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를 통해 본 세상

골드만삭스가 강한 이유

44호 (2009년 11월 Issue 1)

최근 골드만삭스가 세계를 두 번 놀라게 했다. 첫 번째 뉴스는 2009년 2분기 흑자가 무려 34억 달러에 이른다는 소식이다. 시장의 이익 예측치를 두 배나 초과한 수치다. 불과 수개월 전 100억 달러라는 엄청난 공적 자금이 골드만삭스에 투입됐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역사상 최대의 분기 실적을 올렸다니 사람들이 놀라는 게 당연하다. 이 뉴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금융위기가 거의 끝나고 투자은행 업계가 부활하고 있다는 희망적인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두 번째는 골드만삭스의 2009년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2008년의 36만 달러보다 2배 이상 증가한 77만 달러에 이를 거라는 뉴스였다. 직원 1인당 연봉이 한국 돈으로 10억 원 정도라니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이 뉴스에 전 미국은 발칵 뒤집어져 엄청난 논란이 벌어졌다. 골드만삭스를 둘러싼 논란은 크게 2가지다. 첫째는 골드만삭스의 이익이 이렇게 높은 수준이라는 게 과연 사실인지에 대한 의심이다. 둘째는 무려 100억 달러의 공적 자금을 받은 회사가 총 80억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연봉을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게 도덕적으로 올바른 일이냐는 논란이다. 골드만삭스를 둘러싼 두 논란을 차례로 살펴보자.
 
 
 
골드만삭스 이익 규모, 과연 진짜일까?
우선 골드만삭스가 이런 놀랄 만한 이익을 기록한 것이 사실일까? 회계 장부에 그렇게 기록되어 있으니 이익 수치 자체는 사실이다. 문제는 어떤 과정을 거쳐 이 숫자가 탄생했느냐는 점이다. 여기에는 3가지 놀라운 회계 비법이 숨어 있다. 첫째, 골드만삭스는 회계 연도를 변경해 일부 손실이 2009년도 장부에 반영되지 않도록 했다. 원래 골드만삭스의 회계 연도는 12월부터 시작한다. 즉 2008 회계 연도는 2007년 12월에 시작해 2008년 11월에 끝나고, 2008년 12월부터는 2009 회계 연도가 시작한다.
 
그런데 골드만삭스는 2009 회계 연도부터 회계 기간을 변경, 2009 회계 연도의 시작일을 2009년 1월로 변경했다. 즉 2008년 12월 한 달이 2008년 회계 연도와 2009년 회계 연도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도록 빼버린 셈이다. 이 미아가 된 2008년 12월 한 달 동안 골드만삭스는 무려 13억 달러의 세전 손실을 기록했다. 물론 이런 사실은 2009년 1분기 보고서에 자세히 공시되어 있다. 회계 기간을 바꾸는 일도 합법이긴 하다.
 
둘째, 미국 금융 당국이 회계 기준을 개정한 2009년 1분기부터는 금융 자산을 시가 평가 방식으로 적용해 발생한 평가 손익을 이익 계산에 포함시키지 않아도 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골드만삭스 역시 개정된 회계 기준에 따라 자산 가치가 하락한 금융 자산, 특히 부동산 관련 파생 상품들의 평가 손실을 상당 부분 반영하지 않았을 거라고 추측한다. 골드만삭스가 내부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외부인들은 회계 장부에 반영되지 않은 평가 손실이 정확히 얼마인지 알 수 없다. 골드만삭스가 부실을 숨기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이유다.
 
당초 골드만삭스 경영진은 금융위기의 발생 가능성을 미리 예견하고 금융위기 전 가장 위험도가 높은 파생 상품들을 대부분 다른 금융 기관에 매각했다. 그 덕분에 골드만삭스는 월가 투자은행(IB) 중 이번 금융위기의 악영향을 비교적 덜 받은 축에 속했다. 필자는 골드만삭스가 과거부터 철저하게 시가 평가 회계 기준을 적용해왔으므로 회계 처리 방법을 변경해 부실을 숨기고 있을 가능성은 낮다고 추측한다. 오히려 골드만삭스는 보유 자산의 상당 부분을 매우 보수적으로 처리했을 가능성이 높은 회사다.
 
