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를 통해 본 세상 36

“나는 남들과 다르겠지…” 자기 과신이 버블 부른다

89호 (2011년 9월 Issue 2)

편집자주

최종학 서울대 교수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회계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회계를 통해 본 세상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회계를 좀 더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비즈니스에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최 교수는 33회 원고를 시작으로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어떻게 결정되고 움직이는지, 그 과정에서의 회계정보를 활용한 올바른 투자 방안은 무엇인지에 관한 글을 총 4회에 걸쳐 연재할 계획이며, 이번 글은 제4편에 해당합니다.

 

버블(bubble·거품)이란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이 내재가치 수준보다 월등히 상승하는 현상이다. 버블 뒤에는 필연적으로 거품이 꺼지면서 가격이 폭락하게 된다. 현재 전 세계는 미국의 부동산 버블에서 시작한 금융위기 때문에 큰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버블 현상이 상당히 자주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가 겪어본 주식시장의 버블만 해도 2000년까지의 IT버블과 그 뒤 거품 붕괴로 인해 2001년까지 벌어졌던 위기, 1996년 외환위기 직전까지의 버블과 1997년부터 벌어졌던 경제위기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최근의 버블이 바로 2007년까지의 부동산 경기호황에서 초래됐던 주식시장의 버블과 그 이후의 경제위기다.

필자는 DBR 82호에 실린출렁이는 증시, 결국 가치투자가 이긴다라는 글에서 주식시장에서 대략적인 주가의 수준은 내재가치 투자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이미 설명한 바 있다. 이 설명대로 내재가치 투자자에 의해 주가가 결정된다면 어떻게 해서 버블이 생길 수 있는지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다. 본 고에서는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겠다.

주식시장에는 많은 투자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모든 투자자들이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개중에는 일부 비이성적인 방법으로 투자하는 투자자들도 존재한다. 그렇지만 시장 전체로 보면 이들 비이성적인 투자자들의 투자는 이성적 투자자들이 결정하는 주가의 흐름에 큰 영향을 줄 수 없다. 비이성적으로 주가를 높게 평가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그 반대로 비이성적으로 주가를 낮게 평가하는 사람도 있어 전체적으로 평균해보면 그 효과가 거의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이성적인 투자자의 투자에 대해 다른 투자자들이 무리를 지어 따라가는 현상이 발생한다. 전문용어로허딩(herding)’이라고 하는데 쉬운 말로 하면남들이 다 하면 잘 모르지만 나도 따라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바로 이 허딩의 결과로 나타나는 게 버블이다.

미국 IT 버블의 사례

1990년대 말부터 미국 IT 기업들의 주가가 폭등하기 시작했다. 별다른 활동도 없고 수익모델도 애매한 기업들의 주가가 치솟았다. 물론 당시 우리나라에도 정부의 적극적인 IT 지원정책에 힘입어 똑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골드뱅크나 다이얼패드 같은 적자투성이 회사의 주가가 당시 삼성전자나 현대중공업 못지 않은 수준까지 올랐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특별히 IT 분야와 관련이 없는 기업들도 이름을 ‘OOO.com’으로 바꾸기만 하면 주가가 몇 배로 뛰던 시기였다. 그러나 이런 거품도 잠시였다. 2000년부터 거의 대부분 IT 기업들이 파산했으며 살아남은 기업들의 주가는 불과 몇 분의1 수준으로 폭락했다.

그럼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를 생각해보자. 1990년대 말부터 컴퓨터가 보편화되기 시작했고 웹(web)이 탄생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람들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언론이나 애널리스트, 투자은행들은 IT 산업이 기존 산업과는 전혀 다른 신경제(new economy) 분야이며 IT 기업들이 앞으로의 산업을 제패할 것이라는 식의 보도나 홍보를 쏟아냈다. IT 분야는 공간적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의 산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당시 클린턴 행정부도 이런 거품을 적극적으로 북돋웠다. 이처럼 IT 분야가 전도유망해 보이니 많은 투자자금이 1990년대 초·중반에 이 분야로 흘러들어갔다. 벤처캐피털이나 투자은행들이 실리콘밸리에 있는 조그마한 회사들에 자금을 대는 역할을 했다. 벤처캐피털이나 투자은행들은 통상적으로 상장 전 초기 단계에 있는 기업들에 투자를 한 후 이들 기업을 상장시켜 지분을 매각하는 방법으로 이익을 창출한다. 따라서 이들은 회사를 성공시켜 이익을 창출한 후 상장을 시켜야 한다. 그런데 1990년대 말이 될 때까지도 이들 대부분의 작은 회사들은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었다. 당기순손실이 계속 확대되거나 손실 규모가 별로 변하지 않는 추세였으므로 기존의 이익 지표를 가지고 회사가 긍정적이라고 홍보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러자 투자은행들은 이들 기업을 상장시키기 위해 그때까지 별로 잘 쓰이지 않던 EBITDA(이자비용, 세금, 감가상각비 및 무형자산 상각비 차감 전 이익)라는 독창적인 측정치를 이용해 회사를 홍보하기 시작했다.

