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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그림자, ‘풋옵션’을 양지로

최종학 | 22호 (2008년 12월 Issue 1)
2008년 8월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앞으로 과도한 차입매수(LBO)를 허가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LBO는 기업 인수합병(M&A) 때 필요한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차입으로 해결하는 방식을 말한다. 즉 금융위의 발표는 앞으로 남의 돈을 빌려 M&A를 하지 말고 자신의 자금만으로 분수에 맞는 M&A를 하라는 선언이다.

금감원은 왜 이런 선언을 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과도한 차입을 통한 M&A 때문에 많은 기업이 어려움에 빠졌기 때문이다. 대표적 회사가 유진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이다.
 
유진그룹은 서울투자증권을 매입한 뒤 유진투자증권으로 이름을 바꿨지만 다시 매각을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위기로 주식시장 상황이 좋지 않고, 기업의 현금 보유 능력도 떨어진 상황에서 쉽게 매수자를 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2006년 말 대우건설을 매입한 이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최근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뽑히자마자 한화그룹 주가가 폭락했다는 사실은 투자자들이 무리한 자금을 동원하는 M&A를 얼마나 우려하는지를 잘 보여 준다.
 
금호아시아나 유동성 위기, 왜 풋옵션이 문제인가
이 가운데 금호아시아나가 당면한 문제는 매우 독특하다. 금호아시아나 유동성 위기의 핵심은 풋옵션 또는 풋백옵션이다. 풋옵션은 일정 자산을 약정한 날자에 정해진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기업 M&A 때 주로 발생하는 풋백옵션은 풋옵션과 구조가 같지만 원래의 매각자에게 ‘되판다(back)’는 뜻을 강조하고, 일반적인 풋옵션과 구분하기 위해 풋백옵션이라 부른다.
 
회계 전문가가 아니면 도대체 사소한 회계 처리가 왜 이렇게 큰 문제를 야기하는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이 회계 문제가 그룹의 생사를 가를 수 있는, 게다가 그 규모 또한 3조4조5000억 원의 막대한 자금에 관한 것이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 때문에 9월 초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비상경영 사태를 선언하고 그룹의 비주력 계열사인 금호생명 등을 매각해 필요 자금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즉 부채 만기가 돌아오는 내년 말까지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가 현금을 착실하게 마련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의 재무제표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이 막대한 부채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현재 금호아시아나의 재무제표에는 이 부채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2008년 6월 말 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 주력회사인 금호산업의 부채는 약 3조 원, 부채 비율은 약 240%다. 금호타이어의 부채는 약 1조8000억 원, 부채 비율은 약 210%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약 4조6000억 원, 부채 비율은 약 460%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의 부채 비율은 약 250%다. 어떤 기준에서 봐도 부채 액수 자체와 부채 비율 모두 매우 높다. 게다가 세계 경제 상황이 계속 나빠지고 있으므로 2008년 말 기준 부채 비율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 부채 규모가 앞에서 설명한 풋옵션에 의한 최소 3조최대 4조5000억 원의 부채를 전혀 포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앞에서 언급한 3개 회사가 이 기록되지 않은 부채를 1조 원씩 추가 부담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3개 회사 모두 부채 비율이 평균 100%포인트 이상 증가한다.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비율이 각각 320%, 330%, 550%에 이른다는 의미다.
 
물론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생명 등의 보유 자산을 매각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므로 실제 부채 비율이 이 정도까지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설사 그렇다 해도 부채 비율의 절대적 수준이 높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대우건설 M&A 과정 중에 생겨난 풋옵션
이 풋백옵션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살펴보자. 2006년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 주식을 인수할 당시 금호아시아나는 자력으로 모든 인수자금을 조달할 수 없었다. 때문에 미래에셋, 팬지아데카, 티와이스타, 국민은행, DKH, 칸서스 등 여러 재무적 투자자(FI)들과 함께 공동 인수라는 방식을 택했다. 이들은 금호아시아나와 공동으로 2만6200원에 대우건설 주식을 구입했으며, 주식의 의결권은 금호아시아나 측에 위임했다.
 
당시 재무적 투자자가 투자한 총 금액은 약 3조5000억 원으로 금호아시아나가 동원한 2조9000억 원보다 더 많았다. 대신 이들은 금호아시아나와 계약을 맺었다. 2009년 12월 15호아시아나가 이들이 보유한 주식을 3만4000원에 되사주기로 한 것이다.
 
이 시점까지는 불과 1년이 남았다. 현재 대우건설 주가는 급락에 급락을 거듭해 약 8000원에 불과하다. 금호아시아나가 재무적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을 모두 3만4000원에 되사려면 무려 최대 4조5000억 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현재 주가와 3만4000원의 차액만큼만 지급한다 해도 3조 원이 든다. 앞에서 언급한 34조5000억 원의 자금은 이러한 계산을 통해 나온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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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학

    최종학acchoi@snu.ac.kr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 5권과 『재무제표분석과 기업가치평가』,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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