

 이 비율이 100% 이상이면 유동성장기부채 및 단기차입금을 안정된 자금으로 충분히 상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100% 미만이면 부채 상환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이럴 때는 무리한 투자를 축소하고 비업무용 자산 등을 매각해 자금 확보 조치를 취해야 한다.

 

글로벌 트렌드

 

글로벌 기업들은 현금흐름을 성장과 경영 관리의 핵심 요소로 정의하고 현금흐름을 토대로 한 단기적, /장기적 성과지표를 관리하고 있다. 그리고 최고경영층이 정책을 수립하거나 주요 의사결정을 내릴 때 이를 적극 반영한다. 현금흐름을 기존 사업의 계속 여부 및 신규 사업의 진출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용해서 사업구조를 끊임없이 재구축하고 있으며 경영진 보수를 현금흐름과 연동해 지속적인 수익 증대 및 사업 성장을 도모하기도 한다. 또한 설비투자는 감가상각비 범위 내에서 실시한다는 투자 원칙을 정해 장기간 현금이 잠겨 환금성이 떨어지는 투자사업을 재점검하고 재고자산을 개선해 영업 현금흐름을 관리한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기존 자금부서의 기능을 강화해 글로벌 통합 자금관리를 실시하고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조기경보시스템(Early Warning System)을 구축해 현금흐름의 효율성 제고 및 위험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Global PwC에서 40개 주요 기업 재무담당자의 관심사를 조사한 2011년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기업들은 기존 현금관리 및 자금조달과 함께 리스크 관리 및 현금흐름의 예측력 제고에 관심이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흐름 경영을 위한 실행 방안

 

현금흐름 경영을 위해서는 전략 수립부터 현장에서의 실천까지 총체적 관점에서의 고려 및 대응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현금흐름 경영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현금흐름 경영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다음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기업의 현금흐름 유입과 유출의 원천 및 관련 활동에 대한 이해와 분석이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현금 유입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판매를 통해 발생한다. 또한 금융자산의 보유 또는 투자자산의 처분을 통해 발생할 수도 있다. 현금 유출은 원재료 구입이나 설비자산의 취득, 급여나 임대료 등 운영비 지출 등으로 발생한다. 하지만 이 같은 현금흐름의 구체적인 양상은 기업마다 다를 수 있다. 따라서 기업마다 속한 업종과 시장 상황, 영업적 특성에 따라 현금흐름의 현황과 프로세스를 잘 살펴봐야 한다.

 

둘째, 현금흐름 개선을 위한 장단기 실행방안을 수립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자금사정이 나빠져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들은 유휴설비나 수익성이 없는 고정자산의 매각, 증자나 추가 차입을 통한 자금 확보 등 단기적 방안의 실행이 필요하다. 반면 아직 극단적인 유동성 확보 조치가 시급하지 않은 기업들은 좀 더 중장기적 계획을 갖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현금흐름 경영은 전사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부문별 참여를 유도하는 일이 중요하다. 부문별 실천 과제는 전사 현금흐름 경영 관점에서 서로 유기적으로 연관돼 수행돼야 한다. 이제 국내 대기업들이 추진했던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주요 부문의 실천 과정 및 결과를 살펴보겠다.

 

영업 부문 매출채권 관리 사례

 

영업 부문에서는 가장 먼저 기존 외상매출 관행에서 현금매출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조건적인 매출 증대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거래처 신용과 대금 결제조건 등을 함께 고려해 매출을 발생시켜야 한다. 과거 우리나라 기업들의 영업 부문 경영 목표가 매출액 중심이었기 때문에 기업들이 외형 위주의 영업정책을 사용했고 이로 인해 매출채권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기업은 매출 실적뿐 아니라 현금 입금을 영업부서의 중요한 평가기준으로 관리해야 한다. 손익 중심이 아닌 현금흐름 중심으로 영업방식이 변하면 기존의 밀어내기식 매출 관행과 이로 인한 현금회수 지연 및 부실채권 발생 등 고질적인 병폐가 개선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국내 대표적인 음식료 기업인 A사는 산업 고유의 유통 구조 특성과 대금결제 및 수금과 관련한 체계적인 관리 부족으로 채권 회수가 지연되거나 월말에 대금 회수가 집중되는 상황이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매출채권의 발생부터 회수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매출채권 관리 프로세스 효율화 작업에 나섰는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매출채권 발생단계에서 거래처의 신용등급에 따라 여신관리를 차별화해서 부실채권을 최대한 예방하고 신용등급이 낮은 거래처와의 신용거래를 최소화했다. 또한 채권보유단계에서 거래처를 위험도 기준으로 그루핑해서 위험도가 높은 그룹을 특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모니터링 제도를 구축했다. 더불어 채권회수단계에서는 결제일을 고정화하고 결제주기를 단축하는 동시에 은행을 이용한 채권회수 프로세스를 적용했다. 이는 상거래 대금의 전자결제방식으로 역구매제도 또는 판매전용카드라고도 하는데 판매회사가 제품의 판매내역을 은행에 전송하면 은행은 결제일 오전에 판매회사로 대금을 입금해주고 구매기업은 결제일 오후까지 은행에 대금을 입금하는 방식이다. 대금을 연체하면 은행이 구매기업에 연체이자를 부과한다. 즉 은행을 중개 삼아 현금 입금이 늦어지는 일을 방지하는 시스템이다.(그림 5)