EBITDA는 회사가 적자를 보느냐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경우 매출액이 증가하기만 하면 늘어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적자가 나더라도 매출액이 늘고 있는 기업이라면앞으로 이 속도로 계속해서 EBITDA가 늘어나면 몇 년 후 흑자로 전환할 것이며 또 몇 년 지나면 전 미국에서 해당 분야의 강자가 될 것이다는 감언이설로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게 가능했다.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야 돈을 벌 수 있는 투자은행 소속 애널리스트들은 EBITDA를 활용한 분석보고서를 경쟁적으로 내놓으며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다. 그 결과 일반 투자자들이 이런 주식에 점차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주식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니 점점 더 많은 추세 투자자들이 IT 기업들의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 즉 주가가 상승하는 추세가 가속화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아직까지 내재가치 투자자들은 이런 주식을 사지 않았다. 워런 버핏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자 언론은워런 버핏은 신()경제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비꼬았다. ‘워런 버핏의 시대는 갔다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그동안 IT 주식을 구입하지 않던 내재가치 투자자 펀드매니저들도 IT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일부 펀드매니저들은 IT 주식의 내재가치가 높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주식 가격이 계속 올랐기 때문에 버블이 꺼지기 전 적당한 시기에 주식을 팔고 나오면 된다는 생각에 IT 주식을 구입했다. 폭탄을 돌리다가 폭탄이 터지기 전에 재빨리 뛰어나오겠다는 계산이었다. 둘째, 또 다른 펀드매니저들은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왜 IT 주식을 구입하지 않느냐며 항의하거나 펀드를 환매하는 것 때문에 IT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셋째, 일부 펀드매니저들은 IT 주식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과거 투자 판단이 틀리지 않았을까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남들처럼 IT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

당시는 IT 주식을 매수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처진 사람으로 취급받던 시기였다. 즉 내재가치 투자자들마저도 이런저런 이유에서 주식 매수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런 상황이 바로 앞에서 설명한 모두가 한 방향으로 달려가는 허딩 현상이다. 결과적으로 기업가치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추세 투자자들이 벤처캐피털, 투자은행, 애널리스트, 그리고 언론의 홍보내용을 그대로 믿고 IT 주식에 계속 뛰어들었고 이런 추세가 계속되자 나중에는 내재가치 투자자들마저 이런 추세에 함께 뛰어들어 계속 주식가격을 상승시키는 거품이 발생했다.

2008년의 부동산 버블 폭발

대부분의 사람들은 먼 미래를 내다볼 수 없다. 바로 내 눈앞에 일어나는 현상만을 보고 판단할 뿐이다. 따라서 1998년께부터 주가가 바로 눈앞에서 계속 폭등하니 모두 그것만 보고 투자판단을 한 셈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버블이 발생하던 2년 정도의 시간이 단기일 수 있겠지만 실제로 그 기간에 투자하던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세상의 추세가 달라져서 IT 기업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고 생각할 만하다. 골드뱅크나 다이얼패드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별로 없는 것처럼 이들 기업 중 대부분은 실패해서 우리 기억 속에서 사라졌지만 구글이나 아마존처럼 살아남아서 실제로 시장의 강자가 된 기업들도 극소수 존재한다. 어쨌든 IT 버블은 꺼지고 나스닥 주가지수는 2000 3월의 최고 정점과 비교하면 2000년 말까지 무려 52%나 폭락했다.