셋째, 미국 정부가 AIG에 투입한 공적 자금의 일부가 골드만삭스에도 지급됐다. AIG는 부동산 관련 파생 상품에 대한 일종의 보험인 CDS(신용디폴트스왑)를 다른 금융 기관들에게 팔았다. 그런데 이들 파생 상품이 부실화하면서 AIG는 정부로부터 받은 공적 자금 850억 달러의 대부분을 CDS 대금 지급에 사용했다. 850억 달러 중 130억 달러가 골드만삭스가 받은 돈이다. 만약 AIG가 공적 자금을 받지 못했다면 AIG는 이 대금을 골드만삭스에 지급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면 골드만삭스는 130억 달러 중 일부분을 손실 처리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AIG에서 돈을 받았기 때문에 이런 위험도 줄었다.
 
만약 AIG에 대한 공적 자금 투입이 없었다면 골드만삭스는 과연 얼마를 손실 처리해야 했을까. 일부에서 주장하듯 130억 달러의 대부분을 손실 처리했을 가능성은 낮다. 다른 금융 회사와 달리 골드만삭스는 CSA(credit support annex, 신용보강계약)라고 부르는, 일종의 담보를 AIG로부터 거의 대부분 제공받고 있었다. CDS 계약 자체에 신용 등급이나 경제상황이 변할 때마다 추가 담보를 요구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는 뜻이다. 이런 부가 조건이 많았다는 점은 골드만삭스가 그만큼 위험 관리를 잘 했다는 의미다.
 
즉, 설사 AIG의 공적 자금이 없었다 해도 만약 AIG가 파산했다면 골드만삭스는 담보 매각을 통해 채권의 상당 부분을 회수할 수 있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필자는 130억 달러의 3분의 1 정도가 실제 골드만삭스의 손실에 가까운 수치일 걸로 추측한다. 확보한 담보를 공매 등을 통해 매각한다면 원래 가격보다 3분의 1 정도의 싼 가격에 매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3가지 요인을 종합해보면, 필자는 골드만삭스의 2009년 장부에서 빠진 돈이 40억 달러를 조금 웃돌 것이라고 예상한다. 회계 기간 변경을 통해 장부에 반영되지 않은 2008년 1월 손실 13억 달러, AIG로부터 받은 CDS 관련 손실 약 30억 달러를 합친 금액이다. 일부 언론이나 비판가들은 CDS 관련 손실이 100억 달러, 시가 평가 회계 제도의 적용 중지를 통한 금액이 30억 달러를 넘을 걸로 예상하는 데 이는 상당한 과장이 포함된 수치라 하겠다.
 
골드만삭스의 2009년 1분기 이익 18억 달러, 2분기 이익 34억 달러의 합계인 52억 달러는 필자가 추정한 40억 달러보다 약 10억 달러 정도 많다. 즉, 회계 기간 변경, AIG로부터 받은 CDS 관련 손실, 시가 평가 회계 제도의 적용 중지 등을 감안해도 골드만삭스가 흑자 전환에 성공한 건 주지의 사실이다. 물론 과거 골드만삭스가 기록했던 흑자보다는 적은 금액이나 어려운 경제 형편에서 이 정도의 실적을 거둔 일도 대단하다.
 
장기적으로 볼 때도 골드만삭스는 다른 투자은행보다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유하고 있다.경쟁자인 다른 투자은행들이 대부분 망하거나 인수당했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대로 이번 금융위기 동안 월가 5대 투자은행 중 살아남은 회사는 1, 2위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유일하다. 리먼브러더스와 베어스턴스는 파산했고, 메릴린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로 넘어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투자은행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나, 투자은행 업무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어 상업은행 영업을 할 수 있는 은행지주회사로 명함을 바꿨다. 비록 은행지주회사로 전환하긴 했지만 현재의 어려움만 극복한다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과거보다 더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트레이딩 부문 이익이 많이 늘었다고 발표했다. 트레이딩은 주식, 채권, 원자재, 부동산 등의 시장 거래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나 이익을 통해 돈을 벌어들이는 분야다. 2009년 1분기까지 급락했던 전 세계 주식 시장이 서서히 살아나고 있으며, 원유와 광산물 등 원자재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즉, 골드만삭스는 이 상품을 거래하며 평상시보다 더 많은 이익을 올린 셈이다. 결과적으로 골드만삭스는 금융위기 여파를 어느 정도 극복했으며, 남들보다 빠르게 정상 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투자은행에 대한 공적 자금 투입 논란
골드만삭스는 1분기 흑자 전환을 발표하자마자 바로 50억 달러의 증자를 성공적으로 실시했다. 골드만삭스는 증자로 조달한 자금으로 미국 정부로부터 받은 공적 자금을 상환하겠다고 발표했다. 골드만삭스는 이외에도 세계 2위 거부 워런 버핏의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로부터 50억 달러를 투자받았다. 즉 11월에 받은 공적 자금 100억 달러를 상환할 자금을 2009년 4월까지 모두 마련한 셈이다.
 
