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의 등장과 함께 미국 내에서 ‘마러라고 합의(Mar-a-Lago Accord)’라는 이름의 신(新)플라자합의 구상이 논의되고 있다. 이는 달러 강세가 미국 제조업을 해친다는 인식 아래 주요국과의 협력 또는 일방적 조치를 통해 달러 약세를 유도하려는 계획이다. 하지만 중국의 강한 반대, 주요 동맹국들의 정치·경제적 부담, 금융시장 충격 가능성 등으로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구상이 글로벌 환율 시스템, 무역 환경,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우고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 달러 약세의 실현 가능성과 별개로 한국 기업들은 ‘환율 변동성’ 자체를 새로운 구조적 리스크로 인식해야 한다. 환차손, 수출 가격 경쟁력 저하, 수입 원자재 비용 상승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복합적 위협이 커지고 있으며 달러 기반 결제·무역 관행에 대한 근본적 변화 가능성까지 열려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기업은 환율 변동성 자체를 전략 변수로 인식하고 자연 헤지(생산/매출 통화 일치)와 금융 헤지(선물환, 옵션)를 병행하는 장기적·구조적 환율 대응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현지화 및 공급망 재편 강화는 물론 ERP와 연계해 실시간 환노출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는 등의 전사적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마러라고 합의의 등장 배경: 강달러에 맞선 통화 조율 시나리오
1985년 플라자합의(Plaza Accord)는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미국·일본·서독·프랑스·영국 등 G5 재무장관들이 모여 의도적으로 달러 가치를 하향 조정하기로 한 역사적 협약이다. 당시 5년간 달러가 두 배로 폭등하며 국제 무역 불균형을 초래했기에 각국이 협력해 달러 강세를 완화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2년간 달러 가치는 약 40% 하락했고 미국의 무역수지 불균형 일부가 개선됐다. 그러나 이 합의는 엔화 가치 급등으로 일본의 자산 버블을 촉발해 ‘잃어버린 수십 년’의 불황을 야기한 측면도 있었다. 실현 가능성이 있을지 의심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국 정책 입안자들 사이에서 플라자합의를 방불케 하는 새로운 국제통화 협력 구상이 언급되고 있다.
바로 ‘마러라고 합의’다. 이 용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 별장 이름에서 유래했으며11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소유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는 2019년 시진핑 국가 주석 등 주요 정상들과 회담을 진행한 바 있음닫기 ‘트럼프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스티븐 마이란 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이 제시한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마이란 위원장은 최근의 달러 과대평가가 미국 경제에 ‘불만의 뿌리’로 작용한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달러 강세는 미국 제조업을 약화시키고 만성적 무역적자의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20년대 초 달러 실질 가치는 1985년 플라자합의 당시 수준만큼 높아져 있었다.
마러라고 합의 구상은 미국이 다른 주요국들과 협력해 시장에 급격한 충격을 주지 않고 달러 가치를 천천히 낮추려는 계획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우선 일방적 관세 인상으로 각국을 압박한 뒤 협조하는 국가에는 관세를 낮춰주는 당근책을 제시하고 참여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마러라고 합의 자체도 협상을 위한 프레임에 불과할 수 있다. 다만 이것이 본격적으로 실현된다면 이는 글로벌 환율 체계에 충격을 줄 수 있다.
15,000개의 아티클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
가입하면, 한 달 무료!
걱정마세요. 언제든 해지 가능합니다.
강형구hyoungkang@hanyang.ac.kr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버지니아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 듀크대 푸쿠아 경영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리먼브러더스 아시아본부 퀀트전략팀, 액센츄어 전략부서 등에서 경영전략, 재무와 금융에 관한 교육 및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하버드대 Edmond J. Safra Center for Ethics에서 리서치 펠로를 지냈다. 주 연구 분야는 혁신·기술금융과 기계학습(계량경제학), 금융 혁신, 자원배분과 전략에 대한 프로세스, 빅데이터 기반 행동 재무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