2008년 폭발한 미국의 부동산 버블도 마찬가지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미국의 주택가격이 10년 동안 매년 12% 정도씩, 복리로 누적해서 보면 200%가량 폭등할 수가 없다. 한국의 과거 1970년대 고속성장 시대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미국처럼 연간 물가상승률이 1% 정도에 불과한 나라에서 이렇게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절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버블현상이 10년 동안이나 지속되니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택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중 상당수가 부동산 거래에 뛰어들었다. 모두가 한 방향으로 쫓아가는 허딩이 발생한 것이다. 이 과정에도 역시 부동산 담보부 대출을 파생상품으로 가공해 판매하면서 상당한 이익을 본 투자은행들이 개입돼 있다. 물론 필자가 보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앨런 그린스펀의 저금리 정책과 이에 더해 클린턴 대통령이 실시한 저소득층에 대한 주택자금 110% 대출 정책이 부동산 버블의 더 큰 원인이기는 하다. 돈 한 푼 없는 사람도 집 가격의 전액 이상 자금을 대출받아서 집을 살 수 있도록 했으니 말이다.

부동산에서 돈 번 사람들이 그 돈을 다른 목적으로 소비하는 바람에 전 미국 경제가 상당한 호황을 누렸다. 그 덕분에 주가도 많이 올랐다. 그러나 이런 거품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거품이 꺼지자 돈 한 푼 없이 모두 빚으로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은 빚을 상환할 수 없어 주택을 차압당하게 됐다. 그러자 투자은행들로 위기가 전파됐다. 투자은행은 이 주택담보대출금을 이용해 파생상품을 만들어 일부를 판매했지만 수익률과 위험도가 가장 높은 일부 파생상품을 보유하고 있었다. 파생상품의 가치가 90% 정도 급락함에 따라 빚을 내 파생상품을 구입했던 투자은행들이 극심한 손실을 입었다. 그 결과 몇몇 투자은행은 파산에 이르게 됐다. 소규모 헤지펀드 중에는 파산한 회사들이 셀 수 없이 많다. 2008년 여름부터 주가도 반토막이 났다.

개인의 능력과신과 버블

주식시장에 처음 뛰어든 투자자는 소규모의 자금을 가지고 열심히 이곳저곳을 살핀다. 그러다 몇 가지 주식을 정해 매수하고는 하루에도 몇 번씩 시세를 확인한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조금씩 돈을 벌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사용하는 투자 의사결정 방법에 대한 확신이 점점 생긴다. 그러면 더 큰 돈을 주식시장에 투자하며 처음과는 달리 점점 더 과감한 투자를 하게 된다. 이게 바로 폭약을 들고 불구덩이에 들어가는 길이다. 왜 그런가 살펴보자.

심리학 연구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over- confidence)한다. 80%의 사람들이 자신의 운전실력이 평균적인 사람들보다 좋다고 생각한다. 한국 기업의 임원들에게당신 회사에서 꼭 있어야 할 핵심인재는 전체 직원들 중 몇 퍼센트 정도 되느냐는 질문을 했을 때 20% 미만이라는 답이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직원들에게당신은 당신 회사에서 꼭 있어야 할 핵심인재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무려 60%의 직원들이그렇다고 대답을 했다. 그런데 똑같은 직원들에게당신의 부서에서 당신을 제외한 다른 직원들 중 회사의 핵심인재는 얼마쯤 되느냐라는 질문을 했더니 답이 30% 정도였다고 한다. 당신이 일하는 부서가 아니라 다른 부서의 직원들에 대해 평가하라면 아마도 30%보다 낮은 수치가 나왔을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남을 평가할 때보다 자신이나 자신과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을 평가할 때 훨씬 관대하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주식시장과 관련된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있다. 여성보다 남성이 능력과신이 심하고 나이가 어릴수록, 또 기혼자보다 미혼자가 능력과신이 심하다고 한다. 따라서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성향에 대한 비교를 해보면기혼 여성<미혼 여성<기혼 남성<미혼 남성순으로 주식거래를 많이 한다고 한다. 또한 미혼 남성 쪽으로 갈수록 고위험, 고변동성의 주식에 투자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수익률은 어떨까? 수익률은 위에서 언급한 순서의 정확한 반대다. 즉 능력과신이 심하면 심할수록 수익률이 떨어진다.