2008년 미국 정부가 월가 투자은행에 대한 공적 자금 투입을 결정할 때 미국민들의 불만은 대단했다. 야당인 공화당 의원은 물론이요, 일반 국민들의 불만은 폭발할 지경이었다. 원래 공화당은 철저한 자본주의 원칙에 의한 경제운영을 강조한다. 즉 망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은 정부가 이를 구제하기보다는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망하도록 내버려두는 방식을 선호한다는 뜻이다. 민주당의 경제 운영 원칙도 공화당과 대동소이하나 사회적 약자인 저소득층이나 이민자 등을 좀 더 배려할 뿐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투자은행은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골드만삭스의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66만 달러였다. 이는 미국인의 1인당 평균 연봉인 3만 달러의 20배에 이른다. 즉 투자은행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미국의 최상류층에 가깝다. 그런데 이런 투자은행을 도와주기 위해 국민 세금으로 마련한 공적 자금을 1700억 달러나 투입했으니 미국민들이 화가 날 만도 하다.
 
미국 정부가 공적 자금으로 투자은행을 지원하려면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지난해 가을 미국 정부가 승인을 요청했을 때 의회는 이를 부결했다. 정부가 부랴부랴 설득에 나서서 공적 자금의 엄정한 집행과 회수를 약속한 후에야 간신히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몇몇 투자은행이 이런 과정을 거쳐 받은 공적 자금으로 고위 경영진에게 수백만 달러의 막대한 보너스를 지급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민들은 크게 반발했다. 오바마 정부도 곤란한 입장에 빠졌다. 미국 자동차업계의 경영난으로 실직한 수만 명의 공장 근로자 연봉은 불과 2∼4만 달러 정도다. 제너럴 모터스(GM)나 크라이슬러에 한 푼도 도와주지 않으면서 투자은행 업계에 막대한 돈을 붓는 이유가 뭐냐며 제조업 근로자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투자은행의 총수들을 불러 모아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하지 말라고 압력을 가했다. 하지만 투자은행의 임직원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이들은 직원과의 계약 조건에 따라 보너스를 지급해야 한다며,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으면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소송도 불사할 태세라고 읍소했다. 결국 정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투자은행들은 보너스를 규정대로 지급했다. 한국에서는 기업의 총수가 정부의 압력에 저항한다는 게 아직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법적 문제가 없으면 정부가 어떤 압력을 행사해도 통하지 않는다.
 
투자은행이 망했어도 보너스 지급이 가능했을까?
회사가 거의 파산 지경인데도 이런 보너스 지급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평가와 보상 체계의 잘못 때문이다. 평가와 보상 체계가 회사 전체의 손익이나 장기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개별 부서나 개인별 손익, 단기 이익만 중시했기 때문이다. 파생 상품 트레이더는 시장에서 팔릴 만한 파생 상품의 대략적인 구조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금융 공학자에게 해당 파생 상품을 설계하도록 지시한다. 이 트레이더는 판매한 상품에서 발생하는 이익에 비례해 보너스를 받는다. 판매된 상품이 1억 달러의 이익을 회사에 가져다 준다고 가정하면 트레이더는 그 이익의 10%인 1000만 달러를 보너스로 받는다.
 
문제점은 이 이익이 단 한 번의 거래로 발생하는 게 아니라 파생 상품의 존속 기간 동안 서서히 발생한다는 점이다. 더구나 부동산 관련 파생 상품은 그 존속 기간이 무려 20∼30년에 이른다. 특히 그런 이익이 미래에 실제로 발생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즉 이익 계산에 사용된 수치는 모두 미래에 대한 예측치일 뿐이다. 하지만 트레이더가 받을 보너스는 분기별 업적 집계가 끝나는 다음 분기, 또는 연말에 곧바로 지급해야 한다.
 