 

이 프로세스를 적용한 결과 대금 연체율이 하락하고 연체기간이 단축됐으며 월중 고른 대금 회수로 자금운영의 안정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과거 채권 회수처럼 수동적인 영업에 많은 시간을 써야했던 영업사원들이 판촉이나 판매 협상 등 좀 더 적극적인 영업활동에 매진하는 업무 혁신이 일어났다.

 

현금흐름 경영을 내재화하기 위한 성공 요소는 정태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현금 보유량(reserve)을 유지하는 것이고, 동태적으로 현금 회전속도(turnover) 및 현금 유출입 시기의 예측가능성(predictability)을 높이는 것이다. A사는 여신/연체 관리를 체계화하고 결제 주기를 단축해서 매출채권의 현금화 회전속도를 높이게 됐다. 결제일을 고정화하고 은행을 통한 역구매 제도를 실시해 매출채권 회수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생산물류 부문 재고자산 관리 사례

 

생산과 물류의 경우 기술혁신이나 생산성 제고를 통한 원가 절감 또는 품질 관리 강화를 통한 AS 및 클레임 최소화 등 전통적인 현장개선 활동의 강화와 더불어 수요 대응형 생산체제로의 전환, 수주에서 출하까지의 리드 타임을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과잉 재고를 보유하지 않도록 하는 SCM 프로세스의 개선 등이 중요하다. 특히 재고는 현장에 매몰된 현금으로, 재고의 과다 보유는 운전자본의 잠김, 재고 유지비용의 증가, 재고자산의 부실화 가능성 증대 등의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기업은 적정 재고 관리와 효율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국내 대표적인 Trading 기업인 B사는 계약이나 주문의 형태에 따른 다양한 유형의 영업을 하고 있었지만 적정재고 수준을 산정하는 기준이나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사업별 수요와 시황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구매와 재고 보유에 따른 현금흐름의 기회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High-Level로 관리하던 재고 보유 수준을 사업 특성과 재고 유형별로 세분화해서 적정 재고 수준을 달리 정의했다. 정량적인 예측 모델을 기반으로 제품별 매출 트렌드, 주기 및 빈도, 서비스 수준 등을 고려해 운영재고와 안전재고를 합한 적정재고 수준을 산정하고 이를 구매 프로세스와도 연계해 재고와 연동된 발주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약 20% 정도의 재고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Sales are good, Profits are better, Cash is the best!

 

지금까지 경영 위기 시 특별히 중요시되는 현금흐름 경영과 주요 실천과제 및 몇 가지 사례를 살펴봤다. 현금은 기업의 생존뿐 아니라 지속적인 성장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현금을 활용해 기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지금처럼 불안정한 경영환경에서 특히 강조되는 부분이다. 현금흐름 기반 경영을 통해 기업 체질을 변화시키고 경쟁력을 강화해야 위기에서도 굳건히 설 수 있다.

 

장재기 삼일회계법인 이사 jchang@samil.com

 

장재기 이사는 서울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삼일회계법인에서 기업재무 및 회계 전반에 대한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며 국내 주요 그룹과 대기업에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임기호 삼일회계법인 상무 Kihoim@samil.com

 

임기호 상무는 고려대 경영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삼일회계법인에서 재무관리 선진화, 해외법인 관리, 글로벌 경영관리 및 리스크 관리 등에 대한 컨설팅을 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6호 The Rise of Resale 2021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