이런 연구결과를 보면 필자도 남성이긴 하지만 유전자적으로 볼 때 여성이 우성이며 남성이 열성이 아닌지 종종 생각하게 된다. 주식 투자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업무 영역에서 여성의 판단이 더 꼼꼼하거나 보수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많다. 대신 남성의 판단은 좀 더 공격적이고 진취적이라고 한다.

위의 연구에서는 나이가 많을수록 주식거래를 덜하지만 수익률이 높다는 결과도 나왔다. 성경에 간음한 여인을 돌로 쳐 죽이자고 외치는 군중에게 예수가너희 중에 죄 없는 사람부터 이 여인을 돌로 쳐라라고 말하자 군중 중 나이 많은 사람들부터 하나둘 돌을 버리고 떠나갔다는 구절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경험이 많으므로 더 신중하게 자신의 허물을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즉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신을 덜하는 것이다. 역시 자신의 능력 과신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겠지만 증권회사에 전화를 하거나 직접 방문해 거래를 하는 게 아니라 인터넷으로 집에서 거래를 하는 사람일수록 더 공격적으로 투자한다는 사실도 알려져 있다. 남과 상의하지 않고 혼자만의 판단으로 투자하는 사람들이 자기과신을 더 많이 하게 되고 그 결과 더 공격적으로 투자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결과 수익률은 더 낮다.

왜 버블이 위험한지, 그리고 버블과 개인의 자기능력 과신현상이 어떻게 관련돼 있는지 알아보자. 버블이 지속되면 꺼지기 전까지는 누구나 돈을 번다. 주가가 계속 오르기 때문이다. 누가 더 벌고 덜 버느냐의 차이만 있는 셈이다. 이러면 모두가 기분이 좋다. 그리고 버블 때문에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자신이 능력이 있어서 현명한 판단을 하기 때문에 돈을 잘 버는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즉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게 된다. 주변에서 부러움도 받고 씀씀이도 커진다. 그러다 보면 점점 더 많은 돈을 동원해 과감한 투자를 한다. 그러다 버블이 끝나는 순간 큰 피해를 보게 된다.

주식 투자를 어떻게 할까

인간은 신이 아니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돌다리도 두드리는 심정으로 분석과 분석을 거듭하면서 무리하지 않고 투자하는 게 정답이다. 아무리 조심해도 9.11 테러나 천안함 폭침 같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이 일어나 주식시장에 영향을 준다.

워런 버핏은 항상 장기투자를 강조했다. 1년을 단기, 2년을 장기라고 해보자. 김철수 씨라는 투자자는 A라는 주식을 사서 1년 단기로 보유한 후 팔고 다시 B라는 주식을 매수해 1년 단기보유하고 팔았다. 이영희씨라는 투자자는 C라는 주식을 2년 계속해서 장기보유하다가 팔았다. 김철수 씨나 이영희 씨의 투자를 비교해보면 개념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 장기투자를 하라는 말은 그냥 주식을 사서 장기간 보유하라는 뜻이 아니라 내재가치를 철저히 분석해 투자를 한 후 주가가 내재가치를 상회할 만큼 올라갈 때까지 참을성을 가지고 기다리라는 뜻이다. 이런 분석 없이 아무 주식이나 구입해 장기보유한다고 수익률이 좋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주식투자는 여유자금으로 해야 한다. 필자가 DBR 86호 기고문에서 소개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ong-Term Capital Management) 파산이나 2008년 금융위기 동안 일어났던 많은 투자은행의 파산 모두 남의 돈을 빌려서 투자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자신의 돈으로 투자를 했다면 빚 독촉을 받다가 어쩔 수 없이 보유하고 있던 투자물을 황급히 매각해 빚을 상환하는 과정에서 큰 손해를 입는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주식 투자는 남의 돈이 아닌 내 돈으로, 그리고 내 돈이라도 다른 데 쓸 용도가 정해져 있지 않은 여유자금으로 해야 한다. 그래야 주가가 내재가치로 회귀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필자의 주식시장에 대한 4편의 글(DBR 76, 82, 86, 89)을 계속 읽으면서 혹시 무슨 비법이 있을까 기대했던 독자는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수차례 강조했지만 주식 시장에 손쉽게 투자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왕도란 존재하지 않는다. 회계지식을 학습해 재무제표를 통해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능력, 그리고 거시경제의 방향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보는 능력을 길러 투자를 해야 한다. 투자를 한 후에도 개별 기업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계속 주시해야 한다. 처음에 예측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건이 발생해서 기업의 내재가치가 크게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은투자자라면 수많은 기업들의 연차보고서와 재무제표를 읽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플레이보이(Playboy)’를 읽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나는 기업의 연차보고서를 읽는다라는 말도 남겼다.