 
만약 미래에 대한 예측이 틀렸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번 금융위기 동안에는 1억 달러의 이익을 기대했던 파생 상품이 5억 달러의 손실을 끼친 예가 허다했다. 그렇다고 해서 보너스를 받은 파생 상품 트레이더가 과거에 받은 보너스를 회사에 반환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었다. 이런 제도상의 미비점 때문에 투자은행 직원들은 미래나 회사의 이익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단기 보너스를 극대화하기 위해 행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즉, 평가와 보상 제도를 설계할 때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이나 위험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발생한 셈이다.
 
개인별 성과평가 제도에도 문제가 많았다. 개인별로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성과평가 후에 보상액을 결정할 때는 부서 전체의 성과나 회사 전체의 성과도 당연히 고려해야 한다. 개인별 성과보다 회사 전체의 성과가 더 중요하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보상 체계는 회사나 부서의 성과가 아니라 개인별 성과에 연동되어 있었으니 회사가 망해가는데도 계약에 따라 수백만 달러의 보너스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직원들이 다수 생겨났다. 어제까지 같이 일했던 옆 자리의 동료는 실직 위험에 처했는데도 말이다.
 
한국적인 사고 방식으로 보면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은 계약은 꼭 지켜야 하는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고 체계가 뿌리 박힌 미국 사람에게는 오히려 법적 계약으로 명시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온정주의를 내세워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 하지 않는 행동이 더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물론 미국에도 평균적인 한국인들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상당수의 미국인들이 투자은행의 이런 행태에 대해 노골적으로 적개심을 표현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 사태가 벌어질 동안 각 투자은행들은 직원들에게 회사 로고가 찍힌 티셔츠를 입지 말고, 회사 로고가 찍힌 노트나 비품들을 밖에서 사용하지도 말고, 외부인과의 접촉도 되도록 피하라는 지침을 배포했다. 투자은행 업계에 대한 일반 미국인들의 불만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골드만삭스의 행보와 정부의 규제
이런 불만 때문에 미국 정부는 황급히 공적 자금을 받은 금융 기관 직원들에게 5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지급할 수 없다는 법률을 마련했다.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고서야 개별 기업의 연봉이 얼마인지 정부가 간섭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당황한 미국 정부는 갑자기 이런 법률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이에 월가 CEO들은 2009년 3월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이 규제를 없애달라고 건의했다. 골드만삭스의 CEO인 로이드 블랭크페인이 특히 앞장섰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이 요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러자 골드만삭스는 증자를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정부로부터 받은 공적 자금을 상환하겠다고 선언했다. 공적 자금을 받은 회사는 보너스 한도의 규제 대상이므로, 공적 자금을 상환한 후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자유롭게 지급하겠다는 뜻을 내보인 셈이다. 그러자 미국 정부는 다시 심한 비난에 직면했다. 국민들은 골드만삭스가 정부의 공적 자금을 상환하지 못하게 하라고 주장했다.
 
사실 골드만삭스가 정부로부터 직접 받은 자금은 100억 달러이지만, 간접적으로 받은 혜택은 더 크다. 정부에서 AIG에 지급한 공적 자금이 골드만삭스로 흘러들어온 자금 130억 달러, 정부의 지급 보증으로 빌린 자금 280억 달러 등 얼추 계산해도 간접 혜택이 400억 달러가 넘는다. 따라서 골드만삭스를 비판하는 쪽에서는 이런 자금도 모두 정부에게 돌려줘야만 골드만삭스가 연봉 규제를 피할 수 있게 하라고 정부를 몰아붙였다.
 
이에 미국 정부는 일정 조건을 충족한 금융 기관만이 공적 자금을 상환할 수 있도록 허락하겠다고 밝혔다. 2009년 6월 말 미국 정부가 발표한 규정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를 제외한 다른 모든 금융 기관은 앞으로 수년간 공적 자금을 상환할 수 없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이 조건을 다 충족하고 있었기에 골드만삭스를 고의적으로 봐주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쏟아져나왔다. 특히 5년 이상 장기 무보증 채권을 일정 규모 이상 발행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조항이 문제로 등장했다. 이 규제가 발표되기 불과 10일 전, 골드만삭스가 바로 이 조항에 맞는 채권을 발행해 규제 조건을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골드만삭스가 미국 정부의 규제가 어떤 식으로 바뀔지까지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비난에 대해 골드만삭스의 대변인은 “우리는 열심히 일했으므로 보너스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미국인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전 미국으로 반대 여론이 번져나갔다. 설사 이 말이 사실일지라도 일반인이 듣기에는 상당히 거북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골드만삭스의 성공 비결을 배우자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져만 갔다. 미국의 금융 정책을 담당하는 대부분 당국자들의 친정이 골드만삭스라는 사실은 이런 의혹을 더욱 키웠다. 금융위기 초기 미국의 금융 정책을 진두지휘한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은 잘 알려진 대로 골드만삭스의 CEO를 역임했다. 골드만삭스에 대한 직접적인 관리를 담당하는 뉴욕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윌리암 더들리 총재, 스티븐 프리드먼 전 뉴욕 연준 이사회 의장도 모두 골드만삭스의 고위 간부 출신이다. 이 때문에 골드만삭스의 경쟁 투자은행들이 사라진 후 골드만삭스에게까지 위기가 닥쳤을 때 미국 정부가 비로소 공적 자금을 투입했다는 음모론까지 등장했다.
 
