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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화하면 싸진다” 건설업의 불황 뚫기

최용해 | 41호 (2009년 9월 Issue 2)
건설업에서 원가 절감을 한다면 혹자는 부실 공사를 하자는 것 아니냐고 오해할 수 있다. 부실 공사로 인한 사건 사고가 많기 때문에 이런 오해를 하는 게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건설업의 원가 절감이란 품질·공기(工期안전을 모두 만족시키면서 최저의 비용으로 공사를 끝내기 위해 자재와 공법 등 모든 대상에 대해 개선 활동을 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당연히 투입해야 할 자재의 양을 임의로 줄이거나, 전문 인력이 필요한 곳에 값싼 인력을 활용하는 것은 건설업 원가 절감의 취지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다.
 
실제로 건설업의 특성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기울인다면 일반 제조업에 비해 건설업에서의 원가 절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해할 수 있다. 건설회사는 설계 도면 하나만으로 수년간의 공사 계약을 수주하게 된다. 공사 금액도 많게는 1조 원을 넘는다. 일반 제조업의 제조 리드 타임(lead time)과 제품 가격을 고려한다면 실로 어마어마한 차이라 하겠다. 이러한 조건에서 건설회사가 하나의 공사를 끝내기까지는 너무나 많은 위험이 존재한다. 사전에 여러 가지 분석을 실시하고는 있지만, 실제 공사에 들어가보면 지질 상태가 예측과 달라 자재 투입량이 몇 배로 늘어날 수도 있고, 날씨 변화로 인해 공사가 늦어지기도 하며, 해당 사업과 관련된 법규나 조례의 변화로 갑작스럽게 건축 자재를 바꿔야 할 때도 있다.
 

 
이러한 위험 속에서 정해진 기간 내에 공사를 끝내고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는 원가 절감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노력이 필수적이다. 더욱이 과거에는 단순 도급 위주로 건설 사업이 진행됐지만, 지금은 건설사들이 기획부터 시공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 사업의 리스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따라서 건설업의 원가 절감은 사업 성패와 직결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건설업 원가 절감 활동의 특징
그렇다면 한국 건설업의 원가 절감·관리 수준은 일반 제조업에 비해 뛰어날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왜일까. 건설업의 특수성에 그 답이 있다. 건설회사에서는 전 세계 또는 전국에 있는 공사 현장들이 모두 독립된 회사나 공장처럼 운영된다. 또 개별 현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똑같은 곳은 하나도 없다. 따라서 체계적인 원가 절감 활동을 전개하기가 어렵다. 현장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원가 절감 활동은 과거 공사 경험에 의존하기 쉽고, 변화에 대한 거부감 역시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개선 활동의 범위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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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건설업은 일반 제조업보다 외주업체에 의존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그렇기 때문에 외주업체가 함께 참여하지 않는 건설회사만의 일방적인 원가 절감은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건설회사가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하도급업체를 대상으로 무리하게 가격 협상을 하여 공사를 발주하면 외주업체가 부도를 낼 수도 있다. 공사 중인 외주업체가 부도를 내면 건설회사도 계획된 기한 내에 공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더 많은 추가 비용을 들여야만 한다.

건설업에서 원가 절감을 추진할 때 나타나는 걸림돌에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현장 마인드다. 건설 현장의 모든 인력들은 자신이 공사하는 현장을 그 지역의 랜드마크로 생각하며 사명감을 갖고 일한다. 물론 이런 마인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자칫 건설업에서는 품질에 대한 잘못된 집착으로 비효율과 불투명이 생길 수 있다. 품질을 고려한 원가 절감도 얼마든지 가능한데, 품질을 위해서는 비용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게 일반적 생각이다. 원가 절감이란 품질을 낮추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낭비나 손실을 줄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소비자)들은 원하는 품질을 얻고, 건설회사는 재무적 개선이라는 성과를 얻는다.
 
일반적으로 건설회사는 외부의 설계사무소를 활용해 설계를 진행한다. 설계사무소는 건설회사로부터 설계 용역을 받고 업무를 수행하지만, 설계 과정에서 도면에 포함되는 각종 기자재 설계를 해당 기자재 업체의 지원을 받아 수행하는 사례가 많다. 이때 기자재 업체들은 자사에 유리하거나 자기 업체의 특허 사양을 기자재 설계에 반영하는 형태로 건설회사가 자사의 제품이나 공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설계사무소에서 작성된 설계 도면을 무심코 지나치면 결국 건설사는 불필요한 지출을 하게 된다.
 
공사 내역의 불확실성으로 원가 높아져
이와 더불어 공사 내역의 불명확성 역시 원가를 높이는 이유 중 하나다. 서로 다른 유형의 외주업체가 함께 시공에 참여하기 때문에 공사 영역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이런 공백을 없애고 각자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또 협력업체에 발주를 할 때 각종 세부 사항을 명확히 지정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발주 사양을 불명확하게 규정하는 건설회사가 많다. 발주 내역을 애매하게 규정하고, 나중에 더 비싼 자재나 설비가 필요하면 협력업체에 이를 떠넘기겠다는 속셈도 있다. 하지만 외주업체가 항상 손해만 볼 수는 없는 일이다. 특정 유형의 공사에 대해서는 건설업체보다 외주업체가 훨씬 더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따라서 전문성을 갖춘 외주업체들은 더 탄탄한 논리로 추가 비용을 원래 산출된 견적에 더해 청구할 것이다. 다시 말해 발주 내역이 애매할수록 비용 리스크는 높아진다. 실제로 2008년 K건설에서 원가 절감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 전체 원가 절감 효과의 13%가 내역 명확화에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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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용해

    - (현) 네오플럭스 컨설팅사 사업본부 이사(SCM그룹 담당)
    - 삼성생명, 두산전략기획본부, 넷피에스엠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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