재무제표와 거시경제에 대한 이해

재무제표를 보고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능력은 IT 버블과 같은 상황에 빠지지 않기 위해 중요하다. 그 당시 투자자들이 재무제표를 제대로 보기만 했으면 감언이설에 속아서 적자를 계속 내고 있던 기업들에 투자할 리 없었을 것이다. 당시에는 모두가 EBITDA나 시장점유율 증가 추세만 가지고 이야기를 하니 이들 기업은 EBITDA나 매출액을 증가시키기 위해 적자가 커지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매출액을 늘리기 위해 약간 손해를 보더라도 싸게 상품을 팔면 적자가 늘어나겠지만 EBITDA는 증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발생한 예들도 한번 생각해보자. 자산재평가를 통해 부채비율을 낮춰 포장만 바꾼 기업에 대해재무건전성이 향상됐으니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도 있다. 회계처리 방법을 바꿔 영업권 상각을 하지 않아 이익이 증가한 것을 두고이익이 금년도에 증가한 추세대로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면서 강력 매수추천을 하는 보고서도 봤다. 대다수의 언론은 이런 보고서를 보고 그대로 인용해 보도할 뿐이다. 최소한 회계를 조금이라도 공부했다면 이런 엉터리 보고서나 보도에 속지는 않을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내용도 틀린 보고서가 발행되는 이유는 해당 애널리스트가 회계를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투자자들도 애널리스트들의 옥석을 가리는 데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애널리스트들의 과거 보고서를 몇 개만 주의 깊게 읽어보면 실력을 파악할 수 있다. 과거에 발표한 이익예측치가 얼마나 정확한지도 비교해보면 된다. 이런 것도 하기 힘들다면 에프앤가이드(FnGuide)나 경제신문사에서 매년 발표하는베스트 애널리스트리스트를 보고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장기간 계속 선정되는 애널리스트의 보고서에 따라 투자하면 좀 더 안전할 것이다.

거시경제의 흐름을 볼 수 있는 능력은 2008년 금융위기 같은 사건이 다시 일어났을 때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중요하다. IT 버블은 IT 기업들에 국한된 것이었기 때문에 재무제표를 자세히 보면 실체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전인 2007년까지는 부동산 버블 덕에 기업들의 업적이 대부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업들의 재무제표만 보면 상당히 긍정적으로 기업들을 평가할 수밖에 없다. 즉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발견할 수 없다. 이런 위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항상 경제뉴스에 민감하게 귀를 기울이고 앞으로 세계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 전문가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증권회사 리서치센터장에 거시경제를 전공한 이코노미스트들이 많은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필자도 경제학을 상당히 공부하긴 했지만 거시경제 전문가는 아니다. 대신 한국과 외국의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된 저명한 이코노미스트나 정부관료, 기타 관련자들의 경제 전망과 정책 관련 글들을 다수 읽고 있다. 이렇게 공부를 하다 보면 최소한 경제가 흘러가는 방향은 어느 정도 미리 이해할 수 있다.

너무 어려워서 가치평가나 거시경제에 대한 공부를 직접 못하겠다면 차라리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것을 추천한다. 전문가도 못 믿겠다면 주식투자보다 수익률은 약간 낮지만 안전한 채권투자를 하든가, 은행의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것을 필자는 더 추천한다. 주가가 올라갔는지 떨어졌는지에 조마조마할 필요가 없으므로 최소한 정신건강 면에서는 더 좋을 듯하다.

평균적인 주식투자 수익률은 정기예금 이자율보다 약간 높다. 그러나 수익성에 위험도와 정신건강까지 고려하면 뭐가 더 좋은 투자인지 판단이 쉽지 않다. 오늘도나는 남들과 다르겠지하는 생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주식시장에 뛰어들지만 그런 사람들의 실적을 모두 합친 게 평균적인 수익률이다. 이러니 내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지 말고 겸손히 공부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워런 버핏처럼 열심히 공부를 한 후 투자에 나서는 게 유일한 성공 비결이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acchoi@snu.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동시에 받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가치 평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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