뿐만 아니라 작년부터 미국 정부가 마련한 7000억 달러의 구제 금융을 집행하고 있는 닐 캐시카리 재무부 차관보도 정부에 들어오기 직전까지 골드만삭스에서 일했다. 캐시카리 차관보는 2006년 7월 폴슨 전 장관이 직접 발탁한 인물이다. 워싱턴에 입성하기 전 캐시카리는 골드만삭스 샌프란시스코 지사 부사장으로 근무하며 인터넷 보안 기업의 창업 자문 역할을 주로 맡았다. 그랬던 그가 천문학적 규모의 공적 자금 운용 업무를 맡자 적절치 않은 인사라는 비판이 많았다. 게다가 그는 1973년생으로 지난해 35세에 불과했다.
 
물론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이 유능하기 때문에 이런 중요한 자리에 앉았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규제 대상 기업에서 근무하던 사람이 거꾸로 규제 당국자가 되는 일은 상당히 드물다. 유독 골드만삭스 출신 인사에게만 이런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걸 쉽게 납득하기란 어렵다. 사람들이 골드만삭스를 ‘거버먼트 삭스(Government Sacks)’라고 비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안과 큰 관련이 없는, 골드만삭스가 2008년 납부한 법인세가 1400만 달러에 불과하다는 점까지 들먹이며 골드만삭스를 비난하고 있다. 정부에 세금은 내지 않으면서 혜택만 엄청나게 받았다는 비난이다. 실제 1400만 달러는 골드만삭스가 2008년 기록한 당기 순이익의 1%에 불과하다. 골드만삭스 CEO의 2008년 연봉과 비교해도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이런 비난에 대해 골드만삭스는 이익이 대부분 해외의 조세피난처 국가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질 거래는 미국에서 이뤄졌더라도, 법적인 계약이나 거래는 조세피난처에서 이뤄졌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장부상으로는 세금을 낼 이유가 없다. 이는 미국의 세법이 불충분해서 생긴 현상이므로, 필자는 골드만삭스를 비판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이건 한국이건, 기업이건 개인이건, 세금을 덜 낼 방법을 찾는 건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행동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감독 당국에게 있다.
 
이 문제 때문에 미국이 세법까지 바꿀지는 두고 볼 일이다. 현재 미국 정부는 골드만삭스가 독점 금지법을 위반했는지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불황 때 미국 정부가 기업에게 독점 금지법을 적용하는 일은 상당히 드물다. 미국 정부 역시 면피를 위해 흠잡을 내용을 찾고 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세상에는 참 똑똑한 사람들이 많다. 어떤 규제가 있더라도 그 규제를 피해가는 방법을 고안해낸다. 어쨌든 골드만삭스는 대단하다. 세계 최대 금융 회사로 막강한 위용을 자랑했던 씨티그룹은 아직도 적자를 기록하며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모건스탠리를 인수한 뱅크오브아메리카도 아직 헤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 홀로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실적을 기록했으니 이 점은 평가해줄 만하다.
 
실제 골드만삭스의 이익이 증가한 3가지 원인 중 회계 연도 변경을 제외한 2요인, 즉 CDS 관련 손실과 시가 평가 회계 제도의 적용 중지 요인은 다른 투자은행들에게도 해당하는 사안이다. 이로 인해 일부 손실들을 회계 장부에서 뺐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투자은행들은 아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골드만삭스를 보면서 배 아파하는 시간에 골드만삭스의 성공 비결을 면밀히 공부하는 게 더욱 현명한 일이 아니겠는가.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동시에 받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편집자주 서울대 최종학 교수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회계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회계를 통해 본 세상’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회계를 좀더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비즈니스에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