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참여연대는 로직스가 2015년 말 바이오젠의 옵션이 아직 행사되지 않았는데도 앞으로 행사될 것으로 간주하고 미리 지배력 변경 회계처리를 진행한 것은 분식회계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회계처리를 통해 로직스가 코스피 상장 공모가를 부풀렸다는 의혹, (구)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전에 제일모직 주가를 올리기 위해 에피스의 가치를 과대평가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국제회계기준(IFRS)은 옵션이 실제 행사되지 않았더라도 행사 가능성이 높다면 사전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2015년 발생한 회계 이익은 영업외손익으로 공모가 산정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실제 상장 이후 주가는 공모가의 2배 이상 상승해 고평가 의혹을 불식시켰다. 합병 비율 산정(2015년 5월)도 로직스 회계처리(2015년 12월)와 외부 공시(2016년 3월) 이전에 이뤄졌기 때문에 이 같은 주장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 이에 2016년 로직스 상장 전 한국공인회계사회가 회계처리가 적정하다고 판정했을 뿐 아니라 금융감독원도 회계처리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2017년 정권 교체가 되면서 금융감독원은 재감리에 착수했고 2018년 입장을 바꿨다.
편집자주 | 현실 기업 사례에 학문 이론을 접목한 ‘회계로 보는 세상’을 연재해 온 회계 분야의 권위자 최종학 교수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를 둘러싼 논란의 진실’을 주제로 세 편의 글을 게재합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이후인 2017년 참여연대가 분식회계 의혹을 처음 제기했을 때부터 현재까지 사건의 자세한 내막과 필자의 시각을 소개합니다.
2018년 중반부터 2019년 초까지 약 1년간 세간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은 기업 관련 뉴스는 무엇일까? 필자는 일부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로직스)의 분식회계’라고 부르고 다른 편에서는 ‘금융감독원의 분식회계 조작’이라고 부르는 사건이 아닐까 생각한다. 몇몇 언론사에서 2018년 10대 뉴스의 하나로 뽑았을 정도로 이 사건은 회계 관련 일로는 전례 없이 큰 관심을 받았고 치열한 찬반 논란의 중심에 섰다. 참여연대나 일부 정치인은 삼성을 강하게 비판했지만 삼성과 관련 회계법인, 한국공인회계사회, 다수의 회계 전공 교수 및 회계사들은 논란이 된 회계처리가 분식회계가 아니라는 견해를 밝혔다. 한국회계학회는 이 사건을 계기로 학회까지 수차례 열어 ‘이제는 정치가 회계처리까지 바꾸냐’라고 정부와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을 성토했다.
아마 대중은 매우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전체적인 내용을 잘 모른 채 단편적인 주장을 접하면 사건의 내막이 무엇인지 파악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과 내막을 잘 모르는 일부 학자가 진실을 궁금해 했지만 회계기준이 어떻다 설명을 하려 해도 내용이 복잡하니 간단히 요약하기 힘들었다. 설명에 앞서 이 사건 진행 과정에서 로직스의 회계처리가 왜 분식회계인지를 둘러싼 서로 다른 세 가지 주장이 등장한다는 점을 밝힌다. 참여연대의 주장과 금감원의 ‘두 주장’이다. 금감원의 두 주장이라고 언급한 이유는 금감원이 이 사건을 진행하던 약 1년 동안 로직스의 회계처리가 왜 분식회계인지에 대한 공식 주장을 한 번 변경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일 처음 제기된 참여연대의 주장을 1차 주장, 금감원의 초기 주장을 2차 주장, 금감원의 마지막 주장을 3차 주장이라고 부르겠다. 1차 주장과 2차 주장은 비슷하지만 2차와 3차 주장은 거의 정반대일 정도로 다르다. 검찰도 기소를 할 때 1심 때와 2심 때의 기소 내용이 크게 바뀌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주장이 시기에 따라 뒤섞여 언론에 소개됐으니 사람들이 혼란스러운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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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학acchoi@snu.ac.kr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최종학 교수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권과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 가치평가』 『사례와 함께하는 회계원리』,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